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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을 찾아서 @구룡포 대게

2018년 3월 6일 — 0

경상북도 최대의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 구룡포는 영덕과 울진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동해안 최대의 대게 집산지다.

박달대게는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차 있는 대게를 말한다.
박달대게는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차 있는 대게를 말한다.

구룡포九龍浦
호미곶에서 감포甘浦로 가는 길목에 있는 포구.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바다 구룡포항은 경상북도 최대의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다. 20세기 초 구룡포 앞바다의 어획량이 넘치던 시절에는 마치 가두리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건져 올리듯 수중어반水中漁半(물 반 고기 반)이었다고 한다. 청어가 너무 많이 잡혀 이곳저곳 걸어놓았더니 햇볕과 해풍이 좋은 구룡포의 날씨 덕분에 과메기가 되었다고 한다. 구룡포의 풍요로운 어업 환경 때문에 일제강점기인 1920년경부터 일본인들이 몰려와 살면서 본격적인 항구로 개발되었으며 당시에는 고래잡이를 위한 포경선들이 많았다. 요즈음에는 대게와 오징어잡이 배들의 입출항이 가장 많으며, 꽁치, 청어 등도 많이 잡힌다.

대게(Snow Crab)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10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하여 붙은 이름으로 대한민국 동해안 전역에 서식하며 특히 함경북도 연안의 차가운 바다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영어로는 스노크랩Snow Crab이라 불리는데 눈이 오는 지역과 눈 오는 때에 잡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1월에서 5월까지가 동해안 대게 어획기간이고, ‘영덕대게’로 불리며 겨울철 2, 3월에 가장 살이 오르고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겨울 제철 음식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제철 대게는 살이 꽉 차 있고 살에 단맛이 가득 담겨 있다. 설 전후가 절정으로 살이 단단하고 단맛과 향이 깊어지며 값도 가장 비싸다. 영덕대게가 대게의 원조처럼 불리게 된 사연은 예전에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영덕 강구항이 대게의 집산지가 되어 외지로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강구항에서 먼저 영덕대게 축제를 시작하고, 관광과 지역 수산물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자, 영덕과 이웃하며 겨울철 대게를 많이 잡던 울진군 죽변항, 후포항에서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란 이름으로 매년 행사를 열어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매년 3월이면 영덕과 울진 두 지역이 경쟁적으로 대게 축제를 열고 있다.

전국 최대 생산 구룡포 대게
영덕과 울진에 비해 구룡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대게의 집산지. 영덕과 울진 연안에서 잡히는 대게 수가 줄면서 대게 국내 수요를 충족하려면 보다 먼바다, 근해近海로 조업을 나가야 한다. 현재 가장 큰 대게 어장은 울릉도 독도를 지나 한일 중간 수역인 일본 오키 군도 주변으로, 이곳까지 왕래 가능한 50톤급 배들은 대부분 구룡포항에서 출항한다. 이 때문에 구룡포가 자연스레 동해안 최대의 대게 집산지가 되었다. 영덕 강구항이나 울진의 죽변항, 후포항처럼 대게 전문 식당들이 많지 않지만 실속 있게 대게를 맛보거나 구입하려면 구룡포항을 추천한다. 크고 껍질이 두꺼운 대게는 박달대게라고도 불리는데 특별한 종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찬 대게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어부들이 깊은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대게 중에 크고 살이 꽉 찬 대게는 박달대게라는 특별한 표식을 하는데 구룡포에서는 ‘구룡포 대게’라는 홀로그램과 ‘지리적표시제 단체표장 출원’ 글자가 새겨진 완장을 차고 있어 고급 대게 상품으로 취급된다. 마리당 10만원 이상의 고가지만 비싼 만큼 크기가 커서 살이 많고 맛 또한 고급지다. 대게는 크기와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소비자 가격이 보통 1마리에 2만~3만원 내외다. 매일 대게를 사고파는 중매인들이 전해주는 팁에 따르면 “게딱지 크기가 작은 놈의 살이 실하다”고 한다. 따라서 살이 가득한 대게를 먹고 싶다면, 무엇보다 제철에 현지를 찾아 금방 잡아온 9cm를 갓 넘긴, 최대한 작고 튼실해 보이는 대게를 고르면 된다.

극한 직업 _ 겨울 대게잡이
구룡포에서 한일 중간 수역까지는 거리상으로 대략 200마일(320km) 이상 가야 하므로, 출항해서 대게 어장까지 가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 어장에 도착하면 대게잡이 선원들은 2~3시간씩 쪽잠을 자며 바다 밑 300~400m에서 수천 개의 통발을 끌어 올려 대게를 조업한다. 몸길이 9cm 이하의 작은 대게, 암게들은 바다로 돌려보내고, 수게들만 50~70마리씩 상자에 담아 포장을 한다. 어선들은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한 배가 100박스 이상 잡지 않도록 자율 규제를 한다. 잡은 대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3~4일 조업 후 귀항하는 데 하루가 걸린다. 항구에 도착하면 500~1000마리씩 대게를 늘어놓고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가 끝나면 배를 청소하고, 하루를 쉰 후에 다시 출항한다. 몇 년 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한 겨울철 베링해에서의 게잡이(레드 킹크랩, 오필리아 대게) 어부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 3D(Difficult, Dangerous, Dirty_어려운, 위험한, 더러운)의 극한까지 가야 하는 직종이자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일로 묘사한다. 실제로 베링해 대게잡이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10가지 중 매년 1, 2위를 기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대게잡이도 배 1척에 10명(필수 인력 9명 + 예비 인력 1명)이 한 팀이 되어 일주일 단위로 출항하며 4~5개월 동안 조업을 하는데 겨울 바다의 파도, 차가운 바닷물, 바람, 추운 날씨와 싸우는 고된 노동의 극한 직업이다. 그들이 바다 위에서 먹고 자는 공간의 크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규정한 한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 16.2m3보다 훨씬 작다. 10명의 선원 중에 베트남 선원 3명, 중국인 선원 1명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함께 거들고 있다.

구룡포 대게의 대부 김경호 회장
구룡포가 고향인 김경호 회장(75세)은 구룡포 대게의 산증인이다. 군복무를 마친 후 20대에 가업을 이어받아 2000년까지 40년 동안 직접 배를 몰았다. 90년대 말 구룡포 대게잡이 배들의 모임인 근해자망통발선주협회장을 지냈고, 2004년도에 재취임해 2013년도까지 회장직을 수행했으며, 2017년부터 또다시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만큼 그의 신망이 두텁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회장이 이룬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대게 자원 보호를 위한 선주협회 자율 관리 협약, 선원들을 위해 조업 후 하루 이상 필수 휴무 시행,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대게 파티, 장학금 지급 등을 비롯해 한일 중간 수역에서 함께 조업하는 일본의 수산업 단체들과 민간어업협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회장 재임 중 이뤄낸 많은 업적 중 ‘구룡포대게유통센타 설립’은 김 회장이 자부심을 갖는 일이다. “우리 배들이 막 잡아온 품질 좋은 신선한 게를 가격표시제를 통해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수도권이나 외지에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구룡포대게유통센타로 대게를 먹기 위해 구룡포에 옵니다. 이 일은 구룡포 대게만이 아니라 미식 도시 포항의 부가가치를 한 차원 올리는 일입니다.”

text 김옥철 — photograph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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