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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리

2018년 2월 28일 — 0

클래식 관현악기를 전공한 민스키친의 김민지 셰프가 봄의 소리를 접시 위에 올렸다.

봄이 작곡한 악보

달콤한 바람의 선율을 타고 봄나물과 꽃잎이 나풀나풀 내려앉았다. 흰색 소스를 발라 생긴 오선지 위에 검은콩과 흰콩이 음표가 되고 음이 하나둘 쌓인 자리에는 꽃이 피어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악보를 연주한다면 과연 어떤 음색의 봄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나직한 속삭임

소리가 물방울처럼 맺힌다면 이런 모습일까. 크고 작은 공 모양의 묵들이 줄지어 음의 크기를 나타낸다. 작은 데시벨의 소리가 연이어 나다가 한번씩 큰 소리가 들린다. 풀잎이 미세하게 스치는 들판에 잠시 참새가 내려앉아 두어 번 짹짹 지저귄 것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계절의 신호

주꾸미로 표현한 호른의 관에서 봄을 알리는 온화하면서도 웅장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두 마디의 음률이 그릇을 타고 흘러내려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연주에 따라 음색이 날카롭게 혹은 묵직하게 변하자 둥글게 원을 그리는 파장도 다르게 퍼져간다.


전 장르의 화합

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드는 봄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머리를 풀어헤친 달래의 헤비메탈 연주가 무대를 장악했고, 힙합을 맡은 돌나물이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등장한다. 가지가지 엉킨 씀바귀는 봄 내음을 담뿍 실어 월드뮤직을 노래하는 한편, 다소곳한 방풍나물의 발라드가 한쪽에서 울려 퍼진다.


오중주 관현악단

육류와 생선이 저마다 악기가 되어 웅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뤘다. 가장 저음부의 콘트라베이스를 맡은 연어 필레가 베이스를 낮게 깔아주면 감미로운 첼로와 색소폰의 연주가 시작된다. 끝으로 닭의 울음소리처럼 명랑한 음색이 바이올린에서 흘러나오며 풍부한 합주를 완성한다.


생동하는 자연의 음색

서로 다른 높낮이와 음색을 가진 봄의 소리들이 유리잔에 담겼다. 높은 음계가 샴페인잔에서 찰랑거리고 이어서 마티니잔에서 코냑잔으로 잔의 높이가 낮아질수록 음 또한 한 옥타브씩 함께 내려간다. 푸른 풀싹이 담긴 잔에서는 청아한 음색이, 붉은 꽃잎을 탄 잔에서는 가냘픈 소리들이 모여 봄날의 세레나데를 만들어낸다.

edit 이승민 — photograph 박상국 — styling 김민지(민스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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