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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의 저녁 7시

2018년 2월 21일 — 0

프라이빗 와인 클래스 ‘소셜 와인 클럽’을 운영해온 이영지 대표가 경리단길에 위치한 어반 텍스트 스튜디오에서 새 출발을 알렸다. 저녁 7시가 되면 어김없이 그곳으로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늘 그렇듯 환한 미소와 볼에 살포시 피는 보조개가 함께 반겼다. 와인 전문지 <와이니즈>와 매거진 <럭셔리>, 일간지 <중앙일보>의 기자를 거쳐 <오래 쓰는 첫 살림>이란 책을 쓴 저자이자 ‘소셜 와인 클럽’을 이끌며 라이프스타일 업계 전반을 종횡무진했던 이영지. 해가 바뀌어 그녀는 이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스타트업 회사 7PM의 대표로서 촬영팀을 맞이했다. 헤이HAY 쇼룸과 스핀들마켓이 있는 경리단길의 랜드마크 건물 3층에 어반 텍스트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70평 규모의 층고 높은 갤러리 공간인 덕분에 벽에 걸린 작품들과 탁 트인 통창 너머의 남산타워가 이곳에 호연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말하자면 이곳은 7PM의 클래스를 비롯해 이영지 대표가 기획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전시와 이벤트가 펼쳐질 본격적인 무대다. 궁금한 점이 한가득이었다. 우선 7PM의 뜻부터 물었다. “직장인들이 보통 정시 퇴근하면 저녁 7시쯤 되잖아요. 그럴 때 가볍게 영화를 보거나 술 한잔 마시러 가듯이, 한두 시간 좋은 클래스를 듣고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어요.” 다년간 해외 관광청 PR과 마케팅을 담당해온 태나라 대표와 크루들이 그 뜻에 함께 동참했고,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여행전문가 탁재형 PD가 가장 먼저 호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현직 소설가와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강의를 듣는 요리인문학, 양조장을 준비 중인 우리 술 코디네이터의 술 이야기, 베테랑 바 오너의 칵테일 입문 클래스 등 다이닝 전반에 대한 매력적인 콘텐츠로 가득하다. 호스트만 방송인, 작가, 소믈리에, 셰프, 아티스트 등 각자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춘 100명의 라인업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새 모델이 될 것이다. 이로써 이영지 대표는 와인 클래스를 여는 강의자인 동시에 각 분야별 전문가를 7PM으로 불러 모으는 기획자로 거듭났다. “앞으로 좀 더 규모 있고 대중적인 기획을 펼쳐나가려고 해요. 이전에는 ‘나만 좋으면 그만인 일’을 주로 했다면 지금은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죠.” 그녀가 꼽은 7PM의 특별함은 소통 방식에 있다. 수강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아카데미식 클래스가 아닌, 서로가 가진 취향과 경험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편안한 대화가 오고 가는 자리다. “무언가를 가르친다 해서 사람들이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오시는 분들이 다 모를 것이라 전제하지도 않아요. ‘우리 서로가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라는 마음으로 클래스를 진행해요.” 가볍지만 유익한 수업. 그것이 7PM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앞으로 영화를 감상하며 와인을 마시는 클래스처럼 문화적인 요소를 더욱 가미할 예정이다.
앞으로 영화를 감상하며 와인을 마시는 클래스처럼 문화적인 요소를 더욱 가미할 예정이다.

감도 높은 수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영지 대표의 와인 클래스도 그에 부합한다. 일반 소믈리에가 강의하는 수업이 암기형, 필기형 방식이 주를 이루는 반면, 그녀는 상황에 맞게 와인을 고르고 센스 있게 선물하는 방법이나 기본 품종과 지역을 바탕으로 음식과 함께 페어링하는 방법 등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형 수업을 지향한다. 클래스에서는 총 3가지 와인을 테이스팅한다. 이때 원칙은 지역이나 품종 중 한 가지를 통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도네이 품종을 기준으로 각각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미국, 칠레에서 만든 것을 테이스팅하거나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한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므니에 블렌딩 샴페인을 마시고 각 품종의 특징을 배우는 식이다. “와인에 입문하는 시기에 어느 순간 정말 황홀한 와인의 맛을 경험하는 때가 와요. 그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그 다음의 와인 세계에 한 발짝 가까워질 수 있죠.” 이영지 대표에게는 오래전 프랑스 론 지역의 와인 생산자와 인터뷰를 했던 날이 꼭 그러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갈비찜과 론 레드 와인을 함께 맛을 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뒤로 이 음식 저 음식 매칭을 시도하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기준대로 카테고리를 만들어갔고 점차 실패의 확률을 줄여갔다. 이제는 확고하게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한다. “잡채, 궁중 떡볶이 등 한식과 론 레드 와인을 가장 즐기고요, 전이나 보쌈, 족발처럼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을 땐 드라이하고 산도가 높은 프랑스 알자스 지역의 리슬링을 곁들여요.” 누구나 고유의 취향을 알기까지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녀 역시 수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자기와 맞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배웠고, 그 경험을 나누는 데 스스럼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한결 수월히 가라며 지름길을 알려준다. 자상한 배려와 이해가 깔려 있는 그녀의 수업이 크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와인 클래스는 이곳으로 공간을 옮기며 작은 변화가 생겼다. 갤러리라는 공간의 특색을 살려 영화를 보거나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을 마시는 등 문화적인 요소가 더 가미될 예정이다. 3월에는 와인 마켓도 열 것이다. 업계인들 위주로 찾는 딱딱한 주류박람회가 아닌 홈메이드 뱅쇼부터 와인 도구와 안주들까지 판매하는 정다운 장터를 꿈꾼다. 그녀의 표현대로 ‘요즘 도시 사람들을 위한 수업’이 기다린다. 이제 저녁 7시 스케줄은 비워야 하지 않을까.

저녁 7시, 창밖으로 불을 밝힌 남산타워와 근사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녁 7시, 창밖으로 불을 밝힌 남산타워와 근사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깊은 취향과 안목을 지닌 7PM 이영지 대표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3가지 장면.

Tea Ceremony
아침의 다도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며 남편과 30분간 대화를 나눈다. 차 속의 카페인에 머리가 천천히 깨어난다. 손잡이 있는 다관은 일본 차 상점 이포도에서, 오카야마 출신의 유리작가가 만든 숙우는 시마네현의 편집숍에서 구입했다. 잔은 제주 옹기, 트레이는 정소영의식기장 제품. 차 거름망은 브루클린의 벨로크에서 구입했다.

Vase Collection
화병 컬렉션 크고 작은 화병들엔 단출하고 소박한 계절 가지 하나만 꽂아두어도 멋이 난다. 식사할 때 테이블 중앙에 하나씩 포인트로 두곤 한다. 국내 신예 작가 김남희의 단아한 형상의 백색 화병을 비롯해 도쿄, 시마네현, 가자나와, 방콕 등 각지에서 수집한 화병은 재질과 형태, 질감이 저마다 가지각색이건만 한데 모으니 컬렉션처럼 잘 어우러진다.

Sake Pairing
사케와의 페어링 안주 스파클링 사케는 최근 도쿄의 트렌드다. 시마네현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 사케는 탄산을 주입해 자연발효시킨 것으로 정어리 샐러드를 안주로 매치했다. 소스는 들기름에 제주 한라봉 식초를 유화해서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했다. 이 위에 정어리나 구운 생선, 안초비를 올려 먹기도 한다. 유기 젓가락은 시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오래된 것이고, 사케 잔은 교토 다이마루 백화점 리빙코너에서, 밑에 트레이는 브루클린 벨로크에서 구입했다. 샐러드를 담은 유리 볼은 오카야마 출신의 유리작가가 만든 것.

edit 이승민 — photograph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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