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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영덕 미식 여행

2018년 2월 9일 — 0

제철 맞은 영덕 대게와 해산물을 마음껏 맛보고 생명력 넘치는 겨울 바다를 오롯이 마음에 담아왔다.

First Day

Brunch 바다 내음 가득한 전복죽

차갑고 건조한 공기, 메마른 들판, 벌거벗은 나무뿐인 겨울의 대지는 황량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지의 끝과 맞닿아 있는 바다는 겨울에 가장 생동감 넘친다. 거센 바람에 역동적으로 몰아치는 파도, 추위를 이겨내고 살이 제대로 여문 해산물, 고기잡이로 분주한 어부들의 모습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겨울 바다가 지닌 생명력을 오롯이 느끼고 싶었다. 지도를 펼쳐 동해안선을 따라 손가락을 짚어 내려갔다. 속초, 강릉, 울진… 익숙한 여행지를 훑던 손가락이 영덕에서 멈췄다. 내가 가진 영덕에 대한 정보는 대게의 주산지라는 것뿐. 그래서 더 궁금했다. 미지의 도시 영덕이 지닌 생명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여행 일정은 1박 2일로 잡았다. 꽉 채운 1박 2일을 보내고 싶어 이른 새벽 채비를 해 떠났다. 3시간 30분가량을 달려 영덕에 도착하니 아침과 점심 중간 즈음이었다. 숙소에 짐도 풀 겸 첫 끼는 리조트에서 간단히 먹기로 결정했다. 리조트의 한식당인 수달래에서는 조식 메뉴를 정오까지 판매해 아침 겸 점심으로 먹기 적당했다. 고심 끝에 선택한 메뉴는 전복죽이었다. 저녁으로 대게 코스 요리를 거하게 먹을 계획이었기에 아침 겸 점심은 가볍게 해결하고 싶었다. 주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그릇에 푸짐하게 담긴 전복죽이 나왔다. 김가루가 듬뿍 올라간 고소하고 부드러운 전복죽을 한 술씩 떠먹다 보니 배 속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처음으로 향한 행선지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이었다. 사실 여행 계획을 짜기 전, 영덕의 관광 명소는 오직 바다뿐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산 기슭에 개인이 조성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곧게 뻗은 나무들이 줄을 맞춰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나타났다. 숲길에 한 발짝씩 다가갈수록 상쾌한 나무 향이 코를 간질였다. 겨울이라 황량하지 않을까란 우려와 달리 벌거벗은 나무들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숲의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며 건강해지는 느낌이들었다. 한결 여유로워진 마음을 안고 다음 행선지인 괴시리 전통마을로 향했다. 이곳은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고가옥 30여 동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삼은선생’으로 알려진 고려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의 탄생지이자 영양 남씨의 집성촌이다. 오래된 흔적들이 가득한 고택들이 운집해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 앞에는 영해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겨울이라 마른 갈대뿐인 평야는 고즈넉한 괴시리 전통마을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했다.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고택들을 살펴보았다. 여기저기 껍질이 벗겨지고 빛바랜 나무 기둥들은 유구한 세월을 머금고 있었다.

2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고택들이 모여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
200년 이상의 세월을 간직한 고택들이 모여 있는 괴시리 전통마을.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허기진 배를 채워준 리조트 내에 위치한 한식당 수달래의 전복죽.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허기진 배를 채워준 리조트 내에 위치한 한식당 수달래의 전복죽.
Dinner 제철 맞은 영덕 대게의 맛
제철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박달대게.
제철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박달대게.

차디찬 겨울 바닷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영덕으로 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대게 때문이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기대로 부풀어 올랐다. 서울에서부터 미리 예약해둔 대게 요리 전문 식당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일몰을 보기로 결심하고 죽도산전망대로 발길을 옮겼다. 죽도산은 강구항과 함께 영덕의 대표 항구로 손꼽히는 축산항의 바로 뒤쪽에 있는 산이다. 죽도산은 원래 섬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절 매립 공사를 통해 육지와 이어지며 육계도가 되었다. 산에 대나무가 많다 하여 붙여진 죽도산竹島山이란 이름에 걸맞게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 대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길과 계단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우뚝 솟아 있는 전망대가 하나 나왔다. 2층과 5층 전망대 중 2층으로 향했다. 5층 전망대는 높이가 높아 더 넓은 시야로 풍경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통유리로 막혀 있어 감동이 덜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층에 도착해 문을 열고 데크로 나갔다. 축산항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하늘도 조금씩 붉게 변하며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일렁이던 태양이 산 뒤로 모습을 감추자 항구 주변의 건물들이 내뿜은 불빛이 점차 또렷해졌다. 항구에 짙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모습을 보고 대게를 먹기 위해 굽이치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식당은 강구항 대게 거리에 위치했지만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은 강구항을 대신해 바로 옆 해파랑공원에 먼저 들렀다. 해파랑공원은 영덕대게축제 등 다양한 행사 진행을 위해 조성된 공원으로 평소엔 시민과 관광객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는 곳이다. 주변을 살펴보니 공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대게 조각상이 눈에 들어왔다. 평일이라 그런지 공원은 한갓졌다. 고요한 가운데, 파도의 철썩거림만이 공중에 울려 퍼지는 공원을 가볍게 돌고 모자대게로 발길을 돌렸다. 수많은 대게 전문점이 즐비한 강구항의 대게 거리에서 1937년부터 지금까지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곳이라 믿음이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수조에서 대게를 고르고 코스요리로 주문했다. 창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2층에 자리를 잡으니 곧바로 푸짐한 밑반찬들이 나왔다. 기본 반찬이라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전체적으로 맛이 훌륭해 감탄했다. 밑반찬을 반 정도 비울 때쯤 고대하던 대게 요리가 나왔다. 대게는 회, 치즈구이, 튀김, 찜 총 4가지 종류로 조리되어 나왔다. 회부터 한 입 먹으니 탱탱한 대게 살의 식감과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뒤이어 고소한 대게튀김과 치즈구이를 맛보았다. 대게튀김은 새우튀김과 식감이 비슷했지만 살이 훨씬 부드러워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고 치즈구이는 탱글한 대게의 살과 녹진한 치즈가 어우러져 입 안 가득 고소한 맛과 향이 퍼졌다. 회, 튀김, 치즈구이를 맛본 후 본격적으로 대게찜을 먹기 시작했다. 대게의 각 부위는 먹기 좋게 잘라져 있었다. 가운데에 올라간 게딱지 안에는 소스처럼 콕 찍어 먹을 수 있는 대게의 내장이 담겨 있었다. 가장 먼저 집게발을 내장에 찍어 한 입 크게 먹었다. 달큰한 대게의 맛과 고소한 내장의 맛이 잘 어울렸다. 집게발부터 길쭉한 다리까지 속살을 쏙쏙 골라 먹다 보니 게딱지밥과 대게탕이 나왔다. 내장에 밥을 슥슥 비빈 고소한 게딱지밥과 시원하고 얼큰한 대게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가득 찼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오니 강구항 주변으로 모인 상인들이 박스에 담긴 대게와 홍게를 보여주며 손님들을 상대로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형 마트가 즐비한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겨운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

제철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영덕 박달대게. 모자대게에서는 회, 튀김, 치즈구이, 찜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한 대게를 즐길 수 있다.
제철을 맞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영덕 박달대게. 모자대게에서는 회, 튀김, 치즈구이, 찜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한 대게를 즐길 수 있다.

Second Day

Breakfast 현지인이 인정한 맛집
대게의 집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올라가는 듯한 독특한 형태를 지닌 창포말등대.
대게의 집게발이 등대를 감싸고 올라가는 듯한 독특한 형태를 지닌 창포말등대.

먼동이 틀 무렵, 어스레한 새벽에 눈을 떴다. 1박 2일이란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영덕을 즐기고 싶었기에 일출을 보는 것으로 이튿날 일정을 시작했다. 묽은 안개가 퍼지듯 어둠이 내려앉은 도로를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영덕해맞이공원이었다. 공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도로와 연결된 침목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바다가 눈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슴푸레하던 하늘이 점차 붉은빛으로 물들더니 동그란 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감탄하며 한참 바라보고 다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해맞이공원의 명물 창포말등대가 나타났다. 하얀 등대를 게의 집게발이 감싸고 올라가는 듯한 창포말등대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모양새였다.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인 탓일까,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허기가 밀려왔다. 시원한 물곰탕(곰치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청송식당으로 향했다. 청송식당은 아침 8시부터 문을 열어 이른 조식을 먹기 좋았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이 허름한 식당은 매일시장이란 작은 시장 안에 있었다. 위치가 좋지 않지만 맛있기로 소문나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물곰탕을 주문하자 창난젓, 가자미식해, 무김치, 배추김치, 멸치볶음, 전갱이젓갈이 먼저 상에 올랐다. 밑반찬을 한 점씩 맛보고 나니 물곰탕이 나왔다. 부들부들한 곰치 살과 말캉한 껍질, 시원한 국물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짭조름한 밑반찬들과 물곰탕은 금세 밥 한 공기를 비우게 만들었다.

지리 스타일로 하얗게 끓여낸 청송식당의 물곰탕.
지리 스타일로 하얗게 끓여낸 청송식당의 물곰탕.
Lunch 정성 가득한 돌솥비빔밥

영덕 곳곳을 돌아다니며 심심찮게 본 것을 두 가지 꼽자면 대게 모양 조형물들과 풍력발전기이다. 어지간한 관광 명소에는 대게 모양을 본뜬 조형물이 있었고, 목적지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는 산 너머로 풍력발전기가 보였다. 동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내내 강한 바닷바람이 부는 영덕에는 16만6117m2 규모의 거대한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높이 약 80m에 달하는 풍력발전기가 모여 있는 웅장한 모습 덕분에 풍력발전단지는 관광 명소로도 손꼽힌다. 소화도 시킬 겸 풍력발전단지로 향했다. 언덕을 따라 도로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 좋았다. 천천히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전망대가 나타났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과 힘차게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니 가슴이 후련해졌다. 풍력발전단지를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연속 세끼를 해산물 요리를 먹었던 터라 해산물이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돌솥비빔밥이 맛있기로 유명한 돌삐로 향했다. 기본 돌솥비빔밥, 낙지돌솥비빔밥, 불고기돌솥비빔밥, 육회돌솥비빔밥 등 전문점답게 다양한 돌솥비빔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기본 돌솥비빔밥을 주문하니 돌솥비빔밥과 함께 밑반찬, 국 그리고 비지찌개가 나왔다. 국과 찌개를 합치면 기본 찬만 해도 9가지였다. 심지어 비지찌개는 식당에서 직접 콩을 갈아 만든 비지를 넣고 끓였다고 했다. 소박해 보이는 이 한 상 차림에 깃든 정성이 느껴졌다. 지글거리는 돌솥비빔밥을 슥슥 비벼 푸짐하게 한 술 떠먹었다. 각종 나물과 버섯볶음, 상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비빔밥은 ‘비빔밥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평소 비빔밥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80m 높이의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의 경관은 웅장했다.
80m 높이의 풍력발전기들이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의 경관은 웅장했다.
보기엔 소박해 보이지만 밑반찬 하나까지 정성의 맛이 느껴지던 돌삐의 돌솥비빔밥 한 상. 모든 반찬을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보기엔 소박해 보이지만 밑반찬 하나까지 정성의 맛이 느껴지던 돌삐의 돌솥비빔밥 한 상. 모든 반찬을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Dinner 추위를 녹여줄 국수 한 그릇

영덕에 도착하기 전 가장 기대했던 관광 명소는 삼사해상산책로였다. 그동안 바다를 먼발치에서도 보고 바다에 발을 담가도 봤지만 바다 위를 걸어본 적은 없었다. 삼사해상산책로는 바다 위로 조성된 산책로다. 바닷물처럼 파란 다리 위를 걷다 보니 어느새 바다 한가운데였다.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도 바다가 보이고 발아래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산책로는 길었다. 머리 위로는 갈매기들이 끼룩대며 날아다녔다. 바다 한가운데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며 산책을 즐겼다. 푸른 바다를 한껏 눈에 담은 뒤 향한 곳은 어촌민속전시관이었다. 삼사해상공원 안에 위치한 어촌민속전시관으로 가는 길에는 경북대종각이 있어 잠시 들러보았다. 경북대종각은 경상북도 개도 100주년을 맞이해 1996년 세워진 종각이다. 1월 1일이면 타종행사가 열려 영덕 주민들에게 새해가 왔음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종을 바라보며 잠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곳에서 열리는 타종행사를 즐기는 장면을 상상했다. 경북대종각에서 5분 정도 걸으니 어촌민속전시관이 등장했다. 어촌민속전시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하 1층은 은어낚시 옛날 장비, 영덕바다 수심대별 어종 모형등이 전시되어 있고 1층은 어류화석 및 3D입체영상을 구경할 수 있으며 2층은 어촌의 삶과 의식주, 전통 어법과 어선 등이 소개돼 있었다. 입구와 이어지는 3층은 옥외전망대가 있어 동해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본 강구항의 모습은 가슴에 깊이 남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쉼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피로가 몰려왔다.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카페 봄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카페 봄은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어 영덕을 찾은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다. 분위기도 좋지만 직접 카페에서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의 맛 또한 훌륭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달콤한 당근케이크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곁들여 먹으니 몸과 마음이 노곤해졌다. 여행 내내 뺨을 스치던 차가운 바닷바람에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이 당겼다. 영덕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현지인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인정받는 국수일번지로 향했다. 회국수, 해물칼국수, 비빔국수 등 여러 국수 종류가 있었지만 고민의 여지 없이 해물칼국수를 선택했다. 그릇 가득 푸짐하게 나온 해물칼국수 안에는 각종 조개와 오징어, 감자, 파프리카, 늙은 호박 등이 들어 있었다. 생소한 조합에 살짝 겁이 났지만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늙은 호박이 들어가서인지 감칠맛이 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더해진 파프리카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쫄깃한 면발의 식감과 대비되며 먹는 재미를 주었다. 영덕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친 후 강구항에 들러 귀경길 주전부리로 먹을 대게빵을 샀다. 재미있는 모양에 이끌려 경험 삼아 사보았는데 진한 달걀 맛이 느껴지는 빵과 푸짐하게 들어간 팥 앙금, 다리 부분에 콕콕 박힌 호두 조각의 조합이 잘 어울렸다. 서울로 향하는 차 안, 1박 2일 동안의 기억을 반추해 영덕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제철을 맞아 맛이 오른 대게와 해산물, 끝없이 펼쳐지던 푸른 바다, 한 폭의 동양화 같던 숲길과 고택의 모습. 하얀 백지 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생동감 있는 영덕의 모습이 마음속에 채워져 갔다.

각종 해산물과 파프리카, 늙은 호박 등이 들어가 매력 넘치는 국수일번지의 해물칼국수.
바다와 맞닿아 있는 카페 봄에서는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카페 봄에서는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대게의 모양을 본떠 만든 대게빵. 달걀 맛이 진한 빵과 푸짐한 팥 앙금, 알알이 박혀 있는 호두 조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대게의 모양을 본떠 만든 대게빵. 달걀 맛이 진한 빵과 푸짐한 팥 앙금, 알알이 박혀 있는 호두 조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first day

수달래
감자황태해장국 1만원, 전복죽 1만2000원
경북 청송군 청송읍 주왕산로 494-1 대명리조트 청송 지하 2층
054-518-5250

메타세쿼이아 숲길
경북 영덕군 영해면 벌영리 산54-1

괴시리 전통마을
경북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
054-730-6114

죽도산전망대
경북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죽도산

강구항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강구항

해파랑공원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해파랑공원

모자대게
대게코스요리 시가, 물회 1만5000원, 매운탕 5만원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대게길 45
054-732-8454

SECOND DAY

영덕해맞이공원
경북 영덕군 영덕읍 대탄리 영덕해맞이공원
054-730-7052

창포말등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산5-5

청송식당
물곰탕·아귀탕 1만5000원씩, 미주구리회 3만5000원(대)·3만원(중)·2만5000원(소)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대게4길 9-7
054-733-4155

풍력발전단지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길 254-6
054-734-5871

돌삐
돌솥비빔밥 7000원, 불고기돌솥비빔밥·낙지돌솥비빔밥 8000원씩, 육회돌솥비빔밥 1만원
경북 영덕군 영해면 318만세길 168-1
054-733-9137

삼사해상산책로
경북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 삼사해상산책로

어촌민속전시관
경북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 산 6-17
054-730-6790

카페 봄
아메리카노 Hot 4000원, Cold 4500원, 당근케이크 5700원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영덕대게로 192
054-734-8189

국수일번지
해물칼국수·비빔국수·콩국수 7000원씩, 회국수 1만원
경북 영덕군 강구면 동해대로 4411
054-733-8851

edit 양혜연 — photograph 이향아 — cooperate 대명리조트 청송(1588-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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