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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을 찾아서 @고성 대문어

2018년 1월 26일 — 0

동해에서만 어획되는 고성 대문어를 찾아서.

겨울철 고성 대문어
고성은 겨울철 미식 여행을 즐기는 선수들이 문어를 맛보려 쉬쉬하며 찾는 곳.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문어를 크게 분류하면 전 연안에 서식하는 참문어와 동해에서만 어획되는 동해안 특산종인 대문어 2종류이다. 대문어는 살이 연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참문어보다 인기가 높으며, 대문어 중에도 차가운 바다에서 잡히는 고성 저도어장의 겨울철 문어를 최고로 친다. 고성 대문어는 다른 지역 문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덕분에 고성 지역 어민들의 소득에도 기여한다. 고성군 전체의 연간 어획량이 6000톤가량이고 그중 문어는 10분의 1도 안 되는 400~500톤이 잡힌다. 반면 어획고는 연간 약 400억원 중에 문어 판매로 인한 수입이 100억이 넘어 대략 4분의 1이 문어로 인한 수입이다. 이 수치만 봐도 고성에서는 문어가 다른 어떤 어종보다 중요한 수산자원임을 알 수 있다. 문어는 겨울에 향이 더 짙고 살도 단단하다. 비타민 E, 타우린이 풍부해 혈중의 중성 지질과 콜레스테롤을 억제시키며,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피로 해소와 술을 마시는 동시에 해장을 시켜주는 보약 술안주로 인기 있다. 조선 후기의 생활백과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의하면 “문어는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고 한다. 음식이자 약으로 대접받는 바다의 보배인 셈이다.

저도어장 문어잡이
동해안 최북단 저도어장은 북방어로한계선에 인접한 어장. 주변에 오염원이 없는 동해안 최고의 청정 해역이다. 이곳에서 문어를 잡는 방법은 주로 낚시와 통발이다. 통발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은 문어는 살이 단단해지는데, 낚시로 잡은 문어는 통발 문어보다 살이 부드럽고 맛도 좋다. 고성은 통발을 설치하기 어려운 접경 지역이라 대부분 낚시로 잡는다. 고성 문어가 최상품으로 대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문어잡이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직접 잡는 방법. 바닷속 30m 아래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남자들은 속칭 ‘머구리’로 불린다. 예전에는 전국 각지에 머구리들이 많았지만, 워낙 위험한 일이라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들보다 더 귀한 존재가 되었다. 대진항에 남아 있는 7명의 머구리 중 박명호 씨는 여러 차례 사선을 넘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북한에서 가족을 데리고 작은 무동력선의 노를 저어가며 탈출한 그는 한국 땅에 정착한 새터민이다. 가족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아버지로서 그는 가장 신성한 ‘밥벌이’를 위해 머구리 직업을 택했다.

올드마린보이_가족에게 바치는 아버지의 단짠 로맨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관객 수 480만 명)의 진모영 감독은 우연히 박명호 씨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삶과 일을 3년여에 걸쳐 영상으로 담는다. 가족에게 바치는 아버지의 로맨스가 담긴 바닷속 영상은 지난해 <올드마린보이>라는 영화로 개봉되었다.
날씨가 허락하는 한 매일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박명호 씨의 치열한 삶은 하루하루가 사투이고, 매일매일이 사선을 넘는 일이다. 지나칠 만큼 본인의 건강을 챙기며 일하는 그의 좌우명은 무척 단순하다. “오늘도 사선을 넘는다. 내가 아버지이고 내가 남편이니까!” 수심 30m 아래에서 아버지의 손으로 직접 길어 올리는 문어는 최상품 중의 최상품일 수밖에 없다.

위 이벤트는 종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text 김옥철 — photograph 영화사 님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