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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y Kitchen

2018년 1월 8일 — 0

요리 준비를 마친 스타일리스트 민들레의 주방에 밤새 하얀 눈발이 내려앉았다. 눈처럼 희고 맑은 재료로 그녀가 창조한 순백의 공간.

눈의 곳간

창문 틈을 비껴들며 쏟아지는 햇살로 그릇에 담아놓은 곡물들은 눈의 결정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다. 동글동글한 병아리콩은 단단한 얼음 결정의 우박 같고, 쌀은 땅에 닿기 전에 얼어버린 진눈깨비 같다. 볶은 귀리를 거칠게 부순 오트밀은 구름 안에서 엉겨 붙은 싸라기눈이 아닐까.

의문의 거품

나뭇가지에 핀 눈꽃처럼 코코넛 크림이 접시 위에 흩어져 있고, 눈처럼 하얀 설탕이 소복이 쌓여 있다. 달걀흰자와 설탕을 넣어 만든 거품은 탐스러운 눈송이가 엉겨 붙은 모양이다. 머랭과 아몬드 가루가 무엇에 쓰는 재료인가 보니 오븐에 구워 마카롱을 만들 작정인가 보다.

눈발이 날린 식탁

밀가루가 살포시 묻은 생면과 세몰리나를 보니 잠시 싸라기눈이 날린 것 같다. 툭툭 떨어진 마늘과 버섯들은 눈길을 밟고 지나간 발자국처럼 보인다. 성긴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는 오늘의 식탁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다.

설국의 주방

고요한 밤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린 자리,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어놓은 것은 아닐까. 브리 치즈, 리코타 치즈, 생치즈 등 갖가지 치즈들을 차례로 쌓아 올린 형상이 마치 아이가 어설피 만든 눈 뭉치 같다. 어찌나 큰 폭설이었는지 치즈와 곁들일 화이트 와인까지 새하얗게 물들었다.

얼어붙은 조각상

겹겹이 쌓인 잔과 머그 사이의 비틀어진 균열. 두꺼운 얼음벽이 갈라지는 광경이 이런 것일까. 베샤멜 소스를 위해 준비해놓은 밀가루와 버터, 우유, 달걀이 모여 차가운 얼음 조각상들의 집합을 만들었다. 빙옥을 깎아 만든 듯 맑게 빛나는 자태가 눈을 시리게 한다.

움트는 봄 기운

눈보라가 잦아든 겨울 들판에도 희끄무레하게 생명의 흔적이 보인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와 콜리플라워, 양송이버섯이 다소곳하게 담긴 테이블은 비록 새하얗지만 푸릇한 잎과 새순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봄의 태동이 느껴진다. 이번엔 봄이 더디 올 것 같지 않다.

edit 이승민 — photograph 이과용 — styling 민들레(7doors) — plates LVS크래프트(02-2234-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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