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각 지역의 장점을 요리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설적인 미쉐린 스타셰프이자 대중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그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 방문이 두 번째라고 들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궁금하다.
작년 한 호텔에서 주최한 미쉐린 셰프 초청 행사 때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은 이탈리아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곧게 뻗은 도로부터 높은 빌딩, 깔끔한 인상착의의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잘 정돈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상 깊었던 한국 음식이 있나.
상추와 깻잎에 고추 등의 채소와 고기를 올려 먹는 쌈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금속 용기에 밥과 여러 반찬을 넣고 흔들어 먹는 옛날 도시락이라는 메뉴도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금속 볼에 재료를 넣어 직접 흔들어 먹는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당신의 음식이 이탈리아를 통일한 장군 이름을 따 ‘가리발디Garibaldi 요리’로 불린다고 들었다.
내 요리가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나는 최고의 식재료를 한 접시 위에서 버무려내기 때문이다. 한 요리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최상의 기후와 환경 조건을 갖춘 곳에서 재배된 것만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북부 로마에서 자란 토마토와 남부 나폴리의 토마토는 맛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당연히 나폴리산 토마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을 텃밭에서 직접 기르고 키우는 0km 퀴진과 정반대의 개념이다. 가장 맛있는 최고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이탈리아 음식 주간이 올해로 2주년을 맞았다. 이번 테마는 알타 쿠치나Alta Cucina인데, 알타 쿠치나가 무엇인가.
알타 쿠치나는 이탈리아식 최고급 요리 또는 높은 수준의 미식을 말하는데 핵심 키워드는 ‘혁신’이다. 예를 들면 대다수의 미쉐린 셰프들이 알타 쿠치나를 선보인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기존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새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을 연구하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늘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갈라 디너에서 선보였던 메뉴는 무엇인가.
이탈리아 전역의 맛을 선보였다. 북부 베네토 지방의 맛인 바삭하게 구운 대구와 시금치 요리부터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의 라자냐, 마르케 지방의 해산물 샐러드, 나폴리 지방의 토마토를 곁들인 소고기 요리, 시칠리아 지역의 바닷물 맛을 떠오르게 하는 크렘카라멜까지. 북부와 남부의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탈리아 국토의 모양상 북부와 남부 지역 요리의 특색이 확연히 다를 것 같은데.
그렇다. 지역마다 매우 다른 기후와 지형을 가지고 있어 그곳에서 나는 식재료도 천차만별이고 그만큼 음식에도 각 지방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북부 지방은 요리에 빵, 감자, 고기 등을 많이 사용하고 오스트리아, 독일에서도 즐겨 먹는 미트볼 요리 카네데를리Canederli를 즐겨 먹는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고기 요리보다는 해산물과 채소, 매운 음식이 발달한 편이다.
메뉴를 구성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나.
무조건 경험이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음식의 조합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탐험하며 각 식재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번은 남부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토끼 요리와 복숭아 와인의 조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방으로 돌아와 복숭아 와인으로 만든 크림소스를 토끼 고기에 곁들여봤는데 환상적이었다.
전설적인 미쉐린 스타 셰프가 TV에서 직접 요리 강습하는 일은 한국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요리하는 것만큼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주방에 있는 최첨단 기계와 도구 없이도 집에서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늘 연구한다. 아직 이탈리아 요리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방송을 통해 표준화된 이탈리아 음식을 대중들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미쉐린 스타 선배 셰프로서 한국의 미쉐린 스타 셰프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별에는 한 셰프의 노력과 열정을 넘어 집착이 담겨 있다. 항상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보기를 권한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세계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찾아가 그곳의 셰프들이 어떻게 혁신하고 도전하는지 직접 두 눈과 혀로 맛보고 경험해보라.
edit 김민지 — photograph 이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