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People

안성재의 모수

2017년 12월 20일 — 0

현재 미식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름. 안성재 셰프가 작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모수를 돌연 접더니 한남동에 나타났다. 모수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모수의 묘수
오픈 전부터 말이 많았다. 한강진역 아우디 매장 뒤편으로 이어지는 사잇길에 2층 규모의 큰 건물이 들어섰을 때부터. 대체 누구의 레스토랑일까. ‘MOSU SEOUL’이라는 간판이 달리고 그 주인공이 안성재 셰프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은 더욱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 첫 오너십 레스토랑 ‘모수’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신예 셰프이자, 이듬해 4월경에 문을 닫고 홀연 종적을 감춘 미스터리한 인물 아니던가. 당시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에서도 미쉐린 스타로 데뷔한 셰프가 별을 받은 첫해에 떠나버린 사실이 기사화되었을 정도로 꽤 이슈가 됐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모두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안성재 셰프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꺼냈다. “누군가는 미국 최고의 미식 도시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를 두고 왜 서울로 오느냐 타박하기도 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유년 시절부터 코리안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자랐고 그곳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 같은 곳이거든요. 관점을 바꿔보면 저는 한국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외국으로 새롭게 진출한 셈이죠.”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그리고 누구도 선뜻 할 수 없는 선택.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그는 미쉐린 레스토랑을 과감하게 접고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와 다시 출발선 앞에 섰다. 일찍이 요리에 뜻이 있던 것은 아니다. 본래 전공은 메카닉Mechanic(차량 정비공). 아버지 차의 엔진을 해부하다 폭발 사고가 나는 바람에 폐차를 두 번이나 했는가 하면, 미군에 자원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이력도 있을 만큼 그조차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이었다. 그런 그가 요리사의 세계를 알게 된 건 사촌 동생이 우연찮게 던진 한마디였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있다는데?” 지금처럼 셰프라는 직업이 가시화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호기심에 찾아간 캘리포니아 요리학교에서 그는 이제껏 살면서 접해보지 못한 전혀 다른 세상을 보았다. 충격이었다. 흰 조리복을 정갈하게 입고 단 하나의 플레이트를 위해 엄청난 노동량을 바쳐야 하는, 그토록 엄숙하고 치열한 세계는 상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위용마저 느껴졌다. 동시에 그곳에 소속되고 싶다는 열망도 굽이쳤다. 이 강렬한 경험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요리에만 매진했다. “매일매일 새벽 6시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에 끝나는 일과였어요. 몸은 고되지만 정말 행복했죠.” 졸업 후 2006년에는 미국에서 일식당 최초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우라사와Urasawa에서 일했다. 그곳에 들어가는 데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일본인 외에는 절대 직원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도 꿋꿋이 전화를 걸어 찾아간 것이 다섯 번째. 그제야 처음 셰프의 얼굴을 봤다. ‘정 그렇게 일하고 싶으면 돈 받지 말고 일하라’는 말에 길거리에 나앉더라도 여기서 일하겠노라고 답했다. 기모노 복장을 입고 뛰어다니며 화장실 청소부터 서빙은 물론 스시에 들어갈 생선 손질까지 모든 일을 도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체격이 왜소한 남자가 들어오더니 그가 있는 바 좌석 앞에 앉았다. 그가 바로 한국계 최초 미쉐린 3스타 셰프라는 수식어를 가진 코리 리Corey Lee였다. 이때 그의 눈에 띄어 2008년 나파밸리의 전설과도 같은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인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로 자리를 옮기는 행운을 얻는다. 2년 뒤 코리 리 셰프를 따라 레스토랑 베누Benu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이후 독특하게 모로코 음식점인 아지자Aziza의 헤드셰프를 맡으며 미쉐린 1스타를 받았다. 아프리카 향신료에 푹 빠져 지내다가 마침내 자신의 레스토랑인 모수를 샌프란시스코에 열었던 것이다. 그 뒤는 우리가 모두 아는 이야기다. “한국에 온 것은 제 도전의 연장이에요.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저만의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의 갑작스러운 한국행이 어리둥절했던 이들이라면 모수 서울에 발을 들이자마자 납득하게 될 것이다. 그가 바둑으로 따지자면 생각해내기 힘든 좋은 수, 즉 묘수를 놓았다는 것을 말이다.

모수의 모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아담한 정원 안쪽으로 모수 서울의 입구가 보인다. 문을 열면 1층에는 복층 구조를 터서 층고가 높은 메인 다이닝 홀을 마주한다. 딱딱한 파인다이닝 분위기를 깨기 위해 붉은 벽돌과 화덕, 참나무 장작으로 꾸민 공간은 편안하고 아늑하다. 모수에는 일반 레스토랑과 달리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주방과 다이닝 홀의 경계가 전혀 없다. 그 흔한 문턱 하나 없이 주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완전한 ‘오픈 키친’이다. 대부분의 주방이 평화로운 홀과는 대조적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격전지로 안쪽에 숨겨진 반면, 모수의 주방은 백그라운드가 아닌 무대 전면으로 등장했다. 프렙을 하는 동안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오고 스태프들은 리듬에 맞춰 각자의 역할을 차분히 담당한다. 누구도 고성을 지르거나 닦달하지 않는다. 안성재 셰프는 여유롭게 말한다. “할 일이 머릿속에 잘 정리만 되어 있다면 느긋하게 해도 제시간 안에 충분히 끝낼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런치가 없다. 디너만 단 한 가지 코스로 운영한다. 셰프와 소믈리에를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은 디너 타임만을 위해 온전히 하루를 다 바친다. 마지막으로 그의 요리에는 국적이 없다. 한식부터 중식, 일식, 프렌치, 중동, 아프리칸 음식까지 그가 요리사로 겪은 모든 경험과 기술이 접시 위에 총체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그는 이를 ‘컨템퍼레이션 퀴진’이라 일컬었다. “사실 제 요리를 뭐라 규정짓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오로지 하루하루 오는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과 최상의 서비스와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요리해요. 우리는 손님이 이곳에 오는 그 한순간을 위해 아침부터 준비하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파인다이닝이어야 해요.” 그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셰프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깃든 또렷한 음성이었다. 모수의 없는 것들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낼 것이 분명하다. 그 ‘없음’은 결여가 아닌 소거이므로.


간장에 조린 우엉을 얇게 깎아 화덕에 구워 동그랗게 말았다. 그 안에는 크림, 요구르트, 치즈를 숙성시켜 만든 발효 버터와 김, 깨, 다시마, 훈제 고춧가루 등을 함께 섞은 파티믹스가 우엉 과자와의 풍부한 맛의 조화를 불러온다.
신선한 연어알의 풍미와 식감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요리. 감자와 달걀을 섞은 베이스로 연어알의 맛과 식감이 도드라지도록 했고 사랑초로 새콤한 맛을 더했다.
말린 유과를 화덕에 구워 토르티야 모양으로 만든 뒤 텐더라이징한 생전복을 그릴에 굽고 소스와 감태를 함께 올렸다.
옥돔, 도미 등 흰살 생선 머리로 낸 육수와 도토리면으로 만든 국수. 여기에 풍성하게 갈아 넣은 트러플을 젓가락으로 집어올렸다.
위에서부터 반시계반향으로 1~7

1. 3일 숙성시킨 도미를 오크 배럴통에 3개월간 간장에 절인 풋귤과 4가지 종류의 순무 피클과 함께 곁들여 낸다.
2. 그릴링한 전복을 유과를 말려 만든 토르티야에 감태와 소스와 함께 넣은 타코 콘셉트의 디시.
3. 프렌치 조리법으로 끓인 버터와 산초장아찌, 레몬 넣은 소스를 그릴링한 메추라기에 올렸다.
4. 우엉을 간장에 조려 달콤한 소스를 발라 말린 뒤 화덕에 구운 우엉 과자.
5. 생선 머리로 낸 육수와 도토리 가루로 만든 면에 트러플을 넉넉하게 더한 국수.
6. 연어알의 맛과 식감을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궁극의 한입을 선사한다.
7. 포도를 화덕에 천천히 훈제해 건포도처럼 수분은 날리고 당분은 응축시킨 뒤 거봉, 라임 캐비아, 바질 잎, 올리브유 등을 함께 넣은 포도 화채 디저트.

edit 이승민 — photograph 이과용, 박상국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리코타타라곤뇨키 만들기 감자가 함유되어 더욱 쫄깃한 식감의 뇨키. 부드러운 풍미의 리코타 치즈와 달콤쌉싸름한 타라곤을 더한 색다른 레시피를 소개한다.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다. © Tony Briscoe 리코타타라곤뇨키 뇨키를...
3박 4일 로마 미식 여행 – 셋째 날 로마 미식 여행 셋째 날 3RD DAY - Vatican edit 김옥현 — photograph 김재욱 — cooperation 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 호텔엔조이(www.hotelnj...
동무밥상 @정동현 젊음이 노래하고 혈기가 들끓는 합정동 뒤편에 동무밥상이란 순한 이름을 가진 식당이 있다. 그러나 그곳에 가면 베일 듯한 눈매에 두꺼운 손마디로 음식을 내놓는 요리사가 있다. 그 나이 든 요리사는 남이 만든 요리를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