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People

박지윤의 크리스마스 디너

2017년 12월 20일 — 0

지금은 바지런히 달려갈 때라고 말하는 아나운서 박지윤이 잠시 숨을 고르고 풍성한 크리스마스 만찬을 차렸다.

미식가이자 대식가
하루 48시간도 모자란 아나운서 박지윤. 그녀가 바쁜 시간을 쪼개 아침 7시부터 시작된 분주한 촬영장에 찾아왔다. 이른 시간이라 꽤 피곤할 법도 한데 앞치마를 매고 주방에 들어선 그녀는 신선한 홍합과 채소들을 보자 눈빛부터 반짝였다. 워낙 먹성 좋기로 유명한 그녀는 ‘썩은 두부’라 불리는 지독한 향의 취두부까지 섭렵했을 정도로 못 먹는 음식이 없고, 소박한 시장의 길거리 음식부터 럭셔리한 파인다이닝까지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맛을 즐긴다. “맛있는 게 없으면 차라리 굶자는 편이에요. 맛없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는 것을 죄악처럼 여기죠.” 까다로운 입맛은 아니라고 하지만 맛에 대해 특별한 기준과 기호를 가진 그녀는 분명한 미식가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좋아하고, 장 보는 일부터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든 과정에서 희열을 느껴요. 단 설거지하는 것만 빼고요.” 해외여행을 가도 그 지역의 재래시장이나 슈퍼마켓, 백화점 식료품관에는 꼭 들른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채소나 과일, 해산물을 맛보기도 하고, 특이한 향신료와 소스, 레토르트 제품들은 빼놓지 않고 사온다. 발리에 가면 케첩 마니스 소스를, 말레이시아에 가면 해물볶음면과 라면 종류를, 인도에 가면 그린 커리와 페이스트를, 더운 열대 지방에 가면 카페쓰어다처럼 연유가 들어간 달콤한 믹스 커피 종류를 챙긴다. 현재 살고 있는 이태원이라는 동네가 좋은 이유 중 하나도 희귀한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트가 바로 집 앞에 있어 언제든 신선한 고수, 펜넬 등 다양한 허브를 비롯한 향신료, 소스, 아몬드 밀크를 구매할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은 향이 강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주로 손님들을 초대했을 때 향신료를 사용한 다국적 요리를 즐겨 한다. 이때 빠지지 않는 메뉴가 과카몰레. 타코와 나초에 찍어 먹거나 바비큐에 곁들이거나 가볍게 맥주나 와인을 마실 때 안주로도 제격이다. 박지윤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생의 기억이 시작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요리를 했다. 호기심이 왕성한 꼬마 시절에는 항상 주방 근처를 얼씬거리다 채소와 나물을 다듬으며 어머니가 음식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도왔다. 그러다 보니 이미 초등학생 때 남동생의 생일상을 손수 차려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는 손맛을 물려받은 한편, 아버지로부터는 대식가 기질을 이어받았다. “집에는 항상 푸짐하게 차려 먹는 문화가 있었어요. 지금도 대식가인 남편과 함께 살아서 손이 쉴 틈이 없네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차리는 밥상도 달라진다. 연말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음식을 차리고 추석 때는 토란국과 송편을 만들며 설날에는 만두를 빚는다. 주말에 쉬는 날이면 요리를 하는데 파스타는 득도의 경지에 오른 메뉴다. 남편과 큰아이는 오일파스타를, 막내는 크림파스타를 좋아해서 결국 한 끼에 두 가지를 다 만들곤 한다고. 오늘은 주특기인 크림파스타에 명란을 넣어 고소한 명란크림파스타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미식가인 만큼 숨겨진 맛집을 잘 찾아내는 것으로도 소문이 났다. 그녀의 인스타그램만 보아도 지방마다 어떤 식당이 맛있는지 믿고 참고할 수 있을 정도. 맛집인지 아닌지 감별하는 팁을 물었다. “낯선 지역에 가면 그 지역 이름과 맛집을 조합해서 뜨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블로그 검색을 하고, 그렇게 추린 10가지 정도 리스트를 인스타그램에서 다시 검색해봐요. 파워블로거들이 홍보 목적으로 올린 사진은 딱 보면 알죠. 오히려 감각적으로 잘 꾸며진 사진보다 촌스러운 사진이 많다면 현지 주민들이 주로 가는 숨은 맛집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면 주로 다니는 동네 단골집은 어디일까 궁금했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하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코스가 있어요.” 오전 일찍 친구를 만나면 한남동 오아시스에서 브런치 메뉴를 즐기고, 저녁에 약속이 생기면 해방촌의 미수식당을 간다. 우거지를 가득 넣은 한우양지시래기찜, 겨울이면 산지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굴 요리에 막걸리부터 하이볼까지 다양한 술과 곰삭은 젓갈 밑반찬으로 배를 두둑이 채운다. 소화도 할 겸 조금 걸어 내려와 경리단길 더부스에서 2차로 맥주 한잔을 하고, 까올리포차나에서 똠얌꿍과 해물볶음면에 맥주를 마시며 3차 코스로 마무리한다. 당장에라도 이태원으로 ‘박지윤 코스’를 따라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균형 잡힌 식습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지윤은 영양학적 관점에서의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음식이 우리 몸의 에너지를 구성하는 물질을 채우잖아요. 건강은 음식으로 다스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균형 잡힌 식단만으로 식이 조절을 한다. 겉보기에는 고칼로리 음식만 즐겨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등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려고 한다는 것. 얼마 전에는 호기심에 채식을 2주일 동안 시도해보았다. 일하면서 디톡스를 병행하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했기에 그 대안으로 채식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평소 과일이나 채소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그녀가 멸치나 소고기가 아닌 채소 육수를 내서 찌개를 끓이고 우유 대신 아몬드 밀크를 마시거나 갖가지 채소만으로 카레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채식으로도 먹을 수 있는 게 많았어요. 그간 접해보지 못한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저만의 레시피도 생겼고요. 특히 채식하는 동안 예뻐 보인다는 이야기를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죠.” 체중이 눈에 띄게 확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몸이 가볍고 마음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자극적인 맛에 지쳐 있던 혀를 달래주니 미각이 섬세하게 살아나는 느낌도 들었다. “이너 뷰티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분기별로 일주일 정도 채식을 시도해볼 생각이에요.” 삶의 활기를 더해주는 방식으로서의 채식을 제안한 그녀가 마침 애플카나페를 만들기 위해 사과를 들었다. “우유와 버터를 넣지 않고 발효시킨 빵과 이 사과만으로도 맛있는 채식 한 끼를 만들 수 있죠.”

욕망의 무게중심
어느덧 방송 경력 14년 차.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독립한 지도 10년이 되었다. 쉼 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레이스 질주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녀에게 대체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느냐고 물었다. “평균 3~4시간 정도… 그러고 보니 어제 제일 많이 잤어요. 그래서 오늘 컨디션이 좋은가봐요.” 계산해보니 4시간 반이었다. 아무리 체력이 타고났다 해도 믿기 힘든 에너지다. 그녀를 이토록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단 한 번도 큰 그림이나 목표를 그려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채워가는 것이라 답했다. “프리랜서 이후로 순간순간 제게 맞다고 판단한 프로그램만 선택했고, 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어요. 그건 지나온 세월에 부끄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사소하게는 포토샵을 다루는 일부터 거창하게는 회계 일까지. “제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불평이 아니라 만족스러움에서 나오는 볼멘소리일지도 몰라요.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할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느끼거든요.” 충분히 알 만큼 알 만한 사람의 입에서 ‘모른다’는 고백이 나오는 순간이 좋다. 그 말은 진정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반성이자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현재 가장 충실한 욕망을 묻자 ‘밸런스’라는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일과 가정, 여가, 인간관계에서의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균형감.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거나 소홀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모처럼 쉬는 날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친구들을 만나죠. 방송에서 제가 대중에게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도 듣고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나눠요.” 그녀는 삶의 균형을 위해 무엇보다도 몸으로 부딪히는 현실에 대한 감각,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보려는 자기 객관화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녀의 욕망은 헛된 야망이 아닌, 그릇 위로 넘치지 않게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처럼 알차고 다부진 것이었다.

edit 이승민 — photograph 박상국 — place 스타일시드(070-4177-0313) — styling 이경남
hair & makeup 신애(멥시) — apron 잼머(02-2256-7720) — items 에잇컬러스(070-8654-3637), 이딸라(www.iittala.com)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요구르트 이야기와 활용 레시피 단순 유제품으로만 알았던 요구르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활용법, 그리고 요구르트로 만든 근사한 레시피까지. © 이과용 History&Nutrition 요구르트는 우유나 산양유 등 포유동물의 젖을 ...
프렌치어니언타르트 프렌치어니언타르트의 성공 여부는 양파의 캐러멜화에 달렸다. 참을성 있게 되도록 천천히 조리하도록 하자. recipe 재닌 레트클리프(Janine Ratcliffe) — photograph 스튜어트 오벤든(Stu...
한식의 가능성, 사찰음식 2017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푸드 트렌드인 채식과 한식이 결합된 사찰음식은 한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야다. edit 김민지 — photograph 차가연 — cook 발우공양(02-733-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