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People

권혁수의 식도락 철학

2017년 12월 12일 — 0

음식에 관해서만큼은 방대한 철학을 집대성했다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권혁수에게서 음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권혁수, 교센

교센에는 어떻게 처음 오게 되었는가.
1~2년 전쯤 아는 동생을 따라 오게 되었다. 원래 특정 음식 하나에 꽂히면 그 음식의 진짜 맛집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레스토랑을 순례한다. 회에 집중하던 때가 있는데, 이왕 먹을 거라면 정말 맛있는 곳에서 먹자는 생각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 찾아낸 곳이다.

교센은 숙성회 전문점이다. 원래 활어회보단 숙성회를 좋아하나.
활어회인지 숙성회인지 따져가며 먹지는 않는다. 각각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감칠맛이 좋고 풍미가 살아 있는 숙성회가 내 입맛에는 더 잘 맞는다.

‘먹짱’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음식을 즐기지만 한편으로 365일 다이어트를 한다고. 먹는 것을 조절하는 일이 힘들 것 같다.
모순되게 내 다이어트의 철칙은 ‘먹고 싶은 건 먹으면서 다이어트하자’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살을 많이 뺀 사람은 아니지만 가장 행복하게 다이어트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눈앞의 고칼로리 음식을 보면 ‘이거 먹으면 살찌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밀가루 음식들. 그러나 이내 머릿속에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면서 ‘살찌겠다’는 생각은 깨끗이 사라진다. 먹고 행복해하며 생활 운동을 한다.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나만의 습관이 있나?
맛 표현을 다양하고 새롭게 한다. 예를 들면 단순히 짜다, 달다가 아니라 ‘이건 맛이 귀엽군’ 혹은 ‘맛이 재기발랄하다’ 등 남들이 잘 쓰지 않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 레스토랑을 공감각적으로 기억한다. 공간의 분위기와 음악 소리, 먹은 음식의 맛, 함께 먹은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하나의 패키지처럼 모아 기억한다. 그리고 이곳의 음식은 어떤 친구랑 와서 먹으면 정말 좋겠다 등 함께 오고 싶은 사람도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으면 외로워진다.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다가 외로움을 느끼면 어떻게 해소하나.
그 음식을 포장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촬영 중 시간이 남을 때 들른 음식점이 정말 괜찮으면 다 먹고 나서 그곳의 음식을 따로 포장 구입해 동료 배우나 매니저 등 주변 사람에게 주는 식이다. 음식을 건네주며 내가 들른 곳의 요리가 정말 맛있어서 사왔다는 말로 시작해 그곳의 분위기가 어떤지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는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나.
아, 이제까지 받아본 인터뷰 질문 중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질문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다. 정말 고민되지만 단 하나만 고르라면 모둠튀김을 택하겠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 말이 있듯 튀긴 음식은 맛이 없을 수 없다. 또 모둠튀김 안에는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고구마튀김 등 여러 종류의 튀김이 포함되니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치킨도 튀김의 한 종류고 돈가스도 튀김의 한 종류 아닌가? 아까 질문을 받고 굉장히 슬펐는데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니 다시 행복해졌다.(웃음)

그렇다면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음식 장르 중에서 선호하는 것이 있나.
아까 질문만큼 너무나도 어려운 질문이다. 특히 최근 해외 출장이 잦아지면서 각국의 다양한 맛을 알게 되었다. 같은 국물 요리라도 한국의 매운탕, 중국의 훠궈, 태국의 똠얌꿍, 일본의 라멘과 우동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다는 걸 알고 난 다음에는 하나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들을 먹어볼수록 내 혀는 ‘우물 안 작은 혀’에 불과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요즘은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보는 것에 빠져 세계 맛집 탐험단이라도 꾸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해외에 나간 지 2주 가까이 되면 한식이 그리워진다. 그런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구나 싶다.

교센
삼성동에 위치한 숙성회 전문점이다. 메뉴는 코스 메뉴와 사이드 메뉴로 구성돼 있으며 코스는 죽과 장국으로 시작해 샐러드, 6가지 종류의 숙성회, 계란말이, 다양한 제철 해산물, 생선구이, 매운탕과 김마끼가 순서대로 나온다. 숙성회는 원하는 만큼 무한리필해줘 양껏 즐길 수 있다.
· 코스(1인) 4만5000원, 간장새우(10마리) 1만8000원, 스시(12피스) 2만원
·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16길 9
· 오후 6시~새벽 1시, 일요일 휴무
· 02-501-2334

edit 양혜연 — photograph 차가연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케이크를 디자인하는 여자, 김예분 초콜릿 마스터, 케이크 디자이너, 와인 소믈리에, 아동 요리, 외식 경영까지 총 5개의 요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김예분. 케이크 디자이너로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레드앙트르메를 만드는 김예...
새로운 미식의 물결 우리나라와 무려 2만km 이상 떨어진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두 대륙에서 건너온 셰프들이 꺼낸 고향의 맛. 그 이야기 속에서 앞으로 태동할 새로운 미식의 물결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파라과이 수다메리까 S...
동치미 @양진채 그녀는 그를 잃고도 음식의 맛을 느낀다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동치미 국물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물을 한 숟가락 넘기자 가슴이 찌르르 하며 열렸다. text 양진채 — illustr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