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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체코 3박 4일 와인 기행

2017년 12월 9일 — 0

체코 와인의 심장부, 모라비아로 떠난 3박 4일 와인 기행.

언덕 위에 우뚝 선 미쿨로프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마을 전경. 미쿨로프성의 지하 셀러에는 동유럽에서 가장 큰 크기의 오크통을 보관 중이다. © CzechTourism

First Day

체코 와인의 본고장, 모라비아
체코의 시인 얀 스카첼이 ‘신이 준 모라비아의 이탈리아’라 예찬한 미쿨로프 지역에서는
3세기 고대 로마 시대 때부터 와인이 생산되었다.

니즈니노브고로드, 겔젠키르헨… 한 번 들어서는 따라서 발음하기도 어려운 생소한 도시의 이름들에 매료되곤 한다. 철자 하나씩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야만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이름. 그래서인지 체코의 수도 프라하가 아닌, 그로부터 남동쪽으로 약 240km 떨어진 모라비아Moravia라는, 태어나 처음 들어본 지명을 들었을 때 내심 반겼는지도 모른다. 모라비아 안에서도 오스트리아 국경과 인접한 남부 지역, 즈노이모Znojmo, 미쿨로프Mikulov, 레드니체Lednice, 발티체Valtice 등의 낯선 도시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다. 목적은 뚜렷했다. 체코의 와인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우리에게 ‘체코’ 하면 맥주가 더 친근하다. 필스너우르켈과 코젤처럼 깔끔하면서 홉의 쓴맛이 살짝 느껴지는 필스너 맥주 말이다. 라거 계열을 대표하는 필스너가 처음 만들어진 곳이 바로 체코의 플젠Plzen 지역이다. 게다가 체코는 맥주 소비량이 1인당 144L로 전 세계에서 1위다. 이에 비해 1인당 소비량 20L인 와인이 그에 대적하기는 어렵다(물론 한국의 1인당 와인 소비량이 1L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단순히 양으로만 비교할 수는 없다. 와인은 기나긴 숙성의 시간을 빌려야 하는 ‘신의 물방울’이지 않은가. 맥주를 폄하하고자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체코 와인의 가치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모라비아로 향했다. 체코 와인의 96% 이상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라비아 사람들은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화이트 아니면 레드 마실래요?” 질문부터 와인 외에 다른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집집마다 김장철에 김장을 담그듯, 모라비아에서는 마당에 포도나무를 심고 지하 저장고에 와인을 숙성시켜 마실 정도로 와인은 그들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모라비아 와인 생산량의 60%가 화이트 와인이라는 것이다. 특히 모라비아 리즐링Riesling은 2014년 샌프란시스코 인터내셔널 와인 대회에서 1500개 이상의 와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화이트로 선정되었고, 히베르날Hibernal은 2017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화이트가 생산된다. 그렇다. 이제는 체코 화이트 와인의 진가를 알아야 할 때가 왔다. 부푼 기대를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터키항공을 타고 이스탄불을 경유해 프라하의 바츨라프 하벨 공항(Václav Havel Airport)에 도착했다. 체코의 10월은 완연한 가을의 절정이었다. 가로수는 단풍이 짙게 들고 거리에도 낙엽이 제법 쌓여 있었다. 프라하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라비아를 향해 다시 차로 3시간 정도 이동했다.

모라비아는 크게 네 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즈노이모, 미쿨로프, 벨케 파블로비체Velke Pavlovice, 슬로바코Slovacko. 우선 모라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즈노이모로 향했다. 체코에서 매년 가장 큰 와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곳은 오래전부터 총 30km에 달하는 지하 미로를 와인 저장고로 사용했다고 한다. 마을 중심에 우뚝 선 푸른 청동의 즈노이모 탑을 둘러본 뒤 와이너리 투어의 첫 여정으로 비노 호르트Vino Hort 와이너리에 방문했다. 체코에서 로제 와인의 ‘무관의 왕’으로 알려진 이르지 호르트Jiři Hort 씨가 문 앞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피노누아, 메를로, 블라우프렌키시Blaufränkisch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을 매년 3월에 출시하는데 이날은 람펠베르그Lampelberg에서 작년 늦게 수확한 메를로 로제 와인을 제공했다. 붉은 과실 향이 코끝으로 전해지며 와인이 부드러운 크림을 머금은 것처럼 입안에 감돌았다. 비노 호르트는 레드 와인의 경우 체코가 아닌 프랑스 랑그도크Languedoc 지방의 포도밭에서 생산한다. 이곳이 레드 품종을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왜 체코는 레드보다 화이트가 더 강세인지 궁금해졌다. 여기뿐만 아니라 모라비아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화이트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이유는 바로 기후와 지형 때문이다. 보통 포도 재배의 한계를 북위 50도로 간주하는데 체코는 북위 49도에 위치한다. 따라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지방에 비해 여름이 짧고 기후가 춥다. 또한 큰 산이 없고 낮은 구릉이 펼쳐지는 지형 덕분에 화이트 품종이 자라기에 더 적합한 것이다.

해가 질 무렵 두 번째 행선지로 향했다. 체코 시인 얀 스카첼Jan Skácel이 ‘신이 준 모라비아의 이탈리아’라 예찬한 바 있는 미쿨로프다. 3세기 로마 시대 때부터 와인이 생산되었다는 와인 역사상으로도 유서 깊은 고장이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해서 그런지 마을은 적막에 가깝도록 고요했다. 가이드를 따라 체코 최초의 왕가인 오타카르 프르제미슬 1세가 지은 미쿨로프성을 방문했다. 지하의 와인 셀러에 들어가니 한쪽 벽면을 전부 가릴 정도의 거대한 오크통이 눈앞에 보였다. 1643년에 제작된 것으로 동유럽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높이는 6.2m, 지름 5.2m. 무려 10만1400L의 와인을 담을 수 있다니 대체 어느 정도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하루에 2L씩 와인을 마신다고 가정하면, 오크통 속 와인을 다 비우는 데 족히 140년 가까이 걸린다. 평생을 마셔도 남는 양이다. 부질없는 계산을 해보며 저녁 식사를 위해 성 근처의 포드 코짐 흐라드켐Pod Kozím Hrádkem으로 향했다. 석회질 암벽이 그대로 드러난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니 체코 전통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이 흥겨운 연주와 노래로 크게 환영해주었다. 이곳의 주인장인 미할 솔라리크Michal Solařík가 만든 피노그리 와인은 베이컨을 만 돼지 안심 요리와 정말 잘 어울렸다. 체코에서는 화이트 와인에 조린 양파를 ‘젤리’라 부르는데 이를 고기와 곁들이니 입안을 상큼하게 돋우며 고기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고기보다 새콤달콤한 젤리에 마음을 뺏겼다. 석회암 동굴을 가득 채운 모라비아의 전통 멜로디와 깊은 와인 향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Second Day

팔라바와의 운명적인 만남
팔라바를 비롯한 체코 토착 품종의 화이트를 시음해볼 수 있었던 팔라브스카 갈레리에 빈 우 베누셰의 공간.

날이 밝기 전에 체코어로 ‘거룩한 산(Holy Hill)’을 뜻하는 스바티 코페체크Svatý Kopeček 언덕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해발 363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정상까지 약 1.2km의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야 한다.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순례길을 떠올리게 한달까. 언덕 꼭대기에는 청동의 돔 지붕으로 된 교회와 종탑이 서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언덕 위의 그림 같은 교회 앞에서 미쿨로프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니 어쩐지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침 산책을 다녀오고 나서 바로 파블로프Pavlov로 향했다. 미쿨로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마을이다. 19개 가옥과 와인 셀러를 보존 지구로 관리하는 덕분에 동네를 천천히 둘러보며 와인을 시음해보기에 좋다. 길을 걷다 문이 열려 있는 팔라브스카 갈레리에 빈 우 베누셰Pálavská Galerie Vín U Venuše에 들어가보았다. 앳된 얼굴의 소믈리에가 테이스팅을 도와주며 체코의 토착 품종인 팔라바Palava를 추천해주었다. 팔라바는 독일에서 주로 재배하는 뮐러 투르가우Müller-Thurgau와 포도 품종의 어머니로도 불리는 로터 트라미너Roter Traminer를 교배한 품종이다. 지역 이름인 팔라바를 본떠서 지은 이 품종을 발견한 것은 이번 여정에서 얻은 최고의 행운이다. 열대 과실의 싱그러운 향과 부드러운 질감, 깔끔한 산도의 조화로움이 그야말로 완벽했다. 체코의 화이트를 추천해달라면 주저 없이 리즐링보다 팔라바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것이다. 또 다른 와이너리를 찾기 위해 파블로프에서 차로 30분 거리 떨어진 체이코비체Čejkovice로 이동했다. 이 마을의 와인 역사는 13세기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십자군 전쟁 때 성지 순례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템플기사단에 의해 와인 기술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템플기사단의 와이너리, 이름하여 템플라르스케 스클레피 체이코비체Templarske Sklepy Čejkovice 건물에는 그들의 상징인 붉은색 십자가가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프랑스에서 결성된 템플기사단은 종교 의식에 필요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와이너리를 세웠고 이때 프랑스의 포도 재배 방식과 와인 양조 기술이 자연스럽게 전수되었다. 14세기 초 템플기사단은 프랑스 왕 필립 4세에 의해 이단으로 간주되어 결국 해체되었지만 어쨌건 이들이 조성한 거대한 지하 셀러는 현재 포도밭 2100ha에 연간 600만 병을 생산하는 체코 최대의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와인 라벨에는 십자군을 상징하는 붉은 문양이 찍혀 있다.

그림 같은 교회와 종탑이 자리한 스바티 코페체크 언덕에 오르면 미쿨로프 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끝으로 ‘아름다운 언덕’이라는 뜻을 지닌 크라스나 호라Krásná Hora를 방문했다. 새하얀 박공지붕의 집에 작은 정사각형 유리 블록이 간간이 박혀 있는 모던한 외관부터 인상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번이나 건축상을 받은 와이너리라고 한다. 가족이 경영하는 5ha 면적의 소규모 농장이지만 체코의 미쉐린 레스토랑을 비롯해 영국 미쉐린 레스토랑 한 곳에도 와인을 납품할 정도의 내실 있는 곳이다. 화학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도를 재배하는 바이오 농법으로 건강한 와인을 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시음해본 와인 중에는 샤르도네 배럴 셀렉션이 인상적이었다. 말린 레몬과 오렌지 껍질의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템플라르스케 스클레피 체유코비체의 와인 라벨에는 십자군을 상징하는 붉은 십자가 문양이 새겨있다. © Templarske Sklepy Čejkovice

Third Day

성 속의 와인 살롱
© Valtice Castle Wine Salon

체코 최고의 와인 산지로도 손꼽히는 동시에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 국경 가까이 위치한 레드니체〮·발티체 지역이다. 유럽의 명문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던 레드니체성은 입구에서부터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뽐내고 있었다. 17세기 후반 빈 건축가 요한 베른하르트 피셔 폰 에를라흐가 바로크 양식으로 개축했고, 19세기에 다시 영국 튜더 스타일의 네오고딕 양식으로 재건한 것이다. 시대별로 다르게 더해진 건축 양식을 살펴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성 건축물도 건축물이지만 199m2 규모의 사치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게 꾸민 정원은 이 성이 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절로 납득하게 만들었다. 레드니체 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려한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발티체성이 있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모라비아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성안에 체코 국립와인센터가 있어 매년 체코를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 100개를 선정하고, 지하의 와인 살롱에서 90분, 150분 시간별로 이용료를 내고 이 와인들을 무제한으로 시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라비아 와인을 맛볼 지상의 천국과도 같다. 각 와인마다 와인의 품종과 생산 연도, 알코올 도수, 산도, 당도 등 자세한 정보를 담은 배너가 비치되어 있어 체코 와인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체코의 최고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마음껏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하나씩 차근차근 시음해보았다. 이전까지 와인의 맛은 단지 드라이한 것과 아닌 것 정도로 분류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와인을 시음해보니 생산 지역과 품종은 물론 포도를 재배한 시기와 숙성 기간에 따라서도 맛과 향에 미세한 차이를 낸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체코 와인의 매력 속에 조금씩 빠져들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는데 어느새 모라비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레드니체성의 아름다운 정원은 약 200m2 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Forth Day

체코의 전통음식
손베르크 와이너리는 사방이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태양이 포도밭을 고루 비추는 최적의 와인 재배 조건을 갖췄다. 볏짚 위에서 6개월 동안 말린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손베르크의 스트로 와인이 지닌 꿀향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손베르크 와이너리는 사방이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태양이 포도밭을 고루 비추는 최적의 와인 재배 조건을 갖췄다. 볏짚 위에서 6개월 동안 말린 포도를 발효시켜 만드는 손베르크의 스트로 와인이 지닌 꿀향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길고도 짧았던 와인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할 행선지는 손베르크Sonberk다. 독일어로 ‘태양이 비치는 언덕’을 의미하는 손베르크는 그 이름처럼 사방이 완만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그림자 지는 곳 없이 태양이 포도밭을 고루 비추는 와이너리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따듯한 바람까지 와인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듯 보였다. 이들의 주력 와인은 리즐링, 소비뇽 블랑 그리고 역시 팔라바이다. 리즐링 2015년산과 2012년산을 비교해서 시음해보았다. 2015년 리즐링은 풋풋한 시트러스 과일 향에 미네랄의 풍미가 느껴졌고, 더 오래 숙성된 2012년 리즐링은 확실히 달콤한 벌꿀집 향이 살짝 전해졌다. 리즐링의 숙성된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 그 귀하다는 스트로 와인도 맛보았다. 볏짚 위에서 6개월 동안 말린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스트로 와인은 당분이 농축되어 꿀 향 가득한 달콤한 맛을 냈다.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모라비아를 떠나 출국하기 전에 다시 프라하를 들렀다. 아쉬운 마음에 2017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소개된 카페 임페리얼Café Imperial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아르데코 임페리얼 호텔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빌레로이앤보흐의 세라믹과 화려한 골드 장식으로 꾸며진 우아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런치 코스는 사슴 고기로 시작했다. 생사슴 고기로 만든 테린은 난생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지만 순대 간처럼 고소했고 무화과와 사과로 만든 처트니를 곁들이니 보다 상큼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다음 메뉴는 스비치코바Svíčková라는 소고기 요리였다. 부드럽게 브레이징한 소고기와 크랜베리잼, 크림소스 그리고 체코의 전통 빵인 크네들리키Knedlíky와 함께 먹는 요리로 체코에서 가장 흔하게 먹는 현지 가정식이라고 한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4가지의 조합이 생각 외로 입맛에 잘 맞았다. 마지막으로 새콤한 적양배추라는 뜻의 키셀라 젤리를 곁들인 오리 콩피가 나왔다.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함께 씹히는 오리의 식감과 체코의 김치라 할 수 있는 젤리의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는 가히 최고였다. 배를 채우고 나선 흐뭇한 마음으로 프라하 거리를 거닐었다. 유럽 중세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나라. 세계적인 문호이자 좋아하는 작가 밀란 쿤데라의 고향이 체코였다는 사실이 떠날 때가 되어서야 생각났다. 그의 첫 번째 장편 <농담>에서도 주인공 루드비크 얀이 오랜만에 고향(모라비아)에 오는 것으로 소설이 시작되지 않는가. 그의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 속 한 구절을 외우고 있다.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는 삶의 아름다움이나 잔혹함,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말했겠지만 오히려 모라비아의 땅을 밟고 오니 이렇게 들린다. 곧 사라질 것들은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찰나이므로, 지나가기 전에 마음껏 누리라고 말이다. 코끝을 스쳐갔던 수많은 와인의 풋풋한 시트러스 향, 매콤하게 퍼지는 계피 향, 눅눅하게 젖은 토양의 냄새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아, 한 잔만 더 마실걸.

프라하의 고전적인 분위기 속에서 체코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카페 임페리얼의 내부.
카페 임페리얼에서 맛본 사슴 고기로 만든 테린과 상큼한 처트니에는 싱그러운 과실향의 샤도네이를 곁들였다.
카페 임페리얼에서 맛본 사슴 고기로 만든 테린과 상큼한 처트니에는 싱그러운 과실향의 샤도네이를 곁들였다.

FIRST DAY

비노 호르트
Leska 69, 671 82 Dobšice
+420-602-149-445

미쿨로프성
Zámek 1, 692 15 Milulov
+420-519-309-014

포드 코짐 흐라드켐
Kozí hrádek 1, 692, Mikulov
+420-773-910-062

SECOND DAY

팔라브스카 갈레리에 빈 우 베누셰
Česká ulice 252, 692 01 Pavlov u Mikulova
+420-733-644-183

템플라르스케 스클레피 체이코비체
Na Bařině 945, 696 15 Čejkovice
+420-518-309-011

크라스나 호라
Starý Poddvorov 360, 696 16 Starý Poddvorov
www.krasnahora.com

THIRD DAY

레드니체성
Zámek 1, 691 44 Lednice
+420-519-340-128

발티체성
Zámek 1, 691 42 Valtice
+420-519-352-423

발티체 와인 살롱
Zámek 1, 691 42 Valtice
+420-519-352-744
FORTH DAY

손베르크
Sonberk 393, 691 27 Popice
+420-777-630-434

카페 임페리얼
Na Poříčí 15, 110 00 Nové Město
+420-246-01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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