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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들의 은밀한 사생활

2017년 11월 15일 — 0

양출 셰프가 주방에서 대하마파카레를 만드는 동안 벌어지는 식재료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목격했다.

찜질하는 달걀

밥과 카레 위에 살포시 올라갈 부드러운 반숙이 되고자 달걀들이 찜질통에 사이좋게 들어갔다. 해수욕장의 뜨거운 모래밭에 몸을 묻어 모래찜질을 하는 아이들처럼 쌀통에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찜질을 즐기는 달걀들. 곧 뜨거운 물에 빠지게 될 운명을 알고 있을까?


다이빙하는 멸치

깊고 풍부한 카레 맛의 비결은 육수에 있다. 무와 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어오른 국물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주인공인 멸치가 비장한 표정으로 다이빙대에 올라섰다. 막상 냄비 속으로 떨어지기가 겁이 났는지 한두 번 뻗대는 척하며 시간만 끈다.


태닝하는 새우

기름이 끓는 잠깐의 틈을 타 새우는 튀김가루 속에 온몸을 파묻었다. 한낮의 태양 아래 시원한 과일 주스를 한 잔 옆에 두고 태닝을 하며 막바지 휴가를 보낸다. 바삭한 튀김옷을 입고 나면 고소한 카레 향이 솔솔 풍기는 덮밥 위를 멋지게 장식할 예정.


보드 타는 고구마

단맛 강한 자색고구마도 카레 만들기에 합류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보아하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양출 셰프가 소스를 자작하게 졸이기 위해 꺼내놓은 전분가루를 어느새 도마 위에 흩뿌려놓고는 남몰래 보드를 탄다.


불 위의 파프리카

뜨거운 불에 껍질이 까맣게 타버린 빨간 파프리카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금이야 몸에 검댕이 잔뜩 묻은 것처럼 지저분해 보이지만 잠시 뒤 물에 들어가면 아주 말끔하게 껍질이 벗겨질 것이다. 남은 파프리카도 불 위에 오른 친구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린다.


양파 써는 양파

카레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숨은 주인공 양파는 요리하랴 손님 맞이하랴 한시도 쉴 틈 없이 분주한 양출 셰프를 돕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재료 준비에 나섰다. 껍질을 한 꺼풀 벗고 칼을 들어 썰기 시작하는데 매워서 자꾸 눈물이 나온다.

edit 이승민 — photograph 이과용 — styling 양출(양출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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