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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나주 미식 여행

2017년 11월 9일 — 0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3味의 도시, 나주에서의 1박 2일.

first day

LUNCH -100년 역사의 나주곰탕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주곰탕 하얀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광경이다. 큰 가마솥에선 쉴 새 없이 곰탕이 끓고 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주곰탕 하얀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광경이다. 큰 가마솥에선 쉴 새 없이 곰탕이 끓고 있다.

나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사실을 고백하자면 부끄럽게도 나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나주시는 전주시와 함께 전라도의 이름을 구성할 만큼 거점 도시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주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등학교 한국지리 시간에 배웠던 영산강과 나주평야, 곰탕, 나주배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여행을 떠나는 당일 아침 가을비 소식이 들려왔다. 비는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다소 아쉬웠지만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여행 테마를 차분한 느낌의 가을 여행으로 정했다. 그렇게 나주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나주에 다다르자 드넓은 논이 펼쳐졌다. 과연 호남의 최대 곡창 지대다운 풍경이었다. 속이 꽉 차 무거워진 벼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주의 첫 목적지는 나주곰탕 골목. 나주곰탕은 100여 년 전 열렸던 5일장의 상인과 서민들을 위해 만든 국밥에서 유래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나주의 향토 음식이다. 다른 지역의 곰탕은 소뼈를 많이 넣고 끓여 육수가 뽀얗지만 나주의 곰탕은 소뼈를 적게 넣고 양지, 사태 등을 많이 넣어 국물이 맑은 것이 특징이다. 나주곰탕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4대에 걸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나주곰탕 하얀집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 쪽에 자리한 주방의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쉴 새 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수북이 쌓여 있는 수육은 육수에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메뉴는 곰탕, 수육곰탕, 수육 3가지뿐. 수육곰탕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얼마 되지 않아 곰탕이 차려졌다. 잘 토렴된 밥, 투명한 국물 속 국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푸짐한 수육, 그 위에는 약간의 송송 썬 파와 달걀지단, 고춧가루가 무심한 듯 올려져 있었다. 기름장을 찍어 먹는 수육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고 육수는 적절한 간에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눈 깜짝할 새 한 그릇을 비웠다. 우중충한 날씨와 가을비로 공허했던 속이 든든하고 뜨뜻해졌다. 나주에서의 만족스러운 첫 식사였다. 나주는 영산강과 비옥한 토지로 인해 2000년 전부터 문화가 융성하게 발달한 지방이었다. 특히 나주읍성은 안동 향리와 함께 전국에서 유능한 지방 관리로 명성을 날렸다. 천년 동안 전남의 행정·군사·경제·문화의 중심 도시였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고려 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전라도를 다스렸던 사대문, 관아, 향교 등 유서 깊은 문화재들이 도시 곳곳에 퍼져 있다. 나주곰탕 하얀집 주변에도 나주의 유명 문화재들이 모여 있어 산책 겸 둘러보기로 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금성관은 조선 시대 객사로 사용되던 곳이다. 객사는 고려와 조선 시대 지방 관청 건물로 이곳에서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관리들이 모여 왕께 충성을 다짐하는 망궐례를 치렀다고 전해진다. 일제강점기에는 이곳에 모여 의병 활동을 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는 시민들이 모여 주먹밥과 음료를 나눠 주기도 한 곳으로 현재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주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나주목문화관에 들렀다. ‘목’은 옛 행정 구획의 명칭 중 하나로 나주읍성의 옛 모습, 목사 행차 모형 등이 재현돼 있어 옛 나주읍성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나주목문화관 앞에는 나주 관아의 정문으로 사용되던 정수루가 우뚝 서 있었다. 옛날에는 이 주변으로 목사를 보좌하던 향리들의 집무처가 늘어서 있었다고. 현재는 정수루만이 남아 그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조선 시대 객사로 사용되던 금성관 전경. 나주곰탕 하얀집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식사하고 산책 겸 둘러보기 좋다.
조선 시대 객사로 사용되던 금성관 전경. 나주곰탕 하얀집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식사하고 산책 겸 둘러보기 좋다.
수육이 푸짐하게 들어간 수육곰탕.
수육이 푸짐하게 들어간 수육곰탕.
Dinner – 특별한 구진포 장어구이
구진포 장어거리에 있는 대승장어는 뜨거운 철판 위에 먹기 좋게 구운 장어가 올려져 나온다. 특히 직접 만든 특제 소스를 발라 구운 양념구이를 추천한다.
구진포 장어거리에 있는 대승장어는 뜨거운 철판 위에 먹기 좋게 구운 장어가 올려져 나온다. 특히 직접 만든 특제 소스를 발라 구운 양념구이를 추천한다.

나주에는 영산강 유역 곳곳에 분포했던 고대 문화 자료와 1200여 점이 넘는 호남 지역 발굴 매장 문화재에 대한 수장고의 기능을 하고 있는 국립나주박물관이 있다. 나주에 사는 지인이 꼭 가보라고 추천한 곳이었다. 박물관을 가는 길에 구 나주역에 잠시 들렀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이곳에서 통학 중이던 조선인 여학생을 일본인 학생들이 성희롱해 싸움이 일어나면서 전국으로 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난 발원지이기도 하다. 나주역은 2000년대 초반까지 운영되다가 KTX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운행을 하지 않은 채 역사 기념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폐역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밀려왔다. 내부에는 새마을호와 통일호 등 당시 운행하던 열차의 시각표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2000년대 초가 곧 20년 전이 된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평일 입장 마감 시간인 5시 30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국립나주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의 상설 전시관은 크게 유물을 전시해놓은 제1전시실과 직접 체험이 가능한 제2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영산강 유역에는 8만 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해 주먹도끼나 민무늬토기 등 신석기 시대의 유물들도 전시돼 있었다. 6세기 무렵에는 마한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이 남긴 유물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름 아닌 고분이었다. 마한인들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널, 즉 거대한 항아리 2개를 이어 붙여 만든 관을 사용했다. 국사책에서만 보던 독널을 나주에서 보게 될 줄이야. 승합차보다 더 큰 항아리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고분 문화에 대한 여러 정보도 알기 쉽게 정리돼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제2전시실에는 발굴, 기증, 구입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박물관에 들어온 문화재들을 보관하는 수장고와 문화재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문화재 보존 처리 과정, 과학적인 분석 등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식 전시로 구성돼 있었다. 개관한 지 4년이 된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쾌적해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도 참 유익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영산강 하구가 둑에 막혀 자연산 장어가 많이 잡히지 않지만 나주는 예로부터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구진포의 장어가 유명했다. 특히 이곳의 장어들은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 맛이 뛰어나다고 전해진다. 구진포 장어거리에는 10여 개의 장어 요리 식당이 모여 있다. 여러 식당 중 4년 연속 전라남도 장어 요리 명가로 지정된 대승장어로 향했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1인분씩 주문했다. 상 위에 빈 공간이 없을 만큼 다양한 반찬이 차려졌다. 오도독거리는 식감이 재미있는 장어뼈 튀김을 다 먹어갈 때쯤 장어구이가 나왔다. 대승장어는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장어구이가 철판 위에 올려져 나와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리 초벌을 해두지 않고 주문 즉시 초벌을 해 더욱 싱싱한 장어를 먹을 수 있다. 국산 천일염으로 구운 소금구이도 맛있었지만 한약재 향이 은은하게 나는 양념구이가 특별했다. 비법을 여쭤보니 장어 머리를 고아 만든 육수에 마늘, 생강, 당귀, 감초 등을 더해 만든 특제 소스를 발라 굽는다는 사장님의 답변이 돌아왔다. 명이나물에 올려 마늘과 생강 채를 넣어 싸먹으니 느끼하지 않아 자꾸만 장어에 젓가락이 갔다. 대승장어의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장어탕이다. 뚝배기에 얼큰하게 끓여 나오는 장어탕은 장어살과 쫄깃한 내장이 듬뿍 들어 있어 흰 쌀밥을 부르는 맛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주의 숙소인 목사내아로 향했다. 목사내아는 조선 시대 나주 목사의 살림집으로 요즘으로 치면 도지사의 관사다. 복원 작업을 거쳐 2009년부터 나주시에서 전통문화체험공간으로 한옥 스테이처럼 운영하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체험해볼 수 있어 나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second day

Breakfast – 카페 공간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
소나무가 우거진 드들강솔밭유원지 전경.
소나무가 우거진 드들강솔밭유원지 전경.

이른 시각, 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아침을 알렸다. 부슬비와 함께 목사내아의 아침을 맞이했다. 고요한 대청마루에 앉아 넓은 마당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치 조선 시대 대감이 된 기분이었다. “게 누구 없느냐, 이리 오너라!”를 한번 외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도 아쉽다. 뒷짐을 지고 드넓은 마당을 걷다가 한구석에서 500년도 더 된 벼락 맞은 팽나무를 발견했다. 한자리에서 나주 500년 역사를 지켜봤을 테지. 목사내아에서 나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나주향교를 향해 걸었다. 지금으로 치면 대학교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학문을 배우던 공간과 기숙사 공간이 나누어져 있는데 규모와 건축 양식 면에서 조선 후기 향교 건축을 대표하는 곳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많은 유학자들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나주시는 크게 중심에 위치한 나주역 부근을 나주읍성권과 영산포 근대문화권으로, 나주시 동쪽에는 신도시라 할 수 있는 빛가람혁신도시로 분류한다. 아침을 먹기 위해 혁신도시의 카페 공간을 찾았다. 호수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카페 공간은 오픈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각종 인증샷으로 SNS를 뜨겁게 달구는 로스터리 카페다. 높은 천장과 차분한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에 곳곳에 식물을 두어 편안함을 더했다. 각종 커피 추출 도구와 로스팅 기계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첫 손님이었다. 아침이라 과일과 그래놀라가 듬뿍 들어간 요거트볼과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훈남 사장님이 주문과 동시에 내리기 시작한 커피의 향이 카페 전체에 퍼졌다. 예상대로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사장님께 나주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전라남도 산림자원 연구소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카페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다. 전라남도 산림자원 연구소는 넓은 삼림욕장과 길게 나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 사계절 빼어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부슬비까지 더해져 진정한 가을이 왔음을 실감했다. 아름다운 경관 때문인지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이 꽤 보였다. 젊은 커플부터 가족 단위 관광객들까지 나무 아래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정답게 느껴졌다. 빽빽한 나무들을 보며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메타세쿼이아길을 걷고 또 걸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나주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기도 하는 드들강 솔밭유원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나주 10경에도 속하는 곳이다. 정자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며 강변에 서 있는 소나무의 기품을 느낄 수 있었다. 도시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광경을 자랑하면서 취사까지 가능한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이 내심 부러웠다. 캠핑에는 숯불에 구워 먹는 고기가 제격인데. 꿩 대신 닭이라고 캠핑을 할 수 없으니 나주에서 가장 유명한 돼지불고기집인 송현불고기로 발걸음을 옮겼다.

혁신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공간. 그래놀라가 듬뿍 들어간 요거트볼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제격이다.
혁신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공간. 그래놀라가 듬뿍 들어간 요거트볼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제격이다.
LUNCH – 내 밥을 훔쳐간 숯불 돼지불고기
송현불고기의 한 상 차림. 사진에 보이는 불고기가 1인분이다.
송현불고기의 한 상 차림. 사진에 보이는 불고기가 1인분이다.

송현불고기는 나주를 찾는 관광객뿐 아니라 나주 시민들도 즐겨 찾는 40년 전통의 연탄 돼지불고기집이다. 나주 3미에는 나주 곰탕,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가 속하지만 여기에 전통 한정식집과 송현불고기를 넣어 나주 5미로 치기도 할 만큼 유명한 곳이다. 메뉴는 불고기 단일 메뉴. 주문 즉시 얇게 저민 삼겹살과 목전지에 춘장과 배를 넣은 수제 양념장을 발라 800℃ 연탄불에서 직접 고기를 굽는다. 2인분을 주문했다. 깔끔한 된장국, 상추 등 한 상이 차려진 뒤 접시 한가득 돼지불고기가 올려져 나왔다. 2인분인 줄 알았는데 1인분이란다. 식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접시를 먹어갈 때쯤 한 접시를 더 주시겠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참 따뜻하고 감사한 말이었다. 상추 위에 윤기가 반질반질 흐르는 돼지불고기를 한 점 올리고 밥과 된장을 얹은 뒤 쌈을 싸 한입에 넣었다. 입안 가득 숯불 향과 고소한 맛이 퍼졌다. 불고기에 돼지 껍데기가 붙어 있어 쫄깃한 식감도 느껴졌다. 쌈을 싸먹어도, 그냥 먹어도 맛있는 밥도둑이었다. 그렇게 밥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전날 가려다 시간이 촉박해 가지 못한 영산강 황포돛배 선착장으로 향했다. 과거 영산강 물길을 이용해 쌀, 소금, 미역, 홍어 등 생필품을 실어 나르던 배의 돛을 황토로 물들였던 것에서 유래한 배가 황포돛배다. 1970년대에 상류에 댐이 생기고 영산강 하굿둑이 만들어지면서 그 자취를 감추었다. 나주시에서는 이를 부활시켜 직접 배를 타고 당시 시대를 체험해볼 수 있는 이색 체험 코스도 만들었다. 한발 나아가 나주의 배를 먹으며 나주의 배를 타는 코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황포돛배는 10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배를 운항하고 있었다. 10km에 달하는 코스로 소요 시간은 55분. 구명조끼를 입고 떨리는 마음으로 승선했다. 영산포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을 들으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영산강의 경치를 느낄 수 있었다. 배에서 내려 주변을 걸었다. 일본식 건물이 유독 많이 보였다.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일본인들이 나주에 거주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호남 지역 최대 일본인 지주 중 한 명이었던 쿠로즈미 이타로의 저택을 찾았다. 나주시에서 만든 관광 지도에서는 일본인 지주가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다. 사전 조사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만 해도 1930년대에 일본에서 직접 목재와 기와 등 건축 자재를 들여와 만든 건물이며 현재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는 정보뿐이었다. 외관 구경을 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2009년 나주시에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나주시노인복지관 별관이 됐다는 사실이었다. 작은 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간은 노인복지관에서 전통 찻집 다향으로 운영하고 있어 누구나 내부 구경도 가능하다. 입구부터 영락없는 일본이었다. 1인 3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다다미방에서 전통 다도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여러 종류의 차들 가운데 녹차를 선택했다. 상주하는 복지사가 직접 차를 내리는 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셨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니 1박 2일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큰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 될 줄이야. 다음에 나주를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찾아올 것이다.

나주시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전통 찻집 다향. 외관부터 내부까지 일본 가옥을 그대로 살렸다.
나주시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전통 찻집 다향.외관부터 내부까지 일본 가옥을 그대로 살렸다.
DINNER – 영산포 홍어거리에서 3미를 외치다
산포 홍어거리에 위치한 홍어 1번지의 홍어 6단계 한상 차림. 숙성 단계에 따라 도전해볼 수 있다.
산포 홍어거리에 위치한 홍어 1번지의 홍어 6단계 한상 차림. 숙성 단계에 따라 도전해볼 수 있다.

나주에 왔으니 나주 3미는 다 먹고 가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마지막 남은 하나는 홍어였다. 영산포는 숙성 홍어의 본고장으로 불린다. 600년 전부터 삭힌 홍어를 먹었다. 좀전에 등장했던 황포돛배로 생필품을 나르던 시절, 홍어의 고향 흑산도에서 영산포까지는 뱃길로 5일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처럼 냉동 보관 기술이 없어 운송 도중 홍어가 숙성이 되었다. 특유의 알싸한 맛이 영산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그렇게 삭힌 홍어의 600년 역사가 시작됐다. 영산포 홍어거리에 내리자마자 거리에 떠다니는 홍어의 냄새 분자가 콧속으로 몰려왔다. 평소 홍어를 즐겨 먹지 않아 조금 두려웠지만 용기를 내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저기 많은 홍어 전문점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홍어를 삭힘 단계에 따라 6단계로 맛볼 수 있는 홍어 1번지로 향했다. 대부분의 식당은 수입산과 국내산으로 구분해 가격 차이를 둔다. 홍어무침, 삼합, 튀김, 전, 찜, 애로 구성된 홍어정식을 주문했다. 1단계의 홍어무침과 삼겹살 수육, 김치, 홍어회를 싸먹는 2단계 삼합까지는 괜찮았다. 홍어는 열을 가할수록 톡 쏘는 맛과 향이 세진다. 예쁘게 세팅된 홍어찜과 홍어전, 홍어튀김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나의 도전은 2단계에서 그쳤다. 아아,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홍어. 그렇게 나주의 3미를 모두 정복했다. 뿌듯했다. 어느덧 영산강은 빨간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신석기 시대부터 마한, 고려, 조선 그리고 일제 강점기 까지, 나주에서 보낸 짧지만 길었던 1박 2일이 그렇게 마무리됐다. 서울로 돌아가는 내내 차 안에서는 옷과 머리에 밴 홍어 냄새가 폴폴 풍기고 있었다.

나주 목사내아의 야경.
나주 목사내아의 야경.

first day

나주곰탕 하얀집
곰탕 9000원, 수육곰탕 1만2000원, 수육 3만5000원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6-1
061-333-4292

금성관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8
061-330-8114

나주목문화관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15
061-332-5432

정수루
전남 나주시 금계동 13-18
061-330-8114

구 나주역
전남 나주시 죽림동 60-1

국립나주박물관
전남 나주시 반남면 고분로 747
061-330-7800

대승장어
장어양념구이·소금구이 2만2000원씩, 장어탕 1만원
전남 나주시 다시면 구진포로 91
061-336-1265

목사내아(금학헌)
전남 나주시 금성관길 13-8
061-332-6565

SECOND DAY

나주향교
전남 나주시 향교길 38
061-334-2369

카페 공간
요거트볼 6500원, 브루잉 커피 5000원
전남 나주시 그린로 331
061-333-5391

전라남도 산림자원 연구소
전남 나주시 산포면 다도로 7
061-336-6300

드들강 솔밭유원지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석리

송현불고기
불고기(1인분) 1만원, 공기밥 1000원
전남 나주시 건재로 193
061-332-6497

영산강 황포돛배 선착장
전남 나주시 등대길 80
061-332-1755

다향(일본인 지주가옥)
전남 나주시 영산2길 5-1
062-334-7723

홍어 1번지
홍어 6단계(2인) 5만원, 7만원
전남 나주시 영산3길 2-1
061-332-7444

edit 김민지 — photograph 박상국 — cooperate 나주시청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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