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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에 대한 모든 것

2017년 11월 8일 — 0

따뜻한 미소시루 한 그릇이 떠오르는 계절이 왔다. 일본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인 미소의 역사부터 활용 방법까지 소개한다.

미소

History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미소시루의 주재료인 미소는 일본식 된장이다. 미소의 정확한 기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의 된장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중국의 콩으로 만든 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첫 번째 설에 따르면 아스카 시대(592~710)에 조선 반도에서 일본으로 온 고려인이 한국의 된장을 유입시켰고 이것이 발전해 현재의 미소가 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 설은 753년 일본에 불교를 보급하기 위해 온 중국 승려 간진(鑑眞)이 전파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고기나 생선 조각을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켜 먹었다. 2세기 무렵 고기와 생선은 대두로 대체되었는데, 이 대두 페이스트가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설이다. 중국에서 건너온 대두 페이스트는 현지화를 거치며 일본만의 스타일로 변화했고 이것이 미소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초기의 미소는 ‘고쿠비시오(穀醤)’ 혹은 ‘미쇼(未醤)’라고 불렸다. 지금의 명칭인 ‘미소(味噌)’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은 헤이안 시대(794~1185)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새로운 이름은 901~908년 사이 출간된 것으로 알려진 역사책인 <산다이 지주로쿠라>에서 처음 언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헤이안 시대 때 미소는 서민에게는 보급되지 않고 왕족이나 귀족 등 극소수 계층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였다. 헤이안 시대 중기인 11세기 초, 여성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가 왕족과 귀족들의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해 쓴 소설 <겐지 이야기>에는 귀족들이 개최하는 야간 파티를 묘사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식사 요리로 전복미소구이, 미소에 절인 가지, 미소로 마리네이드한 도미 요리 등이 등장한다. 가마쿠라 시대(1180년대~1333년)에 이르러서는 대두 알갱이가 살아 있는 형태였던 미소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으깬 페이스트 형태로 바뀌었다. 이 시기 승려들은 생선, 채소 등에 미소를 넣고 조린 요리인 ‘미소니’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는 등 절을 중심으로 미소를 이용한 요리가 발달했다. 오늘날 미소로 만든 가장 대표적인 요리인 미소시루 역시 이 시기에 등장했다.

이후 무로마치 시대(1336~1573)에 접어들며 국가 차원에서 대두 재배를 장려했고 이에 따라 대두 생산량과 함께 미소 생산량이 증가했다. 자연스레 미소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보급되었고 미소를 이용한 요리는 더욱 다양해졌다. 두부, 구운 채소 등의 윗면에 미소 소스를 바른 요리인 덴가쿠도 이 시기에 탄생했으며 당시 발간된 많은 요리책에서 미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했다. 센고쿠 시대(15세기 후반~16세기 후반)에 미소는 전투 식량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소를 병사들 음식의 조미료 겸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사용했는데 휴대를 위해 병사들은 미소를 동그랗게 빚어 말리거나 구운 후 대나무 껍질이나 천으로 싸서 가지고 다녔다. 이는 현대의 인스턴트 미소시루의 시초이기도 하다. 최초의 공업적 미소 제조 시설로 여겨지는 미소 공방 역시 이때 등장했다. 당시 통치자였던 다테 마사무네(1567~1636)는 오엔소구라라는 최초의 미소 공방을 성 안에 세우고 병사들에게 미소를 직접 만들어 공급했다. 다테 마사무네는 조슈마카베군(현 이바라키현) 출신의 미소 제조 전문 기술자 마카베야 이치베를 파격적인 대우로 초빙해 미소 제조를 의뢰하기까지 했다. 마카베야 이치베는 쌀과 콩을 함께 사용해 만드는 고메미소 제조에 능한 기술자였다. 고메미소는 쌀의 탄수화물과 콩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어 전투 식량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했다. 마카베야 이치베는 고메미소 생산에 그치지 않고 쌀누룩을 사용하되 보다 염도가 높은 센다이미소 제조법을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한 센다이미소는 높은 염도 덕분에 보존 기간이 길어 전투 식량으로 크게 각광받았다.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를 통일하며 에도 시대(1603~1867)를 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를 막부 본거지로 두었다. 술, 간장, 미소 등 여러 식재료가 각기 다른 지방에서 에도로 유입되었고 미소는 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출신지인 미카와노쿠니(현 아이치현 동부)에서 생산된 신슈미소가 반입되었다. 18세기 들어 에도는 인구 50만에 육박하는 대도시로 성장했고 자연스레 미소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나 미소 제조 업체도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 역시 미소시루를 보편적으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소를 이용한 음식 역시 더욱 발전했다. 미소를 이용한 음식들이 보편화 되며 미소는 일본인들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Process of Making Miso
미소는 대두에 누룩과 소금을 섞은 후 이를 발효시켜 만드는 일본의 대표적인 양조 조미료다. 누룩은 쌀, 보리, 대두 등을 삶고 발효시켜 만든다. 삶아서 간 대두에 누룩, 소금을 섞어 통에 넣고 30~38℃의 온도에서 발효시키는데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오늘날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소들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발효시켜 만든다. 짧은 숙성 기간으로 인해 부족한 풍미, 색상 등은 첨가물을 이용해 보완한다.

Type of Miso
미소의 종류는 크게 색상과 사용하는 누룩의 종류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색상은 숙성 기간과 사용 원료에 의해 달라진다. 사이쿄미소, 후추미소, 사누키미소가 속해 있는 시로미소는 숙성 기간이 짧은 미소로 염분 농도가 낮고 색상도 연하다. 아카미소는 시로미소에 비해 숙성 기간이 길어 염분 농도가 높고 색상이 진하다. 마메미소, 센다이미소, 쓰가루미소가 여기에 해당된다. 단쇼쿠미소는 아카미소와 시로미소의 중간쯤 되는 미소로 신슈미소 등이 이에 속한다. 미소 제조에 이용된 누룩에 따라서는 크게 쌀누룩을 넣어 만든 고메미소, 보리누룩을 넣어 만든 무기미소, 콩누룩을 넣어 만든 마메미소, 그리고 두 종류의 누룩을 혼합하거나 여러 종류의 누룩을 넣어 만든 초고미소로 나눌 수 있다.

Storage
미소는 각종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식재료다. 개봉 후 산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밀봉한 후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제품 본연의 향과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유통기한 내에 모두 소비하는 것이 좋다.

Nutrition
콩이 주재료인 미소는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B12, 아미노산, 칼륨, 마그네슘, 섬유질, 사포닌, 이소플라본, 레시틴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또한 소화와 영양소 흡수를 도와주는 각종 미생물을 포함하고 있다.

How to Eat
미소를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미소시루이다. 쌀밥과 미소시루,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곁들여 내는 상차림은 일본에서 보편적인 아침 식사 상차림이다. 그 외 미소의 종류에 따라 어울리는 요리의 종류 또한 나뉜다. 고메미소는 주로 이시카리 나베와 호토를 요리할 때 사용된다. 이시카리 나베는 냄비에 다양한 채소와 연어를 넣어 끓인 후 코메미소로 맛을 낸 홋카이도의 향토 요리이고 호토는 단호박 등 각종 채소와 두꺼운 밀가루 면을 냄비에 넣고 고메미소로 간을 한 야마나시현의 향토 국수 요리다. 아이치현에서는 마메미소에 설탕, 미림, 난황을 섞어 만든 소스를 두부에 발라 구워 먹는 두부 덴가쿠를 즐긴다. 가고시마현에서는 무, 당근, 우엉 등의 근채류와 닭고기를 함께 끓인 후 무기미소로 간을 한 향토 요리가 있다.


미소로 만든 메뉴 레시피

낫토미소아이스크림 & 구시카쓰샌드위치
낫토미소아이스크림 & 구시카쓰샌드위치
낫토미소아이스크림

재료 (4인분)
낫토 1팩, 바닐라 아이스크림 4스쿱, 미소 ½작은술

만드는 법
1. 분량의 낫토와 미소를 잘 섞어준다.
2..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그릇에 담고 낫토를 올려 낸다.
tip 먹기 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낫토를 잘 섞어주면 고소한 맛과 터키 아이스크림 같은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구시카쓰샌드위치

재료 (4인분)
빵 1개, 양상추 2장, 미소돈가스소스 3큰술, 마요네즈 1큰술, 머스터드 1작은술, 튀김용 기름 적당량
구시카스 돼지고기 안심 120g(2cm 두께 3장) ,달걀 1개, 빵가루 ½컵, 밀가루 3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양파절임 적양파 ½개, 식초 2큰술, 설탕·물 1큰 술씩, 소금 ½작은술

만드는 법
1. 돼지고기 안심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 후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묻혀 꼬치에 꽂아 튀겨낸다.
2. 양파는 2mm 두께로 슬라이스하고 식초, 설탕, 물, 소금을 넣고 버무린다.
3. 반으로 가른 빵 사이에 마요네즈, 머스터드를 섞어 만든 소스를 바른다.
4. 빵 사이에 양상추, 미소돈가스소스를 뿌린 구시카쓰, 절인 양파를 끼워 넣는다.

보리토로로밥 & 가지스미소무침
보리토로로밥 & 가지스미소무침
보리토로로밥

재료(4인분)
마 10cm, 다시마 육수 100cc, 보리밥·물 2컵씩, 쌀·누른 미소·통깨 1작은술씩, 보리 1컵씩

만드는 법
1. 냄비에 충분히 불린 보리와 쌀과 분량의 물을 넣고 불에 올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고 13분간 약불에서 더 끓인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로 5분간 뜸을 들인다.
2. 마는 껍질을 벗겨 간 후 미소, 다시마 육수를 넣고 잘 섞는다.
3. 보리밥을 밥그릇에 담고 2의 마를 얹는다. 통깨를 뿌려 낸다.

가지스미소무침

재료 (4인분)
가지 1개, 게맛살 2개, 부추 20줄기, 소금 ½작은술, 스미소소스 2½큰술

만드는 법
1. 가지는 3cm 길이로 도톰하게 썬다. 소금을 뿌려 절인 뒤 물기를 꼭 짠다.
2. 게맛살은 잘게 찢고 부추는 3cm 길이로 썬다.
3. 가지, 게맛살을 스미소소스로 가볍게 버무리고 부추를 올려 담아낸다.

edit 양혜연 — photograph 이과용
cook & styling 김정은(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assist 고선우, 박세연 — reference <음식과 요리>-이데아, <세계 음식명 백과>-마로니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