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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4월의 발품 팔아 찾은 맛집

2015년 4월 6일 — 0

이 칼럼을 위해 참으로 많은 맛집을 돌아다녔다. 그중 주목할 만한 3곳을 소개한다.

에디터: 문은정 / 사진 심윤석, 김용훈

1.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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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을 걷다 눈에 띄는 곳을 발견했다. 2046 팬스테이크가 있던 자리에 예쁜 태국 음식점이 생겼더라. 충동적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니 화양연화의 이민욱 대표는 “오픈 초기라 맛을 잡는 중이다. 메뉴가 많지 않아서 죄송하다”며 정중히 안내했다. 2046과 화양연화라는 상호에서 느낄 수 있듯 이 대표는 왕가위 감독의 팬이다. 빈티지 의류숍을 운영했던 감각을 살려 인테리어에 이국적인 취향을 담았다. 테이블은 7~8개 정도인데 주방이 들여다보이는 바 좌석이 있어 혼자 식사하러 오기도 괜찮다.

메뉴판을 살피다 매콤한 팟타이와 바질과 돼지고기를 넣은 태국식 볶음밥 팟까파오무쌉을 시켰다. 팟타이는 땅콩과 삐끼누(태국의 매운 고추를 빻은 것)를 듬뿍 넣어 고소하면서도 꽤 매운 편이다. 팟까파오무쌉은 근래에 먹어본 볶음밥 중 상위에 꼽을 정도로 볶음 정도가 적절했다. 태국 쌀인 안남미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우리 쌀로 고슬고슬하게 지어 볶았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삼발소스를 곁들여 주는데 둘의 궁합도 괜찮다. 하나 아쉬운 점은 후추의 향이 강해 바질의 향긋함이 약하다는 것. 아마 지금은 좀 더 훌륭 한 맛을 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요리는 호주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2046 팬스테이크의 주방을 책임졌던 이상엽 오너셰프가 맡고 있다. 참고로 화양연화는 양이 많은 편이라 둘이서 메뉴 두 가지를 시키면 후식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다.

› 팟타이: 9500원 / 팟까파오무쌉: 1만500원 / 쏨땀: 9500원 / 찜쭘: 2만4000원(2인 기준)
›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73-1
›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연중무휴)
› 070-4196-2046

화양연화
매콤한 팟타이는 땅콩을 듬뿍 넣어 고소한 맛도 즐길 수 있다.
2. 미米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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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연예인이 건물을 사기 시작하면 그 동네는 더 이상 힙하지 않다’고. 요즘 경리단길이 딱 그렇다. 연예인들이 건물을 사들이고 서울 전역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번잡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미서울은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이다. 이곳은 김밥을 재해석해 넓적한 접시에 20여 가지 제철 속재료를 풀어놓은 소반을 선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김에 올려 싸먹는 DIY메뉴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돋운다. 속 재료는 하나하나 신경 쓴 태가 난다. 냉이는 된장에 무치고, 먹물에 버무린 오징어는 냉장 숙성시켰으며, 대게 살은 마요네즈와 씨겨자에 버무렸다. 멸치조림은 흑설탕으로 조린 뒤 산초 향을 더했다. 완성된 김밥은 오렌지소금, 녹차소금, 밤소스 등에 찍어 입맛대로 즐기면 된다. 이도 귀찮다면 밥에 다 넣고 비벼 먹어도 좋다. 처음엔 귀찮아서 이걸 언제 다 싸 먹나 싶었는데 속재료를 골라 넣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일종의 푸드테인먼트(Foodtainment) 같은 기분이 들었고 직접 요리에 참여하는 것 같았다.

미서울의 김신 셰프는 “쿄토에 가면 쿄요리라고 하는 예쁘게 차려 내는 음식이 있다. 그것을 한국식으로 응용한 것이다. 아보카도나 샐러드 같은 생채소와 싸 먹거나 조리된 음식을 올려먹는 등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주고 싶었다”고 했다. 우드와 화이트 계열의 실내 인테리어와 적절한 BGM, 화장실의 세세한 부분까지 세심히 배려해서 놀라웠는데, 수제 햄버거 전문점 마더스 오피스의 구근나 대표가 오픈한 곳이란다. 한 접시 음식이지만 치밀한 맛과 콘셉트로 무장한 곳이니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듯.

› 소반: 1만2000원
›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7
›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오후 5시 30분~10시
› 070-7757-5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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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울의 소반. 흑미죽, 리코타치즈로 만든 디저트와 북엇국이 함께 나온다.
3. 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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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의 해외 경험을 쌓은 이상필 셰프가 운영하는 팝업 레스토랑이다. 런치와 디너에 한 가지 코스로 구성된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인다. 그는 참으로 다양한 성격의 모습을 지닌 듯하다.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무척이나 진중하다가 식사를 마친 뒤 소감을 물어볼 때는 한없이 수줍은 듯한 표정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리 역시 그를 닮았다. 장미꽃에 입술을 대고 먹어야 하는 아뮤즈부슈는 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고, 굴과 멍게를 넣어 만든 해산물샐러드는 통통 튀는 맛이며, 김가루를 입혀 구운 스테이크는 예 상치 못한 조합이다. 마지막으로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든 디저트는 참으로 다채롭다. 죽처럼 걸쭉한 질감의 크렘 브륄레 위에 팝콘가루를 입힌 매생이찹쌀떡, 사과초콜릿, 녹차아이스크림, 녹차파우더, 사과와 망고로 만든 잼 등으로 이뤄진 메뉴다. 심지어 크렘브륄레는 완성한 후 한 번 더 익혀서 크림을 만들었다. 워낙 다채로운 재료와 복잡한 레시피의 조합이라 한 스푼 떠먹을 때마다 흥미롭기 그지없다.

‘ᄑ’이라는 상호의 뜻을 물으니 “상필의 ᄑ을 딴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마크라고 생각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무한히 성장할 셰프의 창의적인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서둘러 부암동으로 가자.

› 런치 코스: 4만5000원(스테이크를 비프로 선택하면 1만원 추가) / 디너 코스: 8만7000원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73-1
› 정오~2시, 오후 6시~8시 30분 
› 02-379-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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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부슈의 장미꽃 파프리카는 꽃에 입술을 대고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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