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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ure of the Taste

2017년 10월 10일 — 0

부드럽고 촉촉하고 딱딱하고 아삭한 재료 고유의 질감은 조리법에 따라 전혀 새로운 식감으로 재탄생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문인영이 질감에 집중해 맛을 새롭게 배열했다.

Creamy Hexagon

날카로운 칼이 지나간 자리에는 분자 구조 같기도 하고 그물 모양 같기도 한 육각형의 비트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가장 신비하고 완벽하다고 추앙받는 도형인 육각형은 공간을 가장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이면서 입체적인 질감을 표현하기에도 그만이다. 쓰지구치 히로노부가 고안한 몽상클레르의 혁신적인 육각형 케이크 역시 어쩌다 나온 게 아니다. 씹는 맛을 위해 거칠게 다진 비트에 찐득한 보디감을 느낄 수 있는 크림 한 스푼을 얹자 핑크빛 그러데이션이 구미를 당긴다.

Crunchy Bowl

사각거리는 질감의 라디치오, 두꺼운 잎에 비해 의외로 보드라운 케일, 양파보다 식감이 한층 부드러운 셜롯, 일반 양배추보다 빳빳한 사보이 양배추, 그리고 바삭한 식감의 최고봉인 양상추까지. 동글동글한 채소 볼Ball이 모여 풍성한 샐러드 볼Bowl이 완성되었다. 채소 끝부분을 둥글게 굴려 만든 물결무늬 패턴은 차가운 샐러드를 따뜻하게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샐러드 채소가 제각각 질감을 뽐내며 불협화음을 낼 때쯤 아침 이슬 같은 캐비아 올리브가 입안에서 톡 터진다. 완벽한 하모니다.

Mild and Crispy Square

두툼하고 네모난 연어 세 덩이가 무심한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툭 놓여 있다. 깍둑썰기한 연어의 탱탱하고 쫀쫀한 질감과 살짝 토치한 껍질의 조합은 놓여 있는 그 자체만으로 위용을 뽐낸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올라가 산란과 더불어 생을 마친 후 심지어 새끼의 먹이가 되는 연어의 일생은 탄생과 죽음이 다른 듯하지만 결국 하나의 길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희고 노란 흔적을 남기며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저 네모진 덩어리들이 결국 하나의 소실점으로 귀결되듯이.

Melting Sweetness

딱딱해서 오히려 더 부드럽고, 쌉싸래한 끝 맛 때문에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초콜릿. 단단한 초콜릿을 어금니로 툭 끊어 입안에 넣자마자 쉽게 부서지며 사르르 녹을 때는 묘한 쾌감마저 든다. 이러한 초콜릿의 이중성을 비정형화된 배열로 표현했다. 원래는 하나의 큰 판이었을 초콜릿은 제멋대로 깨지면서 파편이 되어 곳곳에서 배열을 이탈했다. 고체뿐만 아니라 눅진한 액체, 그리고 포슬포슬한 가루까지 질감 역시 정형화된 패턴 없이 마음껏 혼재되어 있다. 모양과 질감, 심지어 맛도 다르지만 모두 같은 초콜릿이다.

edit 이미주 — photograph 이과용 — styling 문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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