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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의 혼술 안주상

2017년 10월 9일 — 0

배우 김승수와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가을밤. 그가 혼술에 곁들이는 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그가 푸짐하게 차린 안주를 복순도가 전통주 한 잔과 곁들여본다.
그가 푸짐하게 차린 안주를 복순도가 전통주 한 잔과 곁들여본다.

안주 요리의 달인
소년다운 활기와 어른다운 중후한 멋을 겸비한 배우는 흔치 않다. ‘중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배우 김승수가 이번 달 테이블 칼럼의 주인공. 최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에서 완벽한 무채 썰기 실력을 보여주며 심상찮은 요리 실력을 암시했다. 덩달아 기대감이 고조된 촬영장 안으로 천진스러운 표정의 그가 걸어 들어왔다. 주방에 들어서자 칼부터 집어본다. “오늘은 가지를 이용해 여러 가지 안주 메뉴를 만들까 해요. 이름하여 혼술용 안주상이죠.” 가지 한 개를 얄팍하게 어슷어슷 썰어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요리에 돌입했다. 그는 따로 요리를 배운 적도, 집에서 칼질조차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주방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요리 세계로의 입문은 뜻밖에도 호프집에서 시작되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스물일곱 살, 문득 배우가 되고 싶어 하던 일을 무작정 관두고 연기를 배우러 다녔다. 별다른 수입이 없어 막막하던 차에 운 좋게 호프집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바니치킨’이란 간판을 단 조그만 호프집 사장이 된 것이다. 종업원을 따로 두지 않아 요리부터 서빙까지 홀로 도맡았다. “막상 가게를 오픈했지만 설마 손님이 들어올까 정말 무서웠어요. ‘제발 들어오지 마라’ 하고 속으로 간절히 외쳤죠.” 생애 첫 손님의 주문은 양념치킨이었다. 그저 닭을 튀기고 재놓은 양념을 바르기만 하면 되는데 혹시나 속이 익지 않을까 걱정하다 지나치게 튀겨버렸다. 주문한 지 40분 만에 겨우 내간 치킨이 삐쩍 말라붙었으니 컴플레인이 없을 리 만무했다. 결국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골뱅이소면무침, 소시지채소볶음 같은 서비스 안주를 훨씬 많이 챙겨주어야 했다. 초반에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점차 손이 빨라졌다. 1년쯤 지나자 네 가지 음식을 동시에 조리해서 끝내는 셰프 수준의 시간 분배력과 요리 솜씨를 갖추게 되었다. 단골도 꽤 많이 생겼다. 그러다 MBC 26기 공채 탤런트로 꿈에 그리던 연기자에 데뷔. 목표는 이뤘지만 그 바람에 방송 일이 잦아지면서 도저히 겸업할 수 없어 결국 문을 닫았다. 벌써 아득한 20여 년 전의 일이나 당시에 다졌던 요리 실력은 아직까지 남아 있다. “가끔 저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바니치킨 사장님 아니신가요?’라는 댓글을 발견할 때도 있어요.” 소소한 활기로 가득 찼던 대학가의 작은 호프집을 기억하는 건 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지탕수육을 만들기 위해 가지에 돼지고기를 넣어 돌돌 만 뒤 이쑤시개로 고정시키는 모습.
가지탕수육을 만들기 위해 가지에 돼지고기를 넣어 돌돌 만 뒤 이쑤시개로 고정시키는 모습.

살림 만렙의 애주가
6년 전 독립 생활을 시작하며 혼자서 요리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거창한 음식은 아니지만 건강과 체질을 고려해 다양한 잡곡을 섭취한다. 검은콩과 현미부터 슈퍼 곡물인 렌틸콩, 퀴노아, 일반 현미에 비해 눈이 큰 가바쌀 품종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잡곡밥을 지어 소분해 얼려놓아요. 끼니 때마다 꺼내서 살짝 데워 먹으면 간편하거든요.” 밥뿐만 아니라 식재료, 양념, 가루도 마찬가지. 요리의 기본은 재료이고, 식재료를 잘 보관하는 것이 살림살이의 기초다. “식재료를 한 번 먹을 양만큼씩만 작게 나눠서 보관하면 요리할 때마다 해동했다 다시 얼리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손질해놓으니 조리도 쉬워지고요.” 만능 된장 양념으로 된장국을 끓일 때는 알배추만 썰어 넣고, 볶음밥에는 미리 갈아놓은 새우 가루를 넣어 근사한 새우볶음밥의 맛을 낸다. 과연 내공 깊은 살림꾼의 면모다. 집에서 쉬는 날이면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관심 있는 메뉴가 나오면 다시보기로 한 번 더 챙겨 본다. 오늘 선보이는 가지탕수육과 어향가지 요리도 우연히 TV를 보다가 시도해본 것들이다 . 메뉴 공통으로 들어가는 가지에 대해 물었다. “가지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서 피로 해소에도 좋고 피부 탄력에도 효과적이라고 해요.” 재료에 대한 배경지식이 술술 이어졌다. 웬만한 레스토랑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중국식 가지볶음인 어향가지는 가지 요리 중에서도 비장의 무기. 부들부들한 가지를 된장, 고춧가루, 식초를 넣어 만든 어향 소스에 볶아내는 보기 드문 일품요리다. 그는 20년 전, 겁 없이 덜컥 호프집을 꾸렸던 것처럼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내려놓고 일단 과감하게 하고 본다. 좋은 음식에 술이 빠질 수야 없다. 혼술을 할 때 소주 6병까지 마실 정도로 소문난 애주가인 김승수는 주종을 가리지는 않지만 소주를 제일로 꼽는다. “맥주, 전통주, 위스키, 와인 등 모든 종류의 술을 다 섭렵해봤지만 결국에 돌아가는 종착지는 소주였어요.” 소주로 돌아간 시기가 스물세 살이었다고 하니 그의 소주 사랑은 오랜 내력을 자랑한다. 늘 다정함을 잃지 않는 그에게 주사는 없을까 궁금했다. “제가 만취했을 때의 주사는 정리하는 거예요. 자리를 모두 치우고 취한 친구들은 대리 불러서 다 집에 보내주고 오죠. 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세상에 이렇게 젠틀한 주사가 또 있을까. 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유는 단지 배역을 잘 만나서가 아니리라.

어향가지 위에 얹을 소스를 프라이팬에 볶고 있다. 다진 돼지고기와 함께 대파와 마늘, 생강, 고추와 두반장, 진간장, 식초, 설탕을 넣어 간한다.
어향가지 위에 얹을 소스를 프라이팬에 볶고 있다. 다진 돼지고기와 함께 대파와 마늘, 생강, 고추와 두반장, 진간장, 식초, 설탕을 넣어 간한다.

철들지 않는 배우
1997년 MBC 공채 탤런트 26기로 데뷔한 뒤 단 1년도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배우 김승수. 지난 4월 KBS 드라마 <다시, 첫사랑>이 종영하고 간만에 생긴 텀에 MBC <라디오스타>를 비롯해 KBS <해피투게더>, JTBC <뭉쳐야산다>까지 바쁘게 예능 활동을 하고 있다. 순탄한 연기 인생을 살아온 것 같은 그에게도 비상사태는 있었다. 2012년도 KBS 대하사극과 MBC 일일드라마를 동시에 출연했을 때는 무리한 촬영 스케줄로 인해 긴박한 응급 상황이 오기도 했다. 9개월간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았을 정도니 그 심각성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 이후로는 컨디션 관리를 제일 우선의 가치로 둔다. 그가 늘 청량한 소년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비결은 사실 특별한 운동이나 관리에 있지 않았다. 다만 철이 너무 들지 않으려 한다는 것. “생각이 많아지면 저를 내려놓기 어려워지고 연기를 하는 데도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철들지 않으려고 해요.” 그가 주로 맡아온 배역은 사극에서는 ‘왕’ 아니면 현대극에서는 ‘실장님’처럼 거의 정해져 있지만, 언젠가는 ‘백수 삼형제 중 가장 한심한 큰 형님’ 같은 색다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마파두부 요리를 마친 그가 맛을 보라며 젓가락을 건넸다. 마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것처럼. “저에게 요리란 위로예요. 홀로 밥을 먹을 때도 정성 들여 한 상을 잘 차리면 스스로를 위로하고 대접하는 것 같거든요.”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그는 언젠가 연인이 생기면 꼭 그녀에게도 위로의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신선한 해산물로 찜이나 탕 요리를 푸짐하게 해주고 싶어요. 물론 소주 한 잔도요.”

마파두부와 어향가지, 가지탕수육까지 매콤하고 화끈한 혼술 안주상이 차려졌다.
마파두부와 어향가지, 가지탕수육까지 매콤하고 화끈한 혼술 안주상이 차려졌다.

edit 이승민 — photograph 이병주 — styling 김소현 — clothes 크리스크리스티(1544-0051), 유니클로(1577-0296) — place 봄,블룸봄(02-333-7496) — plate 덴비(1644-6105) — apron 피프티팟(070-7799-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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