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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욱의 금산제면소

2017년 9월 26일 — 0

안부가 궁금했던 정창욱 셰프가 마침 명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회현동에 금산제면소를 열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변 건물과는 다르게 일본의 어느 골목길에서나 볼 듯한 깔끔하고 새하얀 외관이 눈에 띄었다. 비스트로 차우기의 인테리어와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단숨에 이곳이 정창욱 셰프의 새로운 공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근래 3~4년간 했던 인터뷰들에서 늘 공통되는 답변이 있었다. 언젠가 단일 메뉴에 자리가 많지 않아 줄을 서기도 하는 작은 식당을 하고 싶다는 말.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금산제면소는 탄탄멘 단일 메뉴에 바 형태의 8개 좌석이 전부다. 공간은 크게 손님이 들어와 앉는 홀, 탄탄멘을 만드는 주방, 면을 뽑는 작업실로 나눴고 금산이라는 이름은 그와 유독 닮았다는 할아버지의 존함에서 따왔다. 정창욱 셰프는 요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위생, 신선한 재료, 적당한 간을 꼽는다. 그래서 금산제면소의 인테리어 모티브도 가장 위생적인 관리가 필요한 영안실에서 가져왔을 정도다. 주방은 흰 타일로, 주방 선반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을 사용했다. 다소 차가워 보일 수 있어 카운터에는 나무 소재를 더하고 곳곳에 그의 취향이 담긴 소품을 놓았다. 홀과 주방 사이에 길게 난 카운터를 통해 스태프와 손님은 탄탄멘이 담긴 그릇과 빈 그릇을 주고받는다. 매일 밀가루를 만지며 직접 제면을 하고, 밀가루 고유의 향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체질상 밀가루가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소화제를 먹으면서까지 좋아했던 음식이 탄탄멘과 텐동(튀김덮밥)이었다. “일본에서 탄탄멘을 먹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는 거예요. 먹으면서도 음식이 줄어드는 것이 아깝더라고요. 다른 밀가루 음식과는 달리 유달리 속도 편했고요. 그때 탄탄멘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죠.” 다양한 면 요리가 있지만 그의 입맛에 가장 잘 맞았던 음식은 라멘 면을 사용한 탄탄멘이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맛있게 먹은 음식을 해야 남들도 맛있게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탄탄멘을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제면은 새로운 분야였다. 그래서 탄탄멘에 관한 문헌 연구도 하고 전문적으로 면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일본에도 다녀왔다. 그는 일본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이기도 한 가가와현의 면 전문학교 학생이 되었다. 독학으로 요리해온 그의 인생 첫 정식 요리학교였다. “소바, 우동, 라멘 등 면 요리에 관한 이론부터 제면, 육수 뽑는 실기까지 고된 수업이 이어졌어요. 하지만 제 목적은 오로지 제면이었죠. 목적이 뚜렷했던 만큼 악착같이 묻고 또 물었어요. 선생님들을 많이 괴롭혔죠.(웃음) 덕분에 1등으로 졸업하는 명예도 얻었고요.” 그는 그렇게 탄탄멘에 관한 기본기를 갖추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단연 밀가루예요. 밀가루의 배합 비율, 글루텐 생성 시간, 숙성 시간, 휴지 시간, 온도와 사출 굵기까지 엄청나게 많은 변수가 있어요. 원하는 탄력이나 식감에 맞는 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의 글루텐 함량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삼양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면만큼은 정창욱 자신의 취향을 오롯이 녹였다. 그가 만든 면은 쫄깃하고 시간이 지나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 제면은 온도에도 민감해 한창 더울 때는 면이 퍼져버리는 경우가 있어 고생을 꽤나 했다. 그는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그래서 더 문득 떠오르고 오래 즐겨 찾을 수 있는 맛을 원했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산초 향은 은은하게 더하고 밑그림에 채색을 더 할지 말지는 손님에게 맡겼다. 마라, 온천달걀, 양념 짜사이 등을 추가 주문해 넣어 먹을 수 있게 하고 각 좌석에는 취향에 따라 가감할 수 있도록 산초, 흑식초, 고추기름 병을 놓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면을 삶아 미리 준비된 소스와 고명을 레고 조립하듯 차곡차곡 쌓는다. 주문 후 손님 앞에 탄탄멘 한 그릇이 놓이기까지의 시간은 짧지만 그 뒤에는 긴 시간이 숨겨져 있다. “시간이 맛을 완성시켜요. 탄탄멘 소스는 깨를 비롯해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가 들어가는데 갓 만들어 사용하기보다는 기다림을 거쳐야만 서로가 어우러지고 뾰족뾰족했던 향신료의 향이 둥글게 변하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 날 꺼내 먹는 카레가 더 맛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는 오픈 전 테이스팅을 할 때도 긴 기다림의 과정을 견뎌냈다. 면부터 소스, 고명까지 탄탄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에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가 했던 고민들과 흘려보낸 시간은 탄탄멘 한 그릇에 응축되어 있었다. 금산제면소가 앞으로 어떤 식당이 되었으면 하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답했다. “무슨 대단한 철학이 있겠어요.(웃음) 식당에 미사여구를 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저는 제가 만든 탄탄멘 맛있거든요. 제가 먹었을 때 맛있으니 다른 사람이 먹었을 때도 맛있으면 좋겠어요.”

(왼쪽부터)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꼼꼼히 체크하는 정창욱 셰프. 금산제면소의 홀 전경. 바 형식의 8개 좌석이 전부다.
(왼쪽부터) 그의 손때가 묻은 칼들과 아버지께 개업 선물로 받은 금산 현판.
그는 국내 하와이안 항공의 기내식 수석 셰프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국물이 없는 금산제면소의 탄탄멘. 추가로 토핑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금산제면소 앞의 정창욱 셰프.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화이트 톤의 외관에 나무 소재를 더해 정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금산제면소의 외관. 금산제면소에는 간판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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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제면소
• 탄탄멘 1만2000원
• 서울시 중구 소공로6길 13
•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4~8시(라스트 오더 오후 7시 45분),
토요일 노브레이크, 일요일 휴무
• 02-734-5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