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케미’ 터지는 이탤리언 요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재미뿐 아니라 깊이도 있다.
에디터: 문은정
두 셰프가 소개하는 이탈리아 식문화
BBC의 <투 그리디 이탈리안스 Two Greedy Italians> 는 이탤리언 셰프 제나로 콘탈도(Gennaro Contaldo) 와 안토니오 카를르치오(Antonio Carluccio)가 이탈리아 전역을 돌며 음식 기행을 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다.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난 둘은 30년 넘게 일하며 친구가 된 막역한 사이다. 둘 다 잘생기지도, 말재주가 좋지도 않다. 그냥 배 나온 아저씨에 불과하다. 그런데 둘 사이의 ‘케미’가 꽤 괜찮다. 제나로의 수다스러움과 안토니오의 묵직함이 방송 전체의 균형을 잡는다. 방송 중간 중간 서로를 챙기는 둘 사이의 깊은 우정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끔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브로맨스 (Bromance)의 원조는 바로 이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들은 멋들어진 스포츠카를 타고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한다. 프로슈토와 파르메산치즈의 고장인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지방에서 대가족과 주말의 식사를 즐기기도 하고, 셰프 제나로의 고향인 콤파냐에 가서 가난한 시절의 음식이 어떻게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퀴진이 되었는지도 살펴본다. 풀리아 수도원으로 미식 순례를 떠나기도 하고 고향 음식 탐험에 나서기도 한다. 이와 동시에 그들이 일상식으로 먹는 이탈리아 음식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가치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절호의 기회이니 말이다.
구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 이탈리아의 식문화도 흥미롭다. 두 사람 모두 이탈리아를 떠난지 오래 되었기에 여자들이 요리를 하지 않게 된 요즘 이탈리아의 분위기라든가, 새롭게 재배되기 시작한 이국적인 작물까지 과거에 비해 신기한 것 투성이다. 물론 이탈리아의 식문화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우리에겐 두 시대를 비교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 나무에 흐드러지게 열린 레몬과 염소를 키우는 목동의 목가적인 풍경이라니! 이탈리아를 직접 여행해도 이만큼은 못 볼 거다. 바야흐로 음식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다. TV를 켜면 너나할것 없이 냉장고를 열고 미식회를 갖고 있다. 셰프는 이미 준 연예인이다. 요리 실력은 기본이요, 방송에 적합한 얼굴을 갖고 있어야 하며, 소위 ‘말발’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지나친 콘셉트로 똘똘 무장한 요리 프로그램에 염증이 났다면 이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영어를 못해도 알아듣는 데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어차피 두 사람의 영어도 그리 훌륭하진 않으니까. 그리고 직접 보면 알겠지만, 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