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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art – The Joy of Harvest

2017년 9월 9일 — 0

만물이 여무는 가을, 라이프스타일 농장 마이알레 우현미 소장이 수확의 기쁨을 화폭에 담았다.
제철 식재료와 꽃이 있는 그림 여섯 점.
edit 이미주 /  photograph 김잔듸 / styling 마이알레


가을을 그리기 전에
도미의 꼬리가 실재인지 허상인지 헷갈리듯, 우리는 가상과 현실, 진짜와 가짜가 혼재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혼돈의 시대일수록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근원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욱더 필요하다. 모든 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1차 산업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끌고 가야 할 중요한 가치다.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농작물을 화폭에 담는 작업을 시도한다. 물감이 되어줄 대파, 옥수수, 수수, 밤, 강낭콩을 툭툭 모아놓았을 뿐인데, 재료가 좋으니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그림이 된다.

잊혀지는 프레임
같은 그림이라도 액자에 걸면 가치가 올라가기 마련, 텃밭에서 갓 따낸 작두콩과 줄기, 뿌리까지 더해 프레임을 만든다. 크기가 일반 콩의 수십 배에 달하는 작두콩은 <잭과 콩나무>의 자이언트 콩을 연상시킨다. 매해 이맘때쯤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물이었으나 요즘은 재배하는 이가 없어 더 낯설게 느껴진다. 개량된 농작물의 홍수 속에 우리가 잊고 있는 토종 작물은 몇 가지나 될까?

채소와 과일, 꽃이 있는 정물
쓰임을 규정짓지 않는다면 채소는 식탁 위에, 꽃은 화병 안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 ‘먹는 것’이라는 생각을 배제하면 옥수수, 노각, 연근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진 오브제가 될 수 있다. 꽃이 들어간 정물화는 대부분 이름에서 ‘꽃’이 먼저 등장한다. 채소와 과일은 그다음이다. 꽃은 주연, 채소와 과일은 조연이란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때마침 식탁에 놓인 화분에서 꽃보다 더 꽃 같은 콜리플라워가 활짝 피었다.

21세기 정물
녹각영지버섯, 적양파, 포도, 단호박, 수수, 천일홍, 달리아, 줄맨드라미로 완성한 꽃, 과일, 채소가 있는 정물. 16~17세기 북유럽에서 유행했던 정물화는 허무, 무상이라는 뜻의 바니타스Vanitas를 붙여 바니타스 정물화라고 불렸다. 오죽하면 정물화를 영어로 움직이지 않는 생명,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고 명명했을까. 21세기에도 정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표현 방식에 따라 자신만의 생명력을 갖기도 한다.

가을 스케치
붓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그리다 보니 멋쟁이 아가씨가 수줍게 웃고 있다. 한 올 한 올 올린 방풍나물 속눈썹, 발그레한 호박 볼 터치, 새빨간 맨드라미 입술까지 누가 봐도 한껏 멋을 부렸다. 그런데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옥에 티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탓인지 뿌리가 아닌 줄기에 영양분이 모두 전해져 줄기와 잎이 비대해진 무 때문이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몰상식이 상식이 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아 갑자기 그녀의 미소가 서글퍼 보인다.

아르침볼도의 오마주
앞서 소개된 ‘가을을 그리기 전에’, ‘잊혀지는 프레임’, ‘채소와 과일, 꽃이 있는 정물’, ‘21세기 정물’, ‘가을 스케치’는 노년의 농부로 귀결된다. 1차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농부는 흙을 배반하지 않았고 알아주는 이 없어도 토종 작물을 지켜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농작물은 꽃 이상의 아름다운 피사체였을 것이다. 깊게 팬 백하수오 주름, 하얗게 센 보리 머리카락, 헝클어진 줄맨드라미와 더덕 수염, 노년의 농부가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견딘 얼굴로 우리를 바라본다. 이 그림은 억겁의 세월을 견딘 이 땅의 모든 농부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며 과일과 곡식으로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주세페 아르침볼도 Giuseppe Arcimboldo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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