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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의 로맨틱 이탤리언 테이블

2017년 7월 16일 — 0

한창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있을 오상진이 아내를 위해 차리는 이탤리언 요리를 엿보았다.

edit 이승민 —photograph 이과용 —hair&makeup 룰루헤어메이크업스튜디오(02-517-8001)— stylist 박선희, 박후지 — assist 성유진 —clothes 지이크(02-4374-5530) — place 하농(02-515-2626)—items MKBP(02-322-0290), 루밍(02-6408-6700), 모비엘(02-515-2626), 자라홈(02-546-7325), 챕터원(02-517-8001)

탄탄한 생활력이 담긴 요리는 한껏 멋 부린 그것과 다르다. 앞치마를 두르고 카메라 앞에서 요리를 시작한 오상진의 손놀림을 따라가보니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재료를 손질하는 야무진 손끝, 조리하는 틈틈이 빼놓지 않는 주변 정리. 살림을 보살핀 내공이 만만찮다. “제가 요리를 할 때 지키는 유일한 철칙은 ‘치우면서 하자’는 것이에요. 싱크대에 그릇이 쌓여 있거나 쓰고 남은 재료와 도구가 주방에 널브러져 있으면 입맛이 달아나죠. 나중에 치울 생각 하면 한숨도 나오고요.” 지난 15년간의 오랜 자취 생활에서 생겨난 확고한 신념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스무 살의 독립. 처음에는 말 그대로 먹고살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집 밖에서 매번 끼니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요리는 식재료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맛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점차 즐거운 일로 여겨졌다. 오로지 나를 위한 것에서 함께 나누는 요리로 초점이 옮겨간 시기도 그 무렵이다. “제가 만든 음식을 상대방이 맛있게 먹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요리하는 그 시간 자체에 완전히 매료되었죠.” 한식부터 일식, 중식, 동남아식, 서양식 등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가 없을 정도로 요리 재미에 푹 빠졌다. 그중에서도 전문 셰프로부터 약 2년간 꾸준히 배운 분야는 이탤리언 요리다. 그에게 파스타는 한때 동경의 음식이었다. 스무 살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먹어본 파스타는 신문물에 가까웠다. 인터넷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서 해봤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언젠가 제대로 배워보리라 결심했던 것을 시간이 흘러 이루게 된 것이다. 면의 종류부터 삶는 방법까지, 오일, 토마토, 크림 등 각 소스별 조리법 등등 기초부터 차근차근히 터득했다. 이제 파스타는 물론이고 브루스케타, 리소토, 라자냐 같은 오븐 요리도 능수능란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이탤리언 요리는 한식보다 손이 덜 가면서도 남들에게 대접하기에 멋스러워서 좋아요.” 지금 한창 달달한 신혼 생활 중인 그는 아내인 김소영 아나운서를 위해서도 곧잘 파스타를 해준다. 촬영 날 그는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는 정통 카르보나라를 선보였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다진 마늘과 페페론치니를 볶고 달걀노른자를 분리하는 등 막힘없이 술술 요리를 해나갔다. 꼼꼼한 성격일 것 같은 그에게 의외로 재료를 계량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는 따로 계량 도구를 쓰지 않아요. 그저 제 감을 믿고 손 가는 대로 하죠.” 요리에 망설임이 없는 오상진은  스스로 레시피를 창작하기도 한다. 프렌치 요리 중 하나인 어니언 수프에서 힌트를 얻어 만든 일명 ‘수프 카레’가 그것이다. 양파가 타지 않도록 40분 동안 내내 주걱으로 저어줘야 하는 수고로움도 아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언젠가 아이를 낳으면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은 가족을 위해 요리해주기를 꿈꾸는 그는 분명 로맨티시스트였다.

책과 여행 마니아의 쇼핑 리스트

오상진을 설명하는 2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독서광’과 ‘여행광’이 아닐까. 다독하기로 유명한 그는 올해 책을 출간할 계획에 있지만 현재 사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오히려 글 쓰는 데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훌륭한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쓰던 원고를 보면 구겨버리고 싶어지죠.” 고뇌하던 중 실마리를 찾은 것은 결혼 후에 일기를 매일 가볍게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거창하기보다는 소소하게 기록한 그날의 감정과 이야기를 엮어보자는 것. 그리하여 기필코 연말에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요리에 관한 책에 대해 물으니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최근에 <오로지 일본의 맛>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어요. 영국의 음식 저널리스트이자 저자인 마이클 부스가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일본 전역을 돌면서 일본의 맛을 기록한 책이에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미식 문화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유익한 정보가 많아요.” 일본을 다녀온 지 채 2주도 되지 않아 이 책을 읽으니 다시 가고 싶어졌다는 그는 굉장한 여행 마니아기도 하다. 유럽, 아프리카, 남미 할 것 없이 세계 5대륙을 모두 다녀보았다. 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현지 음식을 적극적으로 즐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료품들을 구입한다. 일본에서는 가쓰오부시와 츠케모노(일본식 채소 절임), 낫토, 쌀은 빼놓지 않고 사온다. 유럽에선 노르망디산 꽃소금, 트러플 오일, 선드라이드 토마토처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거나 값이 비싼 것을 공수해온다. 조리도구에도 욕심이 상당하다. “파스타 문화가 일반적인 이탈리아에서는 그와 관련된 도구나 커틀러리가 종류도 훨씬 다양하고 값도 저렴해요. 면을 손쉽게 말도록 디자인된 알레시 커틀러리는 보자마자 구입했어요. 특별히 아내와 파스타를 먹을 때만 꺼내놓죠.” 빵을 자르거나 버터를 바를 때는 프랑스 장네론 라귀올의 나이프를, 도마는 일본의 편백나무 소재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하나하나가 그의 감도 높은 취향을 대변하는 것들이다. 다만 주걱은 나무로 된 저렴한 것을 쓰라고 권했다. 강한 불에서 볶는 파스타 요리를 할 때에는 스틸 소재의 주걱을 쓰면 코팅된 팬이 벗겨지거나 긁히기 때문이다. 역시 생활을 꾸려본 사람의 말엔 신뢰가 간다.

(왼쪽부터) 오상진이 실제 요리를 할 때 쓰는 식료품들. 왼쪽부터 차례대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생산하는 가로팔로Garoflao의 스파게티 면, 그가 ‘맛의 화룡점정’이라고 표현한 스프레이 타입의 화이트 트러플 오일, 130년 전통의 밀라노 펙Peck의 올리브유다.
요리와 관련된 서적도 즐겨보는 그가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오로지 일본의 맛> (글항아리)을 꼽았다.
트러플안초비파스타를 만들기 위해 불을 다루는 오상진의 모습.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마늘과 안초비를 볶는 단계에서 잡내를 없애기 위해 화이트 와인을 넣는다.
새로운 도약점에 서다.

2005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하면서 시작한 방송 생활은 어느새 13년이 훌쩍 지났다. 그리고 올해는 아마 오상진에게 인생의 큰 방점을 찍은 해였을 테다. YG로 소속사를 옮긴 데 이어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예상외로 덤덤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타성에 젖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머물러 있는 상태보다는 그나마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가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세 가지다. 하나는 결혼(이었으나 잘 마쳤으며), 다른 하나는 그가 곧 주최하는 국제대학생영어토론대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출판 작업이다. 이 세 가지 목표를 무사히 이루고 나면 내년에는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방송 일은 기본으로 열심히 하되 가슴 뛰는 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 “언젠가는 서프라이즈로 팝업 다이닝을 열고 싶기도 해요. 팬미팅 때 팬들에게 요리를 직접 해준 경험도 있으니 100인분 정도는 문제없을 거예요.” 음식 분야에서 더 배우고 싶은 것을 꼽자면 와인이다. 술은 자고로 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음식과 곁들여 마시는 것이라는 그는 좋은 요리에는 술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다양한 와인을 접하면서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와인이 아니라는 점, 같은 생산자가 만든 동일한 품종의 와인도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점 등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와인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최근에는 음식과 상황에 맞게 와인을 매치하는 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야외에서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를 열었을 때는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의 중심인 나파 밸리 와인을 마셨다. “야외에서 와인을 즐길 때는 도수가 높고 맛이 진한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해요. 농도가 진하고 묵직한 풀바디 와인의 대표적인 것이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들이거든요.” 배움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가 조곤조곤 설명을 해준다. 정확한 발음과 가지런한 톤,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해지는 그의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왼쪽부터) 납작하게 잘라 구운 바게트 빵 위에 토마토, 양파, 치즈로 만든 드레싱을 얹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통 카르보나라는 달걀노른자를 소스로 부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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