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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가의 솔로 캠핑 테이블

2017년 6월 26일 — 0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구름의 변화를 지켜본다. 그의 손에는 모카포트에서 갓 내린 커피가 들려 있고 라디오에선 익숙한 90년대 음악이 흐른다. 빽가가 소소한 행복을 즐기는 중이다.

edit 이미주 — photograph 이과용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헬리녹스 캠핑 체어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빽가. 대자연에 둘러싸여 이렇게 앉아 있으면 꼭 뭔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감성 캠퍼의 내추럴 라이프
‘빽가가 이토록 캠핑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캠핑장에 도착해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기까지 자신만의 매뉴얼이 있는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인센스 스틱으로 향을 피우고 아날로그 라디오의 안테나를 세워 주파수를 맞춘 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7년 전 처음 캠핑을 시작한 것은 청계천에서 구입한 캠핑용품 때문이었다. 지인과 빈티지 소품을 보러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캠핑용품이 있어 구입했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실제로 캠핑을 떠난 것이다. 그곳에서 새삼 자연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삶의 가치를 느낀 후 한 달에 2번 이상 짐을 꾸린다. 캠핑 자체보다 용품에 먼저 눈을 뜬 캠퍼답게 장비를 고를 때 그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다. 실용성은 기본이고 디자인, 브랜드 가치를 따진다. 텐트, 테이블, 체어 등 기본 아이템은 값이 나가더라도 견고한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필요한 장비와 소품은 해외에 나갈 때 구입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직구한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서는 네이버후드, 슈프림 등 해외 유수의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며 인기를 얻은 헬리녹스를 특히 좋아한다.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캠핑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빽가는 오지, 비바크 스타일의 미니멀 캠핑을 즐긴다. 또 캠핑을 함께 다니는 크루가 있지만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는 종종 혼자 떠난다. 최근에도 일본 후지산으로 솔로 백패킹을 다녀왔다. 그가 캠핑을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얻지 않기 위해서다. “방송, 사업, 사진 등 평소에 워낙 하는 일이 많으니까 삶이 버겁고 지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캠핑할 땐 아무것도 안 해요. 배고프면 밥해 먹고 자고 싶을 땐 자고, 자연 보면서 시간을 보내죠. 누군가와 애써 타협할 필요도 없고요.” 히말라야로 2주간 캠핑을 떠났을 때도 그랬다. 설산과 그 아래 초원과 강물 그리고 그곳에 텐트를 친 자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빈속에 독한 술을 들이켰다. 꿈꾸듯 몽롱한 기분으로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따금 저 멀리서 멧돼지를 사냥하는 독수리가 보였고, 그러다 내키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댔다.

빽가와 바이백
그룹 코요태 래퍼로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빽가는 포토 스튜디오 바이백(by100)의 실장이자 선인장 카페와 고깃집을 성공시킨 사업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에게 사진은 취미 생활이 아닌 어엿한 커리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사진가를 꿈꾼 그는 1997년 서울공업고등학교 사진과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필름 카메라만 있던 그 시절엔 카메라 장비도 고가였지만 인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사진 말고 그가 유일하게 관심 있는 것이 바로 춤이었다. 백댄서가 되기 위해 중학생 때부터 호형호제했던 가수 비와 밤낮없이 춤 연습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시 백댄서 평균 신장보다 컸던 두 사람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러다 2003년에 코요테 오디션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신곡을 발표한 지 2주 만에 음악 차트를 석권했고 데뷔하자마자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사진에 대한 갈증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그는 하나의 대안으로 당시 유행했던 미니 홈피에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번은 패션 매거진 에디터가 잡지에 그의 사진을 싣고 싶다며 쪽지를 보내왔다. 그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가수 타블로를 모델로 한 8페이지 분량의 <보그 코리아> 화보를 진행했다. 이후 <W>, <ELLE>, <ARENA> 등의 잡지와 연예인 재킷 사진을 촬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7년에 스튜디오 바이백을 열었다. 그가 굵직한 화보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빽가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었다. 그 역시 원하는 작업을 따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보내고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한다.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일을 주진 않거든요. 호기심에 한두 번은 맡길 수 있지만 지속될 수는 없어요.” 초반에는 그의 작업물 한번 보지 않고 색안경을 끼고 비판부터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고 30대 후반에 접어드니 그런 사람들의 감정조차 너그러이 품게 되었다. 그사이 빽가는 두 번의 포토에세이를 발간했고 수많은 사진전을 개최하며 사진가로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요즘은 캘리그라퍼 공병각과 협업해 특별한 전시를 준비 중이다.

페트로막스 램프와 손도끼. 램프는 평소 좋아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구입한 것으로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손도끼는 장작을 팰 때 꼭 필요하다.
(왼쪽부터) 이효리와 화보 촬영차 떠난 인도에서 어렵게 구입한 인센스 스틱으로 캠핑장에 오면 항상 향부터 피운다.
동상 방지용 수면양말은 히말라야 캠핑에 도전하기 위해 네팔에 갔을 때 현지인의 강력 추천으로 구입했다.
캠퍼의 필수품 3가지. 랜턴은 작년에 포틀랜드로 캠핑 갔을 때 장만한 것으로 부피는 작지만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다. 간편한 스냅사진 찍을 때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로
독일 갔을 때 빈티지 숍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70년대 생산된 것으로 수신이 좋아서 항상 가지고 다닌다.
전기를 사용하면 캠핑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며 항상 장작을 챙겨 다닌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
작년에 아프리카를 주제로 열린 빽가의 사진전은 이전의 그의 전시들과 여러모로 달랐다. 그는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의 아프리카를 카메라 렌즈에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았다. 아픈 기억이긴 하나 뇌종양을 앓기 전과 후의 그의 사진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전의 사진이 인물에 보다 집중하고 패셔너블했다면 병마를 이겨낸 뒤에는 자연을 주로 담고 사진 톤도 한결 편해졌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빽가는 2009년 잦은 두통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경제적인 부분도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지인들의 도움으로 10시간의 대수술 끝에 무사히 눈을 떴다. 완치 후 사진 스타일뿐만 아니라 그의 삶 전반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좀처럼 타협할 줄 몰랐던 소문난 ‘꼴통’이 사소한 것에도 고마워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빽가는 어쩌면 평생 살면서 겪지 못할 일을 청춘에 겪어서 좀 더 강해지고,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 이젠 더 이상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않는다. 출장 일정 중이라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캠핑을 즐기는 것도 이를 위한 작은 실천이다. 그는 사진과 캠핑만큼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촬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그는 요리도 수준급 실력이다. 코요태 시절 김종민과 합숙하며 처음 주방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요식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식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미각은 타고났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음식 만들어주고 맛있냐고 물어보잖아요? 맛없다고 하면 그렇게 왜 화를 냈는지 이제 알겠더라고요. 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요리를 끊을 수가 없어요.” 어느새 데뷔 15년 차,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빽가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는 최근 캠핑 크루 중 한 명인 이문기 셰프와 숙성육 전문점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고, 기회가 되면 포틀랜드에서 한동안 머물며 본격적으로 서핑을 배울 계획이다. “미쳤다, 진짜.” 인터뷰 도중 바람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소리쳤다. 이젠 자연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줄 아는 여유조차 생겼다.

(왼쪽부터) 명란구이를 만드는 과정. 토치로 골고루 구워 마요네즈와 곁들이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빽가표 캠핑 요리의 하이라이트였던 스테이크. 올리브유, 마늘 슬라이스, 로즈메리가 들어갔을 뿐인데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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