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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이혜정의 봄나물 식탁

2017년 3월 23일 — 0

모델 이혜정이 제철 재료를 이용해 싱그러운 봄 식탁을 차렸다. 최근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그녀는 런웨이가 아닌 주방에서 숨은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요리 잘하는 이혜정’ 하면 백이면 백 모두 빅마마 이혜정을 떠올리겠지만 요즘 SNS에서 핫한 ‘신예 요리사’는 모델 이혜정이다. 그녀는 패션계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유명한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의 쇼에 선 최초의 한국인 모델로 작년 봄에 배우 이희준과 결혼했다. 이혜정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하면 제육볶음, 파스타, 비빔국수 등 비교적 간단한 요리부터 전복찜닭, 갈비찜, 밀푀유나베 등 손이 많이 가는 메뉴까지 그녀가 손수 차린 밥상을 엿볼 수 있다. 새댁의 솜씨라기보다는 베테랑 주부라고 해도 믿을 만큼 요리를 잘한다. 그런 그녀를 청담동의 한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봄나물과 재철 재료를 한 아름 싸 들고 등장한 이혜정은 익숙하게 앞치마를 둘러메더니 본격적인 재료 손질에 들어갔다. 가늘고 긴 그녀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금세 잘 다듬어진 재료가 하나씩 놓였다. 파리·뉴욕·밀라노 컬렉션의 무대에 오르기도 바빴을 텐데 언제 이렇게 실력을 키웠느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의 요리 이야기 중심에 남편 이희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혜정과 이희준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연애한 지 반년 만인 지난해 4월, 결혼에 골인한 초스피드 커플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예계에는 자기 잘난 맛에 살거나 겉멋 든 사람이 종종 있거든요. 근데 오빠는 굉장히 순수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어요. 그걸 좋게 봤고 또 서로 개그 코드도 잘 맞았어요.” 이혜정은 원래 요리를 취미 삼아 즐겼는데 남편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더 잘하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무명 시절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탓에 당시 이희준의 몸이 많이 상해 있었기 때문. “연애할 때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응급실에 실려갔었어요. 그때 오빠가 무명 시절에 거의 라면만 먹고 지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제 손으로 오빠 몸을 낫게 해주고 싶었어요.” 모델로 활동하며 식습관이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기에 이혜정은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는다. 첨가물이 잔뜩 들어 있는 시판 양념도 구입한 적이 없다. 설탕 대신 친정어머니가 담근 매실청과 시어머니가 보내준 흑마늘꿀을 사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날 때 다시마, 멸치, 건새우 등을 넣고 다시팩을 미리 만들어두었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넣어 국물을 우려낸다.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이희준은 그녀의 밥을 먹은 이후로는 더 이상 응급실을 찾지 않은 것은 물론 아직까지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 이혜정은 최근에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시험에도 합격했다. 승부사 기질도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편이 아니라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는데 무난히 합격했다. 목표가 달성되니 다음 목표가 필요해서 요즘은 양식을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일식, 중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었다. 무엇이든 잘 먹지만 특히 닭볶음탕, 김치찌개 같은 일반적인 한식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답변을 듣고 그녀가 가장 먼저 한식을 배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남편을 위해 아무리 바빠도 거의 매일 주방에 들어가 요리한다는 그녀. “메뉴를 정하기 전에 오빠한테 먼저 먹고 싶은 것을 물어봐요. 그럼 꼭 아무거나라는 답변이 돌아오죠. 하하.” 여느 주부가 그렇듯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재료를 중심으로 정성껏 메뉴를 짠다. 또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 시장 가는 것을 즐긴다. 백화점 식품관을 선호할 것 같은 외모와 달리 주로 집 근처 전통시장을 찾는다. “단골집이 생기면 쑥이든 파든 1000원 2000원 어치가 가능한 곳이 전통시장이에요. 굳이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아도 제철 재료가 이거구나 딱 보이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혜정은 요리 자체를 즐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만든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결혼 후 집들이만 10번 넘게 했을 정도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요리라는 게 참 신기해요. 당연한 말 같지만 넣는 재료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잖아요. 된장찌개에 냉이를 한 줌 넣었다고 전혀 다른 음식이 돼요. 맛뿐만 아니라 향, 색도 달라지고요. 서로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예상 가능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어떨 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죠.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삶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혜정이 모델 일을 하기 전에 국가대표 농구 선수였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3년에는 KBS2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해 숨은 농구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했다. 그녀의 신장은 179cm로 중학생 때와 같다. 키도 컸지만 운동 신경이 남달라 초등학교 3~4학년 때 선수로 발탁돼 농구를 시작했다. “그때는 워낙 어려서 제가 얼마나 잘하는지 몰랐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쯤 되니까 저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더라고요. 중학생 땐 농구 유망주, 고등학생 땐 청소년 국가대표 제의를 받았고요.” 2002년에는 여자 프로농구팀 우리은행에서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운동이 하기 싫어졌다. 운동할 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고 운동만 아니면 뭘 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황의 시기를 보내다가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되겠다 싶어 도전한 것이 모델이다. “운동할 땐 머리도 짧았고 운동복밖에 못 입었으니깐 또래 여자들이 예쁘게 꾸미는 것이 부러웠어요. 아르바이트할 때 몇 번 모델 제의를 받은 적이 있어서 ‘제가 감히’ 하면서도 ‘혹시 될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한번 마음먹으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탓에 바로 모델 아카데미를 등록해 모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가 스물다섯, 빨리 시작한 친구들은 대개 중학생 때부터 모델로 데뷔하기 때문에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였다. 대신 그녀에겐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근성이 있었다. 골격이 커서 더 이상 살을 못 뺄 거라는 아카데미 강사의 말이 자극이 돼서 일주일 만에 5kg을 뺀 적도 있다. 혹독한 다이어트는 물론 발톱이 빠질 때까지 연습을 거듭했다. 그 결과 수강 기간을 채우기도 전에, 모델 수업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쇼에 서게 되었다. “남들이 보면 독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걸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델 일을 너무 하고 싶으니까 연습실에 오지 말라고 해도 가게 되고 발에 피가 나도 좋더라고요.” 패션계에 늦게 입문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될 때도 있었다. 이혜정은 2010년 파리 패션 위크 때 존 갈리아노의 뮤즈로 낙점돼 이슈가 됐었는데 정작 본인은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운이 좋은 건데 존 갈리아노가 누군지 몰라 그 앞에서 그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뉴욕 컬렉션, 밀라노 컬렉션에서 코리안 파워를 보여주며 톱모델로 명성을 떨쳤다. 할머니가 돼서도 런웨이에 서고 싶다는 그녀는 요즘 부쩍 MC나 강연 등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나이 들수록 신인 모델처럼 왕성하게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 중이다. 그 첫 번째가 요리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며 그 일환으로 우연찮게 요리를 테마로 한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이름은 쿡혜CookHye. “요리하는 제 자신을 의미해요. 발음만으로 ‘쿡해(요리해)’로 들리기도 하죠.”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은 없으나 이 브랜드로 요리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혜정. 여자 프로농구팀에서 활동하다 톱모델로 성공리에 변신한 그녀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성정으로 보건대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다.


모델 이혜정이 차린 봄나물 레시피

잡곡밥과 달래양념장

재료(4인분)
찰현미 2컵, 잡곡(보리, 검은콩, 흰콩, 흑미, 율무)½컵, 물 적당량
달래양념장: 달래 3줄기, 간장 2큰술, 물·매실청 1큰술씩, 식초·참기름 1작은술씩, 청양고추 적당량

만드는 법
1. 찰현미와 잡곡은 깨끗이 씻어 불린 후 밥을 한다. 잡곡밥은 백미보다 밥물을 넉넉하게 잡아야 부드럽게 된다.
2. 달래는 잘게 썰고 청양고추는 잘게 다진다.
3. 볼에 2의 달래와 청양고추를 넣고 나머지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넣어 고루 섞는다.
4. 1의 잡곡밥과 3의 달래장을 함께 낸다.

쑥연근전

재료(2~3인분)
쑥 100g, 통연근 ½개, 밀가루 2큰술, 물·식용유·식초 적당량씩,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둥근 모양을 살려 썬 다음 식초물에 담가 변색을 막고 떫은맛을 우려낸다.
2. 쑥은 흐르는 물에 씻어 1cm 길이로 썬다.
3. 볼에 2의 쑥과 밀가루, 소금, 약간의 물을 넣고 반죽한다.
4. 중불로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3의 반죽을 얇고 둥그렇게 펼친 다음 1의 연근을 올린다. 앞뒤로 뒤집으며 노릇하게 부친다.

주꾸미냉이전골

재료(4인분)
냉이·바지락·쪽파 100g씩, 주꾸미 6~7마리, 표고버섯 4개, 양파·홍고추 1개씩,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육수: 멸치 10마리, 건새우 20마리, 다시마 2장(4×4cm), 무 ¼토막, 물 적당량, 소금·국간장 약간씩

만드는 법
1. 냄비에 분량의 육수 재료를 넣고 찬물에서 살짝 불렸다가 끓인다.
2. 바지락은 소금물에 담가 해감한다.
3. 주꾸미는 3과 먹물, 입을 제거하고 밀가루를 뿌려 거품이 나도록 바락바락 주물러 깨끗이 헹군다.
4. 냉이는 흐르는 물에 씻어 시든 잎을 떼어낸 뒤 칼로 뿌리와 잎 사이의 지저분한 것을 긁어낸다.
5. 표고버섯은 기둥을 제거한 후 0.5cm 두께로 썰고 홍고추는 어슷썰기한다.
6. 쪽파는 깨끗이 씻어 손질한 후 3cm 길이로 자르고 양파는 0.5cm 두께로 채 썬다.
7. 냄비에 손질한 재료를 가지런히 놓고 1의 육수를 부어 끓인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edit 이미주
photograph 김잔듸
hair&makeup 신주희·신혜령(헬레나위드주희, 02-514-6646)
place 푸드랩(02-543-9380 #1)
clothes 마시모두띠(02-545-6172), 유니클로(1577-0296)
apron 에이 레시피 (www.apronrecipe.com)
kitchen clothes 피프티팟(070-7799-5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