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화려했지만 아픔이 가득했던 도시는 역사가 남긴 깊은 상처를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근현대사로 가득했던 군산에서의 2박 3일.
first day
lunch 군산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곳
서울에서 군산까지는 차로 3시간 남짓. 용산역에서 새마을호를 타도 군산역까지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군산역에서 시내까지는 살짝 거리가 있어 아무래도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편할 듯싶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군산의 유명한 식당을 검색해보니 그곳은 현지인들이 가지 않는다는 댓글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그래서인지 군산에 사는 사람들이 즐겨 찾고 그들의 추억이 담긴 진짜 군산의 맛집을 찾고 싶었다. 먼저 한자리에서 30년간 칼국수를 팔고 있는 장미칼국수로 향했다. 여행객들에게는 덜 알려져 있지만 군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런 곳이다. 엄마 손을 잡고 따라왔던 아이는 커서 어느덧 중년이 됐고, 변함없는 이곳으로 추억을 곱씹으러 찾아온다. 죽성동의 좁은 골목에 이어 수송동에 깔끔한 분점도 생겼다. “칼국수 먹을래, 돌솥 먹을래?” 자리에 앉자마자 옆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름에는 콩국수, 겨울에는 떡국이 시즌 메뉴로 등장하지만 칼국수와 돌솥비빔밥이 거의 유일한 메뉴다. 당연히 두 가지 모두 시켰다. 지글지글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졌다. 어딘가 투박한 느낌의 돌솥비빔밥은 고기와 표고버섯, 콩나물 등 속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간 데다 누룽지가 적당히 눌어붙어 무심한 듯 섬세한 사장님의 마음씨가 느껴졌다. 얇게 채 썬 달걀 고명이 듬뿍 올라간 칼국수 국물에서는 시원하고 진한 멸치 육수 맛이 났다. 이곳의 자랑인 겉절이와 깍두기를 올려 먹으니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배도 채웠겠다, 경암동 철길마을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일제강점기에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깔았던 철길을 따라 생긴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 사이로 기차가 운행됐던 곳이다. 지금은 기차 운행이 중지되고 추억의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선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교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과 추억의 불량식품을 파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탄불에 직접 쫀듸기를 구워 먹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부모가 아이에게 추억을 들려주는 광경도 훈훈했다. 군산은 일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전국 최고의 곡창 지대였던 호남평야의 세곡이 모이는 곳이었으며 식민지 수탈의 최접점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군산은 조계지로 형성되어 관공서, 은행, 회사, 상업 지구가 들어섰고 그 어느 곳보다 부유한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그 당시 유명한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가 살던 목조 가옥이 보존되어 있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찾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게 실내까지 공개되었지만 지금은 외관과 정원만 관람할 수 있다. 봄과 여름이면 예쁜 꽃으로 가득한 정원이지만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살짝 음산한 기운도 들었다. 조용한 정원을 거니는데 마치 교토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 많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창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내부를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밖을 나와 조금 걷자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띄는 여흥상회가 나왔다. SNS에서 자주 봤던 그 가게였다. 많고 많은 추로스 가게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하고 큰 기대 없이 인절미츄러스를 주문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런데 웬걸, 기름지지 않고 깔끔해 지금까지 맛본 추로스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맛이 훌륭했다. 바삭한 추로스를 먹으면서 10여 분을 걸어 동국사에 도착했다. 동국사는 한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자 고은 시인이 출가한 절로 알려져 있다. 평일 낮임에도 절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고요했다. 대웅전은 에도 시대 양식으로 지어져 지붕의 폭이 넓고 경사가 급격하며, 화려한 한국의 처마와 달리 아무 장식 없이 차분했다. 하루 3번씩 군산시청에서 나온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도 진행돼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해설사의 이야기에 빠져 듣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Dinner 일본의 정취가 느껴지는 이자카야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지에서는 평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출과 일몰이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일몰을 보러 금강으로 향했다. 군산은 금강의 하구이자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철새를 지켜볼 수 있는 금강습지생태공원과 금강철새조망대도 조성되어 있다. 공원에는 내 키보다 높은 갈대가 우거져 있었다. 산책로를 거닐며 달을 맞이했다. 시내에서 벗어난 김에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임피역사까지 가기로 했다. 임피역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역이다. 이곳 역시 일제가 주변 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까지 운반하기 위해 만든 수탈의 거점이었다. 2007년까지도 통근 열차가 다니던 살아 있는 역이었으나 지금은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동상이 전시돼 있다.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뜻의 시실리 광장에는 거꾸로 가는 시계탑의 분침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정말 시간이 되돌아가고 있는 거라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녁은 일본식 선술집 무라야마로 향했다. 무라야마는 일본어로 군산을 뜻한다. 일본식 가옥을 그대로 살린 게스트하우스 ‘이웃’과 ‘다호’의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게스트하우스 다호 1층에 자리하고 있어 혼술을 하러 오기도 좋다. 먼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들이켠 뒤 고구마, 단호박, 새우, 쑥갓으로 구성된 모듬튀김과 간사이오뎅탕을 주문했다. 주문 즉시 반죽을 입히고 튀겨 바삭함이 살아 있었다. 오뎅탕에 들어가는 어묵도 일반 어묵보다 좀 더 비싼 가마보코를 쓴다. 쫄깃한 어묵에 짜지 않고 달짝지근한 국물을 떠먹으니 사케를 추가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바 좌석에 앉아 있다가 이곳 사장님의 오랜 친구분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군산에서 50여 년을 산 토박이였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이 주변에 일본 가옥이 진짜 많이 있었어요. 지금 이 넓은 길도 다 일제 시대에 쌀 수탈을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놓은 거고. 어느 정권에 들어 일본의 잔재를 없애라는 정책 아래 건물은 거의 다 밀어버렸지.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적폐라는 게 없애야 할 것도 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말이지. 그 속에서 배울 점도 있고. 지금 생각하면 그 건물들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의 가슴속에 담긴 이야기로 밤은 깊어갔다.


second day
Breakfast 70년 전통의 손맛
전날 술을 꽤 마신 탓에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군산 토박이들에게 맛집 추천을 요청하면 빼놓지 않고 나오는 한일옥으로 갔다. 70년 전통의 소고기뭇국을 파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진한 고깃국 특유의 냄새가 몰려왔다. 냄새만으로도 제대로 하는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검은 뚝배기에 투명하리만치 맑은 소고기뭇국이 나왔다. 무와 소고기가 듬뿍 들어 있었다. 투명한 색깔과 달리 육수 맛은 깊고 진했다. 간도 딱 알맞았다. 테이블마다 김이 들어있는 통이 올려져 있었다. 김을 국물에 적셔 밥과 함께 먹으니 잘 어울렸다. 비법을 물어보자 1등급 한우의 양지와 설도 등 좋은 재료만 사용하고, 팔팔 끓이면서 계속 피를 걷어내면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마치 전교 1등이 교과서만 이용해 공부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역시 음식 맛은 식재료구나. 2층에는 이곳 대표가 직접 모은 옛 가구와 소품들이 전시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영화 세트장에 온 기분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어제 추천받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생긴 지 5년 만에 전국 공립 5대 박물관에 선정될 만큼 공을 들인 곳이다. 작년 한 해 방문객만 100만 명에 달한다고. 군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근대 문화와 관련된 자료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엄마가 어렸을 때~ 너네 할아버지는~”으로 시작해 아이들에게 과거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별 전시관에서는 군산 시민들에게 기증을 받아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옛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사용했던 교과서부터 고이 간직하고 있던 아버지의 왕진 가방 등 대단하고 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개인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기에. 박물관 바로 옆에는 옛 군산세관이 자리하고 있다. 군산항을 통해 드나들던 물품에 대해 세금을 거두던 곳.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함께 국내에 있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다. 유럽의 건축 양식을 융합한 근세 일본 건축이 잘 드러나 있다. 올 6월까지 보수하는 탓에 내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바로 오른쪽에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군산세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Lunch 화교가 이뤄낸 역사의 맛
군산에 오면 빼먹지 않고 들러야 하는 곳이 중국집이다. 항구 도시의 특성상 화교가 많아 자연스레 중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것이다.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 빈해원을 찾았다. 1951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이 가게는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대단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냥 중국이었다. 천장에 달린 등, 의자 등 멀리서 들려오는 중국인 직원들의 대화 소리까지. 옛날 중국 영화에서나 볼 법한 중국 객잔의 한가운데에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실제로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인 듯했다. 짬뽕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짬뽕은 홍합과 오징어가 듬뿍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얼큰했고, 탕수육은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좋았다. 적당히 바삭하고 소스 맛도 깔끔해 배가 부른데도 자꾸 손이 갔다.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해안길 드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해망굴이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잠깐 차를 세웠다. 일제 강점기에 기차와 도로를 통해 집결한 쌀을 항구로 편하게 운송하기 위해 만들었던 반원형 터널이다. 터널을 이용하면 산을 넘지 않고도 쉽게 항구로 갈 수 있어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교통의 요충지였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제외하고는 인적이 거의 없었다. 지금의 군산 모습과 같았다. 다시 새만금방조제로 차를 돌렸다. 총 길이 33.9km인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는 바다를 메워 약 1억2000만 평의 땅을 확장하는 사업이다. 특히 관광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구름처럼 보였다. 저 멀리 비응도의 하얀 풍력 발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시도의 대각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고군산군도를 꼭 보고 싶었지만 갑자기 날씨가 안 좋아져서 다음을 기약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배를 타고만 갈 수 있던 무녀도가 최근 고군산대교 개통으로 차를 이용해 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선유도까지도 개통되어 섬과 섬을 다리로 이동할 수 있을 거란다. 몇 년 뒤 군산은 세계적인 해양 관광 명소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Dinner 군산의 향토 음식
저녁은 게장 백반을 먹을 수 있는 한주옥에 갔다. 군산은 서해안의 신선한 꽃게를 이용해 만든 게장이 유명하다. 1인당 1만7000원이라는 가격에 영양돌솥밥과 간장게장, 박대구이, 생선회, 생선탕이 한 상 푸짐하게 나와 군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돌솥영양밥은 찹쌀을 넣은 듯 찰졌다. 치커리와 잘게 썬 적양파 위에 간장게장이 가지런히 놓였다. 전혀 짜지 않고 살이 꽉 차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텁텁한 간장 맛이 별로여서 과일처럼 무르는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한약재도 들어가고, 깔끔한 맛을 내려고 노력했지.” 사장님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간장게장을 일주일에 100kg씩 두 번 담그는데, 가장 맛있는 5월 꽃게를 사용한다. 간장게장과 쌍벽을 이루는 밥도둑이 있었으니 박대구이다. 박대는 군산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잡혀, 군산 사람이라면 어릴 적부터 흔하게 접하는 가자밋과 생선이다. 박대구이는 처음이었다.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게 누구나 좋아할 맛이었다. 살짝 말린 박대는 군산 특산물로도 유명해 서울에서도 주문해 먹는다고 한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맑은 광어탕까지 메뉴 하나하나에 술 생각이 간절해졌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올랐을 때 야경을 보기 위해 은파호수공원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의 숙소인 라마다 군산 호텔에서도 멀리 떨어지지 않아 산책 겸 걸어가기로 했다. 봄에는 벚꽃이 만개해 친구, 가족, 연인들이 즐겨 찾는 군산 시민들의 쉼터 같은 곳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야외 음악당과 수변 무대에서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아직 날이 채 풀리지 않아 행사는 없었지만 호수공원을 따라 자리 잡은 카페에서 커피를 사들고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형형색색 변하는 다리에서 반사된 불빛이 강 위에 넘실거렸다.
third day
Breakfast 여유 속 호텔 조식
군산에 오기 전,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를 꼭 보리라 다짐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초원사진관의 배경이 군산이기 때문이다. 그 결심은 미루고 미루다 결국 군산에서 이뤄졌고 영화를 보느라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으러 1층 로비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 라고Lago로 향했다. 호남 지방에서 최초로 4성을 단 호텔답게 조식도 훌륭했다.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크게 한식과 양식으로 구분돼 있었다. 한식은 간단한 국과 나물, 김치류가 준비돼 있었다. 평소 아침은 빵을 먹기 때문에 양식에 더 눈이 갔다. 주문하면 조리사가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오믈렛이 마음에 들었다. 스크램블드에그, 베이커리류, 시리얼, 베이컨, 과일, 치즈, 요거트 등 과하진 않지만 꼭 있어야 할 것들은 모두 갖춰진 느낌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커피 맛도 좋아 두 잔이나 마셨다. 천천히 여유롭게 조식을 즐겼다. 룸 체크아웃이 12시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조식을 먹은 뒤 방으로 다시 올라가 잠시 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체크아웃을 한 뒤 아직까지 머릿속에 생생한 초원사진관으로 향했다. 사진관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대부분 젊은 학생들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사진관 문을 열면 한석규가 “다림아” 하고 불러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심은하가 아니니까. 혼자 몰래 했던 상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영화를 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사용됐던 사진기, 앨범 등이 전시돼 있었고 영화의 스틸 컷이 액자에 담겨 벽 곳곳에 걸려 있었다. 영화의 여운을 좀 더 느낄 수 있었다.


Lunch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빵집
사실 군산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빵집 이성당이었다. 이성당은 1920년부터 일본인이 이즈모야라는 상호로 운영해오다가 해방 후 현재까지 지금의 상호로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 기차 여행을 하면서 군산을 들른 적이 있었다. 당시 전국 5대 빵집이자 한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라는 명성이 자자했던 시기에 이성당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긴 줄을 서서 전쟁이 난 것처럼 빵을 한 무더기씩 사가는 사람들이 인상 깊었다. 그 이성당 옆 건물에 깔끔한 신관도 지었다는 소식을 들어 구경할 겸 그곳으로 향했다. 신축 건물 1층에서는 빵을 살 수 있었다. 투명한 창 너머로 빵을 만드는 베이커들의 모습이 한창이었다. 2층은 커피와 빵, 타르트 등의 디저트를 먹을 수 있도록 카페로 꾸며져 있었다. 때마침 단팥빵이 나오는 시간이라 본관 밖으로 긴 줄이 서 있었다. 이곳의 명물 단팥빵과 야채빵은 본관에서만 살 수 있다. 배급을 받는 것처럼 원하는 개수를 말하면 트레이에 빵을 놓아주었다. 이에 질세라 줄을 서서 단팥빵과 야채빵을 하나씩 담았다. 갓 구워 따끈한 단팥빵을 반으로 갈라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적당한 단맛의 팥소와 부드러운 빵이 더해져 한 개로는 아쉬웠다. 야채빵 속에는 채 썬 양배추와 당근 등이 들어가 든든하기까지 했다. 결국 다시 줄을 섰다. 이성당을 나오는 두 손이 무거워졌지만 대신 마음은 든든했다. 노란 봉투를 하나씩 든 사람들을 지나 서울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과거에서 머물다 현재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영화의 주인공이 이런 마음일까. 괜스레 발걸음이 무거웠다. 군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과거를 품은 채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first day
장미칼국수
칼국수 6500원, 돌솥비빔밥 7000원, 떡국 7500원
전북 군산시 큰샘길 26
063-443-2816
경암동 철길마을
전북 군산시 경촌4길 14
gunsanrailvillage.com
신흥동 일본식 가옥
전북 군산시 구영1길 17
063-454-3337
여흥상회
오리지날츄러스·인절미츄러스 2000원씩, 아메리카노 3000원
전북 군산시 구영1길 22
063-442-9883
동국사
전북 군산시 동국사길 16
063-462-5366
금강습지생태공원
전북 군산시 성산면 성덕리
임피역
전북 군산시 임피면 서원석곡로 2-5
무라야마
모듬튀김 1만4000원, 간사이오뎅탕·차돌숙주볶음 1만5000원씩
전북 군산시 구영7길 101
063-442-0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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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Day
한일옥
무국·육회비빔밥 8000원씩,
콩나물국 6000원
전북 군산시 구영3길 63
063-446-5491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0
063-454-7870
옛군산세관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4-7
063-730-8721
빈해원
탕수육(소) 1만4000원, 짜장면 5000원, 짬뽕 6000원
전북 군산시 동령길 57
063-445-2429
해망굴
전북 군산시 해망동 1000-21
063-450-6110
한주옥
꽃게장정식 2만2000원, 꽃게장백반 1만7000원
전북 군산시 구영2길 31
063-443-3812
은파호수공원
전북 군산시 지곡동 1223-5
063-45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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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 Day
라마다 군산 호텔 라고
조식 뷔페 성인 1만7000원, 소아 1만1000원
전북 군산시 대학로 400
063-441-8000
초원사진관
전북 군산시 구영2길 12-1
이성당
앙금빵 1300원, 야채빵 1500원
전북 군산시 중앙로 177
063-445-2772
edit 김민지 — photograph 이병주
cooperate 라마다 군산 호텔 — advise 군산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