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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정 PD가 말하는 버거의 맛

2017년 3월 16일 — 0

한입 가득 버거를 베어 물며 이욱정 PD가 말했다. “방금 점심 먹었는데 여기만 오면 과식하게 된다니깐요.” 패티가 잘 구워졌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최근 방영된, 그리고 앞으로 방영될 <요리인류-도시의 맛> 속 그의 솔직 담백한 모습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버거 전문점이라니, 의외의 추천이다.
캐주얼한 음식을 특히 좋아한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평상시 먹는 음식들은 파인다이닝이 아닌 캐주얼한 메뉴다. 그 지역의 식문화 특징은 보통 사람들이 평소에 먹는 캐주얼한 음식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버거는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할 보편적인 맛이 캡슐처럼 하나로 합쳐진 음식이다. 낯선 땅을 여행해도 버거 하우스에 간다면 한 끼 식사를 실패하진 않을 거다.

수많은 수제 버거 전문점이 있다. 그중 버거뱅을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버거 맛을 결정짓는 것은 번과 패티다. 이곳의 번은 매일 아침 가게에서 직접 굽는다. 빵만 따로 먹어도 맛있을 정도다. 패티 역시 질 좋은 소고기로 만들어 불 맛을 입혀 구웠다. 패티는 웰던보단 미디엄 레어로 굽는 게 맛있는데 이곳의 패티는 미디엄 정도로 구워 적당하다. 그리고 보통 버거는 반쯤 먹으면 빵이 축축해지는데 버거뱅의 버거는 속 재료의 밸런스가 잘 맞아 잘 축축해지지 않는다. 이곳의 전망도 버거 맛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한다. 해 질 녘 2·3층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노을 진 창덕궁을 보며 버거와 차가운 맥주를 먹으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버거를 먹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면.
먼저 버거를 반으로 잘라 한 조각은 소스를 뿌리지 않고 먹어 고유의 맛을 즐긴다. 이땐 사이드 메뉴에도 손대지 않는다. 오직 버거에만 집중한다. 남은 반은 내 취향에 맞춰 케첩을 좀 더 뿌려 먹는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다. 냉면을 먹을 때도 반은 서빙된 상태 그대로 먹고 나머지 반은 식초와 겨자를 넣어 먹는다.

다른 맛집도 추천해달라.
합정동에 류지라는 솥밥집이 있다. 한식이 그리울 때 자주 간다. 매일 메뉴가 바뀌어 늘 메뉴가 궁금한 곳이다. 순백색의 담백한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고. 서교동에 위치한 진진도 좋아한다. 모든 요리가 맛있다. 평소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이들은 성자라고 생각한다. 버거뱅을 포함한 이 세 곳의 주인들은 모두 성자가 아닐까 싶다.(웃음)

맛집을 고르는 기준이 궁금하다.
우선 공간이 아담한 곳을 좋아한다. 그리고 위치가 번잡하지 않은 동네인 곳. 음식을 먹을 때 맛도 중요하지만 공간적인 체험도 중요하다. 아주 오래전 인류가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은 장소는 아마 동굴일 거다. 동물만 봐도 정말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서 혼자 먹는다. 인간 역시 본능적으로 안락한 공간에서 음식을 먹을 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메뉴가 많은 가게는 선호하지 않는다. 재료의 회전율이 낮다. 또 적은 메뉴만 판매한다는 건 그만큼 그 메뉴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거리도 중요하다. 가고 싶을 때 언제든 갈 수 있도록 주로 활동하는 곳에서 반경 10km 이내의 레스토랑이 좋다.

음식과 요리에 대한 애정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어릴 때부터다. 부모님 두 분 다 미식가시다. 어머니는 요리 만드는 것도 좋아하신다. 집에서 두부, 순대 등도 만들어 먹었다. 일본에서 태어나셔서 일본 가정식도 많이 해주셨다. 중국에서 태어나신 아버지를 따라 화교가 운영하는 중식당도 많이 갔다. 아버지가 딴 건 몰라도 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건 다 시켜주셨다. 그 외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함께 많이 먹었다. 굉장히 코스모폴리탄적인 미식 경험을 어려서부터 한 셈이다. 또 아버지는 음식 맛뿐만 아니라 먹으며 함께 대화를 하고 음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아직도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함께 고깃집에 갔는데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불판에 고기를 한꺼번에 올려 빨리 구워 내는 곳이었다. 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다. “우리는 가축이 아닙니다.”(웃음) 이런 부분들이 지금의 미식관 형성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음식이란 매개체로 세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와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매개체로서 음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음식은 남녀노소 누구나 관심을 갖는 소재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으며 매일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먹는 행위는 유희적인 활동이기도 하고. 이런 소재는 흔치 않다. 또한 음식은 역사는 물론 자연, 사람 사이의 관계, 디자인 등 많은 분야의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담고있어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참 매혹적인 소재다.

요즘의 관심사가 궁금하다.
음식과 디자인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있다. 예전에는 그저 음식은 맛있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식기, 플레이팅 등 모든 것이 중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결정짓는 데 반 정도는 맛이 기여하고 나머지 반은 디자인적 요소가 기여한다. 비싼 돈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고급 식기에 요리가 담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각의 문제다. 언젠가는 음식과 디자인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싶다.

버거뱅
소스 맛보단 번과 패티가 내는 본연의 맛을 강조한 버거를 판매한다. 나폴리에서 공수한 밀가루로 반죽해 매일 아침 번을 굽고 고품질의 스테이크용 소고기로 패티를 만들어 사용한다. 창덕궁 옆에 위치해 있어 통유리창을 통해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며 버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 더버거뱅 9000원, 버거이탈리안 1만1000원
·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29
· 오전 11시~오후 9시
· 02-765-5213

edit 양혜연 — photograph 이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