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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병호의 새로운 시작

2017년 2월 20일 — 0

신라, 리츠 칼튼 등 호텔의 주방에서 20년 넘는 세월 동안 웍을 돌리던 그가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40대가 되면 그만의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었다.

마포에 새로운 중식 레스토랑 핑하오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메뉴들을 선보이나.
요즘 연남동 등지에서 멘보샤, 대게살볶음 같은 기존의 중국집에서 흔하게 보지 못했던 메뉴들이 많이 사랑받는 추세다. 대부분 산둥 지방에서 온 화교의 가정식 요리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메뉴들을 좋아해 메뉴 구성에 신경을 썼다. 대게살볶음, 동파육, 조개볶음 등 소스와 전분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 볶음 요리가 주다. 양은 과하지 않게 하고 가격을 낮춰 여러 메뉴를 시켜 함께 나눠 먹기 좋게 했다.

한국의 중식과 중국 본토 가정식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중식이 건너오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많이 바뀌었다. 중국에는 보통 찌거나 볶는 요리가 많고 튀기더라도 반죽 없이 기름에 재료를 익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처럼 반죽을 입혀 튀기는 요리는 많지 않다. 또 한국에서 먹는 중식 요리는 다양한 재료를 한데 넣고 볶는 편이지만 중국에서는 한 가지 재료에 집중하는 특징이 있다. 새우면 새우, 청경채면 청경채에 약간의 간장이나 마늘 정도만 넣어 볶는 식이다. 재료 하나하나의 맛에 집중한다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왜 중국 가정식 요리가 주목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중국집에 꼭 있는 보편적인 메뉴였다. 외식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바삭한 식감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만 살아남고 담백한 요리들은 종적을 감췄다. 특히 채소를 메인으로 한 요리가 많이 사라졌다. 이연복 셰프 등 여러 대가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메뉴들도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진생용 셰프의 제자인데 그가 특별히 중요하게 가르치셨던 것이 있나.
진생용 사부님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겸손한 자세와 바른 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더라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거만하다면 그 음식에 대한 평은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상대의 음식을 인정해야 나의 음식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이것은 내 철학이기도 하다.

대게살볶음. 대게의 다리살과 버섯을 함께 볶은 요리로 식감이 굉장히 부드럽다. 달걀흰자는 머랭을 쳐 넣어 한층 더 부드러운 식감을 살렸다.

섬세한 드로잉과 조각을 활용한 플레이팅으로 ‘미대 오빠’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감각적인 플레이팅은 어떻게 익히게 되었나.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미대를 진학하고 싶었다. 여건상 힘들어 요리를 선택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남아 있었다. 주방에서 짬이 되고 나서부터 플레이팅이나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됐다. 브레이크 타임에는 주방이 조용해 그 시간을 많이 활용했다. 집중도 잘돼서 채소 좀 깎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좋아해서 하다 보니 재미를 느껴 그랬던 것 같다.

최근에 결혼한 걸로 알고 있다. 집에서도 요리를 자주 하나.
자주 못한다. 초반에 집들이를 한다고 해 집에서 중식을 몇 가지 선보였다. 화력이 약해 캠핑용 버너를 설치해 요리했다. 거의 10가지 메뉴를 만들고 나니 집이 난장판이 됐다. 그 후로는 자제하는 편이다.

2016년 블루리본 어워드에서 강민구 셰프, 김대천 셰프와 함께 올해의 셰프로 선정되었다. 소감을 전한다면.
그 당시 다니던 호텔을 그만두었을 때라 소속이 없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중식을 많이 알린 점에 점수를 높게 받지 않았나 싶다. 열혈팬도라는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중식을 이끌어갈 젊은 셰프들이 만든 모임이다. 중식을 좀 더 재미있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재능기부를 모토로 한다. 자선 모금을 통해 기부하고 중식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도 진행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정모를 하며 중식을 좋아하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셰프들이 합심해 코스 요리를 선보이고 셰프끼리 요리 대결을 펼치는 등 볼거리도 많다. 페이스북에서 100명 정도 예약을 받는데 이틀이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연복, 진생용, 여경래, 여경옥 사부님도 종종 오시곤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핑하오라는 상호명이 왕병호의 병호를 중국어로 읽은 것이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책임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지금 당장은 1호점의 성공이지만 나중에는 미쉐린 스타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웃음)

edit 김민지 — photograph 차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