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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2박 3일 속초 미식 여행

2017년 2월 15일 — 0

사람과 사람 간의 정과 대자연의 감동이 공존하는 속초에서의 2박 3일. 겨울의 속초는 그 어느 곳보다 춥고 따뜻했다.

first day

lunch 실향민의 애환이 서린 맛
아바이마을에서 한번은 꼭 타게 되는 갯배.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무동력선 청초 1호와 2호가 왕복 운항한다.

속초로 떠나는 당일 아침, 맑은 서울의 기상 예보와는 달리 먹구름이 끼어 있는 강원도의 오후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서울 강남에서 속초까지는 차로 3시간. 여행을 주제로 한 노래를 틀고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니 대학생 시절 학과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MT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오랜만에 겨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장 먼저 속초항을 찾았다. 속초항은 영동 지역 수산물 상거래의 중심 역할을 하는 항구로 속초를 찾는 이라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다. 걱정과는 달리 날이 좋았다. 방파제에서 느긋하게 앉아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부러움도 잠시 아침부터 쉬지 않고 달린 탓에 배가 고파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순대 가게가 즐비했다. 아바이마을이었다. 1·4 후퇴 때 함경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이곳을 생활 터전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피란민 중에서도 할아버지들이 많아 할아버지의 함경도 사투리 ‘아바이’를 따서 아바이마을로 불리게 됐다. 바닷가의 특성상 돼지의 대창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대신 오징어에 속을 넣어 만든 것이 오징어순대의 시작이었다. 서울에서 먹었던 오징어순대에 실망했던 경험이 있어 속초를 오기 전부터 원조 오징어순대를 맛보리라 마음먹었다. 순대 골목에 들어서자 이곳저곳에서 발길을 붙잡았다. 되레 그중에서도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아 유명해진 신다신을 찾았다.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명태회가 함께 나오는 모듬순대와 신다신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함경도 전통 음식 가리국밥을 함께 주문했다. 가리국밥에 수북이 쌓여 있는 달걀지단과 파를 걷어내자 소고기와 콩나물, 고사리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입 들이켜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동그랑땡처럼 보이는 오징어순대는 명태회를 올려 먹으니 쫄깃함에 새콤한 맛이 더해져 간장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배를 채우고 아바이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갯배를 타고 시장 쪽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아바이마을이 있는 청호동과 시장이 있는 중앙동은 도로를 통해서 가면 20분이 걸리지만 갯배를 타면 4분이면 된다. 끝과 끝이 연결된 밧줄을 쇠꼬챙이로 잡아당기면서 운항하는 국내 유일의 무동력선이다. 승객 중 2명은 함께 줄을 당겨야 했다. 줄을 당기던 한 승객은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받아야 할 판”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편도 1인에 200원이라는 금액이 미안해졌다. 모터가 없던 시절을 상상하며 멍하니 있으니 내리라는 외침이 들렸다. 4분이 채 되지 않아 중앙동에 도착했다. 5분쯤 걷다 보니 속초관광수산시장의 팻말이 보였다. 속초 시내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아 관광객뿐 아니라 속초 시민들도 즐겨 찾는 전통시장이다. ‘속초는 닭강정’이라는 공식을 성립하게 만든 닭강정 가게들과 새우튀김을 파는 가게에서 흘러나온 고소한 튀김 냄새가 시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실제로 시장을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손에는 닭강정 박스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이에 질세라 자기 전 야식으로 먹을 중앙닭강정을 한 박스 산 뒤 뽀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곳으로 향했다. 진짜 오징어가 들어 있다는 오징어빵을 파는 가게였다. “그냥 오징어 모양 호빵처럼 생겼는데, 진짜 오징어가 들어 있어요?”, “한번 드셔보셔유” 반신반의하며 한입 베어 물자 웃음이 나왔다. 달콤한 팥소 안에 잘게 다진 오징어가 섞여 있었다. 말린 생선을 파는 가게가 모여 있는 곳을 지나니 바로 옆 골목에는 생물 생선을 파는 좌판마다 도치가 가득했다. 아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더 작고 배 부분에 큰 빨판이 있는 생선이다. 속초 앞바다에서 잡히는 도치는 지금이 제철이라 살이 두툼하고 맛이 담백해 찜이나 탕으로 먹기 좋다. 정신없이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해는 벌써 저문 지 오래였다.

신다신에서 맛본 가리국밥과 모듬순대. 한자리에서 50년을 지킨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본 홍게. 한겨울의 시장은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과 먹거리, 상인들의 활기로 가득했다.
Dinner 신선한 제철 생선구이

속초에는 직접 숯불에 구워 먹는 생선구이집이 많다. 즉석에서 굽는 즐거움은 있지만 연기가 많이 나고 옷에 생선 냄새가 배는 것이 싫어 깔끔하게 생선구이를 먹을 수 있는 영철이네 생선구이를 찾았다. 모둠생선구이를 주문하면 매일 수산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싱싱한 고등어, 꽁치, 갈치, 가자미, 열기, 도루묵 등 6종의 생선이 그릴에 구워져 나온다. 소금 간이 세지 않아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니 밥 한 공기가 금세 비워졌다. 서비스로 주신 직접 담근 호박식혜를 마시며 식당을 나서자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첫째 날의 저녁을 이대로 끝내고 싶진 않았다. 야경 명소이자 일출 명소이기도 한 영금정이 차로 5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비를 뚫고 도착한 영금정에는 다행히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아주 먼 옛날 해변의 바위에 파도가 부딪힐 때마다 나는 소리가 영롱한 가야금 소리와 비슷하다 하여 영금정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개발로 인해 바위는 사라졌고 현재는 갯바위의 끝까지 이어져 있는 현수교와 바다를 마주하는 정자만 남아 있는 상태다. 현수교를 건너 정자에 가는 내내 무서움에 소리를 질렀다. 태어나서 지금껏 들은 자연의 소리 중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파도 소리는 엄청났다. 성난 파도의 소리는 대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파도가 암반에 부딪혀 하얀 물보라를 만들었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졌다. 다음 날은 날씨가 좋기를 바라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영철이네 생선구이의 모둠생선구이. 주문 즉시 그릴에 구워 촉촉하다.
언덕에서 내려다본 영금정의 야경.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second day

Breakfast 50년의 세월이 담긴 순두부
설악해맞이공원에서 바라본 일출.

일찍 잠자리에 든 탓인지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전날 생선 가게 아주머니가 새벽에 고깃배가 들어오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고 귀띔해준 동명항활어직판장으로 향했다. 새벽 6시가 되자 배가 하나둘씩 들어오고 상인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보통 이 시간쯤이면 항구에 배가 가득 차지만 어젯밤에 비가 내린 탓에 출항한 배가 많지 않다고 했다. 배 위에서는 크기와 어종별로 생선을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끓고 있는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어두운 바다와 대비돼 더욱 하얗게 보였다. 40여 분이 지나자 빨간색 모자를 쓴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상인들은 일제히 생선이 담겨 있는 바구니 주위로 모여 각자의 번호가 써 있는 입찰표에 원하는 가격을 적어 건넸다. 워낙 적은 어획량 때문에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경매가 끝이 났다. 짧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부, 상인, 경매사의 열정 가득한 삶을 고스란히 느낀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체험 삶의 현장 속으로 뛰어든 느낌이랄까. 칠흑 같았던 어둠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일출 예상 시간은 7시 42분이었다. 속초는 1월 1일에 해맞이 축제를 열 만큼 해돋이 명소 중 하나다. 속초에서 가장 빨리 해를 볼 수 있다는 설악해맞이공원으로 차를 돌렸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잠시 뒤 지평선 끝이 분홍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아직 구름이 끼어 있었다. 해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두꺼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흰 구름 때문에 하늘이 온통 파스텔 빛으로 변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새벽부터 추위에 시달리다 보니 속을 따끈하게 데워줄 음식이 먹고 싶었다. 학사평 순두부촌에서 5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는 여러 메뉴를 판매하는 다른 가게와는 달리 원조답게 순두부정식 단일 메뉴로 승부한다. 어머니가 하시던 가게를 남매가 이어받아 운영하는데 소박하지만 깔끔한 밑반찬, 100% 국산 콩으로 만든 고소한 순두부, 밥 한 공기와 진한 멸치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비지찌개가 함께 나온다. 몽글몽글한 순두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메인이 되기에 충분한 힘이 있었다. 짭조름한 비지찌개를 곁들여 먹으니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추웠던 몸과 마음이 싹 녹아내리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의 순두부정식.
Lunch 서울에선 맛볼 수 없는 생선찜
권금성에서 바라본 설악산의 설경은 장관이었다.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 포토디렉터 이과용의 단골집 이모네 식당에 가기 전 주변에 위치한 속초 8경 중 제2경인 영랑호 범바위 구경을 가기로 했다. 영랑호는 둘레만 8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석호다. 습지생태공원으로 조성돼 천연기념물 고니와 여러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호수가 워낙 크다 보니 자전거를 탄 사람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특히 인력거처럼 생긴 자전거에 앉아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스토리 자전거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손님을 기다리는 스토리 자전거가 유독 쓸쓸해 보였다. 점심때가 되기 전 발길을 서둘렀다. 평일 오전에도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다. 주말에는 최소 1시간을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모네 식당은 명태, 가자미, 갈치, 도루묵, 가오리가 들어가는 생선모듬찜과 가오리찜이 인기다. 찜 요리의 특성상 주문한 지 20여 분이 지나 주문한 가오리찜이 나왔다. 가장 작은 소자를 시켰는데, 3명이서 먹어도 될 만큼 푸짐했다. 새빨간 양념 속에 숨어 있는 가오리는 젓가락을 대자마자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졌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스르르 녹아버렸다. 달지 않으면서도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에 흰쌀밥을 넣어 살살 비벼 먹었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 때문에 속초 시민도 즐겨 찾는 숨은 맛집이다. 방송에 나올 법도 한데 그 흔한 팻말 하나가 없었다. “SBS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도 촬영을 오고 여러 맛집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왔는데 내가 거절해서 저 앞집이 방송에 나갔어. 손님이 많아지면 맛이 변할 수밖에 없거든. 특히 방송은 절대 안 해.” 생선찜에 담긴 ‘츤데레’ 사장님의 자부심과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인심과 가오리로 배를 가득 채운 뒤 배도 꺼뜨릴 겸 설악산으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설악산은 아직 녹지 않은 눈으로 뒤덮여 마치 한 폭의 유화처럼 보였다. 등산을 하는 것도 좋지만 5분 만에 해발 670m 높이의 권금성에 닿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따뜻한 패딩을 꺼내 입었다. 날이 좋지 않을 때는 케이블카 운행을 하지 않는다. 운이 좋았다. 매표소에서부터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로 향했다. 눈 덮인 새하얀 설산과 속초 시내와 푸르른 동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기왕 올라온 거 권금성까지 가보기로 했다. 작게 난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쯤 오르니 나무 한 점 없는 갈색의 돌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이 돌산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텐데. 자연의 숭고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다시 한번 대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에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벅차올랐다.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이모네 식당의 가오리찜은 생선찜에 대한 맛을 재정립시키는 메뉴였다.
Dinner 한겨울에 먹는 시원한 물회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신흥사의 겨울 풍경.

해가 빨리지는 겨울의 특성상 서둘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도 벌써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5분여를 걸어 신흥사로 향했다. 높이가 15m에 달하는 통일대불상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강원도의 유형문화재이자 아름다운 목조 건물로 유명한 극락보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적이 끊겨 조용한 사찰 속, 뒤쪽으로 보이는 설악산의 설경과 어둠이 내려앉은 어슴푸레한 하늘, 극락보전의 단청을 해가 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 바라만 보았다.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추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른 탓에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속초는 예전부터 물회로 유명했다. 새콤달콤한 육수에 갖가지 해산물을 넣어 만든 물회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제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어떤 집을 갈지 고민하다가 압도적인 비주얼과 맛으로 소문이 자자한 봉포머구리집을 찾았다. 입구에서 은행에서만 봤던 대기표 기계를 발견하니 평일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의 대표 메뉴 전복모듬물회는 고추장에 과일을 갈아 만든 육수에 도치, 밀치, 오징어, 문어 숙회, 가자미 세꼬시, 전복, 멍게, 꼬시래기 등 8가지 해산물을 넣어 얼핏 봐도 푸짐해 보였다. 오돌오돌한 전복, 부드러운 문어 숙회, 쫄깃한 세꼬시 등 재미있는 식감에 가벼운 새콤함이 더해져 향연을 이뤘다. 2만원에 이렇게 푸짐한 물회를 먹을 수 있다니. 이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물회집에서 나와 청초호를 향해 걸었다. 청초호를 따라 나 있는 청초호수공원은 중간중간 앉아서 쉬어갈 만한 장소가 있어 야경을 보기 좋은 곳이다. 특히 여름에는 속초 시민들의 피서 장소이자 만남의 장소로 애용된다. 금강대교와 설악대교의 불빛이 일렁이는 파도에 반사돼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보통 같았으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왔겠지만 새벽부터 쉴 새 없이 맞은 찬 바람으로 인해 몸은 이미 녹초가 돼 있었다. 그렇게 속초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쉬움을 남기며 깊어져 갔다.

봉포머구리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전복모듬물회는 8가지 다양한 해산물로 구성되어 있다.

third day

Breakfast 여행자의 특권, 조식 뷔페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내부 한가운데 위치한 물의 정원.

마지막 날은 이틀간 묵었던 대명 델피노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조식을 먹기로 하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커튼을 여니 전날 새벽 시장을 간 탓에 보지 못했던 리조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설악산에서는 작게 보였던 울산바위가 바로 앞에 있는 듯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10시까지 하는 조식 시간에 맞춰 후다닥 카페로까로 향했다. 객실에서 본 그 울산바위가 카페로까의 통창 너머에 그대로 있었다. 여행지에서 먹는 조식 뷔페는 늘 설렌다. 스스로 여유로운 사람이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빵부터 조리사가 즉석에서 조리해 주는 달걀 요리까지 70여 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었다. 조금씩만 맛보기로 다짐을 했지만 아침부터 과식을 하고야 말았다. 체크아웃을 한 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으로 향했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마주하고 앉아 있어 속초에 가게 된다면 꼭 한번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다. 건축사무소 아르키움의 대표이자 원로 건축가 김인철 교수가 디자인해 유명해진 이곳은 지역 간 미술 문화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김명숙 조각가가 직접 의뢰해 만들어졌다. 채소를 경작하던 밭은 바위로 지었다는 뜻을 가진 4000평의 바우지움 미술관이 되었다. 여러 겹의 돌담이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내부로 들어서니 김명숙 관장의 작품과 수집한 조각상이 통창을 통해 스며든 빛에 반사돼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을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김 관장의 바람으로 내부 곳곳이 정원으로 꾸며졌다. 주변 자연 풍경과 실내외 조형물이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우지움 조각미술관의 내부 모습. 김명숙 관장이 손수 수집한 우리나라 대표 조각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Lunch 지금 가장 뜨거운 속초 맛집

서울로 가기 전 마지막 남은 한 끼를 위해 남경식당을 찾았다. 남경식당은 요즘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카페 글라스하우스 대표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관광지 특유의 분위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서울에 있을 법한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고.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가 직접 설계와 디자인을 맡았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랫동안 곱창전골 가게를 했던 내공을 살려 쫄깃한 동해안 참문어를 올린 문어곱창전골과 닭, 다시마 등으로 우린 진한 육수에 어묵, 홍게, 새우, 전복 등 갖가지 해산물을 넣고 끓인 전복어묵전골이 대표 메뉴다. 전복 양식장을 운영해 전복은 직접 길러 사용하고 자연산 홍합인 섭과 성게는 직접 앞바다에서 잡아와 사용한다.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하고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진하고 깔끔했다. 자꾸만 숟가락을 부르는 마성의 맛이랄까. 속초의 전통 음식인 섭국은 쫄깃한 홍합살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땀이 삐질삐질 새어 나왔다. 섭국까지 먹고 나니 이제 속초 사람이 다 된 것 같았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바다 쪽으로 낸 창이 하나의 액자처럼 보이는 글라스하우스의 2층 전경. 날씨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걸어서 1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글라스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기로 했다. 화이트 톤으로 꾸며진 카페 2층에 난 통창을 통해 바라본 천진해변의 모습 때문에 SNS상에서는 가장 핫한 속초 카페로 등극한 지 오래다. 서핑을 즐겨 하는 대표의 동선에 맞게 입구에는 샤워 부스를 만들었다. 실제로 여름이 되면 서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커피 맛도 좋았다. 서울에서 직접 공수하는 원두에선 산미가 느껴졌다. 일본에 갔다가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파인애플시나몬아메리카노에서는 독특하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대표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해보니 속초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이 넘쳤다. 드세다고 소문난 식당의 사장님도, 가까이 갔다간 혼이 날 것 같았던 배 위의 어부도, 미술관의 관장님도 모두 추운 속초의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만든 따뜻한 음식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아직도 그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신선한 자연산 해산물이 가득했던 전복어묵전골. 인심 좋은 사장님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청초호수공원에서 바라본 금강대교와 설악대교의 야경.
first day

신다신
· 모듬순대 2만3000원, 함경도가리국밥 8000원
· 강원도 속초시 아바이마을길 22
· 오전 9시~오후 9시
· 033-633-3871

중앙닭강정
· 닭강정 1만7000원, 순살닭강정 1만8000원
·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147번길 16 속초관광수산시장
· 오전 8시 30분~오후 9시
· 033-632-3511

영철이네 생선구이
· 모둠생선구이 1만3000원(2인 이상 주문), 모둠생선조림·모둠생선찜 3만5000원씩(중), 4만5000원씩(대)
·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330
· 오전 8시~오후 9시
· 033-637-3392

Second Day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
· 순두부정식 8000원
· 강원도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183
· 오전 7시~오후 7시 30분(동절기 오후 4시), 명절 휴무
· 033-635-9520

이모네 식당
· 생선모듬찜·가오리찜 3만원씩(소), 4만원(중), 4만5000원(대)
·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영랑해안6길 16
· 오전 10시~오후 3시 30분, 오후 5시~7시 30분, 수요일 휴무
· 033-637-6900

봉포머구리집
· 전복모듬물회·전복해삼물회 2만원씩, 성게미역국 1만원
·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반로 56
· 오전 9시 30분~오후 9시 30분, 명절 휴무
· 033-631-2021

Third Day

카페로까 조식 뷔페
· 대인 2만4200원, 소인 1만6500원, 유아 1만1000원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미시령옛길 1153 델피노 골프 앤 리조트 C동 1층 로비
· 오전 7시~오후 10시(조식 뷔페)
· 033-639-8381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 일반 8000원(아메리카노 1잔 포함), 중고생 4000원, 초등생 3000원, 단체 5000원(20명 이상)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월요일 휴관
· 033-632-6632

남경식당
· 전복어묵전골(대) 4만원, 문어곱창전골 4만원(소), 5만원(중), 6만원(대), 섭국 1만원, 청어알비빔밥 1만2000원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토성로 140
· 오전 10시~오후 10시
· 070-4205-5959

글라스하우스
· 아메리카노 5000원, 라떼 5500원, 파인애플시나몬아메리카노 6000원, 꼬엔도르 4000원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7
· 오전 10시~오후 8시
· 010-3118-0046

edit 김민지
photograph 이병주
cooperate 델피노 골프 앤 리조트
advise 속초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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