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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박준우

2017년 2월 8일 — 0

누구에게나 삶에 있어 ‘이전’과 ‘이후’를 구분 짓는 사건이 있다. 박준우에게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출연이 그랬다. 그리고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와 카페 오트뤼를 오픈한 지금 이 순간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연희동에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와 카페 오트뤼를 오픈한 박준우.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그의 모습은 한결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박준우의 또 다른 자아

“이제는 괜찮아요, 편한 대로 불러주세요.” 일전의 인터뷰 기사들에서 셰프란 호칭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터. ‘셰프님’이란 호칭으로 불렀다가 멈칫하니 박준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를 설명하는 단어는 많다. 기자, 작가, 셰프, 요리연구가, 방송인 등. 하지만 이 모든 단어는 박준우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그는 원래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때 벨기에로 이민 간 후 대학에서 문학을 배우다 졸업하지 않은 채 조각, 연극, 요리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는 음식 관련 주간지 기자로 일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 출연하게 되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출연 이후의 삶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본업인 글 쓰는 일도 종종 했지만 다양한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서 출연 요청이 들어왔다.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라디오에 출연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기자님과 작가님으로 불렸지만 이때부턴 종종 셰프님으로 불렸다. 그럴 때마다 박준우는 다른 셰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2013년 첫 번째 가게인 오 쁘띠 베르를 오픈할 때 사람들은 레스토랑이 아닌 디저트 숍을 차린 것에 대해 의아해했다. 그는 레스토랑 운영은 아직 버겁다고 답했다. 그랬던 박준우가 이제 호칭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말하고 새롭게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이전에는 ‘요리하는 박준우’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나의 본업은 글쟁이고 요리는 잠시 거쳐가는 과정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마스터 셰프 코리아>를 제 요리 인생의 시작으로 본다면 싫든 좋든 5년째 요리와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제는 ‘요리하는 박준우’ 역시 또 다른 나의 모습이란 걸 인정할 때인 거죠. 그래서 새로운 레스토랑 이름도 ‘또 다른 자아’를 뜻하는 ‘알테르 에고Alter Ego’로 지었어요.”

요즘 그는 지난날 주된 업무 중 하나였던 방송 활동도 쉬며 새로운 레스토랑 운영에 매진 중이다. 박준우에게 요리는 어느덧 생업이 되었다. “사실 방송을 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어요. 그러나 아직 나조차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립하지 못했는데, 방송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더라고요. 사람들이 그 모습을 나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게 불편했어요. 결국 돈보단 내 마음이 편한 삶을 택한 거죠.” 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여느 서른다섯 살보다 아직 덜 여문 사람이라 했다. 그래서 계속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뤄놨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들 속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요리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자 한다. 이번에 오픈한 레스토랑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과정 속에서 말이다.

알테르 에고의 전경.

새로운 출발,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와 카페 오트뤼

박준우의 새로운 레스토랑은 연희동에 위치해 있다. 1층은 카페 오트뤼, 2층은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로 운영된다. 알테르 에고Alter Ego는 ‘또 다른 자아’란 의미를, 오트뤼Autrui는 ‘절대적 타인’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아직 인문학적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있어요. 이번 레스토랑은 오랫동안 하고 싶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또 다른 자아란 의미의 알테르 에고는 박준우 자신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레스토랑의 성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알테르 에고란 상호명 아래에는 퀴진 프랑세아즈Cuisine Française라 적혀 있다. 해석하자면 ‘프랑스 요리의 또 다른 자아’란 뜻이다. 알테르 에고는 프렌치 퀴진을 기반으로 하되 벨기에를 비롯해 다양한 유러피언 다이닝 요소를 가미한 요리를 선보인다. 유러피언 퀴진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박준우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의 요리의 특징은 맥락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겨울 코스 메뉴 중 하나인 뜨거운 앙트레는 벨기에의 홍합에 화이트 와인 소스를 넣은 물 마리니에르Moules Marinières에서 출발했다. 사프란과 레몬그라스로 향을 더한 홍합 크림에 단새우와 포칭한 새우 완자인 크낼Quenelle을 곁들이고 셀러리 폼을 얹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홍합 요리에 사프란을 사용하고 태국에서는 레몬그라스로 향을 가미한다는 ‘맥락’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그가 구성한 코스를 이루는 모든 요리는 맥락을 지녔다. 알테르 에고의 메뉴는 제철 코스 요리를 기본으로 한다. 저녁의 기본 코스 요리는 아뮈즈부슈를 시작으로 앙트레, 푸아송, 비앙드, 프리 디저트, 디저트, 프티 푸르로 이루어져 있으며 금액에 따라 메뉴가 조금씩 변동된다. 점심에는 캐주얼한 비스트로풍의 요리를 2코스와 3코스로 선보인다. 또한 클래식한 유러피언 다이닝을 지향하는 만큼 구대륙 와인이 중심이 되는 와인 리스트를 갖췄으며 약간의 벨기에 맥주도 즐길 수 있다. 카페 오트뤼에서는 오 그랑 베르의 전신인 오 쁘띠 베르 때부터 인기 메뉴였던 레몬타르트, 쇼콜라타르트, 과일타르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무스 케이크류, 파운드케이크가 추가되었고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키쉬, 크로아상 등도 선보일 계획이다. 음료는 커피와 차 종류가 준비되어 있다.

코스의 비앙드 메뉴인 하라시 소스를 곁들인 두 가지 양 등심 스테이크와 뿌리채소.

알테르 에고와 오트뤼의 인테리어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의 김종완 소장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김종완 소장은 필립 스탁, 장 미셸 빌모트, 피에르 폴랑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모교로 알려진 파리 에콜 카몽도에 최연소로 입학하고 석사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파리의 패트릭 주앙 디자인 스튜디오의 공간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며 알랭 뒤카스 플라자 아테네, 2012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진행된 반클리프 앤 아펠 전시 공간, 파리 방돔 광장에 위치한 반클리프 앤 아펠 플래그십 스토어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리고 서울에 돌아와 지난여름 스튜디오를 오픈했고 박준우와 함께 첫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너무 프랑스적으로 풀면 이질감이 들 거라 생각한 김종완 소장은 프랑스적 느낌을 베이스로 모던함을 가미해 알테르 에고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한국인이 보았을 땐 프랑스의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유럽인이 보았을 때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유니크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란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어요.” 화이트와 블루 컬러의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을 살려 마감한 공간은 같은 컬러의 벽이라도 유광 또는 무광 등 서로 다른 재질을 사용해 디테일을 살렸다. 여기에 홀 중앙의 짙은 컬러의 대리석 소재 바 테이블, 황금색 선을 활용한 벽장식 등 포인트 요소를 더했다. 각 벽면을 잇는 모서리들은 이음새가 보이지 않고 곡선을 이루며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이어진다.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테이블, 의자, 접시 등은 모두 음식에 맞춰 크기, 색, 디자인 등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고려해 제작했다. 알테르 에고의 인테리어가 은유적이라면 오트뤼는 보다 직관적이다. 카페 오트뤼는 마치 하나의 케이크처럼 테이블과 의자를 중앙에 동그랗게 배치했다. 그리고 케이크 위에 과일 등 데커레이션 요소를 각각의 크기, 모양, 색깔 등을 고려해 조화롭게 올리는 것처럼 테이블과 의자를 모양, 크기 등을 따져 배치하고 간격을 조정했다. “레스토랑 알테르 에고와 카페 오트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공간 곳곳에 배어 있는 문화를 향유했으면 좋겠어요.” 박준우는 이 공간의 역할은 단순히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인테리어, 서비스 등을 통해 그가 경험하고 느낀 유럽의 문화를 제시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리고 마치 문장이 작가를 떠나는 순간 그 문장은 독자들의 해석에 따라 재탄생하듯, 자신이 제시한 이 문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만의 방식으로 수용하길 바란다.

플레이팅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알테르 에고의 반오픈형 키친.

박준우가 레스토랑 운영을 생계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면 더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얼굴을 알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누구나 접하기 쉬운 대중적인 요리를 선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새로운 레스토랑의 시작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만의 길 위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한결 편안하고 즐거워 보인다.

알테르 에고와 오트뤼를 책임지고 있는 박준우와 스태프들

edit 양혜연 — photograph 박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