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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가 제안하는 와인 페어링 테이블

2017년 2월 3일 — 0

원조 걸크러시 황보가 돌아왔다. 이날 마주한 그녀는 우리가 TV에서 봐왔던 걸걸한 목소리에 털털한 성격의 ‘센 언니’와 달리 차분하고 꼼꼼했다. 무엇보다 요리를 정말 잘했다.

황보는 긴 머리를 돌돌 말아 젓가락으로 고정시키더니 앞치마를 둘러매고 주방에 들어섰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쓱쓱 칼질을 하고 오븐에 굽고 또 기름에 튀겨 메뉴를 하나씩 완성했다. 2년 넘게 카페를 운영했기에 요리에 어느 정도 내공은 있겠구나 짐작했는데 요리가 생활인 사람처럼 능수능란했다. 황보는 요리를 ‘재미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일을 나가면 그녀가 종종 아버지 밥을 차려주곤 했는데 전혀 귀찮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사실 요리랄 것도 없었다. 밥솥에서 밥을 뜨고 밑반찬을 꺼내 달걀프라이를 해서 곁들이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예쁘게 차려서 아버지한테 대접하면 그게 그렇게 뿌듯했다는 것. 그녀는 워낙 집밥을 좋아해 연예인이 된 후에도 꾸준하게 요리를 해왔다. TV에 눈길이 가는 메뉴가 나오면 따라 해보고 언젠가 여행에서 먹었던 메뉴를 집에 와서 재현해본 적도 여러 번 있다. 이날 준비한 메뉴 역시 여행하면서 우연찮게 발견한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들이다.

활동 중에 한번은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서 친한 동료 연예인들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요리 학원을 다닌 적도 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생활 요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연예계 생활을 잠시 정리하고 홍콩에서 현지인처럼 살 때다. 한국 음식이 그리웠고 생활비를 아끼려고거의 모든 음식은 집에서 해먹었다. “슈퍼 마감할 때쯤 가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는 엄청 싸거든요. 그럴 때 가서 이것저것 사와서 집에서 후딱 만들어 먹는 거죠. 연어를 사서 스테이크도 해 먹고, 어설프긴 했지만 된장찌개를 끓여서 밥이랑 김이랑 같이 먹곤 했어요.” 레드 와인에 맛을 들인 것도 이때쯤이다. “집 근처 카페에서 해피아워Happy Hour에 와인 한 잔을 한화로 3000원 정도에 팔았거든요. 피곤할 때 마시는 와인 한잔이 피로회복제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더라고요.” 사실 황보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술을 잘 마시지도, 또 즐기는 편도 아니었다. 게다가 술 마시는 사람에 대한 안 좋은 편견도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한잔씩 홀짝홀짝 들이켜다가 와인의 매력에 빠졌고 이제는 누가 와인을 마시자고 하면 설렐 정도다. 3년 전, 와인에 갓 입문했을 당시에는 부드러운 메를로를 즐겼다면 요즘은 드라이하면서 묵직한 바디감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마신다. 황보가 생각하는 와인의 또 다른 매력은 웬만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린다는 것. 특히 과일과 생올리브 같은 가벼운 음식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 좋다. 한때 연예계 마당발로 유명했던 황보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 대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까지 파스타, 퐁뒤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이 핑계 저 핑계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소소한 파티를 즐겼다. “지금은 제가 카페에서 일을 해야 하니까 웬만한 손님맞이는 거기서 하는데 홍콩 가기 전까지는 친구들이 자주 집으로 왔었어요. 이럴 거면 내가 카페를 하고 말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깐요.(웃음)” 황보의 여성스러운 면모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리하는 것만큼이나 플레이팅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혼자서 밥을 먹거나 아무리 간단한 요리라도 제대로 세팅해서 먹는다. 그릇과 조리도구, 주방 소품에도 관심이 많아 여행할 때 반드시 들르는 리빙 숍이 있을 정도. 영국의 포토벨로 마켓, 홍콩의 홈리스, 일본의 프랑프랑 등이다. 장보는 것 또한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다. “옛날엔 필요한 게 생길 때마다 무작정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면 요즘은 그때그때 메모해뒀다가 한번에 사요. 그리고 최근에 터득한 장을 잘 보는 팁은 배부를 때 가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리스트를 잘 만들어도 배고플 때 가면 꼭 필요 이상으로 더 사게 되더라고요.” 누가 황보를 걸크러시, 원조 센 언니라고 했던가? 보고 또 봐도 그녀는 천생 여자다.

걸그룹 샤크라의 멤버로 데뷔한 황보는 독특한 콘셉트와 이국적인 외모로 신인 때부터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털털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그러던 중 2012년 <무한걸스>를 끝으로 한동안 TV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데뷔한 해에 모든 신인상을 휩쓸 정도로 승승장구했고 호탕한 성격 덕분에 안티팬도 없었다. 또 이렇다 할 스캔들도 없었기에 순탄한 인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 보다. “저도 사람이니까 슬픈 날도 있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땐 혼자 집에서 실컷 울었으면 좋겠는데 카메라 앞에서 게임하고 웃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자신을 몰라보는 곳에서 한두 달 지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홍콩행을 선택한 것이 그곳에서 1년 반이나 지내게 되었다. 홍콩 생활을 통해 인기를 잃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했지만 연예인 황보가 아닌 인간 황보혜정으로서 자아를 찾았다. 또 소소한 행복에 눈을 떴다. 언제쯤 차를 바꿀 수 있을까, 집이 왜 이렇게 좁을까 등 한국에선 부족한 것 투성이였는데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었는지, 자신이 가진 것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는 것.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조차 싫었던 때가 있었어요. 근데 홍콩에선 저를 황보가 아닌 황보혜정으로 봐주니까 그제야 사람들의 진심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와 카페를 오픈했다. 그녀의 위시 리스트 첫 번째가 타지에서 살아보기였다면 두 번째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갖는 것이었다. 카페 이름은 무아펑츄어Muahpunctual. 외국 영화에서 여성들이 뽀뽀할 때 내는 의성어 무아Muah와 ‘시간을 잘 지키는’이라는 의미의 펑츄어Punctual의 합성어로 황보가 좋아하는 두 개의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직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서빙뿐만 아니라 메뉴 준비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한다. 재료가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외국에서 사온 식재료가 있으면 즉석에서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카페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인기는 떨어지었을지언정 자신이 황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젠 예전처럼 모든 방송 활동을 등지지 않으려고 해요. 복귀라는 단어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저를 찾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찾아갈 생각입니다.” 그녀는 지금처럼 카페 운영과 패션 사업을 하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무아펑츄어’라는 이름으로 10코르소코모 같은 복합문화 브랜드를 갖는 것이 꿈이다. ‘잘나가는’ 연예인일 때보다 수입이 많이 줄었지만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하는 황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라고 꾸밈없이 말하는 그녀가 아름다웠다.


황보가 차린 메뉴 레시피

메이플토마토

재료(4인분)
토마토 4개, 메이플 시럽 1컵, 아몬드 슬라이스·바질 적당량씩

만드는 법
1. 토마토는 깨끗이 씻은 후 꼭지를 도려낸 다음 반대쪽에 십자로 칼집을 넣는다.
2. 1의 토마토는 오븐 트레이에 담아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간 굽는다.
3. 2의 토마토는 뜨거울 때 껍질을 벗긴 후 디저트 볼에 하나씩 담는다.
4. 3의 토마토에 메이플 시럽이 잘 스며들도록 1과 같은 방향으로 깊숙이 칼집을 넣은 후 냉장고에서 2시간 동안 차게 식힌다.
5. 바질은 깨끗이 씻는다.
6. 4의 토마토는 물을 따라낸 후 메이플 시럽을 충분히 뿌린다.
7.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리고 바질로 가니시한다.

아보카도달걀오븐구이

재료(4인분)
아보카도 잘 익은 것 2개, 달걀 4개, 로즈메리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아보카도는 칼로 반 가른 다음 씨를 제거한다. 껍질을 살려 과육을 바르되 가장자리는 살짝 남겨둔다.
2. 발라낸 아보카도 과육은 먹기 좋은 크기로 슬라이스한다.
3. 1의 아보카도 껍질에 달걀을 1개씩 깨뜨린 후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4. 오븐 트레이에 2, 3을 담아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익힌다.
5. 그릇에 4를 담고 로즈메리를 올린다.

식빵베이컨말이

재료(3인분)
식빵 6장, 달걀 3개, 생베이컨 3장, 체더치즈 3장, 밀가루·식용유·슈거 파우더 적당량씩,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볼에 달걀을 잘 풀어 달걀물을 만든 후 소금으로 간한다.
2. 식빵은 가장자리를 자르고 체더치즈는 절반으로 나눈다.
3. 식빵은 2장을 이어 사용하는데 2의 체더치즈 2조각을 식빵 한 가운데 세로로 올리고 김밥 말듯 돌돌 만다. 같은 방법으로 2개를 더 만든다.
4. 베이컨은 3의 식빵 롤을 감싸듯 빈틈없이 돌돌 만 다음 풀리지 않도록 끝부분을 안으로 넣어 처리한다. 같은 방법으로 2개를 더 만든다.
5. 4를 1의 볼에 넣고 달걀물이 식빵 안쪽까지 스며들도록 여러 번 굴린 후 밀가루를 묻힌다.
6. 5에 한번 더 달걀물을 묻힌다.
7. 팬에 식용유를 충분히 붓고 온도를 높인 다음 6을 넣는다. 온도를 낮춰 약불에서 골고루 돌려가며 3~5분간 튀긴다.
8. 7의 식빵베이컨말이를 절반 잘라 그릇에 담고 아몬드 슬라이스, 슈거 파우더를 뿌린다.

edit 이미주
photograph 이과용
styling 이상이(스튜디오 밀리)
clothes 마시모두띠(02-545-6172), 리플레인(02-749-5012)
apron 피프티팟(070-7799-5050)
wine 이지와인(02-308-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