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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송영훈의 한식 예찬

2017년 1월 31일 — 0

“한때는 음식 때문에 전라도 지역 공연 일정이 언제 잡히나 기다리기도 했어요.” 그의 말에서 맛있는 음식과 한식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edit 양혜연 — photograph 이향아

권숙수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친한 비올리스트 김상진 교수가 권우중 셰프와 렉처 콘서트 ‘맛있는 클래식’이란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김상진 교수한테 공연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이 흥미로웠고 자연스레 권우중 셰프에게 관심이 갔다. 그의 음식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영국, 핀란드 등 외국에서 생활했다. 한식이 낯설진 않은가.
어릴 땐 한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고 영국 유학 시절 자주 다니던 식당으로 인해 한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어떤 식당인지 궁금하다.
맨체스터에 있는 ‘코리아나’라는 한식당이다. 영국 음식에 질려갈 무렵 우연히 방문했다. 영국에서는 반찬 한 접시일지라도 더 먹으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어린 한국인 유학생인 내가 안타까웠는지 이곳에선 밥을 산더미처럼 주셨다. 그 이후로 가족처럼 지내며 자주 들렀는데 내가 먹고 싶은 요리라면 메뉴에 없는 것이라도 만들어주셨다. 심지어 매일같이 찾았는데 단 한 번도 돈을 받지 않으셨다. 아직도 내게 고마우신 분이다.

해외에 체류할 때 한국 음식이 그리워지면 어떻게 해소하나. 
핀란드 유학 시절에는 한국 식재료와 최대한 비슷한 식재료를 사다 요리해 먹었다. 예를 들면 멸치 대신 정어리로 국물을 내고 어머니가 보내주신 된장을 풀어 된장 수제비를 만드는 식이다. 한번은 소꼬리 뼈를 한 솥 가득 고아 베란다에 두고 먹었다. 그런데 매일 집에 돌아오면 뚜껑이 열려 있더라. 어느 날 베란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은빛 여우가 쏜살같이 베란다에서 도망을 치는 게 아닌가. 여우가 한번 먹어보고 맛있어서 계속 찾아왔던 것 같다.(웃음) 요즘은 해외로 공연 갈 때 한국 음식을 꼭 챙겨 간다. 일주일 정도 체류할 예정이면 포장된 김과 김치를, 한 달 이상이면 즉석밥까지 가져간다. 없으면 불안하다.

평소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인가.
젊었을 때 많이 다녔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용돈을 모아 뉴욕 레스토랑 위크 기간을 공략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을 위해 몇 시간씩 운전해서 찾아가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너무 바빠서 잘 찾아다니지 못했다. 그래도 미식에 대한 열정은 아직 마음속에 있다.

지금까지 갔던 레스토랑 중 기억에 남는 곳이 있나.
스페인에 위치한 아르삭Arzak이란 곳이다. 공연을 위해 스페인에 방문했을 때 들렀다. 이곳에 가기 위해 차를 렌트해 4시간 동안 운전해서 찾아갔다. 3시간 동안 코스 요리를 즐겼는데 코스 요리에는 와인 페어링도 포함되어 있었다. 운전을 해야 하니 샘플만 조금씩 맛봤다. 그런데 가짓수가 많다 보니 마신 술의 양이 꽤 되더라. 결국 그 지역에서 잤다. 식사비뿐만 아니라 렌터카 비용과 숙박비까지 들었으니 내 생에 가장 비싼 한 끼 식사가 아니었나 싶다.

이번 2월에 공연이 있다고 들었다. 공연에 대해 소개해달라.
내 음악 생활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곡가들 중 두 사람인 베토벤과 슈만의 작품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나에게뿐만 아니라 음악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두 작곡가의 곡을 올리는 공연이라 제목은 ‘조이 오브 클래시즘Joy of classicism’이라 붙였다. 2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음악과 음식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셰프의 역할과 작곡가의 역할은 굉장히 비슷하다. 한 접시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셰프는 재료를 고르고 다듬는다. 그리고 손질한 재료를 다시 적절하게 조리해 요리를 완성한다. 작곡가 역시 어떤 화음을 사용할 것인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도록 조합해 곡을 만든다. 나는 레스토랑의 서빙 스태프와 역할이 비슷하다. 서빙 스태프가 요리를 손님에게 내고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나 역시 훌륭한 곡을 청중에게 전해주고 음악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권숙수
한식을 베이스로 약간의 모던함을 가미해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이는 한식 파인다이닝이다. 이곳의 수장 권우중 셰프는 계절에 따라 전국에서 나는 진귀한 재료로 요리한 정갈한 한식 밥상을 코스로 낸다. 각 메뉴와 어울리는 전통주 페어링도 즐길 수 있다. 2017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2스타를 받았다.
· 점심상 코스 6만원, 저녁상 코스 13만5000원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27 2층
· 월~토요일 정오~오후 3시, 오후 6시~10시 30분, 일요일 휴무
· 02-542-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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