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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지역 음식의 재발견, 죽변&구룡포

2017년 1월 17일 — 0

거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어부이지만, 잡아온 물고기들을 분류해서 손질하고 유통시키는 일, 훌륭한 음식으로 만드는 일은 아내들이 도맡는다. 문화를 만드는 것은 여인들이며 이는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다.

죽변

겨울이 돼 색이 짙어지고 살도 단단해진 싱싱한 문어.

죽변竹邊은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에 있는 어항. ‘대나무 숲의 가장자리’란 뜻을 가진 지명은 이곳이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던 땅이었고, 왕조 시대 중요한 무기였던 화살의 재료가 생산되던 땅이었음을 말해준다. 경상북도 최북단 어항으로 앞바다에서 오징어, 꽁치, 가자미 등이 많이 잡히며 겨울철 대게가 유명하다. 대게의 명칭은 다리의 모양이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리는데 겨울철 죽변항은 대게잡이 어선들로 붐빈다.
울진 죽변항 앞바다의 겨울철 별미는 대게와 문어(참문어)이다. 대게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음식이지만, 죽변항 문어는 겨울철 미식 여행을 즐기는 선수들이 쉬쉬하며 찾는 곳. 문어는 겨울에 향이 더 짙고 살도 단단하다. 타우린이 풍부해 혈중의 중성 지질과 콜레스테롤을 억제시키며,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피로 해소와 술을 마시는 동시에 해장을 시켜주는 보약 술안주로 인기가 있다. 조선 후기의 생활백과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의하면 “문어는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고 한다. 음식이자 약으로 대접받는 바다의 보배인 셈이다.

모든 바다 일을 혼자 하는 광복호의 선장이자 선원인 어부 현종. 작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으며, 그래서 더 아름답다.

어부 현종과 양귀비
어부 현종(65세)은 1985년부터 죽변항 앞바다에서 문어와 제철 생선들을 잡아온 문어잡이 최고수 어부다. 그가 통발로 잡은 문어를 홈페이지 ‘바다로(www.badaro.in)’를 통해 보여주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내다 보니 그의 아내 양귀비(62세) 또한 문어를 삶아내는 데 최고수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들 부부로부터 삶은 문어를 맛본 단골들은 미각의 중독으로 계속해서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어부 현종의 고향은 울진군 원남면 덕신리로 고향 마을의 뒷산 이름 현종산에서 ‘현종’이란 이름을 가져왔고, 아내의 이름은 자연스레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가 되었다. 1995년 처음 디지털카메라를 장만한 그는 사진동호회에 가입해 사진 촬영을 배우고, 직접 잡은 물고기와 어판장에서 팔리는 생선 등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일상의 사진 일기를 인터넷에 올렸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즐겨 보게 되면서 죽변항 수산시장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더불어 어부 현종에게 수산물을 주문하면 ‘제철 명품 해산물’을 받아볼 수 있는 것으로 이름이 나고, 직접 찾아오는 이들에게는 어부 현종의 아내 양귀비가 싱싱한 제철 생선과 손맛으로 차려내는 ‘어부 밥상’ 또한 인기를 끌며, 이를 맛보려고 죽변항까지 찾아오는 이들 또한 많다.
60대 중반의 어부가 전문가용 카메라(캐논 5D 모델)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어부 현종과 양귀비’라는 브랜드 네임을 짓고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어부 밥상’의 체험 마케팅, 최고의 제철 식재료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마케팅’을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세계적인 인터넷 뉴스미디어 기업인 버즈피드 BuzzFeed의 창업자 요나 페레티Jonah Peretti의 말이 떠오른다.
“Content is King, but Distribution is Queen.”
결론은 죽변항에선 어부 현종보다 양귀비의 역할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들 부부만의 모습이 아니다. 새벽녘 어선이 들어오면 그물과 잡아온 물고기들을 손질하는 포구의 여인들 모습을 보면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에서 그러함을 알 수 있다.

울진 앞바다에서 통발로 잡은 문어를 들어 보이는 어부 현종과 아내 양귀비. 죽변항은 부부의 왕국이다.

구룡포

호미곶에서 감포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는 포구. 아홉 마리 용이 승천했다는 바다 구룡포항은 경상북도 최대의 동해안 어업전진기지. 예전에는 고래잡이 포경선으로 유명했으나 지금은 겨울철에 오징어잡이 배와 대게잡이 어선들이 많이 드나든다. 과메기의 본고장으로 청어, 정어리, 꽁치 등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범진수산의 김진희 대표와 어머니 이경출(77세) 씨. 모녀가 함께 만드는 과메기는 정갈하며 푸아그라보다 뛰어난 맛이다. 과메기는 단순한 지역 상품이 아니라 최고의 음식 문화이다.

국민 수산물 오징어
오징어는 명태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민 수산물’. 명태의 경우 게맛살이나 어묵 재료 등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수산물은 오징어로 추정하며 소비되는 방식도 생물, 냉동, 마른 오징어 등 다양하다.
우리 국민들이 오징어를 많이 먹는 것은 어족 자원이 풍부하기도 하지만 맛과 영양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오징어는 지방 함유량이 적어 저칼로리이고 반면에 단백질과 비타민 E 등이 많이 들어 있어 현대인의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이다. 더불어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Taurine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며, 간장의 해독 작용, 시력 회복, 혈압의 정상화,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등 만병통치약 같은 효과를 지닌다.
오징어는 종류가 많고 연중 잡히지만 계절적으로 가을과 겨울이 가장 맛있다. 갓 잡은 오징어는 투명하나 시간이 지나면서 적갈색에서 흰색, 자줏빛 보라색으로 바뀐다.

당일바리 명품 오징어
구룡포읍 하정리에서 28년이 넘도록 좋은 품질의 마른 오징어 만드는 일에 정성을 기울여온 거창수산의 최진국(57세) 대표는 포항에서 오징어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오징어 철(9월 20일~1월 말)이 되면 그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그가 꼽는 최고 명품 건오징어는 동해바다에서 잡히는 제철 오징어를 배에서 갓 잡은 당일에 수매해 곧바로 덕장에서 건조한 ‘당일바리 오징어’.
명품 마른 오징어를 만드는 중요한 요인은 1등급 신선한 오징어를 얼마나 신속하게 내장을 제거하고 청정한 바닷물로 세척 과정을 거쳐 햇볕과 해풍이 좋은 곳에서 외부 오염 없이 빨리 건조하는가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으로 울릉도와 구룡포가 손꼽힌다. 특히 구룡포는 운송의 장점으로 우리나라 마른 오징어의 70%, 과메기는 90%를 생산하며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에서 갓 잡은 제철 오징어를 당일에 수매해 곧바로 건조하고 있다.

꼿꼿한 ‘신통오징어’
신통오징어는 (주)거창수산의 건오징어 브랜드. 음식의 맛에 대한 많은 글을 남긴 백석 시인의 글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생선 요리의 맛을 묘사한 ‘꼿꼿이 지진 맛’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요리와 백석 자신의 굳센 기개, 의지, 태도, 마음을 표현했다고 한다. 오징어는 매우 섬세한 어종이라 잡히면 금방 죽는다. 이를 신속하게 추슬러 맛난 음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에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며, 잘 건조된 좋은 품질의 오징어는 맛있다. 맛난 오징어의 무게와 형태 하나하나를 확인해 ‘꼿꼿한 오징어’로 만드는 신통오징어의 정성과 노력은 맛을 뛰어넘는 멋이다.

오징어 철이면 새벽 1시에 퇴근, 새벽 4시에 출근하는 거창수산의 최진국 대표. “언제 잠은 자는가?” 물음에 “잠은 여름에 자야죠”라고 유쾌하게 대답했다.

신통명품건오징어세트 2호(12마리) 맛보기

신통오징어에서는 올리브 독자들을 위해 제철에 건조된 최고 품질의 오징어를 산지 가격으로 맛볼 기회를 드립니다. 구입 방법 등 자세한 사항은‘Olive Food Taste’ 페이지(140p) 또는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의 페이스북 (www.facebook.com/OliveMagazineKorea)과 인스타그램(@olivem_korea)을 확인하세요!

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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