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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서산, 지역 음식의 재발견

2016년 11월 29일 — 0

서산 갯벌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들은 예부터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새벽부터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루 종일 갯벌에서 바지락, 굴, 낙지를 채취해서 날것을 음식으로 만들어온 문명, 문화, 세련됨은 모두 어머님들의 고귀한 노력과 손맛으로 이루어졌다. 서산은 ‘상서로운 땅’이라는 지명보다 더 고귀한 땅이다.

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

서산, 태안지역의 향토음식 우럭젓국.
서산, 태안지역의 향토음식 우럭젓국.

서산瑞山은 충청남도 서북부 태안반도에 있는 시市이다. 면적 740.7km², 인구 174,049명(2016년 현재)으로 ‘상서로운 땅’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중앙, 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국토의 중심 지역. 예부터 중국과의 교역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곳이며 21세기 서해안 시대 중심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서산 특산물은 꽃게, 어리굴젓, 서산 6쪽마늘이다. 이 밖에 바지락, 새조개, 낙지, 주꾸미, 새우, 감태, 망둥어 등 계절별 다양한 해산물과 간척지에서 재배한 쌀, 인삼, 생강, 감자, 총각무, 달래 또한 서산이 자랑하는 식자재 들이다.

서산 자연산 굴
굴은 조개의 일종으로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영양가 높은 해산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해산물로 여겨진다. 해산물을 좀처럼 날것으로 먹지 않는 서양을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 날것으로 소비되는 고가의 해산물.
우리나라는 굴이 자라기 좋은 천혜의 지형으로 품질이 뛰어난 굴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2014년 일본의 굴 생산량이 18만 4,100톤인 데 반해 한국은 2015년 34만 2,480톤. 인구 대비 1인당 생산량은 우리나라가 거의 5배이다. 서산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굴 생산지이다. 이곳에서 채취하는 굴은 ‘투석식’으로 양식하는 자연산 굴이다. 투석식 양식은 가리비 껍데기를 갯벌에 던져 놓고 일체 인위적인 조작 없이 붙어 자라는 굴을 채취하는 방식이다. 바위에 붙어 자라는 ‘자연산 굴’과 차이가 없어 자연산으로 불린다. 밀물과 썰물 때의 해수면 높이 차이가 큰 서해안 갯벌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굴을 키운다.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여름의 뜨거운 볕과 겨울의 강추위를 견디며 자란다.
조수 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남해안 지역에서는 ‘수하식’으로 굴을 양식하는데 물속에 굴 종자를 인위적으로 넣어 키운다. 늘 물속에 잠겨 있어 편안한 환경과 먹이가 풍부한 탓에 생장이 빠르며 큰 굴로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수하식으로 키운 굴을 양식굴, 투석식으로 자란 굴을 자연산으로 부르는 차이다. 수하식 양식굴은 크기가 크며 전이나 튀김 등에 적당하다. 반면, 투석식 자연산 굴은 크기가 작고 맛과 향기가 월등하므로 생굴로 먹을 때 맛이 탁월하다.

갯벌에서 굴을 캐는 것은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고된 일.
갯벌에서 굴을 캐는 것은 모두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고된 일.

우도 명품 굴
‘서산댁의 해산물 이야기’ 블로거로 유명한 서산동부수산시장 부남수산의 염현미 씨의 안내로 서산에서 가장 맛있다는 명품 굴을 찾아 가로림만灣의 작은 섬 우도를 방문했다.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의 벌말 선착장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8시, 오후 1시)의 배편밖에 없는 섬은 모양이 소처럼 생겼다고 우도牛島로 불린다. 면적 0.56km2, 해안선 길이 1.8km, 상주 인구 38명(2013년)의 작은 섬으로 섬 주변이 갯벌과 조개껍데기로 덮여 있다. 경운기 외에는 교통 수단이 없으며 굴 채취와 고기잡이가 전부인 어촌 마을이다.
우도의 아낙네들은 물때에 맞춰 굴을 채취하는 것이 일상에 배었다. 50년 넘도록 이 일을 해온 올해 77세의 김순희 씨도 그중 한 분. 요즈음의 물때와 하루에 굴을 얼마나 캐는지 물었다. 아침 9시쯤 나와서 오후 4시까지 캐는데, “아유, 바지락은 긁으면 수입이 많지만, 굴은 애만 쓰지 수입은 없시유.” 젊은 사람들은 하루에 5~6kg을 캐지만 본인은 멀리 나가지 못해 절반밖에 못 캔다고 엄살을 부린다. 염현미 씨에게 물으니 충청도식 어법을 해석하면 하루에 10만원 정도 번다고 했다.
염현미 씨에 따르면 가로림만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굴은 모두 맛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본인은 그중에 우도 아낙네들이 채취하는 굴을 최고의 명품 굴로 여긴다. 자연산 굴의 품질에서 중요한 것은 굴 껍데기를 조새(쇠로 만든 갈고리. 굴을 캐거나 까는 데 쓰이는 도구)로 까면서 굴 껍데기의 편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우도의 주민들은 세심하게 채취한단다. 아낙네들의 정성과 노력에 보답하려 시세보다 비싸게 사서 단골들에게 보내주다가 남편과 몇 차례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굴 값이 어민들 노력에 비해 너무 쌉니다.”

인터넷에서 ‘서산댁’으로 유명한 부남수산의 염현미 대표.
인터넷에서 ‘서산댁’으로 유명한 부남수산의 염현미 대표.
50년 넘게 굴을 캐온 우도의 김순희 어머님.
50년 넘게 굴을 캐온 우도의 김순희 어머님.

서산 어리굴젓
어리굴젓의 생명은 세 가지 재료. 굴, 소금, 고춧가루가 좋아야 최고의 굴젓을 만들 수 있다. 이 중 굴이 가장 중요한데 서산 일대는 서해안 최고 품질의 자연산 굴이 채취되는 지역이다. 자연산 굴에 천일염을 섞어 보름 정도 잘 삭히면 노르스름한 빛깔로 변하며 이것을 ‘백젓’이라 한다. 여기에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넣으면 어리굴젓이 완성된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는 음식을 날것으로 먹는 것과 익힌 것의 차이를 야만(미개)과 문명, 자연과 문화, 조야함과 세련됨의 이분법적인 사고로 해석한다. 그러나 오늘날 음식 문화의 발전에 비춰보면 날것은 전례의 성스러운 종교적 의미, 무공해의 싱싱함으로 몸에 좋다는 상징성, 발효에 대한 과학적 이해, 산지 날것의 신선도를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해 고급 식사이자 맛과 문화를 향유하는 세련된 감각으로 이해된다.
서산 감태 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갓 지은 밥을 한 숟갈 얹어 빨갛게 양념한 어리굴젓을 올려 입안에 넣으면 표현할 수 없는 굴 향의 환상적인 맛의 세계로 넘어간다. “어리굴젓은 문명이자, 문화이자, 세련됨이다.”

굴, 소금, 고추가루 세 가지 재료만으로 만드는 서산 어리굴젓.
굴, 소금, 고추가루 세 가지 재료만으로 만드는 서산 어리굴젓.

서산동부수산시장 — 질 좋은 해산물은 다 있다
충남 서북부를 대표하는 서산동부전통시장은 수산물, 농축산물, 가전, 의류, 잡화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문화관광형 재래시장. 이 중에 점포 숫자가 가장 많고, 질 좋은 다양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수산물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서산동부수산시장’이다. 서산 재래시장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외지인들이 이곳을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서산동부수산시장은 다른 지역의 수산물 시장과 비교하면 큰 규모가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2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래서 질 좋은 식자재를 미식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조건들을 두루 갖춘 곳이다.

— 첫째, 해산물들의 품질이 매우 좋으며 가격이 합리적이다.
— 둘째, 수산물 시장은 둘러보기에 적당한 크기이며,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중복되지 않고 저마다 전문성 있는 가게들로 구성되어 있다.
— 셋째, 가게의 상인들은 매우 친절하고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아 불편함이 없다.
— 넷째, 재래시장이지만 청결하고 위생 관리가 철저하다.
— 다섯째, 수도권에서 한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 위치한다.

128개의 해산물 전문점들이 모여 있는 서산동부수산시장.
128개의 해산물 전문점들이 모여 있는 서산동부수산시장.
info

부남수산
서울에서 서산으로 시집 온 염현미(50세) 씨와 남편 박성교(52세)씨가 운영하는 수산물 가게. 서산댁으로 불리는 염현미 씨는 ‘서산댁의 해산물 이야기(http://bairak1.blog.me)’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계절마다 질 좋은 해산물을 꼼꼼하게 엄선해 보내주어서 전국적으로 단골들이 많다. 가을, 겨울에는 굴, 봄철에는 바지락을 택배 보내는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하지만 9년째 수산시장 상인연합회의 총무 일을 하면서 동부수산시장과 서산의 해산물 홍보에 적극적이다.
· 바지락, 굴, 어리굴젓, 꽃게, 주꾸미, 새우 등의 해산물
·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번지 동부시장 B동
· 041-664-3150

중왕수산
낙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강남복(53세) 대표가 운영하는 낙지 전문점. 태안 인근에서 잡는 낙지들을 매일 1000마리 이상 전국으로 공급한다. 젊은 시절 직접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했던 터라 태안 인근에서 잡히는 물고기, 해산물들의 생태를 정확히 알고 있다. 시장 상인들도 모르는 것은 강대표에게 묻는다. 서산동부수산시장 상인연합회 회장 일을 맡아 수산시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각종 행사를 추진하면서, 다시 찾고 싶은 재래시장이 되도록 위생적이고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앞장선다.
· 태안반도에서 생산되는 뻘낙지
·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번지 동부시장 내
· 041-667-9510

창성수산
최순자(77세) 대표가 44년째 운영하는 꽃게, 자연산 대하 전문점. 오랜 세월 동안 정확하고, 정직하게 운영해온 덕에 단골들이 많다.
· 꽃게, 대하, 갱게미, 주꾸미
·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번지 동부시장 내
· 041-665-2872

강원수산
박용옥(57세) 대표가 운영하는 꽃게 전문점. 가을 꽃게는 살이 부드럽고, 달다고 한다. 가격도 봄에 비해 저렴하다.
· 꽃게, 돌게, 대하
·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번지 동부시장 내
· 041-665-2468

부엉상회
외할머니, 아버님의 대를 이어 박찬기(52세) 대표와 형제들이 운영하는 젓갈 전문점. 가로림 만에서 채취하는 굴과 3대째 내려오는 가전으로 최고 품질의 서산 어리굴젓을 만들어 판매한다
· 전통어리굴젓, 각종 젓갈
·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번지 동부시장 내
· 041-665-6979

형제식당
부남수산 옆에 위치한 시장 상인들을 위한 밥집. 부남수산 염현미 씨 부탁으로 영업 시간 외에 특별한 게국지 백반을 먹을 수 있었다.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서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식재료로 밥과 반찬, 찌개를 만들어준다. 제철 식재료와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자는 푸드마일리지 제로 운동을 26년 동안 자연스럽게 실천해온 곳이다.
· 게국지
· 충남 서산시 동문동 900번지 동부시장 내
· 041-665-3776

산해별미
서산, 태안 지역에서 제사상에 우럭포를 올린 후 남은 우럭의 머리로 끓였던 지방의 향토 음식. 요즈음은 우럭을 통째로 해풍에 말려 쌀뜨물과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두부, 무, 호박, 청양고추 등을 넣어 끓인다. 서산 동부수산시장 근처의 산해별미는 최정화 대표가 남편, 아들과 식구끼리 운영하는 우럭젓국 전문점. 음식점 상호와 잘 어울리는 특별한 음식 맛을 느낄 수 있다.
· 우럭젓국
· 충남 서산시 동문동 426-2
· 041-663-7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