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태국의 인디언 레스토랑 가간Gaggan을 이끄는 오너 셰프. 인도 전통 음식에 창의적인 조리법을 접목시켜 진보적 인도 요리를 선보이는 그를 서울에서 만났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나에게 한국은 아직 생소하고 탐구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한국 퀴진에 대해 알려진 것들은 불고기나 김치 등이 전부였기 때문에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발견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로 방문했나.
고메시리즈의 하나로 서울에서 이틀간 팝업 디너 행사를 이끌게 되었다. 팝업 디너 일정에 앞서 제주도를 방문해 한국 고유 식재료를 탐방하고 그곳에서 얻은 영감을 특별 코스 메뉴로 선보인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메뉴를 구상했다. 제주도에서 보고 먹고 느꼈던 경험을 담았다.
이번 팝업 디너를 준비할 때 특별히 신경 쓴 것이 있나.
한 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하며 고기를 구워 먹는 한국의 식문화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번 팝업 디너의 콘셉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테이블을 이어 붙여 모두 앉을 수 있도록 꾸몄다. 불판이 놓여 있던 자리에 크랩 커리를 놓았고 반찬이 놓여 있던 자리에 다양한 장아찌를 놓았다.
제주도를 다녀온 소감이 궁금하다. 인상 깊었던 식재료가 있나.
흑돼지와 버섯이 인상적이었다. 흑돼지는 스페인에서도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식재료다. 익숙한 식재료지만 맛도 다르고 요리하는 방식도 달라 매우 흥미로웠다. 표고버섯과 송이버섯은 일본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한국 버섯들은 다채롭고 특별하다. 사진을 찍어 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보여줬다(웃음). 버섯을 이용해 한국가을버섯타르트라는 메뉴도 선보였다.
분자요리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과학은 우리의 세상을 변화시켜왔지만 그에 비해 음식은 그대로였다. 1990년대 들어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분자요리는 기존 요리를 앞서가는 기술 중 하나였다. 세상을 앞서는 기술을 배워야 내가 창의적인 발명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명 셰프인 페란 아드리아에게 요리를 배운 단 두 명의 아시안 셰프라고 들었다. 엘 불리에서는 어떤 경험을 했나.
그곳에는 실험을 할 수 있는 랩이 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테크닉은 물론 요리를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배웠다. 특정한 레시피를 배웠다기보다 요리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게 되면서 나만의 퀴진을 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태국은 이제 미식을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방콕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나.
태국은 초기 비용이 적게 들기도 했고 하나의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웃음). 사실 인디언 퀴진을 하기 위해서는 인도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인도에서 인디언 퀴진을 했으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소감이 어떠한가.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기도 하다. 좋은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 중에는 1위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에만 얽매여 정작 내가 만든 음식을 잘 음미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고향 인도를 여행하면서 요리에 영감을 얻는다고 들었다.
인도는 1년에 5~6번을 가도 늘 그리운 곳이다. 인도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인도를 찾는다. 무엇보다 인도 음식에 대한 정통성을 잃지 않기 위해 늘 노력한다. 특히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내가 하는 요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다.
레스토랑 가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꼽아달라.
나에게 수많은 자식 중 어떤 자식이 가장 예쁘냐고 묻는 것인가(웃음)? 겉보기에는 평범한 패션프루트처럼 보이는데 아래쪽에는 푸아그라와 유자 젤리로 층을 이루고 있는 푸아그라 메뉴를 좋아한다. 또 하나를 꼽자면 성게알 아이스크림이다. 망고로 만든 아이스크림 콘에 와사비 아이스크림과 성게알을 곁들인 것인데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이 난다.
궁극적으로 어떤 셰프가 되길 바라나.
음식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다. 지금 유행하는 음식 중 하나는 개미, 애벌레 등 곤충을 이용한 음식이다. 하지만 유행만을 좇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유행을 창조하고 나만의 퀴진을 이끌어 나가는 셰프가 되고 싶다.
외국 출장을 갈 때 꼭 챙기는 당신만의 도구가 있나.
물론이다. 특히 분자요리를 위한 도구들은 꼭 들고 다니는데 수비드 머신도 그중 하나다. 요리의 질감을 내기 위해 꼭 있어야 할 도구들이 주를 이룬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태국으로 돌아가면 당분간 해외 출장이나 행사는 줄이고 레스토랑에 전념할 계획이다.
edit 김민지 — photograph 차가연 — cooperate 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