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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정 디자이너의 원포트 요리

2016년 11월 17일 — 0

영화 <줄리&줄리아>를 보다가 마침 똑같은 냄비가 있어 즉흥적으로 도전한 뵈프 부르기뇽. 윤원정 디자이너는 정성과 인내가 필요한 원포트 요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도 즐겁다고 말하는윤원정 이사. 완성될 음식을 상상하며 장보는 것을 좋아한다.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도 즐겁다고 말하는윤원정 이사. 완성될 음식을 상상하며 장보는 것을 좋아한다.

김석원 대표와 함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앤디앤뎁을 이끌고 있는 윤원정 이사는 올해 특히 많은 일을 해냈다. 앤디앤뎁 신규 매장을 오픈했고 소녀 감성의 세컨드 브랜드 뎁Debb에 이어 도외적인 스타일의 여성복 라인 콜라보토리Collabotory를 출범시켰다. 이로써 앤디앤뎁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 매장을 갖췄고 뎁과 콜라보토리를 비롯해 스트리트 감성의 남성복 라인 앤디앤뎁커리지Courage까지 총 4개의 레이블을 갖게 됐다. 1999년 처음 한국 패션계에 데뷔한 앤디앤뎁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17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가장 모범적인 국내 디자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부 디자이너가 이룬 쾌거를 보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것 같은데 바쁜 와중에도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레스토랑은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가보고, 상황별 방문하면 좋은 레스토랑 리스트를 항상 갖고 있을 정도다. 또 김석원 대표는 tvN <수요미식회> 패널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패션계에서는 소문난 미식가다. 그의 입맛이 형성된 데에는 아내인 윤원정 이사의 음식 솜씨가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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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정 이사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음식 만드는 과정을 종종 지켜봤지만 본격적으로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재학 시절 같은 학과 친구와 자취를 시작하고부터다. 패션디자인과 특성상 과제가 많아 학교 근방에 아파트를 얻어 태국 국적의 친구와 함께 생활했는데 놀이하듯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종종 정체불명의 요리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친구가 만든 것만큼 맛있는 얌운센을 못 먹어봤을 정도로 훌륭한 메뉴도 많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요리다운 요리를 한 것은 결혼한 후부터다. 미국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는데 워낙 먹거리가 다양하다 보니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도전했다. 혈기왕성한 젊은 부부에게 요리는 때로 화해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 부부의 연을 맺은 터라 신혼 초에는 티격태격 알콩달콩, 다투고 화해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한번은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말다툼 후 화가 난 남편이 밖으로 나가자 집 안에 그녀만 덩그러니 남겨진 적이 있었다. 화를 삭일 목적으로 집중할 거리를 찾다가 불현듯 친구가 알려준 치킨 요리 레시피가 떠올랐다. “지금의 양념통닭 같은 건데 막상 메뉴를 완성하고 보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왜 화났는지조차 잊고 빨리 남편과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결국 그날 친구들까지 초대해 치킨 파티를 열었다. 마음과 시간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요리가 준비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누군가는 그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고, 그것을 보는 그녀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것을 경험한 후 음식이 갖는 특별한 힘을 믿게 되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남편과 냉전 상태거나 분위기가 서먹할 때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자연스럽게 풀렸던 적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이상하게 창작 욕구가 발현돼 매번 새로운 메뉴가 탄생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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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정 이사가 생각하는 요리의 매력은 도구, 조리법, 식재료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 가지 메뉴만 제대로 알아도 수십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바지락술찜만 하더라도 정종과 파를 넣으면 일식, 화이트 와인과 파슬리를 넣으면 이탤리언 스타일이 된다. 또 그녀는 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지만 매번 다른 스타일로 즐긴다. “만약 불고기라면 첫날은 정통 불고기에 상추쌈을 곁들여요. 다음 날은 스키야키 스타일로 먹고, 또 다른 날은 가쓰오부시 국물에 달걀 풀어서 돈부리처럼 해먹어요.”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를 낳는다고, 6개월에 한 번씩 10년 넘게 매번 다른 콘셉트의 런웨이 쇼를 준비했듯이 요리의 세계도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메뉴가 떠올랐다. 기본기를 제대로 다져놓으면 실력이 증폭될 것 같다는 생각에 2008년에는 츠지원 요리 아카데미에 등록해 프렌치, 중식, 일식 과정을 수료했다. 요리에서도 그녀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윤원정 이사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때문에 까다로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오히려 느긋하고 무심한 편이다. 즉흥적이고 창의적이며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메뉴든 과감하게 도전한다. 뵈프 부르기뇽을 처음 만든 날도 다분히 즉흥적이었다. “영화 <줄리&줄리아>에서 여자 주인공이 줄리아 차일드를 너무 좋아해서 그녀와 똑같은 주물냄비를 사는 장면이 나오는데 마침 저도 그 냄비를 갖고 있었거든요. 또 츠지원에서 오븐 고기 요리를 배우기도 했고 뵈프 부르기뇽 레시피를 찾아보니 제 방식대로 약간만 수정하면 될 것 같더라고요.”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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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정 이사는 내친김에 주물냄비를 이용해 한국식 갈비찜에 도전했다. 오븐에서 오랫동안 조려야 하므로 간장을 줄여서 만들었는데 압력솥에 찌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식감이 쫀득거렸다. 그리고 그 다음번엔 간장과 와인을 반반 섞어서 갈비찜을 만들었다. 갈비찜에 들어가는 밤과 마늘 대신 허브를 넣자 또 다른 느낌의 메뉴가 완성되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김석원 대표와 로맨티시즘을 추구하는 윤원정 이사가 만나 앤디앤뎁이 완성된 것처럼 그녀는 요리에서도 크로스오버를 즐긴다. “오븐과 주물냄비의 만남은 참 신기해요. 모든 향을 녹여서 한 그릇을 완성하니깐요. 두 조리도구 모두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서 바쁠 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시간만 제대로 계산하면 무슨 메뉴든 근사하게 완성돼요.” 윤원정 이사는 패션 디자인과 음식이 완성되는 과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디자인할 때 천을 만져봐야 어떤 실루엣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거든요. 음식도 식재료를 만져봐야 언제 이 재료를 써야 할지 그림이 그려져요.” 무엇보다 그녀가 요리를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자 목표는 가족과 지인들이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것이다. 윤원정 이사가 종종 주최하는 프라이빗 개더링인 데비스키친도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매년 꽃게 철이 되면 간장게장을 담그는데 한번은 남편이 친구들 모임에서 제 간장게장에 대해 자랑을 한 거예요. 친구들이 우리도 한번 먹어보자 해서 갑자기 저희 집으로 모인 거죠.” 순발력이 강한 윤원정 이사는 성인 10명이 먹을 메뉴를 뚝딱 만들어냈다. 카프레제와 문어조개와인찜을 먹고 마지막에 간장게장에 밥을 싹싹 비벼 먹은 지인들이 감동스러운 맛을 각자의 SNS에 업로드했는데 그때 만든 해시 태그가 ‘데비스키친’이었다.

윤원정 이사는 음식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는다. 특히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마음을 전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일요일 아침은 직접 준비한다. 또 김석원 대표가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늦더라도 따뜻한 잔치국수나 육개장을 끓여놓고 기다린다. “제 요리는 과시의 수단도, 칭찬받기 위함도 아니에요. 그냥 자기만족인 거죠.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면 저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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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정 디자이너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김석원 대표, 예쁜 딸 성민양과 함께 나누는 저녁이 마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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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프 부르기뇽

재료(4인분)
소고기(사태) 800g, 양송이버섯 16개, 셜롯 12개, 통마늘 5개, 베이컨 3장, 양파 다진 것·당근 엄지 크기로 자른 것 1개 분량씩, 부케가르니 1다발(또는 로즈메리 3대, 월계수 잎 5장), 부르고뉴 와인·소고기 육수 3컵씩, 버터 3큰술, 토마토 페이스트 2큰술, 레드 와인·타임 적당량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루: 버터·밀가루 2큰술씩

만드는 법
1. 주물냄비에 버터 1큰술을 녹인 뒤 5×5cm로 자른 소고기를 넣고 사면에 갈색이 고루 입혀지도록 굽는다. 구운 고기는 접시에 옮겨 담는다.
2. 1의 주물냄비에 1.5cm 크기로 자른 베이컨을 살짝 구운 뒤 기름을 닦아낸 다음 양파, 당근, 통마늘을 넣고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볶다가 1의 고기를 넣는다.
3. 2에 부르고뉴 와인을 부어 알코올을 날린 후 소고기 육수를 넣는다. 이때 액체의 양은 고기를 겨우 덮을 정도가 적당하다.
4.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후 부케가르니를 넣고 충분히 끓인 다음 거품을 걷어낸다.
5. 160℃로 예열한 오븐에 4의 냄비를 넣고 2시간 동안 익힌다. 1시간 뒤 꺼내서 고기를 뒤집어준다.
6. 팬에 버터 1큰술을 넣고 양송이버섯을 노릇하게 구운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7. 다른 팬에 버터 1큰술을 넣고 노릇하게 굽다가 레드 와인을 부어 약불에서 천천히 졸인다.
8. 5의 주물냄비에서 부케가르니를 꺼낸 후 고기, 당근, 통마늘 등 큰 덩어리를 건져낸다. 뭉그러진 채소는 블렌더에 넣고 곱게 간다. 소스가 묽다면 루를 만들어 넣고 약불에서 끓여 농도를 맞춘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9. 8의 주물냄비에 고기, 당근, 통마늘, 양송이버섯, 셜롯을 넣고 소스가 어우러질 정도로 끓인다.
10. 타임을 올린다.

엔다이브연어샐러드

재료(3~4인분)
엔다이브 3통, 훈제 연어 3줄, 셜롯 다진 것 ½개 분량, 케이퍼·아몬드 다진 것·차이브 다진 것·올리브유 적당량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크림치즈소스: 레몬즙 ½개 분량, 크림치즈 2큰술, 마요네즈 1큰술, 소금·백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엔다이브는 잎을 모두 떼어내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후 냉장고에 넣어둔다.
2. 훈제 연어는 5×5mm로 다진다.
3. 셜롯은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섞는다.
4. 블렌더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갈아 크림치즈소스를 만든다.
5. 엔다이브 이파리에 크림치즈소스 1큰술, 연어 다진 것 1큰술을 올린 뒤 아몬드, 케이퍼, 차이브를 뿌린다.

단호박수프

재료(4인분)
단호박(작은 것) 2개, 우유 2컵, 생크림 2큰술, 잣·아몬드 다진 것 적당량씩, 소금·백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단호박은 속을 파내 푹 찐 다음 껍질을 벗긴다.
2. 블렌더에 1의 호박과 우유를 부어가며 농도를 맞춘다. 생크림을 넣는다.
3. 냄비에 2를 붓고 눌어붙지 않게 저어가며 중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소금, 백후추로 간한다.
4. 3을 그릇에 담고 잣과 아몬드를 올린다.

edit 이미주 — photograph 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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