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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의 올댓미트

2016년 11월 15일 — 0

이준 셰프의 도우룸, 이형준 셰프의 꼴라주 레트로와 함께 스타필드 하남의 푸드 라운지 ‘잇토피아’의 스타 셰프 다이닝 파트에 당당하게 입성한 이종서 셰프의 올댓미트. 전공을 살렸다면 이름난 뮤지션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을 그가 악기가 아닌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게 된 사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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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통 바비큐, 올댓미트

올댓미트 신사동 본점은 주로 고기를 다루는 레스토랑이지만 재즈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 레드 컬러 소파와 스팽글 커튼, 진한 우드 테이블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 <물랑루즈>의 세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오너인 이종서 셰프는 압구정 로데오의 구석진 골목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지리적 약점을 감안해 강렬한 레드를 메인 컬러로 사용해 콘셉추얼한 공간을 완성했다. 레스토랑의 메인 테마를 고기로 정한 것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었는데 그도 육식주의자이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점에 주목해 시장의 잠재력을 보았다. 숯불구이에 익숙한 한국인의 입맛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으면서 ‘이런 맛도 있구나’ 하고 일깨워줄 수 있는 것이 미국 스타일의 바비큐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지낼 때 인상 깊었던 곳이 브루클린에서 유명한 바비큐 레스토랑 페테자우Fette Sau예요. 소, 돼지, 양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부위별로 파는데 스모크 향이 제대로 밴 훌륭한 바비큐 요리를 맛볼 수 있어요.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통 미국식 바비큐 레시피에 이종서 셰프가 만든 특제 소스를 결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메뉴를 재구성했고 자신이 공부한 프렌치 요리에 기초한 스몰 디시를 다양하게 추가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압구정 로데오 거리의 구석진 골목에서 정교한 프렌치 스타일의 애피타이저와 투박한 미국식 바비큐가 만난 올댓미트가 태어났다.
각종 크래프트 비어와 몰트위스키, 와인 리스트도 훌륭하지만 바비큐와 버번위스키를 페어링할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버번은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에서 만든 위스키인데 사실 바비큐도 같은 지역에서 비롯된 거예요. 근원이 같으니 당연히 잘 어울릴 수밖에 없죠.” 버번은 오크 통을 훈연해 사용하기 때문에 스모키한 바비큐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덕분에 올댓미트는 ‘버번 살롱’ ‘바비큐 살롱’ 같은 귀여운 애칭도 갖게 되었다. 올댓미트가 오픈하고 불과 1년도 안 되어 라이너스, 로코스, 킨덜스 등 이태원을 중심으로 굵직한 스모크 하우스가 많이 생겼지만 올댓미트는 여전히 미국식 바비큐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이종서 셰프의 바람대로 사람들은 그의 바비큐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다. 최근에는 신개념 푸드 라운지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필드 하남 잇토피아에 당당히 입성했다. 이종서 셰프의 정공법이 먹힌 셈이다.

먹음직스러운 바비큐 메뉴. 단품 바비큐는 1만원 이내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먹음직스러운 바비큐 메뉴. 단품 바비큐는 1만원 이내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셰프가 된 뮤지션

이종서 셰프는 서울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작곡 이론을 전공한 후 뉴욕 대학교에서 뮤지컬을 공부한 인재다. 한때 뉴욕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며 연주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아버지는 서울대 음대 학장과 한국피아노학회장을 역임했던 고 이성균 교수이고, 어머니는 성악가 김효경 씨로 그야말로 미래가 촉망되는 뮤지션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도전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뉴욕 유학 시절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French Culinary Institute에서 프렌치 요리를 배운 것이 그 계기였다. “직장인반 코스였는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수업도 안 빠졌고 항상 제일 먼저 도착해서 가장 늦게 나왔으니깐요.” 6개월 과정을 마친 후 뉴욕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에서 스타지Stage를 하면서 F&B 세계에 눈을 떴다. 갑작스럽긴 했으나 때마침 기회가 생겨 현지에서 재퍼니즈 레스토랑을 인수해 운영하기도 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많은 돈을 잃었고 부모님의 뜻을 어긴 탓에 한국에서 오던 경제적인 지원도 모두 끊겼다. 난생처음 혹독한 바닥 생활을 경험했다. “실패하면서 오기 같은 게 생겼어요. 레스토랑 운영만 할 것이 아니라 주방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종서 셰프는 자신의 다짐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동네의 작은 멕시칸 식당부터 뉴욕의 최고급 파인다이닝까지 스무 살 차이 나는 어린 동료들과 경쟁하며 기회가 닿는 대로 주방을 경험했다.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 르 서크Le Cirque와 쇼 샤운 헤갓Sho Shaun Hergatt도 이때 거쳐갔다. 이렇게 정신없이 7년을 지내고 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레스토랑의 A부터 Z까지 모두 다 공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젠 어떤 레스토랑을 열어도 그때처럼 주저하진 않겠다는 확신도 생겼고요.” 처음엔 미국에서 레스토랑을 오픈하려 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했으니 현지에서 당당하게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니 곁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하고 20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한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손님이 모두 나가자 슬며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한 이종서 셰프.
손님이 모두 나가자 슬며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한 이종서 셰프.

이종서 셰프의 인생 2막

올댓미트의 메뉴를 정할 때 처음 레스토랑 콘셉트를 잡았던 것처럼 시장성과 한국인의 입맛 등을 고려하되 자신만의 독창성을 잊지 않았다. 이제 충분히 선보였다 싶을 때 메뉴를 바꾸는데 오픈 때와 비교하면 거의 모든 메뉴가 교체됐다. 베스트셀링 메뉴였던 돼지볼살과 소고기토시살스테이크도 지난달로 마감했다. “아무리 잘나가는 메뉴도 이제 많이 나왔다 싶으면 과감하게 빼버려요.” 대신 다른 종류나 부위의 고기에 색다른 소스를 곁들여 새로운 메뉴를 만든다. 그는 최근에 개발한 소갈비바비큐의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스타필드에 캐주얼 버전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그에게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두 곳의 상권과 주방 환경이 전혀 달라서 같은 종류의 고기, 부위라도 조리법이 달라져야 했다. 스타필드에서는 훈연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하고 대량으로 판매되는 메뉴는 수비드가 부적합하다. 이종서 셰프는 그간 쌓은 바비큐 내공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각 상황에 맞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조리법을 개발해 새로운 숙제를 풀고 있다.
그는 아직 막연하긴 하지만 올댓미트를 시작으로 ‘올댓’ 시리즈를 완성할 계획이다. ‘올댓피쉬’ ‘올댓베지터블’ ‘올댓타파스’ 등 이미 몇 개는 상표 등록을 마친 상태. 한때 촉망받는 뮤지션이었던 이종서 셰프는 음악과 음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사실은 음식이 음악보다 더 복잡해요. 레스토랑만 하더라도 음악, 인테리어, 음식 모든 것이 갖춰져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종합예술 같아요.” 그는 음악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멈춘 것이라고 했다. 레스토랑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다시 작곡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종서 셰프는 음식 전공자가 아닌 것이 자신의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정통성이 없다고 성급하게 판단할 수도 있으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그의 음식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독창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만든 음식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과정을 찬찬히 비출 수 있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처럼 그런 감동이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에게 음식은 여전히 도전이고, 제대로 해내고 싶은 열정이며, 잘 헤쳐 나가고 싶은 인생이다.

올댓미트 신사동 본점을 방문하면 프렌치 요리에 기초한 이종서 셰프의 스몰 디시를 맛볼 수 있다.
올댓미트 신사동 본점을 방문하면 프렌치 요리에 기초한 이종서 셰프의 스몰 디시를 맛볼 수 있다.
올댓미트 신사동 본점에서 맛볼 수 있는 바비큐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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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미국식 바비큐와 섬세한 프렌치 스타일의 스몰 디시를 맛볼 수 있는 스모크 하우스. 이종서 오너 셰프는 오랫동안 뉴욕에 머무르며 맛보던 정통 바비큐에 직접 개발한 특제 소스를 곁들여 바비큐 메뉴를 완성했다. 다양한 종류의 버번위스키와 페어링할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 소프트쉘크랩 1만4000원, 랍스터콘비스크 2만2000원, 하우스샐러드 1만2000원, 포크콤보바비큐 4만5000원, 바비큐딜럭스 5만2000원, 한우채끝등심스테이크 100g 2만9000원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70길 24
· 02-3443-3595

edit 이미주 — photograph 이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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