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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궁중음식

2016년 11월 4일 — 0

궐담을 넘어 대중에게 찾아온 궁중음식을 만났다. 고귀한 역사 한 그릇과 소통하며 우리 음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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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진두지휘한 궁중음식연구원의 한복려 이사장.

내공 있는 도시 서울에서 62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종로구는 매년 전통음식을 소재로 한 ‘궁중과 사대부가의 전통음식 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로 10회째인 이번 축제의 주제는 ‘궁중식, 궐담을 넘다’. 궁중음식이 궁궐을 벗어나 반가로, 그리고 일반 백성들의 집으로 퍼져나가 현재의 우리에게까지 전수되어온 역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냈다. 사실 조선시대 궁중과 사대부가는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왕실 자제는 사대부가와 혼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궁중 연회가 끝나면 그 음식은 사대부가에 선물로 보내지곤 했다. 서울 반가의 음식은 자연스럽게 궁중음식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간 국립민속박물관 내 야외마당에서 개최된 이번 축제에서는 조선시대의 사대부가를 조명하고 유교 문화가 담겨 있는 문중의 상차림을 그대로 재현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문헌 기록에 의한 당시의 생활상을 국립민속박물관 내 곳곳에 재현하고, 전문가의 시연과 전통 공연, 각종 체험 이벤트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 대중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갔다. 이번 축제를 진두지휘한 궁중음식연구원의 한복려 이사장은 무엇보다 많은 이들이 궁중음식에 대해 갖고 있는 거리감을 없애보고자 노력했다. “궁중음식을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 제대로 된 음식 문화를 보여주고, 많은 이들이 오감으로 체험하면서 우리 음식을 제대로 알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국립민속박물관 내 야외마당 곳곳에 유교 문화가 묻어나는 문중의 상차림이 전시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 내 야외마당 곳곳에 유교 문화가 묻어나는 문중의 상차림이 전시되었다.

과거로부터 우리는 예를 중요하게 여겼고, 문화 전반에 서려 있는 예와 격식은 우리 음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특히 온갖 정성으로 빚고 격식을 차린 궁중음식에 배어 있는 기품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궁중음식의 고아한 풍모는 때때로 우리에게 딱딱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한복려 이사장은 이번 축제에서 놀이와 체험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궁중음식이 대중들과 보다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이들을 위한 구절판 경연대회, 꽃 육포와 곶감 오리기 체험 등이 성황리에 진행되었고, 정혜정 교수의 ‘서울의 음식문화’ 등의 강연이 개최되었다. 또 궁중음식인 홍시죽순채와 궁중떡볶이를 시연하는 행사에선 시식까지 이어져 많은 이들이 궁중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궁중음식은 뭔가 격식을 차리고 먹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잖아요. 궁중음식 또한 이렇게 행사장에서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느꼈길 바랍니다.”

꽃으로 장식된 고운 빛깔의 송편이 행사장을 환하게 밝혔다.
꽃으로 장식된 고운 빛깔의 송편이 행사장을 환하게 밝혔다.

국립민속박물관 곳곳에는 흥선대원군 조카 가회동 맹현댁, 세도가 계동 여흥 민씨, 순정효황후의 사촌 원동 조씨 가문 등 세 문중의 상차림을 전해진 기록에 근거하여 재현해놓아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특히 맹현가는 정갈한 봄, 여름 반상 차림을 비롯해 배추속대국, 초계탕, 떡볶이 등 특별맹현음식을 차려내 관심을 끌었는데 모두가 가문의 며느리인 신계완이 생전에 직접 조리 방법을 메모하여 남겨놓은 자료를 참고한 것들이다. 국립민속미술관 한 켠에 차려놓은 궁중과 사대부가의 병과상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많은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녹색, 자주색 등 자연에서 얻은 색을 넣은 다식과 고운 꽃무늬의 꽃 송편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주변을 화사하게 밝혔다. “궁중음식을 가까이서 느끼고, 각 가정의 식탁에 보다 부담 없이 내는 이들이 많았으면 해요. 궁중요리에는 전통적으로 잣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잣소스를 만들어 새우, 전복에 버무려 먹어도 간단하고 맛있죠. 아이들도 고소한 맛을 좋아할 거예요.” 5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궁중음식이 문턱을 낮추며 대중과 소통한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의 궁중 생활 문화와 현대의 삶을 잇는 특별한 시간을 만끽했다. 500년의 세월에 담긴 맛과 멋은 시대를 거뜬히 초월했고, 우리의 식탁을 보다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들어갈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친구, 가족 단위의 관람객은 물론 외국인까지 함께 우리 문화를 즐겼다.
친구, 가족 단위의 관람객은 물론 외국인까지 함께 우리 문화를 즐겼다.

edit 송정림, 양혜연 — photograph 이과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