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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 이야기

2016년 11월 3일 — 0

후추의 맛과 영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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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Nutrition
후추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다. 특유의 알싸한 맛과 향이 고기는 물론 다양한 식재료와 잘 어울려 여러 요리에 두루 사용된다. 후추의 원산지는 인도 서남부의 말라바르 해안이다. 이곳에서 자라난 후추는 기원전 4세기경 아라비아 상인을 통해 처음 유럽 땅을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는 육조시대六朝時代에 인도에서 전해졌다고도 하고, 한나라 때 서역의 호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장건이 비단길을 통해 가져왔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 때 이인로가 지은 <파한집>에 후추가 처음 등장한다. 따라서 고려 중엽에는 이미 후추가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었고 송나라와의 교역으로 도입됐을 거라 추측한다. 고대 로마 시기, 다양한 향신료들이 로마 제국으로 전파되었지만 그중 로마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는 후추였다. 로마인들은 거의 모든 음식에 후추를 넣었다. 당시엔 우리에게 익숙한 둥근 후추보다 긴 후추(Long Pepper)가 더 인기 있었다. 둥근 후추는 12세기가 되어 널리 보급됐다. 중세 시대에도 유럽에서 후추의 인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아무나 사용할 수 없었다. 당시 후추 가격이 금값 못지않게 비쌌는데, 아라비아와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향신료 무역을 독점한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향신료를 찾아 항해에 나섰다. 1498년 5월,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가마가 3년의 항해 끝에 인도 서남해안의 캘리컷이란 지역에 도착하며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 무역의 판도는 뒤바뀌게 되었다. 포르투갈은 무력함대를 동원해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인 캘리컷을 장악하고 후추 생산과 무역독점권을 확보했다. 이후 수십 년간 포르투갈은 후추 무역을 장악했지만 네덜란드가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며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네덜란드는 향신료 천국인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향신료 무역의 우위를 점했다. 1635년 무렵부터는 대영제국이 그 뒤를 이었는데 이들은 후추 플랜테이션 농장까지 설립했다. 20세기 들어서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후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공급량이 많아진 만큼 후추 가격은 떨어지게 되었고 서민들에게도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이 후추의 주요 생산국이다. 후추는 피페르 니그룸Piper Nigrum이라 불리는 후추나무의 열매를 말린 것이다. 겉의 검은 껍질이 과육이고 속의 하얗고 단단한 부분은 씨앗이다. 씨앗은 전분이 대부분의 성분을 차지하며 약간의 기름, 매운맛을 내는 성분인 피페린 3~9%, 휘발성 기름 2~3%로 구성돼 있다. 후추는 소화 작용을 돕고 신경계를 자극한다. 살균 작용과 살충 작용도 해 맛을 돋우거나 음식을 보존하는 데 널리 사용되며 한때 치료용으로도 사용됐다.

Type of Pepper
후추나무의 학명은 피페르 니그룸이다. 이 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어느 시기에 수확하고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흑후추, 백후추, 녹후추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후추 중 하나로 분류하는 적후추는 엄밀히 말하면 다른 식물에서 나는 열매다. 그러나 모양과 쓰임새가 비슷해 후추로 함께 분류된다.
흑후추
완전히 익기 전의 초록색 후추 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린 것. 가장 대중적인 후추다. 톡 쏘는 향과 매콤하고 알싸한 맛이 강하게 난다.
백후추
과육을 제거하고 씨앗만 말린 후추다. 매운맛을 내는 피페린 성분이 풍부한 겉껍질을 벗겨내 흑후추에 비해 매운맛이 덜하다. 향을 내는 정유는 씨앗에 함유되어 있기에 향은 풍부하다.
녹후추
덜 익은 초록색 후추 열매다. 보통 열매를 소금물 혹은 식초가 담긴 캔이나 병에 넣어 유통한다. 인도나 태국에서는 신선한 송이째로 팔기도 한다. 맛은 비교적 순하지만 향이 강하다.
적후추
브라질 후추나무 스키누스 테레빈시폴리우스 Schinus Terebinthifolius의 열매다. 1980년대 처음 후추의 한 종류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흑후추에 비해 매운맛이 덜하고 풋내, 소나무 향, 감귤류 미향, 단내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How to Eat
소스를 만들 때나 육류의 누린내, 생선의 비린내를 없앨 때 주로 사용한다. 보통 갈아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나 통후추 자체를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흑후추는 고기의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마리네이드할 때나, 오랜 시간 끓여 만드는 스톡에 많이 사용한다. 맛이 부드러운 백후추는 흰살 생선, 닭고기, 크림소스, 수프 요리에 활용하면 좋다. 적후추는 특유의 달콤한 향과 색이 예뻐 가니시 용도로 사용하거나 베이킹에 첨가한다. 해물 요리, 샐러드 등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후추에 관한 몇 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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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 특유의 향과 맛은 어떤 성분이 내는 것인가?
후추의 매운맛을 내는 주된 성분은 피페린이란 화합물이다. 후추의 과육과 씨앗 표면에 분포되어 있다. 피페린은 고추의 캡사이신에 비하면 매운 정도가 1/100에 지나지 않는다. 후추 특유의 풋내, 시트러스 향, 플로럴한 향 등은 테르펜인 피넨, 사비넨, 리모넨, 카리오필렌, 리날룰 같은 향 성분들이다. 백후추의 향은 흑후추와 대등하지만 겉의 과육이 제거된 상태여서 매운맛은 덜하다.

후추를 구입할 때 고려할 점은?
잘 건조된 것으로 후추 특유의 향이 살아 있으며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것이 좋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후추는 장시간 동안 과육이 발효되며 생긴 퀴퀴한 냄새가 나니 주의해서 고른다.

후추의 보관법은?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잘 밀봉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보관 온도는 18~22℃가 적당하며 3개월 이내로 소비하는 것이 좋다.

녹후추는 건조된 형태를 찾기 힘들다. 보통 병조림으로 판매하고 건조된 녹후추는 혼합후추에 약간 들어가는 정도다. 이유가 있다면?
초록색의 열매를 말리면 과육이 검게 변한다. 이게 흑후추다. 녹후추는 익기 시작한 지 1주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수확한 열매를 소금물이나 식초에 절였기 때문에 초록빛이 돈다. 말린 녹후추는 일반 통후추와 달리 이산화황 및 탈수 건조 처리한 것이거나 냉동 건조 시킨 것이다.

국내에서는 흑후추, 백후추, 녹후추, 적후추 정도만 찾아볼 수 있다. 이 외 해외에서 사용하는 다른 종류의 후추가 있나?
영어로 핑크 페퍼콘이라 부르는 적후추와는 구분되는 또 다른 핑크 후추가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푸아브르 로제Poivre Rose라 부른다. 이 후추는 흑후추, 백후추, 녹후추와 동일한 종의 후추나무인 피페르 니그룸에서 난 열매가 익어 붉어진 것이다. 녹후추처럼 소금물과 식초에 재워 보관한다.


후추로 만든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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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포카치아

재료 (4인분)
강력분 200g, 따뜻한 물 67g, 이스트 7g, 설탕 6g, 올리브유 5g, 소금 1g, 흑후추 굵게 간 것・백후추 굵게 간 것·적후추·녹후추 ½큰술씩, 올리브유 적당량

만드는 법
1. 밀가루, 이스트, 설탕, 소금을 골고루 섞는다.
2. 따뜻한 물을 부어가면서 섞는다.
3. 올리브유를 조금씩 넣으며 섞는다.
4. 반죽을 40분간 1차 발효한다. 반죽을 두 덩이로 나눠 20분간 2차 발효한다.
5. 반죽의 가스를 뺀 후 굵게 간 흑후추와 백후추를 넣고 가볍게 섞는다. 타원형으로 모양을 만들고 반죽 위에 적후추와 녹후추를 뿌린다.
6. 반죽을 빵틀에 채워 20분간 발효한 후 젓가락으로 찔러 구멍을 낸다.
7. 반죽 위에 올리브유를 살짝 발라준 후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후추드레싱채소구이

재료 (4인분)
토마토·포토벨라 버섯 4개씩, 가지 1개, 주키니호박 ½개, 통마늘 2쪽, 소금 약간
후추드레싱: 올리브유 1컵, 페페론치노 4개, 월계수 잎 1장, 통흑후추·적후추 1큰술씩

만드는 법
1. 흑후추와 적후추를 믹서에 넣고 굵게 간다.
2. 중탕으로 따뜻하게 데운 올리브유에 1과 월계수 잎, 페페론치노를 넣고 한김 식힌다.
3. 채소를 도톰하게 썬 후 소금과 2를 골고루 뿌려 재운다.
4. 후추드레싱에 재운 채소를 그릴 팬에 굽는다. 채소구이에 드레싱을 한번 더 뿌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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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페퍼스테이크

재료(4인분)
폭 3cm 채끝살 2덩이, 올리브유·버터 4큰술씩, 통흑후추 2큰술, 통백후추 1작은술, 소금 ½작은술
녹후추드레싱: 생크림 4큰술, 녹후추 2큰술, 설탕 ¼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녹후추, 생크림, 설탕, 소금을 믹서에 넣고 되직하게 갈아 드레싱을 만든다.
2. 채끝살의 위아래를 굵게 부순 통흑후추와 통백후추, 소금으로 버무린 후 실온에서 30분간 재운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채끝살을 넣고 2분씩 양면을 구운 후 버터를 넣고 끼얹어가면서 굽는다.
4.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녹후추드레싱을 곁들여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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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후추티

재료(4인분)
자몽 1개, 물 5컵, 설탕 3큰술, 통흑후추 ½큰술

만드는 법
1. 자몽은 4등분해 1cm 폭으로 썰고 통흑후추는 칼로 굵게 으깬다.
2. 자몽과 설탕, 통흑후추를 켜켜이 쌓아 재운 후 실온에서 3일간 숙성시킨다. 냉장고에서 숙성할 경우 일주일 동안 둔다. 완성한 자몽후추티는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신다.

후추시즈닝너츠

재료(4인분)
캐슈너트·피스타치오 1컵씩, 올리브유·설탕 2큰술씩, 순후추 1큰술

만드는 법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달군 후 캐슈너트와 피스타치오를 볶는다.
2. 노릇해지면 설탕과 순후추를 넣고 골고루 볶아준다. 순후추의 양은 취향에 따라 조절한다.

후추비스코티

재료 (4인분)
박력분 180g, 버터 50g, 설탕 40g, 달걀 1개, 흑후추 굵게 부순 것 1작은술, 베이킹파우더 ½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버터와 설탕을 골고루 섞은 후 달걀을 넣고 섞는다.
2. 1에 체 친 밀가루, 흑후추,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넣고 섞어준다.
3. 비스코티 모양을 만들어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구워준다.
4. 꺼내 식힌 후 1.5cm 두께로 잘라서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20분간 바삭하게 더 구워준다.

edit 양혜연 — photograph 박재현 — cook&styling 문인영(101recipe) — assist 황규정, 박민향 — advise 최낙언(향료연구가)
reference <스파이스>-따비, <음식과 요리>-백년후, <향신료의 지구사>-휴머니스트, <향신료 이야기>-살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