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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의미 @심영순

2016년 10월 17일 — 0

하늘이 허락해준 귀한 먹거리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감동을 공유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미식의 의미다.

text 심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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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美食이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음식’이다. 식食은 먹거리 혹은 ‘먹다’라는 행위를 지칭하는데, 먹는 방법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하늘이 허락해준 귀한 먹거리를 아름다운 방법으로 누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미식의 의미가 아닐까. 그렇다면 아름다운 먹거리와 식생활은 무엇일까? 사람을 살리는 식재료를 사용한 먹거리와,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하는 식생활이라 생각한다. 곧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건강한 먹거리가 지닌 영양을 최대한 섭취할 수 있는 바른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더불어 나누는 것, 그것이 미식의 진정한 의미라 생각한다.

나는 미식의 의미에 있어 아름다운 식문화(먹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음식은 이제 단순히 생계유지의 단순한 수단이 아닌, 문화이자 누림이며 회복과 연합의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은 단순히 끼니의 개념을 넘어서 ‘아름다운 음식’이란 수식어가 붙은 표현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음식에 있어 아름다움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아니면 아름다움의 범위를 정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음식의 아름다움은 음식이 지닌 역사, 추억, 사연 안에서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정성이 들어간, 사랑이 담긴 음식에서만 매력과 감동이 공존한다. 그래서 ‘미식가’는 정성을 다한 음식의 멋과 맛의 감동을 계속해서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미식가들은 담음새를 눈으로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후각을 황홀케 하는 향을 통해 맛을 느낀다. 그리고 배부름의 만족감과 더불어 입안에서의 관능과 식감을 느끼며 오감을 이용해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온전한 아름다움이라 하기엔 조금 부족한 무엇이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동은 혼자 누릴 때보다 함께 나눌 때 더욱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촬영한 프로그램인 <옥수동 수제자>를 통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고 누리면서 미식의 의미를 더욱 실감했다. 재환이의 고백처럼 밥상에 둘러앉아 정성스러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때 가족이 된 것 같은, 밥상의 힘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또 최근 TV를 보다 세끼를 만들어 먹는 남자들을 보았는데 그들도 비슷한 고백을 하는 것을 들었다. 정성스러운 음식 맛의 참된 누림이, 즉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을 때가 어떠한 때 먹는 것보다 더욱 깊은 맛의 경지를 누리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고백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화로운 ‘맛’은 입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조화가 주는 ‘균형’에 있다. 그리고 진정한 조화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 음식에서의 조화로움의 균형은 정성스럽게 준비한 밥상과 여기에 둘러앉아 음식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그래서 나에게 진정한 ‘미식’이란 정성이 담긴 밥상을 함께 나누는 것 그 자체다. 함께하는 밥상이 점점 사라지는 이 시대에 사랑하는 가족 혹은 이웃과 정성스러운 음식을 나누며 그 감동을 공유하는 것, 더 나아가 음식을 나누다 더불어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참된 미식의 의미다.

심영순은 한식 요리연구가다. 1970년대 초반부터 요리를 가르쳤으며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한길을 가고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향신즙이 인기를 끌며 ‘즙선생’ 혹은 ‘옥수동 선생’이란 별칭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TV 프로그램 <한식대첩> <옥수동 수제자> 등에 출연하며 대표 한식 요리연구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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