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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푸드 트럭 출신 3인의 레스토랑

2016년 10월 11일 — 0

푸드 트럭으로 시작해 골목 상권에 진출한 3명의 젊은 오너들을 소개한다. 이들에게 거리는 기회의 장이었고 새로운 출발을 다지는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가장 값진 선물인 단골 고객을 얻었다.

김천호 @조용한저녁

신촌의 저녁을 밝히다
“비슷한 성향의 손님들과 소통하며 요리에 대한 신념을 키웠어요.”

김천호 셰프는 손님이 혼자 오더라도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다. 자신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때문에 손님이 말을 걸면 성심껏 답하지만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김천호 셰프는 손님이 혼자 오더라도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다. 자신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때문에 손님이 말을 걸면 성심껏 답하지만 먼저 말을 걸지는 않는다.

신촌역 근처 조용한 골목에 저녁에만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 있다. 그래서 레스토랑 이름이 조용한저녁이다. 10개의 좌석이 있는 바 형태의 레스토랑으로 김천호 셰프가 요리와 서빙을 동시에 담당한다. 메뉴는 그날그날 조금씩 바뀌는데 파스타, 브루스케타, 샐러드가 대표적. 도저히 양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게다가 보일 듯 말 듯 ‘조용한’이라고 쓰여진 모호한 타이포 간판을 보면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김천호 셰프는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연남동에서 이탤리언 트레일러형 푸드 트럭 모바일키친Mobile Kitchen을 운영했었다.

외식경영을 전공한 김천호 셰프는 경영보다 요리에 더 흥미를 느꼈다. 몇 군데의 레스토랑에서 주방보조 아르바이트를 했고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이태원의 유명 피자집 주방에서 1년간 경험을 쌓았다. 음식을 배우는 것은 좋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조용한 성향의 자신과 조직 생활이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으나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방법을 찾던 중 미국에서 <아메리칸 셰프>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푸드 트럭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미국의 셰프 이야기인데 그 영화를 본 후 제가 뭐를 해야 할지 가닥이 잡혔어요.”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해 원하는 디자인의 푸드 트럭을 구입했다. 음식 콘셉트를 정하고 푸드 트럭 내부를 디자인하고 필요한 기물을 채우는 등 오픈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고 지난 2014년 9월, 연남동 한 골목 자동차 정비소 앞에 모바일키친을 오픈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정비소 직원들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마침 당시 연남동이 조명받던 시기라 모바일키친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천호 셰프는 홍보의 일환으로 SNS를 적극 활용했다. 그때도 매일 메뉴를 바꿨는데 SNS를 통해 어떤 요리가 준비되는지 공지하고 댓글로 예약을 받았다. 우연히 지나가다 맛보는 스트리트 푸드가 아닌 손님이 일부러 찾아오도록 만들었던 것. 입소문을 타자 모바일키친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남동의 한 카페와 협업하는 기회를 얻었고, 프러포즈 등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그의 음식을 부탁하는 손님도 있었다. 하지만 환경 면에서는 애로사항이 적잖았다. 비가 오거나 추운 겨울에는 아예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리고 트레일러에서 만들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라 새로운 메뉴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그가 결단을 내려야 될 시기가 찾아왔다. “제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아버지께 투자해달라고 부탁드렸죠.” 그는 모바일키친을 선보인 지 정확히 1년 뒤인 작년 9월, 신촌에 레스토랑 조용한저녁을 오픈했다.

조용한저녁의 내부 전경. 이곳에서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손님은 15명 남짓이다.
조용한저녁의 내부 전경. 이곳에서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손님은 15명 남짓이다.

김천호 셰프는 푸드 트럭은 안정적인 돈벌이 수단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재료 값을 빼면 한 달에 50만원 정도가 남았어요. 물론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고 지역 축제 등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어요. 대신 돈을 쫓다 보면 만드는 사람이 주체가 되긴 힘들어요. 그럼 재미가 없어지죠.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신의 신념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는 돈보다는 재미를 택했다. 다양한 축제 진행자들이 그를 찾았지만 콘셉트가 맞지 않으면 과감히 거절했고 손님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요리에 대한 확신을 키워갔다. 모바일키친의 단골손님들은 곧 조용한저녁의 단골이 되었고 오픈 당시에 입소문 마케팅의 주역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김천호 셰프와 성향이 비슷하다.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과 술을 즐긴다. 김천호 셰프는 베이커인 동생과 함께 같은 건물에서 매장을 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건물에서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거기서도 혼자 요리와 서빙을 묵묵히 책임질 것이다.

김천호 셰프가 만든 다양한 종류의 브루스케타.
김천호 셰프가 만든 다양한 종류의 브루스케타.

최병석 @라멘트럭

홍대의 명물이 된 라면집
“한 가지 메뉴를 제대로 해내고 싶어요.”

이제는 홍대 명물이 된 라멘트럭 앞에서 최병석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제는 홍대 명물이 된 라멘트럭 앞에서 최병석 대표가 환하게 웃고 있다.

상수역 골목 안에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는 일본라면 전문점이 있다. 이곳에서 파는 메뉴는 단 한 가지, 돼지육수와 닭 육수를 섞어 국물을 낸 차슈라멘이다. 5평 남짓의 작은 공간은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영업시간 내내 손님들로 북적인다. 처음에는 어머니와 단둘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근무하는 직원이 8명이나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최병석 대표가 있다. 그는 대학에서 일식을 전공한 후 목표했던 일식당에 취직했으나 현실은 그가 꿈꿨던 이상과 많이 달랐다. 다찌(선반형 테이블)를 사이에 두고 손님과 소통하는 것이 좋아 일식을 선택했으나 자수성가하겠다는 그의 꿈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자신의 매장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자본도, 확신도 부족했다. 기업의 체계적인 인프라를 경험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대기업 식품 업체에 조리사로 입사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 역시 그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웠다. “퇴직을 앞둔 상사가 정년을 1년 연장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마음 졸이는 것을 보고 이곳에선 미래가 없겠구나 싶었어요. 중요한 건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인데 정작 직원들은 음식보다 정치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했다. 한 가지 일에 집중을 잘한다, 그리고 라면을 좋아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세상과 정면으로 맞붙어보기로 결심했다. 전재산 800만원으로 ‘라멘트럭’ 명패를 단 푸드 트럭을 장만했던 것. 직접 나무를 구입해 간이 테이블을 만들고 트럭 내 가스 설비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3년 5월 상수동 극동방송 앞에서 드디어 그가 만든 라면을 개시했다. 그때부터 차슈라멘 한 가지 메뉴만을 만들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길거리 음식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해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다. 정직한 그의 음식은 점차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으나 문제는 단속이었다. 그나마 한동안은 극동방송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공사가 끝나자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SNS는 양날의 검이 돼 손님들과 소통하는 수단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는 이를 보고 민원을 넣기도 했다. “겨울에는 천막을 치고 장사하는데 공무원처럼 생긴 손님이 천막을 열면 그때부터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결국 최병석 대표는 2014년 8월 15일, SNS에 아쉬운 마음을 담은 긴 글을 남기고 1년 3개월의 푸드 트럭 여정을 마무리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10여 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는 라멘트럭. 언제 가더라도 기다릴 것을 각오해야 하지만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율이 빠른 편이다.
5평 남짓한 공간에 10여 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는 라멘트럭. 언제 가더라도 기다릴 것을 각오해야 하지만 한 가지 메뉴만 판매하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율이 빠른 편이다.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유학을 갈까 고민했지만 그가 오랜 시간 공들여 확보한 손님들을 이렇게 놓치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빚을 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을 얻었다. 벽을 부순 후 시멘트를 바르고 나무로 테이블을 만들어 푸드 트럭과 똑같은 콘셉트의 공간을 완성했다. 이름도 라멘트럭 그대로 사용했다. 소량의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량으로 늘어났을 때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최병석 대표는 여전히 한 가지 메뉴만을 고집한다. “라면은 무엇보다 육수가 중요해요. 다양한 양질의 육수를 만들 수 없다면 한 가지라도 제대로 만들어야죠.” 최병석 대표는 돈이 아닌 자신의 요리에 승부수를 띄워보고 싶다면 푸드 트럭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은 제가 트럭 장사로 돈을 많이 벌어 가게를 차렸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대신 트럭에서의 경험들이 매장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는 최근 차슈라멘처럼 또 다른 버전의 라멘트럭을 구상 중이다. 소바처럼 찍어 먹는 츠케멘 전문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츠케멘은 소스의 농도가 진해야 면에 잘 묻어나기 때문에 육수가 중요한데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곳이 없어 승산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배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고 있다. 요리 아카데미 형태로 진행되는 일본의 라면학교에서 공부했고 최근에는 직원들과 후쿠오카로 라면 워크숍을 다녀왔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그 요리를 먹는 손님도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믿는 그는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돼지 육수와 닭 육수를 섞은 깔끔한 맛의 차슈라멘. 부드러운 식감의 차슈와 젤리 같은 식감의 달걀은 원하는 만큼 추가 주문할 수 있다.
돼지 육수와 닭 육수를 섞은 깔끔한 맛의 차슈라멘. 부드러운 식감의 차슈와 젤리 같은 식감의 달걀은 원하는 만큼 추가 주문할 수 있다.

이재민 @젠틀키친

와인과 퓨전 요리를 내는 작은 레스토랑
“힘든 순간 자신을 지탱해주는 건 뚜렷한 목표와 확신이에요.”

건축학을 전공하고 유명 광고회사를 다녔던 이재민 대표.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단 생각에 과감히 길 위로 나섰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유명 광고회사를 다녔던 이재민 대표.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단 생각에 과감히 길 위로 나섰다.

연남동의 좁은 골목 안, 자리라곤 오직 10석이 전부인 조그만 레스토랑이 있다. 메뉴는 매콤한 크림소스에 버무린 새우에 갓김치를 얹은 ‘갓새우’, 곤드레나물과 표고버섯으로 향을 낸 크림리소토에 레몬소스를 바른 닭다리살을 얹어 내는 ‘곤디팡팡’ 등 이름도, 맛도 개성 넘치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주인의 감각이 묻어나는 인테리어와 완전히 오픈된 주방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운데에는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는데 모든 요리의 마지막인 플레이팅을 하는 포인트 공간이다. 이런 쏠쏠한 볼거리까지 더해 늘 만석이 되는 이곳의 이름은 젠틀키친이다.

젠틀키친의 첫 시작은 길 위에서였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일류 광고회사에 다니던 이재민 대표는 작년 5월, 푸드 트럭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다. 왜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푸드 트럭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지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자취하며 요리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재료를 더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요리하는 게 재미있어 취미를 붙였고 자연스레 언젠가 관련된 일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며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지금 첫발을 내딛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도하기 힘들겠구나 싶었다. “푸드 트럭이 아무래도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보단 위험 부담이 적잖아요. 또 학생 시절 외국의 푸드 트럭 사례를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재밌겠다, 언젠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제 음식이 맛있다고 좋아하지만 과연 이걸 판매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할지 궁금했어요. 사람들은 소비에 있어 냉정하잖아요.” 그렇게 푸드 트럭을 오픈할 결심을 하고 꼬박 5~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푸드 트럭치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평범한 푸드 트럭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콘셉트부터 인테리어, 메뉴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고심해 직접 꾸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의 푸드 트럭은 주방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 개성이 담긴 퓨전 요리와 와인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했고,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인기 푸드 트럭 대열에 합류했다.

연남동의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젠틀키친의 외관. 간판조차 제대로 없는데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연남동의 좁은 골목 안에 위치한 젠틀키친의 외관. 간판조차 제대로 없는데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푸드 트럭은 주로 상수동, 합정동, 연희동, 연남동 등 마포구 안에서 옮겨 다니며 영업했다. 길게는 2개월, 짧게는 이틀 동안 한 장소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푸드 트럭을 정리하고 12월 말에 지금의 젠틀키친을 오픈했다. 푸드 트럭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꿈꾸지만 그는 꽤 빨리 마련한 편이었다. “푸드 트럭을 시작할 때부터 6개월을 기준으로 더 할지 말지 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푸드 트럭만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살릴 수 있다면 계속 푸드 트럭을 유지하고, 요리는 계속하고 싶지만 푸드 트럭을 유지하는 데 무리가 있다면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만약 둘 다 아니라면 새로운 회사를 열자, 세 가지 방향을 생각했어요. 막상 해보니 요리를 하고 손님들에게 내는 것은 잘 맞는데 푸드 트럭이란 형태로 계속하기엔 무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레스토랑을 오픈했어요.”

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푸드 트럭이었는데, 어떤 점이 힘들었을까. “최근 푸드 트럭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부족해요. 그래서 민원이 들어오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쫓겨나요. 저도 민원 때문에 장사를 접은 적이 많아요.” 특히 젠틀키친의 경우 여느 푸드 트럭들이 테이크아웃 위주로 음식을 파는 것과 달리 손님들이 푸드 트럭 앞에 앉아 요리와 와인을 즐기는 형태인 터라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주방은 완전히 오픈되어 있어 요리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주방은 완전히 오픈되어 있어 요리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6개월간 푸드 트럭을 운영했고 레스토랑을 오픈한 지는 이제 9개월이 지났다. 손님에게 요리를 판매하는 일은 같지만 분명 푸드 트럭과 레스토랑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레스토랑이 공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죠. 날씨나 장소에 대한 걱정도 없고 재료를 확보해둘 공간이 늘어나니깐요. 또 준비하는 시간도 줄었어요. 대신 레스토랑은 비용 부담이 푸드 트럭에 비해 커서 많은 책임감을 느껴요.” 영업을 시작하기 전, 준비하는 과정은 동일하지만 푸드 트럭 시절에는 아이스박스를 따로 준비하고 재료를 카트에 실어 트럭까지 옮기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았다. 설거지를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접시를 그대로 들고 퇴근해 집에서 설거지를 하기도 했는데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이런 불편이 해결됐다. 또 조리 시설이 훨씬 좋아지니 선보일 수 있는 메뉴의 폭도 넓어졌다. 대부분의 메뉴가 푸드 트럭 시절과 비슷하지만 파스타 메뉴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추가했다. 그러나 야외에서 즐기는 요리와 와인의 페어링, 손님을 마주 보며 요리하기 때문에 좀 더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 등은 지금은 누리기 힘든 푸드 트럭만의 장점이었다.

최근 청년 실업이 문제되며 국가적으로 푸드 트럭 페스티벌이나 캠퍼스 푸드 트럭, 밤도깨비 야시장 등 푸드 트럭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실제로 소규모 창업의 방법으로 푸드 트럭 운영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도 늘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의견을 물었더니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주었다. “가끔 저에게 푸드 트럭 창업에 대해 묻는 손님들이 있어요. 꿈이 있어서 시도하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무작정 시작하는 건 위험해요. 뚜렷한 목표와 확신을 가져야죠. 푸드 트럭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이 정말 많이 찾아와요. 그때 자신을 지탱해줄 수 있는 건 목표와 확신이에요.” 그 역시 자신이 나아갈 뚜렷한 방향과 믿음이 있었기에 푸드 트럭을 거쳐 지금의 레스토랑을 오픈할 수 있었다. 당분간의 계획을 묻자 손님은 물론 본인도 만족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고 답하는 이재민 대표. 여태까지처럼 확고한 목표와 확신이 있다면 충분히 해낼 것이다.

젠틀키친의 대표 메뉴인 갓새우와 할아부지파스타.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파스타 메뉴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젠틀키친의 대표 메뉴인 갓새우와 할아부지파스타.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파스타 메뉴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edit 이미주, 양혜연 — photograph 박상국, 이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