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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과 볼피노

2016년 10월 7일 — 0

1년 만에 오스테리아 쿠촐로, 트라토리아 마렘마를 연이어 성공시키더니 최근 리스토란테 볼피노를 오픈한 김지운 셰프. 재벌가 둘째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빼더라도 그는 단연코 업계에서 가장 핫한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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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셰프의 3부작 완결편, 볼피노

도산공원 근처에 새로 오픈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볼피노는 지난 7월 가오픈 기간에도 연일 손님들로 북적였다. 해방촌 쿠촐로, 한남동 마렘마에 이은 김지운 셰프의 세 번째 프로젝트라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 손님들 때문에 사전 예약 없이는 좌석을 구하기 어려웠을 정도. 볼피노는 외관과 내부 모든 면에서 그가 이전에 선보였던 레스토랑과는 차별을 보인다. 층고가 높고 주방은 홀에서 훤히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오픈형 구조로 지어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홀에서 보이는 주방의 반대쪽 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길가에서 주방 내부가 속속들이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메뉴와 와인 리스트는 쿠촐로, 마렘마보다 개수가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구성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모던 이탤리언 음식을 추구하나 문턱이 낮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고, 클래식한 메뉴를 재해석해 선보이기 때문에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을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이라면 그가 쿠촐로와 마렘마에서 보여줬던 시도들이 볼피노를 위한 서막은 아니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지운 셰프가 처음부터 볼피노 매장의 오픈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니다. “외식업은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이직률이 높아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마렘마를 오픈했고, 2개의 매장을 운영하다 보니 3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재료가 모자랄 때 서로 도와주고 스태프들도 한 가족처럼 지내면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세 곳의 레스토랑 스태프들은 와인 리스트나 메뉴 등을 상의하면서 자주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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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셰프의 도전

이미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김지운 셰프는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의 차남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영국으로 유학 가 이튼 칼리지에 입학한 후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다. 해외 트렌드에 밝은 대기업 오너 2, 3세가 외식 사업을 벌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그처럼 셰프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왜 셰프가 된 걸까? 김지운 셰프는 오랜 유학 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기숙사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고등학생 때부터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친구들을 불러 요리를 해주다 보니 저절로 식당의 주방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유학하던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주방 보조와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방과 식당을 체험했다. 또 와인에 관심이 많아 독학으로 WSET 레벨3 국제 와인전문가 자격증을 땄다. 덕분에 대학원 졸업 후 와인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고 군대에 가기 전까지 와인 컨설팅을 담당하기도 했다. 해병대에 입대한 후에도 요리에 대한 열정을 떨쳐버릴 수 없어, 일곱 살 어린 동기병들과 함께 김포 애기봉 청룡회관에서 취사병으로 일했다. 그는 통역병으로 선발되기 전까지 1년 남짓 해병대원들의 식사를 책임졌다.
김지운 셰프의 본격적인 요리 인생은 전역한 날부터 시작되었다. 전역 당일 오후, 한남동에 위치한 한식당 비채나에서 주방 보조 일을 시작한 것. “군대를 마치자마자 바로 일터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한식 주방을 경험하고 싶어서 설거지를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이종국 요리연구가에게 1년간 한식을 배웠다. 이후 뉴욕으로 요리 유학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실전 경험을 쌓기로 결정하고 2015년 3월 이태원 해방촌에 12평짜리 공간을 마련해 이탤리언 레스토랑 쿠촐로Cucciolo를 오픈했다. 그는 왜 죽기 살기로 한식을 배운 후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오픈한 것일까? “이탤리언 요리는 식사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격식 없이 왁자지껄하게 즐길 수 있어서 저와 잘 맞더라고요. 기교나 테크닉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제가 먹어봤던 것을 믿으면 되니까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해방촌은 비용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되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쿠촐로는 이탈리아어로 강아지라는 뜻이다. 김지운 셰프의 쿠촐로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강아지는 실수해도 예쁘니까 그의 첫 번째 도전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자 했다. 또 공간이 강아지처럼 작고 귀엽다는 뜻을 부여했는데 쿠촐로를 찾은 손님들이 술을 마시면 강아지처럼 천진난만해진다는 의미에서다. 그의 2부작과 3부작인 마렘마와 볼피노는 모두 강아지 종種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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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전도사를 꿈꾸는 이탤리언 셰프

요리 입문 시기를 보면 늦은 감이 있지만 오너 셰프로 데뷔해 1년 반 만에 3개의 업장을 운영하는 것은 남들보다 한참 앞선 것처럼 보인다. 김지운 셰프가 이탤리언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쿠촐로, 마렘마, 볼피노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남모른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와인도, 이탤리언 요리도 독학한 그는 엄청난 수집광이다. 일단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책, 온라인 자료 할 것 없이 모두 한데 모은 뒤 필요한 내용만 발췌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 메뉴 개발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어떤 음식을 맛본 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요리책과 온라인 검색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모은다.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더해 식재료를 가감하고 조리법을 변형해 그만의 메뉴를 탄생시킨다. 김지운 셰프가 요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은 요리책이다. 대학생 때부터 모은 것이 무려 500여 권에 달한다. “보통 20~30년 경력이 있는 셰프들의 노하우를 집약한 것이 요리책이잖아요. 몇 십 권만 읽어도 그들의 노력을 단시간에 얻을 수 있죠. 마음에 든 레시피는 제 방식대로 재해석해요. 그리고 메모해두었다가 나중에 메뉴 개발할 때 참고하죠.”

김지운 셰프는 지름길 대신 정도를 택하기로 했다. 기본기가 부족한 만큼 보다 철저하게 기본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가 파스타 생면을 직접 뽑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생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죽 배합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면의 트렌드를 반영해 모양에도 변형을 준다. 그가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메뉴라고 평가하는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 역시 그의 요리 철학이 담겨 있다. “면과 치즈, 후추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요. 별다른 기교 없이 기본에 충실한 메뉴죠.”

김지운 셰프의 꿈은 외국에서 한식 관련 일을 하는 것이다. 레스토랑 운영이든 한식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든 한식을 알리는 일을 할 계획이다.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은 우리 것을 좋아하지만 그들에게 제대로 된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하기까지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한식을 알릴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식과 열정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그를 보면 왜 제대 후 이종국 요리연구가에게 한식을 배웠는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한식에 대한 문화와 역사>라는 논문을 썼는지 이해가 된다. 영국인이지만 이탤리언 음식을 세계에 알린 제이미 올리버처럼 어디에 있든 한식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지운 셰프.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과 대범한 추진력을 겸비한 그의 성정으로 짐작하건대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모습으로 성장해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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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At VOLPINO

볼피노에서 맛볼 수 있는 7가지 메뉴를 소개한다.

왼쪽상단부터 1~7
왼쪽상단부터 1~7

1. Tagliatelle with Ragu Bolognese
소의 골수가 들어간 볼로네즈소스의 탈리아텔레 파스타.

2. Semolina Chitarra with Mackerel
고등어 세몰리나 생면 파스타.

3. Tajarin with Asparagus & Toma Piemontese Cheese
토마 피에몬테제 치즈를 곁들인 타야린 생면 파스타.

4. Sicilian Caponata Salad
시칠리안 스타일의 카포나타 샐러드.

5. Baccala Mantecato with Grilled Polenta
폴렌타구이를 곁들인 말린 대구 요리.

6. D.I.Y Sous Vide Whole Rack of Lamb
저온조리한 양갈비구이.

7. Volpino Special Trippa Alla Fiorentina
볼피노 시그너처인 토마토소스 양 볶음 요리.

볼피노 INFO
김지운 셰프가 쿠촐로, 마렘마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인 모던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이전 레스토랑들과 달리 테이블 간격이 넓은, 뻥 뚫린 공간에서 볼피노에서 직접 뽑은 생면을 사용한 9가지의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 라구볼로네즈탈리아텔레 2만9000원, 우니파스타 3만3000원, 웻에이징스테이크 3만4000원(100g)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7 1층
· 010-2249-1517

edit 이미주 — photograph 심윤석, 허인영, 방성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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