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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2박 3일 통영 미식 여행

2016년 10월 5일 — 0

소박한 정이 묻어나는 마을과 다도해를 품은 아름다운 바다의 도시. 남해의 절경을 가진 통영은 멋과 맛으로 충만했다.

통영은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동양의 나플리라 부른다. 통영 운하에서 바라본 동피랑 마을의 전경.
통영은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 동양의 나플리라 부른다. 통영 운하에서 바라본 동피랑 마을의 전경.
first day

lunch — 바다 내음과 함께 즐기는 진짜 해산물

서울에서 차로 꼬박 5시간 30분을 달려 경상남도 통영에 도착했다. 맛있는 먹거리와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한 통영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했지만 막상 와보니 소소한 바닷가 마을이 펼쳐졌다. 거리는 사람과 차로 적당히 붐볐으며 항구는 여러 척의 배가 드나들며 소란하지도, 고요하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온갖 산해진미로 가득한 통영이라기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 일부러 약간 모자란 듯 식사를 했었다. 그러니 도착과 딱 맞춰서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는 해산물과 갖가지 나물로 한 상 가득 차려내는 통영밥상 갯벌로 향했다.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통영의 전통 밥상을 재현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굴 요리와 사계절통영밥상을 주문했다. 굴 하면 통영, 통영 하면 굴이라 불릴 만큼 굴이 많이 생산되며 통영의 굴이 가장 싱싱하고 맛있다고 한다. 가마솥굴밥과 함께 굴숙회, 굴전, 굴버터구이 등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나왔다. “요 스테인리스 솥은 우리가 직접 개발해서 만들었지예. 솥이 굴 특유의 잡내를 딱 잡아준다 아이가. 우리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니께 남기지 마이소.” 하정민 사장이 가마솥굴밥을 내오며 말했다. 갓 지은 따끈한 굴밥을 한 숟가락 떠먹어보았다. 아직 제철보다 조금 이른 시기라 굴의 깊은 맛은 덜했지만 따뜻한 밥과 함께 어우러지니 향과 맛이 배가 되었다. 굴과 밥이 만났을 뿐인데 하나의 요리처럼 느껴졌다. 다양한 굴 요리와 생멸치회도 맛있게 먹었다. 모두 투박한 모양이었지만 도시에서 맛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싱싱함을 입안 가득 선사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오니 사람들로 붐비는 서호시장이 보였다. 소화도 시킬 겸 둘러보기로 했다. 서호시장은 예로부터 통영의 아침을 열어온 새벽시장으로 1930년대 서호만을 매립해서 만든 땅 위에 세워졌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 앞에 위치해 고깃배에서 내린 어부부터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까지 든든한 식사로 빈속을 뜨끈하게 채운다. 새벽에는 특히 장보러 나온 부지런한 동네 주민들과 상인들의 생기 있는 서호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늦은 오후에 방문해서인지 조금 썰렁한 느낌이 있었지만 새벽시장의 활기참을 떠올리며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여행 일정 중에 꼭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른 새벽에. 요즘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많이 찾는 국내 관광지가 있다면 단연 통영일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심심찮게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찍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을 꽤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한적한 바닷가 시골 마을인 통영에도 젊은 관광객들을 위해 재미있는 볼거리, 먹거리부터 트렌디한 카페까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었다. 통영을 방문하기 전 SNS에서 여행 관련 자료를 찾던 중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당신과 함께 온 이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라는 예쁜 문구가 마음에 들었던 카페 이봄을 방문했다.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새하얀 주택의 대문을 열자 아기자기한 공간이 등장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이곳에서 직접 담근 과일청으로 만든 이봄에이드를 주문했다. 카페 이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 도경의 대표에게 카페 스토리를 들려달라 부탁했다. “아내와 저는 원래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따뜻하고 예쁘게 살고 싶은 마음에 통영에 오기로 마음먹었죠. 이곳은 40년 된 주택이에요. 아내와 제가 인테리어부터 카페 메뉴까지 모두 직접 만들었죠.” 카페 이봄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음료 외에 홈메이드풍의 카레와 맥주, 다양한 안주도 제공하며 곳곳에 책도 여러 권 비치해놓았다. 착하고 예쁜 주인 부부의 마음이 담긴 공간에 있으니 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카페 이봄의 도경의 대표와 그의 아내. 카페 이봄만큼이나 예쁜 부부다.
카페 이봄의 도경의 대표와 그의 아내. 카페 이봄만큼이나 예쁜 부부다.
이른 새벽부터 활기를 띠는 서호시장에서는 통영 사람들의 부지런한 하루를 엿볼 수 있다.
이른 새벽부터 활기를 띠는 서호시장에서는 통영 사람들의 부지런한 하루를 엿볼 수 있다.

Dinner — 음악과 함께하는 낭만 있는 디너

충무교를 건너 통영국제음악당으로 향했다. 2014년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함과 동시에 개관한 통영국제음악당은 갈매기를 연상시키는 날개 모양의 지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상남도 유일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콘서트홀과 다목적홀, 야외무대로 구성돼 있다. 공연이 없는 날이라 비교적 한산했다. 한주연 매니저는 통영국제음악당의 콘서트홀은 음향 시설이 섬세하게 잘 설계되어 있어 공연이 없는 날에는 클래식 녹음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2층에 위치한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Trattoria Dell’ Arte 레스토랑으로 갔다. 바다와 항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공연이 끝난 연주자와 심사위원의 식사 장소로 점심, 저녁 식사는 물론 조식도 제공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재즈나이트가 열리는데, 레스토랑 안에서 재즈 공연을 보며 간단한 식사와 함께 와인 또는 맥주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인기 메뉴인 마르게리따피자와 딱새우딸리아뗄레를 주문했다. 통영국제음악당 내에서 먹는 식사라 그런지 레스토랑을 잔잔하게 감싸는 배경음악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악, 멋진 풍경. 통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격이 다른 낭만이라 생각했다.

통영국제음악당에 있는 레스토랑,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 화덕에 구워낸 쫄깃한 피자가 일품이다.
통영국제음악당에 있는 레스토랑,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 화덕에 구워낸 쫄깃한 피자가 일품이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콘서트홀. 1300석의 대규모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통영국제음악당의 콘서트홀. 1300석의 대규모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엔 아쉬웠다. 통영에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통영운하를 볼 수 있는 충무교로 향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운하가 양옆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전경 그리고 통영운하를 가로지르는 통영대교. 해가 진 후 조명이 하나둘씩 들어오며 그 빛이 검푸른 바다에 수를 놓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충무교에 올라 바라본 통영운하의 풍경.
충무교에 올라 바라본 통영운하의 풍경.

마침 통영대교 아래에 추천받은 장어 맛집이 있었다. 긴긴 밤을 고소한 장어와 소주 한잔으로 보낼 생각에 십오야 숯불장어구이에 도착했다. 들어서니 깊고 그윽한 숯불 향이 우리를 먼저 반겼다. 원래 통영의 이 지역은 장어 출하장이었다. 18년째 십오야 숯불장어구이를 운영해온 박정준 사장은 매일 경매장에 들러 싱싱한 장어를 직접 선별해 요리한다고 했다. “장어는 계절 따라 맛이 다르지예. 지금 쌀쌀해질라카는 초가을이 장어가 가장 맛있을 때라.” 사장이 숯불에서 장어를 노릇노릇 구우며 말했다. 보통 장어구이는 매콤달콤한 양념이 듬뿍 올려진 요리를 생각했건만 여기서는 싱싱한 생장어를 양념 없이 숯불에 구워냈다. 살짝 느끼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한입 먹었다. 처음에는 숯불 향이 진하게 입안을 감쌌으며 씹을수록 고소함이 맴돌았다. “상추에 노릇노릇 잘 익은 숯불 장어랑 양파절임, 무쌈, 다시마를 딱 올려 드셔보이소. 기가 막히는 맛이라.” 인심 좋은 사장은 껄껄 웃으며 팁을 전했다.

통영에서는 양념하지 않은 싱싱한 장어를 그대로 숯불에 구워 먹는다.
통영에서는 양념하지 않은 싱싱한 장어를 그대로 숯불에 구워 먹는다.

second day

Breakfast — 활기찬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음식

생각보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전날 과음한 탓에 뜨끈하고 얼큰한 무언가가 먹고 싶었다. 서호시장에 통영 사람들의 아침을 열어주는 시락국 맛집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새벽의 서호시장도 궁금하고 뜨끈한 시락국도 먹을 겸 서호시장으로 향했다. 이름 아침부터 북적이는 서호시장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몇몇 가게에서 시락국으로 빈속을 채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 사투리로 된장을 기본 양념으로 장어 대가리와 뼈, 내장 등을 갈아 오랜 시간 푹 우려낸 걸쭉한 국물에 시래기를 듬뿍 넣은 음식이다. 많은 시락국 음식점 중 원조시락국에 들어갔다. 3대를 이어가며 50년 넘게 시락국 장사를 해온 이곳은 긴 테이블 두 개가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중앙에는 부추무침, 김무침, 청양초 등의 곁들이면 좋을 각종 반찬이 쭉 놓여 있었다. “매운 거 좋아하는가? 산초 가루와 청양고추, 후춧가루를 팍팍 넣어 먹어야 맛있데이.” 장재순 사장은 시락국이 아직 낯설기만 한 우리에게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이곳으로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좁은 공간에서 낯선 이와 어깨를 살짝 부딪쳐가며 먹으니 이 또한 여행자로서 좋은 추억이 아닐까 생각하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통영 하면 충무김밥, 꿀빵을 떠올리겠지만, 누군가는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기도 한다. 충무는 통영의 옛 이름이고, 이순신 장군의 호이기도 하다. 통영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한산해전을 승리로 이끈 땅이자 조선시대 전라·〮경상·〮충청도의 수군통제영 사령부가 있던 군사의 요지였다. 그래서 통영에는 이러한 역사가 담긴 장소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중 통영 최고의 명당이라 불리는 세병관으로 향했다. 세병관은 통영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충무공 이순신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하늘의 은하수를 가져다 피 묻은 병장기를 닦아낸다’라는 뜻을 지닌 세병관은 담고 있는 역사성과 함께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현재 남아 있는 조선시대 건축물 가운데 바닥 면적이 가장 넓은 건물 중 하나로 예술성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시원하게 탁 트인 곳에 앉아 통영의, 세병관의 맑은 공기를 느껴보았다.

시락국에는 부추무침, 김무침, 청양고추, 후춧가루를 듬뿍 올려 먹어야 맛있다.
시락국에는 부추무침, 김무침, 청양고추, 후춧가루를 듬뿍 올려 먹어야 맛있다.

Lunch — 작은 골목에서 발견한 재미난 맛

사실 여행지의 골목만큼이나 여행자가 그 지역을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통영에서 소위 핫하다는 곳을 꼽자면 단연 동피랑 골목이다. 동피랑이란 이름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언덕에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허름한 달동네였다. 통영시에서 이를 철거하려 했지만 시민단체로 인해 마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동피랑을 지역의 역사와 서민들의 삶이 담긴 독특한 골목으로 만들고자 했다.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으며 재미있는 가게도 하나둘 생겨났다. 동피랑에는 2년마다 새로운 벽화가 등장하며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많이 사용된다. 예술의 향기를 내뿜는 작은 골목을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 걸어보았다. 동피랑 골목을 걷던 중 요즘 쌍욕라테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카페 울라봉을 발견했다. 이곳의 안지영 사장은 동피랑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언덕 아래에 터를 잡고 울라봉 카페를 열었다. 그는 동피랑을 무척 사랑해 2년마다 열리는 동피랑 벽화 공모전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한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선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쌍욕라테. 손님들을 꼼꼼하게 인터뷰한 뒤 적절한(?) 욕을 라테 아트로 써준다. 위트 있는 말솜씨로 인해 쌍욕라테는 SNS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쌍욕라테를 시켰다. 예외 없이 인터뷰를 당한 후 쌍욕라테를 받았다. 생각지도 못한 욕에 모두 웃음이 빵 터졌다. 카페 울라봉의 사장이 여행자들에게 주고 싶다는 즐거운 추억을 몸소 체험하니 그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다.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 동피랑. 마을이 예뻐 촬영지로 많이 이용된다.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다시 태어난 동피랑. 마을이 예뻐 촬영지로 많이 이용된다.
카페 울라봉의 쌍욕라테는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선물한다.
카페 울라봉의 쌍욕라테는 손님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선물한다.

동피랑 마을 뒤쪽으로 연결되는 강구안 골목으로 향했다. 육지로 바다가 들어와 형성된 항구를 뜻하는 강구안.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대장간과 옛날 목욕탕, 구멍가게 등 오래된 듯하면서도 이색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출출하던 차 통영 빼떼기죽이라 적힌 간판을 보고 주저 없이 들어갔다. 메뉴는 호박죽과 빼떼기죽 2개뿐, 모두 주문했다. 빼떼기죽은 말린 고구마로 만든 죽으로 쌀이 귀하던 시절 비교적 많이 생산되는 고구마를 상하지 않게 잘 말린 후 삶아 죽을 끓인 것이다. “전국에서 최고로 맛있다는 욕지도 고구마랑 우리가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만 사용한데이. 그래가꼬 우리 집은 요 동네에 사는 단골들이 많다 아이가.” 박정숙 사장이 빼떼기죽을 내오며 말했다. 그녀에게 왜 빼떼기라 부르는지 물었다. “고구마를 빼짝 말리서 빼떼기, 고구마를 빼딱하게 썰어서 빼떼기, 하얗고 딱딱해서 빼떼기라 칸다. 호박죽이랑 빼떼기죽을 섞어 먹어도 맛있데이.” 빼떼기죽만큼이나 그녀의 웃음과 이야기가 달콤해 더 맛있었다.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를 말려 빼떼기죽을 만드는 통영 빼떼기죽의 박정숙 사장.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를 말려 빼떼기죽을 만드는 통영 빼떼기죽의 박정숙 사장.

Dinner — 통영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

한산마리나호텔&리조트에서 요트를 체험하게 되었다. 카타마란 요트투어로 통영한산마리나호텔&리조트에서 제승당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요트에 탑승했다. 요트 안에는 각종 간식거리와 와인, 카나페가 준비되어 있었다. 카타마란 요트는 선체가 두 개라 더욱 안정적이며 통영의 잔잔한 바다와 함께 편안한 항해를 할 수 있었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다도해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신비로웠다.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통영한산마리나 호텔&리조트의 카타마란 요트투어.
통영의 아름다운 바다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통영한산마리나 호텔&리조트의 카타마란 요트투어.

한 지역을 방문할 때 꼭 맛봐야 할 것이 있다면 그 지역에서 나고 자라 가장 싱싱하고 맛있는 것과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저녁은 후자에 해당한다.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굴삼겹살구이를 먹으러 한마음식당으로 향했다. 굴코스 요리를 시켰다. 굴삼겹살구이를 포함해 굴무침, 굴전, 굴스낵샐러드, 굴회, 굴스테이크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굴 요리가 나왔다. 가장 궁금했던 굴삼겹살구이는 굴과 삼겹살, 김치를 함께 구워 먹는 요리였다. 고소한 삼겹살에 풍미 가득한 굴과 새콤한 김치가 만나니 삼합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굴삼겹살구이를 비롯해 굴스낵샐러드, 굴스테이크, 굴탕수 등 평소에 먹을 수 없는 독특한 굴 요리가 이색적이었다. 제순옥 사장에게 굴 요리에 대해 물었다. “굴은 몸에 좋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참 좋은 먹거리예요. 한데 굴의 진한 맛과 향이 몇몇 분에겐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굴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굴을 못 먹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말이죠.” 전국의 70%의 굴이 통영에서 잡히며, 통영은 일 년 365일 굴 재배를 한다. 그리고 특히 통영에서 먹는 굴은 싱싱하며 가장 맛이 좋다. 통영을 방문했는데 굴을 못 먹는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한마음식당은 저녁 시간이 되면 다찌를 즐길 수 있다. 다찌란 술을 서서 마신다는 뜻의 일본어 ‘다치노미’에서 유래되었거나 또는 통영에서 나오는 해산물은 ‘다 있지’의 준말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다찌를 시키면 소주, 맥주와 함께 싱싱한 각종 생선회와 미역, 멍게 등 다양한 안주가 줄줄이 나온다. 술과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통영은 그야말로 천국이 아닐까.

전국에서 가장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는 통영에서는 다양한 굴 요리가 가득하다.
전국에서 가장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는 통영에서는 다양한 굴 요리가 가득하다.
한마음식당의 대표 메뉴 굴삼겹살구이는 굴, 삼겹살, 김치를 구워 먹는 것이다.
한마음식당의 대표 메뉴 굴삼겹살구이는 굴, 삼겹살, 김치를 구워 먹는 것이다.
third day

Breakfast — 여행의 피로를 없애줄 든든한 아침

통영에 왔다면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미륵산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는 미륵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거나,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다. 새벽 4시 30분. 걸어서 미륵산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다행히 차를 타고 올라가 미래사에 주차한 뒤 걸어 올라갔다. 약 30분을 힘겹게 올라 드디어 미륵산 정상에 도착했다. 통영에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통영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이곳이 다도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맑은 날이면 미륵산 정상에서 다도해는 물론이고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흐렸다. 바다와 구름 사이로 다도해가 흐릿하게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더 신비롭기도 했다. 정상에서 미래사로 내려오는 길에 울창한 편백나무 숲이 우릴 반겼다. 시원하고 맑은 공기로 나름 피톤치드의 효과를 누리며 상쾌한 몸과 마음으로 내려왔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모습. 통영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모습. 통영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등산 후 든든한 아침밥이 절실했다. 이른 아침에도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맛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호시장으로 직행했다. 졸복국이 유명하다는 분소식당에 도착했다. 손가락 2개를 합쳐놓은 것 같은 졸복 4~5마리가 들어간 졸복국은 통영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는 해장국이다. 뜨끈한 졸복국에 식초를 조금 넣으면 국물이 진해지면서 감칠맛이 살아난다는 분소식당 김혜숙 사장의 말을 따라 식초를 살짝 넣고 한 숟가락 떠먹었다. 미나리와 콩나물이 어우러져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통통한 졸복의 살집과 야들야들한 껍질도 입에서 살살 녹았다.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지향이라 적힌 작은 공방을 발견했다. 호기심 많은 여행자의 마음으로 불쑥 들어가보았다. 나전칠기 공방이었다. 나전칠기란 옻칠을 하고 자개를 활용해 만든 물건을 뜻한다. 특히 통영의 나전칠기는 통영 바다에서 나는 전복의 색과 모양이 화려하기 때문에 최고라 불린다. 허윤정, 백혜선 선생이 집중해서 작업하는 모습이 신기해 한참을 보았다. 두 분은 2년 전 서울에서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와 지향 공방을 열었다고 했다. 지금 통영에는 나전칠기를 만드는 장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나전칠기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작은 공방이지만 그들이 신념을 지키며 작업하는 모습이 멋있고 행복해 보였다.

졸복국을 맛있게 먹으려면 국물에 식초를 조금 넣고, 복어 고기는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졸복국을 맛있게 먹으려면 국물에 식초를 조금 넣고, 복어 고기는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서호시장에서 만난 지향 공방. 아담한 공간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나전칠기를 만날 수 있다.
서호시장에서 만난 지향 공방. 아담한 공간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나전칠기를 만날 수 있다.

Lunch — 본고장에서 찾은 진짜 원조

문득 통영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개인적으로 통영 충렬사가 참 좋았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 주저 없이 출발했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사당인 통영 충렬사는 역사학적 가치는 물론이고 정성스레 지어진 건물과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통영의 명소가 되었다. 강한루와 외삼문, 중문 등 네 겹의 문을 지나야 비로소 사당에 도착했다. 통영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통영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통영시내를 내려다보며 이번 여행의 추억을 곱씹어보기도 했다.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한 통영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해물뚝배기로 정했다. 통영식도락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맛집이라기에 찾아갔다. 뚝배기에 해물이 담겨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해물뚝배기를 주문했다. 잠시 후 실제 해물뚝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큼직한 뚝배기에 해물이 넘치도록 가득 담겨 나온 것이다. 우선 해물 사이를 비집고 국물을 맛보았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에 착 붙었다. 간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각종 해산물에서 깊은 맛과 감칠맛이 우러나왔다. 수북이 쌓인 해산물에 살짝 당황한 우리에게 곽말달 사장이 해산물의 손질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우리는 재료를 애끼지(아끼지) 않는다. 아침에 시장에 직접 가서 가장 맛있고 싱싱한 놈들을 데려와가꼬 일일이 손질한다 아이가. 야가 이래 보여도 억쑤로 손이 많이 간다.” 이곳의 해물뚝배기는 계절마다, 날마다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 매번 해산물이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제철 해산물을 즐기기 위해 여행객보다 통영 현지인 단골손님이 많았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지은 충렬사에는 나무들이 울창해 산책하기 좋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지은 충렬사에는 나무들이 울창해 산책하기 좋다.
통영식도락의 해물뚝배기에는 통영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 담겨있다.
통영식도락의 해물뚝배기에는 통영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 담겨있다.

통영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하나같이 모두 충무김밥과 꿀빵을 외쳤다. 심지어 사다달라고 부탁한 사람도 있었다. 충무김밥과 꿀빵 맛집이 모여 있다는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지인이 많고 많은 충무김밥집 중 뚱보할매김밥이 진짜 원조라며 알려주었다. 재미있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뚱보할매김밥의 이두이 할머니는 해방 직후 뱃사람들에게 김밥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변질되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반찬과 밥을 분리하면 보관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착안해 충무김밥을 만들었다. 그 후 여행객, 뱃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으며 같은 종류의 김밥을 파는 곳이 많아지면서 충무김밥이라는 이름이 퍼지게 되었다. 종이가 깔린 커다란 쟁반에 김밥과 섞박지, 오징어무침이 무심한 듯 담겨 나왔다. 젓가락도 없다. 이쑤시개로 김밥 한입, 섞박지, 오징어무침을 콕 찍어 먹었다. 원조라 해서 놀랍도록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박하게 담긴 음식과 기교 부리지 않은 맛,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욱 값졌다. 통영에서 가장 많이 붐빈다는 중앙시장을 이리저리 구경했다.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어느새 나폴리꿀빵에서 꿀빵을 주문하는 나를 발견했다. 통영의 대표 간식 꿀빵은 주먹보다 약간 작고, 팥소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후 물엿을 묻혀 만든다. 충무김밥과 마찬가지로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 뱃사람들의 고마운 간식거리였다. 바로 튀긴 꿀빵을 맛보았다. 따뜻하고 바삭하며 속은 촉촉하고 달콤했다. 한 손에는 충무김밥, 다른 한 손에는 꿀빵을 들고 통영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곧 찬 바람이 불면 지금보다 더 맛있는 통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통영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이 제철을 맞아 살이 오르고 맛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정겨운 이 도시와 맛있는 음식이 그리워서라도 조만간 통영을 다시 한 번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뱃사람들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김밥과 반찬을 따로 만든 것이 충무김밥의 시작이다.
뱃사람들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도록 김밥과 반찬을 따로 만든 것이 충무김밥의 시작이다.
통영의 대표 주전부리인 꿀빵은 팥을 비롯 녹차, 유자 등 다양한 맛이 있다.
통영의 대표 주전부리인 꿀빵은 팥을 비롯 녹차, 유자 등 다양한 맛이 있다.
유서 깊은 도시인 통영은 역사적, 예술적인 가치가 높다.
유서 깊은 도시인 통영은 역사적,예술적인 가치가 높다.

edit 전보라 — photograph 양우성 — assist 강한길 — cooperate 통영한산마리나호텔&리조트

통영밥상 갯벌
· 굴 요리 A코스 1만3000원
· 사계절통영밥상 A코스·멍게비빔밥 1만원씩
· 경남 통영시 동충4길 4
· 오전 9시~오후 9시
· 055-648-5599

카페 이봄
· 아메리카노 3000원
· 이봄에이드 4000원, 집밥카레 6000원
· 경남 통영시 도남로 96-6
· 오전 10시~오후 10시
· 주말 오전 10시~오후 11시
· 055-649-3170

뜨라토리아 델 아르테
· 마르게리따피자 1만4000원 까르보나라스파게티 1만5000원
· 오늘의 디저트+커피 8000원
· 경남 통영시 큰발개1길 38 통영국제음악당 2층
· 오전 10시~오후 10시
· 월요일 휴무
· 055-650-0480

십오야 숯불장어구이
· 장어구이 1만3000원
· 전복죽 1만2000원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45
· 오전 11시~오후 9시 30분
· 055-649-9292

원조시락국
· 시락국 5000원
· 경남 통영시 새터길 12-10
· 오전 4시 30분~오후 6시
· 055-646-5973

카페 울라봉
· 쌍욕라테 4500원
· 아메리카노 3800원
· 경남 통영시 동문로 22 2층
· 정오~오후 10시
· 055-648-3824

통영 빼떼기죽
· 빼떼기죽·호박죽 5000원씩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3
· 오전 8시~오후 8시
· 055-646-3443

한마음식당
· 굴코스 요리 2만5000원
· 멸치회무침 1만5000원부터
· 경남 통영시 해송정1길 6
· 오전 9시~오후 9시, 둘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
· 055-645-0971

분소식당
· 졸복국 1만1000원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207
· 오전 6시 30분~오후 4시 30분 첫째·넷째 주 월요일 휴무
· 055-644-0495

통영식도락
· 해물뚝배기 2만5000원부터
· 경남 통영시 동충4길 45 항남동복합빌딩
· 오전 8시~오후 9시
· 055-644-0663

뚱보할매김밥
· 충무김밥 4500원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25
· 오전 6시~자정
· 055-645-2619

나폴리꿀빵
· 꿀빵 5000원
· 경남 통영시 통영해안로 355
· 오전 9시~오후 10시
· 055-642-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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