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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음식의 재발견, 홍천

2016년 11월 8일 — 0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있는 고분대월 사과 농장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청정 계곡, 물과 공기가 깨끗한 곳에서 자연의 배려와 노인들의 정성으로 아름다운 못난이 사과를 키워낸다.

10월에 수확 예정인 부사 품종의 사과.
10월에 수확 예정인 부사 품종의 사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먹는 과일, 사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6대 과일은 사과, 배, 단감, 감귤, 포도, 복숭아다. 이 중에서도 사과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먹는 과일(2009~2013년 농촌진흥청 통계)로 가구당 1년에 8.7회, 연간 평균 8만5473원을 지출하며 연중 고르게 구입하는, 가성비 높은 효녀 과일이다.
사과의 원산지는 발칸 반도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2000년 전 스위스 동굴에서 탄화된 사과가 발굴된 것으로 볼 때 서양 사과는 4000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재배 기술이 발전했고, 16~17세기에 이르면 유럽 전역을 거쳐 미국으로 전파된다. 신대륙에서 품종이 개량되어 매킨토시 같은 우수 품종의 사과나무를 광범위하게 재배하면서 미국의 주요 농산물이 되었다. 현재는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지역에서 수확되고 있다.
사과는 인류가 경작을 시작할 때부터 재배한 과일인 만큼, 인류의 문명, 특히 서양 문명과 함께한 이야기가 많다.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과 황금 사과, 근대 시민 정신의 상징인 빌헬름 텔의 사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애플 컴퓨터의 사과 모양 로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에서 1세기경에 재배된 기록이 나오는 능금(林檎)이라 불리는 재래종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재배되는 사과나무는 1884년 미국인 선교사가 처음 심기 시작한 이래, 일제강점기 일본으로부터 국광, 홍옥이 도입되면서 사과나무 과수원이 시작되었다. 1960~1970년대 농촌 소득 증대를 위해 키 작은 사과나무와 우량 품종의 도입, 재배 기술의 향상에 힘입어 사과는 한국 과수의 주종을 이룬다.

상업적이지 않은 고분대월 농장 (홍천군 서석면 고분대월길 162)의 겸손한 팻말.
상업적이지 않은 고분대월 농장(홍천군 서석면 고분대월길 162)의 겸손한 팻말.

고분대월 사과 농장
‘노인 부부가 욕심 없이 키우는 사과 농장’이다. 부인 안금자(70세) 씨와 남편 이철암(76세) 씨 둘 다 농사와 인연 없는 일을 평생 해왔다. 농장이 위치한 강원도 홍천은 안금자 씨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고향이지만, 어릴 적 고향을 떠난 안금자 씨는 서울의 최고급 호텔에서 정년 퇴임할 때까지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고향 마을에 집을 짓고 2002년 퇴직해서 안금자 씨 혼자 휴양차 내려왔을 때 농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시골 살림 소일거리로 강원대학교와 농촌진흥청에서 친환경 유기 농업 영농 기술을 배우며 고향 마을이 산사나무로 유명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건축 일을 하던 남편 이철암 씨가 시골 생활에 합류한 뒤 부부는 몇 해 동안 동네에 나무를 심고, 집 앞의 텃밭을 가꾸며 농사일을 배운 후 마침내 사과나무 심기에 도전한다. “난생처음 농사일을 해보니 전쟁이 따로 없었다.” 겨울에 영하 30℃까지 내려가는 강원도 홍천 산골짜기 동네에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금자 씨가 평생 일했던 회사에서 몸에 밴 습성은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 부부는 큰 욕심 없이 2008년 홍로 사과나무 300주, 2010년과 2011년에 부사를 100주씩, 그리고 올해 서머킹 100주를 심었다. 사과를 따는 수확기(8월 서머킹, 9월 홍로, 10월 부사)가 달라 지금 600주 정도면 두 노인이 할 수 있는 최적의 과수원 규모로 생각하고 더 이상은 심지 않을 요량이다.

안금자 씨는 서비스 업종에서 평생 일한 대로 사과나무들과 주변 자연을 정성껏 대한다.
안금자 씨는 서비스 업종에서 평생 일한 대로 사과나무들과 주변 자연을 정성껏 대한다.

못난이 사과
고분대월 농장의 사과는 못난이 사과로 불린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노인 초보 농부들의 열정과 유기농 농법으로 키운 사과는 크기가 작고, 제멋대로 생겼으며, 수확량 또한 적다. 필자가 지난 8월에 캅카스 지역 조지아Georgia에 갔을 때 현지에서 안내를 맡았던 젊은 여성(그녀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 정치학을 공부한, 한국을 무척 사랑하는 한국통이다) 나니아Nania에게 들었던 인상적인 얘기가 있다. “조지아는 농업 국가인데 모든 작물 재배에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특별히 유기농이라는 말이 없어요. 제가 한국에 가서 많이 놀랐던 것은 모든 과일의 크기가 똑같고 맛도 같았습니다. 왜 그래야 하지요?” 자연 농법으로 수확한 과실은 대개 향기가 뛰어나다.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과일은 추위에 얼지 않기 위해 조직에 당액을 비축하고, 벌레들의 공격을 막거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이들이 맛과 향기의 성분이 된다. 향은 영양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천천히 자랄 때 많이 만들어진다. 고분대월 농장에서 자연 농법으로 키운 사과들은 맛, 모양, 향이 모두 다르다.

맛과 향이 제각각인 고분대월 농장의 못난이 사과.
맛과 향이 제각각인 고분대월 농장의 못난이 사과.

코즈메틱 과일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과일의 크기를 분류하고 당도를 체크해서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크고, 진열하기 좋으며, 당도가 높은 과일이 표준처럼 되어버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펴낸 ‘2015 세계 식량 불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만큼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인구가 7억95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불행한 진실에 역설적으로 주요 선진국들은 그들 나라의 인구가 적정하게 필요로 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식량을 생산(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나라들 150~200%)하면서 엄청난 양을 유통 시장의 상품 기준에 맞추기 위해 버리고 있다. 영국의 사회운동가 트리스트럼 스튜어트Tristram Stuart는 그의 저서 <낭비(Waste: Uncovering the Global Food Scandal)>에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약 11%가 모양이 나쁘거나 포장, 유통 등의 문제로 수확되지도 못한 채 밭에서 버려진다고 한다. 이것이 채소나 과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기준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이고, 안금자 씨와 이철암 씨는 그들이 재배하는 사과에 비슷한 질문을 한다. “몸에 좋아야지 빛깔 보고 먹느냐?”


사과의 효능

“매일 사과 한 개씩 먹으면 의사 만날 일이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서양 속담이 있을 만큼 사과는 건강에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다.

1. 풍부한 식이섬유
사과의 섬유질은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소화 및 흡수를 도와 변비, 장내 가스 발생 예방,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그 밖에도 콜레스테롤과 유해 첨가물을 배출하고, 장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시켜준다.

2. 정장 및 피로 해소
사과 껍질에 많이 있는 펙틴은 진통 효과가 높고, 복통이나 설사를 할 때 정장제 역할을 한다. 사과에 함유된 사과산이나 구연산 등의 유기산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3. 항산화 작용
사과의 붉은색 껍질에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따라서 사과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4. 고혈압 예방
사과에는 많은 양의 칼륨이 들어 있어 체내에 과잉 공급된 염분을 배출하도록 돕는다. 또 근육을 만드는 기능이 있어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사과를 먹는 것이 좋다.

5. 혈액 순환
사과에 함유된 헤모글로빈은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색 좋은 예쁜 뺨(얼굴)을 만든다. 또한 비타민 A와 C를 함유하고 있어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사과의 비타민 C는 열에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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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매거진 코리아의 페이스북에서 5분의 독자를 선정, 명인명촌에서 ‘못난이 사과’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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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