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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울릉도 2박 3일 미식 여행

2016년 9월 12일 — 0

울릉도의 청정 바다와 산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최고의 밥상. 울릉도의 절경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울릉도의 부속섬 중 세 번째로 큰 관음도.
울릉도의 부속섬 중 세 번째로 큰 관음도.

first day

lunch 뱃멀미도 잊게 하는 맛

서울에서 경상북도 울진에 있는 후포항까지 차로 5시간, 후포항에서 배를 타고 약 3시간. 서울에서 울릉도를 가려면 쉬지 않고 8시간을 달려야 한다. 멀미약을 먹긴 했지만 울렁거림에 살짝 속이 불편했다. 출렁거리는 시야 너머로 신비의 섬 울릉도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사동항 울릉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공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먼저 차를 빌려 탔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울퉁불퉁한 거친 절벽을 보니 비로소 울릉도에 온 기분이 들었다.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는 해풍과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평화롭게 느껴졌다.

독도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동항의 울릉여객선터미널.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울릉도의 관문으로 해상일주관광, 육로 관광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독도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동항의 울릉여객선터미널.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울릉도의 관문으로 해상일주관광, 육로 관광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뱃멀미인지 배고픔인지 알 수 없는 속을 부여잡고 점심을 먹으러 보배식당으로 향했다. 울릉도에서 홍합밥이 맛있다고 소문난 집으로 가정집을 식당으로 개조한 곳이다. “울릉도에서 홍합밥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 우리 집이라.” 보배식당의 이병주 사장이 홍합밥을 내오며 말했다. “울릉도에서 나는 해산물은 말이 필요 없재. 홍합도 얼마나 싱싱한지. 우리는 울릉도 해녀가 매일 잡아오는 홍합을 씁니더.” 울릉도의 싱싱하고 맛 좋은 홍합으로 집에서 가족들을 위해 밥을 짓다가 이렇게 홍합밥 식당을 차리게 되었다고. 홍합밥도 홍합밥이지만 커다란 접시에 조금씩 담긴 반찬들이 군침을 돌게 했다. 더덕조림, 울릉도산 돌미역무침, 도라지무침, 미역취나물무침, 부지깽이나물무침, 땅두릅장아찌, 콩나물조림 총 7가지의 반찬이 하나같이 맛깔났다. 특히 더덕조림은 이제껏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다. 비법을 물어보니 향이 좋고 부드러운 울릉도산 더덕을 사용했으며 껍질째 조리해 식감이 쫀득하고 영양이 풍부하다고. 홍합밥과 함께 나물 반찬을 이것저것 먹다 보니 금세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속이 불편해 밥맛이 없다고 말한 것이 멋쩍을 만큼 밥과 반찬을 모두 싹 비웠다.

보배식당의 홍합은 매일 해녀가 잡아온 것을 사용하고 갖가지 나물은 울릉도 산지에서 나는 것을 사용해 맛과 향이 진하다.
보배식당의 홍합은 매일 해녀가 잡아온 것을 사용하고 갖가지 나물은 울릉도 산지에서 나는 것을 사용해 맛과 향이 진하다.

여유가 있다면 배를 타고 독도까지 돌아보면 좋겠지만 여건상 울릉도의 독도전망대에 올라 독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해안전망대를 향해 15분 정도 걸었다. 햇살이 따가웠지만 서울과 달리 공기가 맑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전망대에 올라 독도를 찾아보았다. 전망대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약 87km라고 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라 독도를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울릉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도동 약수공원에서 망향봉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울릉도 시가지와 해안의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볼 수 있다.
도동 약수공원에서 망향봉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울릉도 시가지와 해안의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볼 수 있다.

독도전망대에서 내려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노란 간판에 다와호떡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마침 등산을 해 출출했던 터라 달달한 간식을 보자 냉큼 줄을 섰다. 차례가 다가올수록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호박조청씨앗호떡과 매운오징어호떡을 주문했으나 매운오징어호떡은 품절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박식혜를 추가했다. 호떡이 거의 다 구워질 때쯤 호박의 옆구리 부분을 갈라 호박조청을 쭉 짜서 넣는 모습이 독특했다. 기다리는 동안 호박식혜를 쭉 들이켰다. 단맛이 강한 일반 식혜와 달리 호박식혜는 은은한 단맛에 호박 특유의 고소한 맛과 향이 느껴졌다. 호박조청씨앗호떡에도 호박의 맛과 향이 잘 배어 있었다. 호박이 많이 나는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로 줄 서서 먹기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Dinner 쫄깃한 해산물의 향연

저녁 메뉴는 따개비칼국수로 정했다. 따개비를 검색해보니 갯바위에 붙어 삿갓 모양의 단단한 석회질 껍데기로 덮여 있는 생물로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아 작은 전복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마친 후 물 밖으로 나올 때 바위에 붙어 있는 따개비의 날카로운 껍데기 때문에 아파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바로 그 따개비를 먹으러 태양식당으로 갔다. 가게에 들어서니 주인으로 보이는 부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편은 면을 삶아 그릇에 담고 아내는 아주 크고 깊은 냄비에서 국물을 떠내고 있었다. 고민 없이 따개비칼국수를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 전 ‘태양식당 따개비칼국수 안내문’을 보았다. 먹을 때 간혹 작은 껍데기 조각이나 조갯돌이 나올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싱싱한 자연산 따개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진한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 녹색 면이 담긴 따개비칼국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났다. 숟가락으로 따개비를 떠먹었다. 비린 맛이 전혀 없고 작고 쫄깃한 따개비를 씹을 때마다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이 났다. 이곳의 따개비칼국수는 따개비가 듬뿍 들어가 맛이 진하다. 따개비를 많이 넣으면 비린 맛이 날 수 있는데 태양식당은 자신만의 비법으로 비린 맛을 꽉 잡는다고. 그래서인지 태양식당의 따개비칼국수는 울릉도 내 다른 식당보다 1000원이 더 비싸단다.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태양식당의 따개비 칼국수는 걸쭉하면서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태양식당의 따개비 칼국수는 걸쭉하면서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해 질 무렵 바닷가를 산책하기로 했다. 해안산책로 중 가장 아름답다는 도동해안산책로에 가기 위해 도동항에 도착했다.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도동항은 울릉도 관광의 시작점으로 육지와 울릉도를 이어주는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객들과 현지 상인들로 매우 어수선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 산책로에 들어섰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바로 옆의 바다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때문인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약 15분쯤 걸으니 해안가 절벽 밑에 환한 불빛이 보였다. 해안가 포장마차였다. 그곳으로 가보니 주인 아주머니가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풍경에 두리번거렸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저기 바다 바로 옆 테이블이 비었네. 앉으소. 오늘 요놈(해산물)들이 특히 싱싱하데이.” 해산물 한 접시(이곳의 단 하나인 메뉴)와 소주를 주문했다. 홍합, 소라, 오징어회, 쥐치회, 문어숙회와 살짝 데친 통오징어가 나왔다. 해산물 모두 울릉도 자연산으로 육지에서는 맛보기 힘든 싱싱함과 쫄깃함이 느껴졌다. 거기에 시원한 파도 소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까지, 서울 시내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았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도중 바다에서 온 게가 신발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도동해안산책로의 해안가 절벽에 위치한 포장마차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을 자아낸다.
도동해안산책로의 해안가 절벽에 위치한 포장마차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을 자아낸다.

second day

Breakfast 울릉도 오징어의 참맛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창밖은 아직 캄캄한 밤이었다. 오늘은 일출을 보기로 한 날. 피곤했지만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차를 타고 10분쯤 달려 내수전일출전망대 입구에 도착했다. 일출을 볼 수 있는 내수전전망대를 향해 가파른 계단과 오르막길을 올랐다. 오랜만에 맡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기분 좋게 잠을 깨워줬다. 15분쯤 오르자 드디어 정상이 나타났다. 눈앞에 펼쳐진 시원한 풍광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울릉도의 전망을 볼 수 있는 포인트는 두 군데. 한쪽은 바다를 바라보며 해가 뜨는 모습을, 다른 한쪽은 울릉도 내 저동항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벽 5시 20분. 캄캄한 바다 곳곳에서 환하게 불을 켠 오징어잡이 배가 울릉도를 향해 들어오고 있었다. 곧 눈앞에서 해가 떠올랐다. 울릉도의 해맞이였다.

새벽 저동항의 모습. 잡아온 오징어를 대나무로 만들어진 탱깃대에 끼운다.
새벽 저동항의 모습. 잡아온 오징어를 대나무로 만들어진 탱깃대에 끼운다.

어제의 숙취와 오늘 새벽의 등산으로 속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다. 뜨끈한 국물의 오징어내장탕이 있는 다애식당으로 향했다. 울릉도 하면 오징어가 바로 떠오를 만큼 울릉도 오징어는 유명하다. 예로부터 울릉도에선 오징어 내장을 깨끗이 손질해 맑게 또는 얼큰하게 탕으로 즐겼다고 한다. 콩나물, 무, 파, 양파, 고추 등 각종 채소와 오징어 내장이 들어 있는 냄비를 보글보글 끓였다. 먼저 국물을 먹어보았다. 비린 맛을 걱정했지만 전혀 비리지 않고 깔끔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오징어 내장의 생김새는 동태탕에 들어가는 곤이와 비슷했지만 식감은 더 부드러웠다.

다애식당의 오징어내장탕과 홍합밥. 울릉도의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어 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이 난다. 달콤쌉싸름한 호박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다애식당의 오징어내장탕과 홍합밥. 울릉도의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어 비린내 없이 깔끔한 맛이 난다. 달콤쌉싸름한 호박막걸리를 곁들여도 좋다.

울릉도는 울릉읍과 서면, 북면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오늘은 울릉도의 서면과 북면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내달렸다. 우측에는 푸른 바다와 멋들어진 바위섬이, 좌측에는 울퉁불퉁한 거친 절벽과 기암괴석이 펼쳐져 가는 내내 탄성이 그치질 않았다. 근처에 간식거리를 파는 곳이 있다고 했다.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의 한가운데 울릉산채영농조합이라는 공장이 있어 그곳으로 갔다. “울릉도 청정 지역의 깨끗한 호박만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호박엿과 호박젤리, 호박빵, 호박조청 등 호박으로 만든 다양한 간식을 만나볼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니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이곳의 직원인 황은영 관리과장을 따라 호박빵을 만드는 곳을 볼 수 있었다. “호박가루로 만든 빵 안에 달콤한 호박앙금을 넣었어요. 울릉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호박만을 엄선해 사용하며 만드는 과정에서 색소와 방부제는 일체 넣지 않아요.” 그는 갓 나온 따끈한 호박빵을 건네며 말했다. “울릉도에서 생산되는 호박 중 반을 이곳에서 사용해요. 곧 9월, 10월이 되면 공장 주변에 호박이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울릉도의 명물 호박과 오징어로 만든 호박조청씨앗호떡과 매운 오징어호떡은 다와호떡의 인기 메뉴다.
울릉도의 명물 호박과 오징어로 만든 호박조청씨앗호떡과 매운 오징어호떡은 다와호떡의 인기 메뉴다.
Lunch 현지인들의 진짜 맛집

울릉도에서 높고 트인 장소는 어디든 최고의 전망대가 된다. 아침에는 울릉읍에서, 오후에는 서면에서 감상하는 울릉도를 보기 위해 태하리 향목 정상으로 향했다. 놀이기구같이 생긴 작은 태하리 향목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도 울릉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차 후 태하등대까지 약 10분 정도 완만한 경사면을 걸었다. 산책로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었다. 태하등대에 올라 해안을 내려다보았다. 해안 절벽의 풍광이 멋진 것은 물론, 바닷물이 얼마나 맑은지 산에서 내려다보는데도 물속까지 깨끗하게 다 보였다. 이곳은 특히 야경이 멋진 곳이라고. 여름철이 지나고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철이 오면 밤에 오징어잡이 배들이 바다에 떠 있는 풍경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라고 했다.

태하리 향목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태하등대가 있는 향목전망대가 나온다.
태하리 향목 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 태하등대가 있는 향목전망대가 나온다.

울릉도는 산과 바다, 들에서 나는 재료가 모두 좋아 대부분의 음식이 맛있었다. 음식 맛은 재료가 결정한다고 하지 않나.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울릉도 현지인들의 맛집이 궁금했다. 울릉도 현지인(울릉군 관광청 직원), 여행객들까지 극찬한 맛집이 있었다. 추산마루라는 일식 돈가스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특히 해산물)이 많은 울릉도에서 돈가스라니. 조금 의아했다. 해안도로에서 조금 벗어나 올라가니 산 중턱에 위치한 아담한 주택에 도착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물론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돈가스와 새우가스를 주문했다. 10년 이상 일본에서 요리를 한 사장은 4년 전 울릉도에 정착해 이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울릉도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요. 울릉도 지역분들을 위해 돈가스집을 열었죠.” 돼지고기는 한돈을 사용하며 매일 육지에서 공급받는다고. 그에게 왜 울릉도로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낚시를 워낙 좋아해요. 조용히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울릉도가 딱이죠. 요즘도 매주 월요일마다 낚시를 가요. 고기를 많이 잡은 날에는 그 고기로 초밥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죠.” 추산마루의 돈가스는 독특했다. 등심이나 안심이 아닌 목살로 만들며 두툼했으며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매일 한정량의 고기를 판매한다니 예약은 필수겠다.

울릉도 내에서 돼지고기가 생산되지 않아 육지로부터 공급받는다. 그 이유로 돈가스는 울릉도 현지인들에게 별미다.
울릉도 내에서 돼지고기가 생산되지 않아 육지로부터 공급받는다. 그 이유로 돈가스는 울릉도 현지인들에게 별미다.
Dinner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맛

울릉도의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다. 항구에서 나눠준 울릉도 지도를 보았다. 미개통 구간이 눈에 띄었다. 찾아보니 울릉도는 아직 섬 전체를 잇는 도로가 모두 개통되지 않았다고. 개통되지 않은 구간까지 가보고 싶었다. 지도를 보니 ‘섬목’이 개통 구간의 거의 끝이었다. 그 옆에 관음도가 보였다. 울릉도에서는 다른 부속섬으로도 관광을 간다. 가장 잘 알려진 독도와 죽도, 관음도가 있다. 독도와 죽도는 배를 타고 가야 하고 관음도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 요즘 울릉도의 뜨고 있는 관광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관음도로 향했다. 사람의 발길이 60년 가까이 닿지 않았던 곳으로 2012년에 연도교(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생겼다. 관세음보살마저 경치를 보기 위해 쉬어갔다고 해서 관음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쪽빛 바다와 기암괴석 그리고 새파란색의 연도교의 조화가 절묘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아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다리를 따라 걸어서 관음도로 들어서면 독특한 식생과 아름다운 풍광이 반긴다. 관음도에 오르면 울릉도와 바다,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꼭 남길 것을 추천한다.

향목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풍감 해안절벽은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다.
향목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풍감 해안절벽은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하나다.

한 바퀴 돌 수 없기에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더운 날씨에 밖을 다녔더니 시원한 음식이 먹고 싶었다. 천부 해안가에 위치한 만광식당에 도착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들을 위한 또 다른 서비스, 천연 에어컨 풍혈’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풍혈은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자연 구멍으로, 지하수가 흘러 찬 공기가 바위틈으로 나와 천연 에어컨이라 불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주민들은 음식을 저장하는 천연 냉장고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울릉도에서 풍혈이 있는 가정집은 우리뿐이라. 풍혈 앞에 앉아 꽁치물회 먹고 나면 추블끼라(추울 것이다).” 주인 할머니가 꽁치물회를 내오면서 말했다. “육지서 왔는교? 꽁치물회는 무봤나?” 하며 숟가락으로 꽁치물회를 쓱쓱 비벼주었다. “물회라고 바로 물 넣으면 안 된데이. 이렇게 매매(잘) 비벼야 꽁치에 양념이 잘 배고 채소가 숨이 죽어 더 맛있재. 자, 이제 물 부어야재.” 할머니가 맛있게 비벼준 꽁치물회에 밥을 반 공기 넣고 크게 한 숟가락 떠먹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고추장을 넣은 일반 물회와 달리 꽁치의 비린 맛을 잡기 위해 된장과 산초 가루를 넣었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산초 가루의 톡 쏘는 맛이 꽁치물회와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었다. 주인 할머니는 직접 담근 산뜻한 맛의 호박막걸리도 한 잔 내주었다.

만광식당의 꽁치물회. 된장과 산초 가루를 넣어 꽁치의 비린 맛을 잡았다. 해산물이 싱싱한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만광식당의 꽁치물회. 된장과 산초 가루를 넣어 꽁치의 비린 맛을 잡았다. 해산물이 싱싱한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숙소에 도착해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살짝 출출하기도 하고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내기도 아쉬워 멀지 않은 저동항으로 갔다. 저동항의 아침은 전날밤 잡아온 해산물을 펼쳐놓고 손질하고 판매하는 곳이었으나 밤이 되니 거대한 포장마차가 되어 있었다. 신선한 해산물부터 활어회, 울릉도의 명물 독도새우를 바로 튀겨주는 독도새우튀김과 각종 술안주까지.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독도새우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시원한 맥주도 함께 곁들여서. 울릉도의 밤이 깊어만 갔다.

저동항의 밤 풍경. 바다를 안주삼아 마시는 술은 달기만 하다.
저동항의 밤 풍경. 바다를 안주삼아 마시는 술은 달기만 하다.

third day

Breakfast 울릉도 어머니의 손맛

울릉도에서의 2박 3일은 너무 짧기만 하다. 하루, 이틀 지날수록 울릉도를 더 많이 보고 싶고, 음식도 더 먹어보고 싶어졌다. 한 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봉래폭포 입구에 도착했다. 폭포를 보기 위해 오르는 길에는 반가운 풍혈과 삼나무로 조성된 산림욕장이 있었다. 3단 폭포인 봉래폭포는 울릉도의 도동과 저동을 비롯한 남부 지역의 중요한 상수원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폭포 소리와 맑은 공기, 나무들이 드리우는 시원한 그늘을 만끽하니 마치 고급 리조트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울릉도 봉래폭포는 낙차가 약 30m에 이르는 3단 폭포다. 가을에는 주변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이다.
울릉도 봉래폭포는 낙차가 약 30m에 이르는 3단 폭포다. 가을에는 주변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이다.

이제껏 울릉도의 바다를 보았으니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를 가보기로 했다. 나리분지 내 산채비빔밥으로 유명한 20년 전통의 나리촌식당을 먼저 들렀다.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무공해 산나물은 향부터 남달랐다. 또한 물과 공기가 좋아 나물이 부드럽고 고소했다. 또순이 아줌마라 불리는 나리촌식당의 김두순 사장은 울릉도 나리분지로 시집을 오면서 나리촌식당을 열었다. 문을 연 지 20년이 넘는 이곳은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성인봉 올라가는 입구에 위치해 성인봉을 오고 가는 여행객들의 허기를 채워준다. 모두 울릉도에서 재배한 나물로 음식을 만들며 감자와 몇 가지 나물은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부지깽이나물, 삼나물, 엉겅퀴, 고추냉이 잎, 미역취 등 갖가지 나물이 그릇에 소담스럽게 담겨 나왔다. 밥 한 공기와 사장이 직접 담근 맛깔스러운 고추장을 넣고 비볐다. 여러 종류의 나물이 들어갔는데 신기하게도 각각의 향과 맛이 다 느껴졌다. 함께 나오는 더덕무침이 특히 맛있었는데, 울릉도에서 직접 재배한 더덕은 쓴맛이나 아린맛이 전혀 없으며 상큼했다. 식감도 억세지 않고 아삭했다. 나리촌식당에서는 사장이 직접 재배해서 만든 말린 산나물, 명이나물절임 등을 살 수 있다. 울릉도의 맛을 집에서도 느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은가.

나리촌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시키면 울릉도산 산나물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더덕전의 더덕은 주인이 직접 재배한 것으로 맛과 향이 깊다.
나리촌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시키면 울릉도산 산나물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더덕전의 더덕은 주인이 직접 재배한 것으로 맛과 향이 깊다.

울릉도에서 3일을 지내다 보니 제대로 된 커피가 그리웠다. 커피가 맛있다는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로 향했다. 외관부터 울릉도에 있는 다른 집들과 달랐다. 100년 된 일본식 가옥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울릉도로 이주하면서 지은 집이다. 광복 이후 2008년까지 이영관 씨가 가정집으로 사용한 후 문화유산국민신탁에서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를 알리는 역사전시관 겸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수익금 전액은 문화재 보호 기금으로 사용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한 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울릉도로 관광을 오신 분들이 울릉도의 역사에 대한 영상물도 보고 차 한잔의 여유도 즐기며 여독을 푸는 곳이죠. 오후 1시쯤 방문하시면 자세한 해설과 함께 아코디언 연주도 감상할 수 있어요.” 울릉역사문화체험센터의 매니저 허순희 선생이 커피를 내오며 말했다. “관광객이 없을 때는 울릉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쓰이죠. 독서 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이곳에 계신 선생님들이 악기를 가르쳐주기도 한답니다.” 허순희 선생은 밝게 웃으며 다음에는 본인의 아코디언 연주를 꼭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울릉역사문화센터를 지키는 세 명의 매니저는 지역 주민에게 악기를 가르쳐준다.
울릉역사문화센터를 지키는 세 명의 매니저는 지역 주민에게 악기를 가르쳐준다.
Lunch 대통령도 다녀간 맛집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울릉도의 각종 해산물을 원 없이 먹었으니 고기를 먹기로 했다. 울릉 약소를 먹기 위해 대통령도 다녀갔다는 향우촌으로 향했다. 약소고기를 주문했다. 향우촌의 약소는 산에서 방목해서 키워 지방이 적으며 특유의 검붉은색을 띤다고 했다. 얇게 썬 고기는 핏기만 가실 정도로 불판에 살짝 익혔다. 약소고기는 약초 특유의 향이 육질에 배어 기름기가 적고 씹을수록 고소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명이나물에 싸먹으니 맛이 끝내줬다. 울릉도 풀을 먹고 자라는 소가 약소이니 울릉도 약소와 각종 산채가 어우러진 밥상은 그대로 약상이 되었다.

방목해 키운 울릉도의 약소는 마블링이 적고 검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겉만 살짝 익힌 후 울릉도산 명이나물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방목해 키운 울릉도의 약소는 마블링이 적고 검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겉만 살짝 익힌 후 울릉도산 명이나물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울릉도를 오기 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오징어먹물빵이 유명한 오브레였다. SNS에서 보았는데 오징어 모양의 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오징어 먹물을 첨가한 빵에 호박앙금을 넣었다. 오브레의 오징어먹물빵은 무농약 통밀가루와 울릉도에서 나는 오징어 먹물, 호박앙금, 호박조청, 울릉도 해양 심층수를 사용한다고. 크기도 작아 한입에 쏙 들어갔다. 울릉도를 다녀온 기념으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주려고 두 손 가득히 박스를 들고 나왔다.
배를 타기 위해 사동항 울릉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자주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조금 아쉬웠다. 청명한 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등 배를 타기 직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울릉도 오징어는 햇빛과 자연 바람으로 말리기 때문에 환풍기로 건조하는 일반 오징어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울릉도에서는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울릉도 오징어는 햇빛과 자연 바람으로 말리기 때문에 환풍기로 건조하는 일반 오징어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edit 전보라 — photograph 양우성 — assist 강한길 — advise 울릉군 관광청 — cooperate 울릉도 대아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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