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열기

main

Dining

남양주 준혁이네 농장

2016년 8월 31일 — 0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준혁이네 농장은 서울에서 무척 가깝다. 농장은 주변의 창고들로 둘러싸여 마치 도심 속 섬과 같은 모습이다. 푸드 마일리지 제로의 로컬 푸드를 생산하며, 친환경, 건강한 제철 음식을 보급한다.

0831-vege1

채소 이야기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농법으로 풀, 벌레들과 함께 자란 채소들은 건강하고 향이 깊다.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농법으로 풀, 벌레들과 함께 자란 채소들은 건강하고 향이 깊다.

우리 문화의 뿌리 ‘의식주’ 중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음식이다. 한복은 명절이나 행사 때 잠시 입고, TV에서 보는 옷이 된 지 오래며, 주택 또한 아파트를 비롯 서구의 주거 양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음식만큼은 인접 국가들과 교류, 글로벌화의 진행을 통해 외국 음식들이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아직도 한식이 대세다.

최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음식에 대한 2가지 관심, ‘건강과 미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으며, 건강 음식으로 한식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한식의 가장 큰 특징은 채소에 기반한 음식이라는 점. 한식의 건강성은 바로 이 채소로부터 나온다. 최근 선진국에서 현대인의 만성 질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찾고 있는 생리활성물질 대부분은 ‘파이토뉴트리언트Phyto-Nutrient’로 불리는 식물 영양소다. 미국 농무부와 보건복지부가 미국인들의 건강을 위한 식사지침 핵심 권고사항 첫 번째가 채소와 과일을 통한 파이토뉴트리언트 섭취다.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뉴트리언트는 우리 몸에 들어오면 유해 활성산소를 막아줄 뿐 아니라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을 줘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미국에는 ‘음식 사막(Food Desert)’이라 불리는 동네들이 있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 대신 주로 통조림 형태의 가공식품만 파는 곳들인데 이런 동네에는 통계적으로 당뇨병, 신장병 등 만성적인 성인병 의료센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도시의 빈 땅에 채소를 심어 키우자는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으로 불리는 시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행히도 한식 기반의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채소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나라다. 동네의 구멍가게, 전통시장, 대형 마트 어디를 가나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는 채소 천국이다. ‘건강과 미식’에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이제 가족을 위해 더 건강하고 좋은 채소를 찾는다.

도시 농부 이장욱

이장욱 농부와 샐러드용 미니 당근.
이장욱 농부와 샐러드용 미니 당근.

이장욱(45세) 씨가 도시 농부로 불리는 2가지 이유. 첫째는 도시에 살며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의 집은 서울이다. 수유동의 집에서 매일 새벽 남양주에 있는 채소 농장으로 출퇴근하는데 남양주시 진건읍에 위치한 그의 채소 농장은 농촌 지역에 있지 않고, 주변이 창고와 공장으로 둘러싸인 도시 환경 속에 있다. 이곳에서 그는 혼자 힘으로 지속 가능한 규모의 채소 농사를 짓는다. 두 번째 이유는 그가 짓는 채소 농사 현황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려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세심함과 세련됨이 있기 때문이다.

농대에서 농학을 전공한 그는 군 복무를 마친 후 곧바로 농사일을 시작해 어느덧 20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가 되었다. 처음 농사를 시작한 곳은 의정부 지역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지에서였다. 남들이 포기한 땅을 경작지로 만든 비결은 땅을 진실하게 대하는 기다림이었다. 10년 전 지금의 남양주 농장으로 옮겨왔고, 어느새 두 아이의 아버지로 여느 직장인들처럼 출퇴근하지만 농부의 일은 농촌 지역과 다름없다. 해 뜨기 전 농장에 출근하고 해가 지면 집으로 퇴근한다.

이장욱 씨는 매주 한 번 도시형 농부 시장 마르쉐@와 북촌의 친환경 식품 장터 네니아에 가게를 열고 소비자들과 만난다. 생산, 홍보, 마케팅, 배송, 고객 관리 등 1인 5역의 역할을 하며 그의 단골들과 직접 소통한다. 그의 채소를 사용하는 유명 식당의 셰프들과 만나서 함께 채소를 맛보며 셰프들이 원하는 맛과 품질의 채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는 그가 키워낸 채소들로 요리하는 셰프들을 이해하려 1년 동안 지중해 음식 공부를 했다. “요리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요리 공부를 하면서 셰프들의 생각을 좀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의 꿈은 농장을 좀 더 넓은 지역으로 옮겨 농장에서 농부 + 요리사 + 고객이 함께하는 팜테이블을 만드는 것. 그곳에서 셰프와 고객들이 원하는 식자재들로 만든 창의적인 식품, 요리를 경험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농부의 일은 언제나 내일의 날씨에 대비해야 하고, 다음 달에 수확할 과채류 생각이 앞서고, 가을 농사, 내년 농사 준비를 위한 파종 생각이 먼저 난다.

셰프들과 함께 최적의 맛과 색, 크기를 찾는다.
셰프들과 함께 최적의 맛과 색, 크기를 찾는다.

준혁이네 농장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준혁이네 농장은 주변의 창고들로 둘러싸여 마치 도심 속 섬과 같은 모습이다. 10년 전 이곳으로 옮겨와 5000평(약 1만6000m2) 규모의 기업농으로 시작한 채소 농장을 큰아들(준혁)이 태어나며 규모를 1000평(약 3300m2)으로 줄여 무농약, 무비료, 무경운 농법으로 채소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정직한 아빠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다짐에서 아들 이름을 넣어 농장 이름을 지었다. 이곳에서 혼자 힘으로 연간 150종의 채소들을 시설재배로 키워낸다. “여러 사람을 데리고 대규모로 일할 때는 효율이 중요했지만, 혼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기업농의 효율이라는 가치는 그가 키우는 채소들로 아기 이유식을 만들어도 괜찮다는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건강한 유기농을 위해 농장에서 직접 채종한 씨앗으로 채소들을 키워낸다. 싹이 움트면 초기에 풀 자라는 모양을 보며 작물로서 너무 세차거나 영양 과잉 상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핀다.
“우리가 씨를 심으면 때가 되면 자라날 것이다(We Plant The Seeds That One Day Will Grow).” 남미 엘살바도르에서 비폭력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독재 정권에 암살된 가톨릭 대주교 오스카 로메로Oscar Romero가 남긴 말처럼 채소 농사에 관한 한 폭력적인 도시 환경에서 씨를 심고 재배하는 준혁이네 농장도 자연스레 큰 모습으로 자랄 것이다.

제철 미니 토마토.
제철 미니 토마토.

푸드 마일리지 제로

준혁이네 농장은 서울에서 가깝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채소들은 전량 서울의 유명 식당과 단골들에게 소비되는 푸드 마일리지 제로에 가까운 로컬 푸드다. 영국에서 시작된 푸드 마일리지 줄이기 캠페인은 미국과 유럽의 레스토랑과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환경운동이다. 음식은 생산되어 소비되는 곳까지의 거리가 짧을수록 환경, 건강, 사회적 책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우선은 식품이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적으며, 건강 측면에서는 소비자의 식탁에 도달하는 소요 시간이 짧을수록 영양 손실, 부패를 막고, 방부제 등 유해물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적절한 환경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므로 사회적 책임이 있는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보장해준다. 도시 농부로 1인 5역을 하는 것처럼, 준혁이네 농장 또한 푸드 마일리지 제로의 로컬 푸드를 생산하며, 친환경, 건강한 제철 음식의 보급 등 작지만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자가 채종한 F1 씨앗들.
자가 채종한 F1 씨앗들.

text 김옥철 — photograph 임학현

이 기사도 읽어보세요
발품 팔아 찾은 맛집 여름을 알리는 6월에는 정통 이탤리언 요리부터 뉴 아메리칸 퀴진, 유러피언 요리까지 다양한 서양 요리의 세계에 빠져보자. 서촌김씨 뜨라또리아 캐주얼하게 즐기는 정통 이탤리언 요리 뇨끼디파다테, 카프레제, ...
미식의 의미 '로칸다 몽로’의 오너이자 푸드 라이터인 박찬일 셰프가 생각하는 ‘미식의 정의’는 무엇일까. 미식과 정치는 같거나 모호한 경계선에 함께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글 박찬일  미식은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
TRADITIONAL KOREAN DESSERT 추석이 있는 9월에는 감사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선물하기 좋은 한식 디저트는 1인분씩 담아서 상에 내도 멋스럽다. edit 권민지 — photograph 심윤석 — cook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