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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를 디자인하는 여자, 김예분

2016년 8월 18일 — 0

초콜릿 마스터, 케이크 디자이너, 와인 소믈리에, 아동 요리, 외식 경영까지 총 5개의 요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김예분. 케이크 디자이너로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레드앙트르메를 만드는 김예분. 망고무스케이크에 레드 색소를 뿌린 트러플셸을 장식했다.
레드앙트르메를 만드는 김예분. 망고무스케이크에 레드 색소를 뿌린 트러플셸을 장식했다.

1995년 SBS에서 방영했던 <달려라 코바>라는 게임 프로그램이 있다. 이 방송을 통해 진행 능력을 인정받은 김예분은 당대 가장 핫한 연예인에게 주어졌던 <SBS 인기가요>의 MC, <김예분의 영스트리트>의 DJ 등 쇼·오락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했다. 김예분은 요즘 세대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한때 잘 나가던 스타 MC였다. 얼마 전 그녀가 일산에서 케이크 를 굽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햄버거 가게 한편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5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케이크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 김예분을 만났다. 그녀는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학생이면서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의 대표이사이자 케이크 디자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케이크 디자이너는 디자인에 더 관심이 많은 파티시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음식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디저트 가게에 가면 케이크가 다 비슷비슷하잖아요. 다른 사람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저만의 독특한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향토식품문화대전 ‘푸드스타일링 부문’ 금상, 서울 국제 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식공간 연출 부문’ 등의 수상 이력만 보아도 그녀가 얼마나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성과는 어느날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 김예분이 본격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0년 대학에서 식품조리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요리는 원래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또 나름 손맛이 있다고 자부하고요. 그렇다고 거창한 이유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상처를 잘 받아서 방송은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싶었거든요.”

초콜릿, 제과, 와인 소믈리에, 아동 요리, 외식 경영에 도전해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김예분이 케이크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4년에 퓨전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오너 셰프로 일하면서 디저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러한 관심이 실력으로 발전했다. 지인들에게 선물한 케이크가 맛있다고 입소문 나면서 케이크를 굽는 일이 점차 많아졌다고. 지난 해에는 작업실도 마련했다. 신기한 것은 간판조차 없는 데도 사람들이 그녀에게 케이크를 주문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많은 양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홍보는 안 하고 있어요. 시간에 쫓겨 만드는 것보다 제가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싶거든요.” 주문이 먼저 들어오면 고객의 취향부터 파악한다. 어떤 종류의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물어본 후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또 케이크가 완성되면 직접 배송까지 한다. “한번은 5시간 동안 만든 케이크를 배송차에 싣다가 떨어뜨린 적이 있어요. 단순히 케이크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온종일 쏟은 제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지요. 그다음부터는 주문이 성사되면 서울, 경기 지역이 아니더라도 제가 직접 케이크를 배달합니다.”

빨간색 식용 색소를 넣은 글라사주를 케이크 위에 뿌려 장식했다. 한번 뿌리면 전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 조절이 관건이다. 작은 스패출러를 이용해 어느 정도 모양을 바로잡는 것은 가능하다.
빨간색 식용 색소를 넣은 글라사주를 케이크 위에 뿌려 장식했다. 한번 뿌리면 전면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양 조절이 관건이다. 작은 스패출러를 이용해 어느 정도 모양을 바로잡는 것은 가능하다.

김예분은 새로운 비주얼의 케이크에 늘 목말라 있다. 그녀에게 가장 좋은 참고서는 SNS다. 해외에서는 어떤 케이크 데커레이션이 유행하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는 무엇인지 참고한다. 그녀가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맛이다.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것이 맛은 상관없다는 말은 아니에요. 당연히 맛은 기본으로 갖춰야하죠. 대신 갖은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시도하기보다는 베이식한 맛을 제대로 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재료비가 더 들더라도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서울우유, 서울우유 생크림 등을 고집하며 달걀 같은 신선 식품은 당일에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재료는 필요할 때마다 슈퍼마켓, 코스트코에서 구입하고 베이킹 툴과 포장재료는 방산시장을 찾는다. “무스틀 같은 베이킹 도구는 영구공업사가 좋고요, 리본이나 포장지는 포장119에서 사요.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아도 단골을 만들어두면 여러모로 편리하더라고요.”

그녀는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먹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한번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 합창단 단원의 생일이어서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준 적이 있어요. 다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케이크는 처음 먹어본다면서 난리도 아닌 거예요.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케이크만 구우라면서요.” 이런 제안을 받을 때마다 김예분은 늘 아직은 아니라고 답한다. 대학원에 진학해 전통 음식을 배우는 것도 배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전통 음식을 더 공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디저트가 재밌어져서 중간에 약간 갈팡질팡 하긴 했지만 한국 사람이니까 어떤 요리를 하더라도 한식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한식 디저트를 만들어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석사 과정을 마치면 제대로 디저트를 공부하려고 숙명여대 르 코르동 블루에 등록했어요.” 김예분은 촬영을 위해 만든 망고무스케이크에 ‘블루클라우드’와 ‘레드앙트르메’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

김예분은 지난해에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햄버거 가게 한 모퉁이에 5평 남짓한 작업실을 마련했다.
김예분은 지난해에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햄버거 가게 한 모퉁이에 5평 남짓한 작업실을 마련했다.

김예분은 1994년에 미스코리아로 데뷔해 톡톡 튀는 진행으로 굵직한 프로그램의 MC로 활약했다. 그리고 1998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돌연 은퇴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문제인 것 같아요. 라디오를 잘하고 있었는데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동 시간대에 청취율이 가장 높았는데도 말이죠. MC상을 받았는데도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거예요. 제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 붙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짧은 시간에 지쳐나가 떨어진 거죠.” 오래달리기를 하려면 중간중간 숨을 골랐어야 했는데 너무 채찍질만 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방송 활동을 재개할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사실 그때를 떠올리면 방송 일이야말로 저랑 잘 맞고 또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요즘도 간혹 요리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와요. 솔직히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전에 제 성격을 바꿔야 가능할 것 같아요. 좀 더 당차고, 뻔뻔해지고, 자신감도 더 필요하고요.” 은퇴 후에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직장인이 되어 기업체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고, 캐주얼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10년지기 친구인 개그맨 차승환과 결혼도 했다. 아내로서 김예분은 어떤 모습일까? “저요? 요리하는 아내였죠. 신혼 초에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다른 메뉴로 준비했는데 남편이 부담스러워하는 거예요. 남편은 자신이 먹고 싶을 때 편하게 먹고 싶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서운했는데 주부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훨씬 더 편하더라고요 (웃음).”

김예분은 케이크 디자이너 일을 시작한 뒤 체중이 5kg이나 늘었다고 했다. 일을 핑계 삼아 다른 디저트 가게에서 시식 명목으로 케이크를 즐기고,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 대신 혼자 맛을 보다 그렇게 됐다는 것. 미스코리아 출신으로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은 예민한 일이지만 이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20대 때 방송 일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요리가 제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요. 물론 살은 빼야겠지만 살이 찌는 것도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나중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디저트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곧 강남에 제 이름을 내건 분식집을 오픈할 계획이에요. 본격적으로 F&B 사업에 뛰어든 거죠. 아직 정확한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음식 경영을 배우면서 나중에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디저트를 접목시키고 싶어요. 그때를 위해 제가 공부한 것들, 그리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문제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건데, 지금이야말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삶을 뒤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지만 아직 절반의 인생이 남았으니깐요, 한번은 최고가 돼봐야죠.”

템퍼링한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트러플 셸은 분사기를 이용해 빨간색 색소를 입혔다. 가는 입자의 색소를 고르게 뿌리는 것이 포인트다.
템퍼링한 화이트 초콜릿으로 만든 트러플 셸은 분사기를 이용해 빨간색 색소를 입혔다. 가는 입자의 색소를 고르게 뿌리는 것이 포인트다.

2가지 모양의 망고무스케이크

화이트 초콜릿과 빨간색 글라사주로 장식한 원형 케이크와 푸른색 글라사주로 시원한 느낌을 가미한 반원 모양의
케이크. 김예분이 직접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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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원형 케이크(지름 19cm)
반원 케이크(7×22cm)1개 분량씩
화이트 글라사주·장식용 화이트 초콜릿(트러플 셸, 원형 초콜릿 등) 적당량씩, 화이트 초콜릿·식용색소 약간씩
시트: 박력분·설탕·버터 200g씩, 달걀 4개, 베이킹파우더 4g
망고 무스: 생크림 360g, 크림치즈 300g, 망고 퓌레 150~200g, 설탕·우유 150g씩, 사워크림 120g, 젤라틴 6g
화이트 글라사주: 화이트초콜릿450g,우유150g,생크림100g,젤라틴9g

만드는 법

시트
1. 체에 내린 박력분, 달걀, 베이킹파우더, 설탕을 볼에 넣고 섞는다.
2. 저속으로 휘핑하다가 아이보리색이 되면 중탕으로 녹인 버터를 조금씩 넣어가며 휘핑한다. 어느 정도 녹으면 속도를 높여 잘 섞는다.
3. 유산지를 깐 오븐 팬에 반죽을 부어 180°C로 예열한 오븐에서 40분간 구운다.

망고 무스
1. 생크림은 핸드 믹서로 70% 정도 휘핑한다.
2. 상온에서 부드럽게 만든 크림치즈, 설탕을 핸드 믹서로 섞은 뒤 사워크림을 넣고 다시 휘핑한다.
3. 따뜻하게 데운 우유에 차가운 물에 불린 젤라틴을 넣어 녹인 다음 망고 퓌레를 넣고 다시 섞는다.
4. 볼에 2,3을 넣고 휘핑한다.
5. 4에 휘핑한 생크림을 넣어 주걱으로 젓는다.

화이트 글라사주
1. 볼에 화이트 초콜릿, 우유, 생크림을 넣고 중탕한 후 찬물에 불린 젤라틴을 넣고 섞는다.
2. 주걱으로 잘 저은 다음 체에 걸러 굳지 않게 보관한다.

망고무스케이크
1. 완성할 원형 케이크보다 한 사이즈 작은 원형 무스 틀에 맞춰 시트를 자른다. 반원 케이크는 완성할 케이크의 바닥 사이즈에 맞춰 시트를 사각으로 자른다.
2. 원형 무스 틀 바닥을 랩으로 두른 다음 1의 원형 시트를 올리고 절반의 망고무스를 붓는다. 반원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도요 틀 안에 나머지 분량의 망고무스를 부은 뒤 1의 사각 시트를 덮는다. 각각 냉동실에서 2시간 동안 굳힌다.
3. 따뜻한 행주로 2의 틀을 감싸 녹인 다음 틀을 제거한다.
4. 2개의 케이크 위에 모두 화이트 글라사주를 부은 뒤 스패출러를 이용해 다듬는다.
5. 화이트 글라사주에 레드 색소를 넣어 섞은 뒤 원형 케이크 위에 장식한다. 템퍼링한 화이트 초콜릿에 트러플 셸을 넣었다가 뺀 다음 한 김 식힌 후 분사기로 레드 색소를 뿌린다. 원형 케이크 위에 장식한다.
6. 반원 케이크는 이등분한 다음 화이트 글라사주에 블루, 그린 색소를 넣어 섞은 뒤 케이크 표면을 장식한다. 기호에 맞게 미리 만들어둔 장식용 원형 화이트 초콜릿에 분사기로 같은 색을 입혀 케이크를 장식한다.

edit 이미주 — photograph 이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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