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여름은 뜨겁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구의 음식은 더욱 핫하다.

FIRST DAY
LUNCH — 처음 맛보는 대구의 10미味
한여름의 대구는 체감 온도가 40°C를 웃돌며 습도까지 높다. 그래서 대구가 아프리카처럼 덥다는 의미의 ‘대프리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7월의 대구라니, 조금 두려웠다. 그런데 무더위를 걱정했더니 어이없게도 장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비가 가장 적게 오는 지역으로 손꼽히는 대구이니만큼 여행하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길 기도했다.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열대 우림에 온 것 같은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빌려 타고 동대구역과 그리 멀지 않은 동인동 찜갈비 골목으로 향했다. 대구에는 먹 거리 골목이 많다. 찜갈비집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동인 동찜갈비골목, 곱창과 막창 가게가 늘어서 있는 안지랑 곱창 골목, 닭똥집 요리를 판매하는 곳이 모여 있는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골목에 있는 많은 가게 중에서 진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은 대구시청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영숙 해설사가 일정을 동행해주기로 했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원조 찜갈비집을 찾을 수 있었다. 해설사의 말에 따르면 다른 지역 사람이 대구에 방문하면 이곳에서 식사 대접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봉산찜갈비는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찜갈비와 밥을 주문했다. 붉은 양념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양푼에 찜갈비가 나왔다. 내 나이보다 많은 것 같은 낡은 양푼 속에서 자글거리는 갈비 한 점을 밥 위에 올려 먹었다. 빨갛다 못해 검 붉은 양념은 엄청 매울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칼칼했다. 살짝 맵긴 했지만 고소했다. “마늘을 푹 익히면 달콤한 맛이 나예. 옛날부터 대구는 더버서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했다 아이가. 손님들이 고춧가루랑 마늘을 마이 넣으라 시키가꼬(찜갈비가 탄생했다).” 이순남 사장은 지금의 찜갈비는 본인이 아닌 손님이 만든 것이라며 인심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고기와 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소화시키기 위해 느긋하게 걷고 싶었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대구의 근대 건축물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이 있었다. 언덕의 이국적인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보이는 아름다운 건물은 선교사 주택이에요. 근대 골목에서는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역사가 온전히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을 볼 수 있죠. 1910년경 선교사들이 직접 설계했으며 최초의 서양식 주거 양식으로 근대 건축 유산의 의미가 크답니다.” 해설사가 설명했다. 선교사 주택 사이에 있는 청라언덕은 노래 ‘동무생각’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노랫말에 나오는 푸른 담쟁이덩굴과 백합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골목을 쭉 따라가니 빌딩 숲 사이로 곧게 뻗은 계산성당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스테인드글라스는 서상돈, 김종학 등 우리나라의 천주교 신자의 모습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예술품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근대 골목의 막바지쯤 우려하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밥도 먹고 산책도 했으니 다음 코스는 당연히 카페다. 동성로의 소위 핫하다는 카페에 갈 계획이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대구에 사는 지인이 추천한 북성로의 카페가 문득 생각 났다. 북성로는 과거 일제강점기 때 대구 최고의 번화가로 전국 최대의 공구 골목으로 전성기를 누린 곳이었다. 하지만 역사의 굴곡을 피하지 못해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며 침체되었다. 그런데 이 거리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믹스카페 북성로는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시간이 중첩된 공간이라는 의미의 믹스카페는 실제 일제강점기 건물과 1950년대 건물이 같이 있었다. “젊은 사람은 독특한 공간이라며 많이 찾아오고, 나이든 어른들은 옛날 생각이 난다며 찾아오곤 하죠. 사실 요즘 입소문이 나서 걱정이 많아요. 조용하고 차분한 지금의 분위기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말이죠.” 믹스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의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졌다. 북성로는 특히 방공호가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방공호를 와인 창고로 사용하는 점이 독특했다. 분위기에 맞게 쌍화차를 주문했다. 부슬부슬 비 내리는 소리, 옛날 건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냄새, 차분한 분위기의 이 공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DINNER — 잔치에 빠지지 않는 무침회
대구가 치킨의 본고장이라는 이야기는 생소할 것이다. 대구와 닭의 인연은 오래전부터다. 조선시대 서문시장에는 계전곡鷄廛谷(닭 가게 골목)이 있었으며, 1970년대부터 대구에 유명 양계장, 대형 도계 공장, 육계 가공 회사가 수두룩했다. 그래서 대구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이 많으며 2013년부터 치맥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치느님’의 본고장인 대구에서의 만남이라 더욱 까다롭게 선별했다. 후보는 대구의 3대 치킨 이라 불리는 원주통닭, 진주통닭, 뉴욕통닭. 매일 한정된 양의 닭만 튀긴다는 사실에 끌려 뉴욕통닭을 선택했다. 이곳은 매일 80마리의 닭만 조리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음식에 있어서는 항상 치밀한 나는 오전에 전화를 해 후라이드와 양념을 한 마리씩 주문했다. 도착해 뉴욕통닭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소한 치킨 냄새가 가득했다. 원래의 계획은 치킨을 포장해 밤에 숙소에서 치맥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치킨은 바로 튀겼을 때 가장 맛있는 법. 결국 참지 못하고 조금씩 맛만 보기로 했다. 바삭하고 고소한 후라이드치킨은 예상했던 맛이었으나 양념치킨은 달랐다. 닭강정 맛이 났다. 고추장과 간장의 비율이 환상적인 양념이었다. 치킨 마니아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다. ‘치킨 뼈를 봤을 때 양념을 먹었는지 후라이드를 먹었는지 절대 모르게 하라.’ 지금 이 순간을 위한 말이지 않을까.

바로 튀긴 통닭을 먹으려면 예약은 필수다.
치킨으로 배를 채웠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 골목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푸른회식당이다. 무침회와 납작만두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직접 주문한 음식을 내왔다. 납작만두는 무침회를 넣고 돌돌 말아 먹는 것이라 했다. “옛날만 해도 대구는 내륙 지방이라 회가 귀했재. 이 동네의 작은 식당에서 하끄이 할매(화끈하게 매운맛의 무침회를 만든 할머니)가 냉동 오징어를 삶아 채소랑 매콤새콤하게 무친게 우리 반고개 무침회의 시작이라. 막걸리 안주로 마이 팔렸재.” 입에 착 붙는 맛이 막걸리를 저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식당을 살펴보니 스티로폼 박스가 쌓여 있어 무엇인지 물었다. “우리 무침회는 물이 생기지 않아 포장도 마이 한다 아이가. 옛날부터 상갓집, 잔칫집에 무침회를 마이 갖다 줬다(공급했다). 그래서 소문이 났는기라.” 사장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으며 무침회를 먹다보니 밥 한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요즘 대구에서 가장 핫한 곳을 찾는다면 단연 서문시장이다. 지난 6월부터 개장한 야시장 때문이다. 서문시장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야시장을 들어서니 노란색 부스 앞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닭날개에 볶음밥을 넣은 요리, 삼겹살을 넣은 김밥 등 평범한 길거리 음식이 아닌 조금씩 변형된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야시장을 구석 구석 구경하고 숙소에 돌아오니 이내 자정이 넘었다.


SECOND DAY
BREAKFAST — 24시간 우려낸 국물의 선지국밥
오늘 하루도 열심히 다니려면 든든한 아침이 필요했다. 이른 아침을 먹기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대덕식당으로 향했다. 대덕식당은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곳으로 4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대명동 앞산에 위치한 이곳은 선지국밥으로 등산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한 그릇 가득 선짓국과 밥이 나왔다. 밥 한 공기를 풍덩 빠뜨린 후 뜨끈한 국물과 함께 선지를 먹었다. 선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선지는 보통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퍼석퍼석한데 이곳의 선지는 옹골찼으며 부드러웠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선짓국으로 한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배가 부른 후 가게를 둘러보니 몇몇 사람들이 냄비를 들고 찾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대덕식당의 성질분 사장님에게 물었다. “우리 가게는 오래전부터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라. 집에 두고 자주 먹고 싶다고 해서 내가 냄비를 들고 오라 했재. 냄비를 들고 오면 내가 더 많이 줘뿐다(준다).” 맛좋은 선짓국의 비결을 물으니 “우리는 사골을 365일 24시간 끓이재. 그래서 국물 맛이 진한기다. 야 때문에 나는 집에도 잘 못 간다 아이가.”

장마철의 여행이라 항상 비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오늘 아침은 하늘이 맑았다. 대구의 풍경을 한눈에 담기에 앞산전망대만 한 곳이 없다 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높이 올라가니 숲 사이로 대구 시내 풍경이 펼쳐졌다. 5분 정도 걸려 앞산전망대에 도착했다. 통유리가 270도로 펼쳐져 있어 대구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앞산전망대의 하이라이트는 야경이라고 했다. 노을이 질 무렵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야경을 감상하고 내려오는 것이 전망대를 200% 즐기는 방법이라고. 야경을 보러 꼭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케이블카에 다시 몸을 실었다.

대구로 여행 간다고 하니 친구가 납작만두를 꼭 사달라고 부탁해 납작만두의 원조 미성당을 찾았다.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치이익 소리를 내며 철판에서 구워지는 납작만두의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소도 얼마 없는 만두에 대충 뿌린 양파간장과 고춧가루로 특유의 맛이 살아나는게 신기해서 자꾸 손이 갔다.
배불리 먹고 나온 후 바로 옆을 보니 미성당 만두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 사장님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 그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작은 방에서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를 빚고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장님에게 납작만두를 어떻게 만드는지 물었다. “만두피에 소의 재료인 당면, 대파, 부추를 아주 조금 넣고 빚은 다음 끓는 물에 삶아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물에 불리죠. 그 상태가 우리가 볼 수 있는 포장된 납작만두예요. 삶았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상관없지만, 기름을 둘러 구워 먹으면 납작만두의 고소함이 배가 되어 더 맛있어요.” 다른 만두와는 다른 납작만두의 쫄깃함의 비결을 물으니 “우리 미성당 납작만두의 쫄깃함의 비결은 소다에요. 밀가루에 소다를 살짝 넣으면 납작만두 특유의 맛과 식감이 완성되죠.”

LUNCH —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돈가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돈가스라 말한다. TV 프로그램이나 잡지에 돈가스 맛집이 나오면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본다. 항상 궁금했던 곳이 있었다. 바로 미림식당이었다. 돈가스를 주문하니 수프와 접시에 넓게 펼쳐진 밥, 그리고 돈가스가 나왔다. 돈가스의 두께, 소스의 맛 모두 딱 적당했다.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고.

멀지 않은 곳에 동성로가 있다 하여 발길을 옮겼다. 지금이야 수성못, 김광석거리 등 젊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 많이 생겼지만, 5년 전만 해도 대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동성로다. 활기 넘치는 번화가라 젊음의 기운이 가득했다. 거리의 가로수가 중앙에 있는 점이 특이했다. 2008년 대구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동성로 거리의 가로수를 중앙에 두었다고 했다. 가로수가 중앙에 있어야 양쪽으로 그늘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프리카의 무더운 여름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곳곳에 물길이 보였다. 빗물을 받아 더위를 식히기 위한 장치다.
저녁 일정은 야구 경기 관람으로 정했다. 시간이 남아 수성못에 들러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먹기로 했다. 요즘 SNS상에서 인테리어가 기가 막히다는 텀트리프로젝트Tumtree Project를 찾았다. 외부는 공장 느낌이 났지만 독특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갤러리에 온듯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 위로는 장난감 기차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매장을 다니고 있었으며, 곳곳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기 메뉴 아보카도샌드위치와 시원한 카페보르지아초코를 주문하고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음식 또는 음료의 가격이 비싸다는 후기를 많이 보았는데 이런 멋진 공간이라면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지불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DINNER — 만루홈런세트와 맥주
한 가수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구 공연을 빼놓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 사람들이 매우 열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이는 전국투어를 한 대부분의 가수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 했다. 그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궁금해 야구 경기를 보기로 했다.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올해 3월 개장했다. 삼성라이온즈의 전용 야구장으로 2만900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팔각 다이아몬드형 구조로 원형 구장에 비해 관람객 공간이 넓어서 시야가 넓게 확보되며, 좌석은 모두 마운드를 향해 어느 좌석이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저녁을 먹으며 경기를 볼 계획이었다. 외부 음식은 반입이 안 되어 구장 내에 있는 음식점을 찾아보았다. 김광석길에서 유명한 곳인 로라방앗간 2호점이 보였다. 특별히 이 집에는 떡볶이, 떡도그, 튀김, 납작만두로 구성된 만루홈런세트가 있다. 야구엔 맥주가 빠질 수 없으니 시원한 생맥주도 함께 구입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곧 경기가 시작되고 관중석이 꽉 차지는 않았지만 응원 열기는 대단했다. 경기장과 응원석을 한 번씩 번갈아가며 보았다. 사실 경기보다 그들의 열띤 응원이 더 흥미로웠다. 응원 덕분인지 그날 삼성은 7대 3으로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흥분을 가라앉히기 아쉬워 막창에 소주 한잔을 하러 갔다. 대구 하면 고소한 막창 아닌가. 대구시청에서 추천한 마루막창에 갔다. 대구 막창이 유명한 이유는 대구 근처에 도축장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버려지는 내장을 가져와 음식을 만든 것이 막창의 시작이라 했다. 대구에는 막창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많으며 메뉴는 비슷하지만 맛은 미묘하게 다르다. 막창의 맛은 누린내를 얼마나 잘 잡느냐가 관건이며 여기에 막창을 찍어 먹는 막장이 한몫 더한다. 돼지막창, 소막창 두 종류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돼지막창을 많이 먹는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핑크빛의 흐물거리는 돼지막창을 불판에 올렸다. 노릇노릇 잘 구운 막창을 막장에 푹 찍어 먹어보았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저절로 소주잔에 손이 갔다. 막창의 고소한 풍미와 막장의 짭조름한 맛이 잘 어울렸다. 막창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도중 앞 테이블을 보니 삼성라이온즈의 치어리더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겼다.

THIRD DAY
BREAKFAST — 브런치를 즐기는 여유
오늘 일정은 대구의 강남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맛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 방문하기로 했다. 르고메드파리16은 이른 아침 시간에도 불구하고 오고 가는 손님들이 꽤 많았다. 1층에는 매일 직접 만드는 다양한 종류의 빵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2층과 3층에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다양한 빵이 진열되어 있는 1층에서 맛있어 보이는 빵을 몇 개 고른 뒤 인기 메뉴인 르브런치A와 토마토오믈렛을 주문했다. 2층과 3층 모두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고급스러워 어디 앉으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여러 종류의 빵과 브런치를 먹었는데도 속이 느끼하지 않았으며 메뉴 모두 깔끔했다. 매니저에게 르고메드파리16에 대해 물었다. “판매하는 빵과 브런치 메뉴 모두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해요. 특히 빵에는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은 하나도 넣지 않아요. 손님들도 저희 빵을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며 자주 찾아주시죠.”

LUNCH — 분위기 좋은 곳에서의 근사한 한식
수성구 지역을 다니며 곳곳에서 지상철을 보았다. 작년 4월에 개통된 대구 지상철(모노레일 3호선)은 전 구간이 지상인 만큼 달리는 전망대로 불린다. 높은 빌딩 사이를 지나고 지붕 위를 날아다니며,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대구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구를 방문한다면 지상철을 타보며 대구를 관광하는 것도 좋겠다.

3일간 대구에 있는 동안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제대로 된 한식을 한 번도 먹지 않았기에 더반Theban 으로 향했다. 더반의 대표는 들안길에서 유명한 전라도 한정식 전문점 호남정을 운영했으며 젊은 사람들도 한식을 자주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오픈했다고 한다. 한상에 모든 음식이 나오는 전통 한정식과는 달리 더반은 음식을 코스로 선보이며 빵과 샐러드도 함께 냈다. 메인 요리 전, 감자죽과 참나물 페스토의 수란샐러드, 닭가슴살겨자냉채가 나왔다. 한식과 양식의 절묘한 조화로 음식이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레스토랑을 나서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은 미술관에 가기 딱 좋은 날이다. 차로 15분 거리의 대구미술관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미술관 마당의 빨간 토끼 조형물이 먼저 눈에 띄었다. 마음껏 만지고 올라가도 괜찮은 열린 작품이라는데 비가 오는 날씨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대구미술관의 문현주 팀장이 미술관을 소개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대구미술관이 10배 더 멋있어요. 창문이 거의 없는 다른 미술관들과는 달리 대구미술관은 밖을 훤히 볼 수 있는 통유리가 많거든요. 작품과 자연을 함께 교감할 수 있기 위함이죠.” 빗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DINNER — 대구에서 개발한 복어불고기
대구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마지막인 만큼 기억에 강렬 하게 남을 음식을 먹고 싶었다. ‘대구의 10미味(대구에서 개발되었으며 대구만 먹을 수 있는 음식)’중 복어불고기가 좋을 것 같았다. 미성복어불고기에 도착해 메뉴판을 보았다. 기본 메뉴 콩나물복어불고기를 시켰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복어 불고기라 그 탄생 과정을 사장님에게 물었다. “원래 복 요리는 복어탕이 전부였지예. 대구 사람들이 맵고 자극적인 요리를 좋아해가 복어를 빨간 양념에 볶았다 아이가. 그기 시작이었재.” 이후 콩나물과 부추 등 다양한 채소를 넣어가며 복어불고기라는 요리가 자리를 잡으며 대중화가 되었다. 100% 국내산 고춧가루, 자체 재배한 무공해 콩나물만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철판에 지글지글거리는 복어불고기가 나왔다. 콩나물과 숨이 죽은 부추, 복어불고 기를 젓가락으로 한번에 집어 먹었다. 콩나물은 질기지 않고 아삭아삭했으며 탱글탱글한 복어의 살에는 양념이 쏙 배어 있었다.

기차 시간이 남아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을 가보았다. 고 故김광석을 회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까지 살았고, 그 뒤에도 힘들 때마다 찾아 친구들과 어울렸다고 한다. 거리에서는 작가들이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난 후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벽화로 그린 작품을 볼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라 한적했다. 빗소리와 함께 김광석의 <서른즈음에>가 흘러나왔다.

봉산찜갈비
• 찜갈비 1만8000원
• 대구시 중구 동덕로36길 9-18
• 오전 10시~오후 10시
• 053-425-4203
믹스카페 북성로
• 더치큘라·쌍화차 6000원씩
• 대구시 중구 북성로 86-2
• 오전 11시~오후 11시
• 053-768-8821
뉴욕통닭
• 후라이드치킨 1만6000원, 양념치킨 1만7000원, 찜닭 2만2000원
• 대구시 중구 종로 12
•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일요일휴무
• 053-253-0070
푸른회식당
• 무침회 1만3000원 미주구리무침회·가오리찜 1만8000원씩
• 대구시 서구 달구벌대로375길 14-1
• 오전 6시~오후 11시
• 053-552-5040
대덕식당
• 선지국밥 6000원, 선지국수 5000원
• 대구시 남구 앞산순환로 443
• 24시간
• 053-656-8111
미성당
• 납작만두 3000원부터, 쫄면 4000원
• 대구시 중구 남산로 75-1
• 오전 10시~오후 9시, 토·일요일 오전
• 10시~오후 8시
• 053-255-0742
미림식당
• 돈가스(보통) 7000원
•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93길 6
•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브레이크
• 타임 오후 3시~5시
• 053-554-6636
텀트리프로젝트
• 아보카도샌드위치 1만2000원, 카페보르지아초코·레몬라임에이드 6000원씩
• 대구시 수성구 용학로 138 2F
• 오전 10시 30분~오후 11시
• 053-944-3912
르고메드파리16
• 르브런치A 1만원, 토마토오믈렛 9000원
• 대구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383
• 오전 8시~오후 12시
• 053-744-8216
더반
• 꽃등심불고기스테이크와 마늘감자후라이 4만원, 닭다리살구이와 가래꿀떡 2만7000원, 전주식 비빔밥 1만4000원
• 대구시 수성구 들안로64길 49
• 오전 11시~오후 11시
• 053-755-0815
미성복어불고기
• 콩나물복어불고기 1만3000원, 지리복어탕 1만원
• 대구시 수성구 들안로 87
• 오전 9시~자정
• 053-767-8877
edit 전보라
photograph 김재욱
advice 이영숙
cooperate 대구컨벤션관광뷰로(www.daegucvb.com), 대구광역시청(www.daeg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