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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의미 @윤대녕

2016년 8월 8일 — 0

미식이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정신적인 의례이며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다.

text 윤대녕

meaning

중국의 고대 전통 미학을 다룬 <화하미학華夏美學>이란 책을 보면 첫머리에 ‘양대즉미羊大則美’란 말이 나온다. ‘양이 큰 것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고대로부터 중국인은 양을 주식으로 했으므로 이런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맛있음(풍요로움)’이 ‘아름다움’의 본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박용숙이 쓴 <한국의 미학사상>에는 ‘맛’이 ‘멋’에서 왔다고 말한다. ‘멋’은 ‘아름다움’과 의미가 일치하니, ‘아름다움(美)’의 개념은 ‘맛(味)’에서 유래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동양 문화권에서는 인간의 심미 의식이 굶주림을 해소하는 먹거리에서 비롯되었으며, 이후에는 음식 섭취가 단지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닌 감수성을 통솔하고 나아가 집단과 사회를 질서화하는 사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직도 나는 허다했던 유년의 허기를 기억하고 있다. 가난과는 별개로 늘 동물적 허기에 시달렸으며, 그것은 때로 두려움을 넘어선 공포의 감정을 동반하기도 했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굶주리게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단지 음식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근원적인 외로움과 고독감이 더욱 허기를 자극했으며 그럴수록 먹는 행위에 집착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주림을 이겨내려 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20대부터 시작된 유랑의 세월이 30, 40대로 길게 이어지면서, 나는 세상의 온갖 먹거리를 다양하게 체험하고 섭렵했다. 여전히 존재론적 허기에 시달리며 여기저기를 떠돌며 무차별적으로 낯선 먹거리를 배에 채워 넣어 그 갈증을 해소하려 했다. 음식 자체가 그 사회의 전통과 역사와 집단 무의식을 아우르는 총체성을 띤 기호이자 문화라는 사실조차 도외시한 채 말이다. 포도주와 안심 스테이크, 베이징덕과 새끼 돼지바비큐, 푸아그라와 달팽이, 초밥과 생선회,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 등의 시간들이 차례로 지나갔고 술도 뿌리칠 수 없어 보드카, 위스키, 테킬라, 맥주, 청주 등을 늘 삼키듯 마셔댔다. 그것도 주로 혼자서.

50대 중반에 이른 지금에 와서야 나는 마침내 삶에 대해 웬만큼 담담해졌고 비로소 ‘맛’과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이제 음식을 혼자 먹는 행위를 가급적 피하고 삼간다는 사실이다. 또한 육식을 줄이고 무엇이든 조금씩 먹게 되었으며 장아찌와 김치와 젓갈과 선어와 굴비 등의 담백하고 간소한 발효 음식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유년에 자주 먹었던 채식 위주의 거칠고 담백한 음식을 찾곤 한다. 사람들이 맛은 기억이고 추억이라고 하는데, 그 말 또한 맞는 것 같다.

음식을 통해 사람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응에 사로잡히게 되고 자연과 오감으로 교감하면서 생명과 존 재의 일체성을 회복하게 된다. 그러므로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하나의 엄연한 의례이며, 거기에는 필시 누군가가 함께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동시적으로 시간을 나누며 음식을 먹는 행위에 진정한 미식美食의 의미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존재들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행위(아, 그토록 아름다운!)와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윤대녕은 소설가이며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도자기 박물관>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미란> <눈의 여행자> <피에로들의 집> 등이 있다.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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