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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석 셰프와 코로비아

2016년 8월 2일 — 0

이탈리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거친 후 지난해부터 한남동의 캐비아 레스토랑 코로비아를 책임지고 있는 안경석 셰프. 해맑은 모습의 그는 주방에 들어서면 냉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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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아와 이탤리언의 만남

한남동 대사관로에 위치한 코로비아Koroviar의 외관은 절제된 선과 색을 사용해 언뜻 보면 부티크 같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면 하얀 벽을 채우고 있는 그림이 가득해 갤러리 같기도 하다. 어두운 조명, 네모반듯한 테이블, 새하얀 식탁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테이블 세팅은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하다. 코로비아는 캐비아를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이탤리언 파인다이닝으로 이탈리아에서 유수의 레스토랑을 경험한 안경석 셰프가 이곳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밀라노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사들러Sadler에서 일할 때 누룽지, 막걸리, 식혜 등의 한국 식재료를 이탤리언 메뉴에 접목시켜 주목을 받은 셰프로 작년에 오픈 멤버로 합류했다. 2015년 3월, 클라우디오 사들러Claudio Sadler 셰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그가 선택한 레스토랑이 바로 코로비아다. 이탤리언 요리와 캐비아는 선뜻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그럼에도 안경석 셰프는 재료 활용의 귀재 답게 그 나름의 해석으로 코로비아에서 다양한 캐비아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사실 캐비아는 이탈리아에서도 흔한 식재료가 아니다. 그래서 안경석 셰프에게 코로비 아는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이탈리아는 워낙 재료가 좋아서 딱히 뭘 첨가할 필요가 없어요. 살짝 볶아서 소금만 뿌려 먹어도 맛있죠. 이탈리아에서 매일 사용했던 재료를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렇다면 어떤 식재료가 됐건 상황에 맞게 접목시키면 되겠다 싶었죠. 캐비아는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었던 종목이었고요.” 안경석 셰프는 캐비아의 비린 맛을 중화시킬 수 있는 재료를 비롯해, 조리법, 플레이팅 방법까지 고민한다. “캐비아를 처음 먹으면 약간 비릿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근데 감초처럼 한번 맛 들이면 계속 먹고 싶거든요. 건강에도 좋고요.” 누구나 부담 없이 캐비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그가 고안한 방법은 요거트와 곁들여 내거나 참치를 카르파초처럼 펼친 다음 리코타 치즈와 캐비아를 넣고 라비올리처럼 감싸서 만든 요리 등이다. 육류보단 생선을 주로 사용하고 날것으로 차갑게 식혀 캐비아와 함께 낸다.

코로비아의 메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주얼한 이탤리언 요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육안으로 봤을 때 맛을 상상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다. 아페리티보로 나오는 요거트볼은 입안에 넣는 순간 얇은 막이 깨지면서 순식간에 상큼한 요거트가 입안에 흐르고, 오징어&관자뇨끼에 곁들이는 홍합소스는 데친 파슬리 잎과 홍합 국물, 그리고 해조류에서 추출한 점액질로 만든 분말인 잔탄검을 넣어 만든다. 감각적인 플레이팅 또한 코로비아의 강점이다. 소금으로 플레이트를 만들어 사용하고 깨끗이 씻은 홍합 껍데기를 몰드 삼아 오징어 먹물 과자를 만든다. 레스토랑 인테리어가 전체적으로 다운된 데 반해 플레이팅에는 다채로운 컬러를 과감하게 사용한다. 비비드한 색을 낼 수 있는 딸기, 체리, 망고 등으로 셔벗을 만들어 음식과 곁들이고 비트, 루콜라, 파슬리 처럼 색이 강한 채소로 소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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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의 열기에 둘러싸인 안경석 셰프. 아침에 수산시장에서 산 참소라를 해감한 다음 오븐에 쪘다.
어쩌다 셰프가 되다

안경석 셰프는 특별한 야망이 있어 요리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취업을 목적으로 요리 학원을 다닌 것이 계기가 되었다. “워낙 공부와 거리가 먼 학생이었거든요. 미용, 컴퓨터, 요리 셋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요리를 선택한 거죠.” 근데 하다보니 재미가 붙어 대학교에 진학해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졌다. “성적 때문에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게 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싶어서 외국에 있는 조리 학교를 알아봤습니다.” 그렇게 2006년에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이탈리아 요리가 좋아진 것은 학교에서 만난 친구의 영향이 컸다. “이탈리아에서 온 친구와 친하게 지냈는데 그 친구가 뚝딱 만들어주었던 요리가 그렇게 맛있었어요.”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일한 곳은 레스토랑 트라이베카였다. 실제 주방은 학교에서 배웠던 부분과 많이 달랐다. 시행착오를 겪을수록 일본에서 사온 책을 보며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이후 가로수길 논나에서 박찬일 셰프를 만난 후 그의 요리 인생에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실제로 이탈리아를 경험한 셰프님 밑에서 배우니까 진짜가 알고 싶었습니다. 책으로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2010년 5월 5일, 서른두 살의 안경석 셰프는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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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닦는다. 특히 전복 가장자리에 묻어 있는 끈끈한 점액질을 씻어주면 식감이 좋아진다고 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하다

처음 경험을 쌓은 곳은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에 위치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일 카시날레누오보Il Cascinalenuvo였다.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알게 된 곳인데 인터뷰할 때 제가 요리한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저 일하는 거 봐서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한 달 반 정도 지났을 때 첫 봉급을 받았어요. 그 이후부터 월급이 점점 올랐고요.” 9개월 정도 지났을 때 또다시 갈증이 찾아왔다. 그래서 밀라노에 위치한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사들러Sadler로 찾아갔다. 기회가 주어졌고 대화를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 틈에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곧 사들러 셰프의 신임을 얻었고 이탈리아 최대 명절인 부활절 주간에 명사를 초청하는 자리에서 디저트 파트를 맡게 되었다. 인스턴트 라면에 초콜릿과 카카오 파우더를 넣은 디저트, 막걸리마시멜로, 달콤한 누룽지튀김을 곁들인 식혜로 만든 셔벗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사들러 셰프와 2년 반 정도 일하면서 그가 운영하는 트라토리아 시크앤퀵Chic’n Quick에서 주방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하기 위해 퇴사 의사를 밝혔던 것. 사들러 셰프는 일일이 3스타 레스토랑에 연락해 그에게 기회를 마련해줬는데 그곳이 베르가모에 위치한 다 비토리오Da Vittorio였다. “열심히 배우고 돌아오라는 조건이었어요. 2015년에 사들러와 함께 밀라노에 코리안 다이닝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오픈하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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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메인 메뉴인 안심 스테이크를 플레이팅 중인 안경석 셰프
요리는 재미있는 일이다

안경석 셰프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창의적인 메뉴를 끓임없이 선보이면서도 고수하고 싶은 원칙은 현지에서 온몸으로 배운 이탈리아 정통 조리법이다. 한국 실정과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유행을 좇을 수는 없다고 했다. “메뉴 중에 카르보나라토르텔로니라고 있어요. 실제 이탈리아인들이 먹는 녹진하면서 부드러운 카르보나라소스로 소를 채운 만두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림을 넣은 카르보나라소스를 곁들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으나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정통 이탤리언을 허물어뜨리고 싶지 않습니다.”

한국행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레스토랑에 대한 미련보다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제가 코로비아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요리는 현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현대적인 이탈리아 요리예요. 겉보기엔 달걀인데 먹으면 망고 맛이 나는 것처럼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으면서 기발한 발상을 더한 것들이죠. 그런데 손님들이 자꾸 퓨전이라고 말하니까 그런 점이 속상하더라고요. 이게 제가 풀어야 할 숙제죠.” 안경석 셰프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코로비아가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했다. 어떤 질문을 해도 겸손하게 답하는 셰프에게 자신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재미있는 일이요. 계속하고 싶은 일이고요.”

코로비아 INFO
최상급 캐비아, 프리미엄 이탤리언 요리,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안경석 셰프가 정통 이탤리언 테크닉에 기반한 모던 이탤리언 메뉴를 선보인다.
런치 3만5000원~6만5000원,
• 디너 12만~17만원, 캐비아 세트 메뉴 9만원+캐비아(벨루가 12g 15만원·28g 30만원, 오세트라 12g 7만5000원·28g 15만원)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25
• 02-795-9660

edit 이미주 — photograph 심윤석,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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