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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셰페르스 인터뷰

2016년 7월 25일 — 0

앙투안 셰페르스 (Antoine Schaefers)
45년 요리 인생에서 80%가 넘는 시간을 에콜 페랑디Ecole Ferrandi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앙투안 셰프. 자신의 지식과 정성이 응축된 요리책 <페랑디 요리 수업>의 한국어판 출간을 누구보다 기뻐하던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보다는 인자한 아버지에 가까웠다.

앙투안 셰페르스(Antoine Schaefers)
앙투안 셰페르스(Antoine Schaefers)

<페랑디 요리 수업>의 공동 저자로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 책에 대해 궁금하다.
9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프랑스의 요리 전문 교육기관인 에콜 페랑디가 만든 최초의 종합적인 요리책이다. 총 3단계로 되어 있는데 1단계는 프랑스 전통 레시피, 2단계는 그 레시피를 약간 변형한 것,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프로페셔널한 셰프들이 현대적이고 아름답게 재해석한 레시피를 소개해놓았다. 6명의 셰프가 2년간 작업해 2014년 말에 프랑스에서 출판했고 외국어판은 한국어가 처음이다.

에콜 페랑디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요리 학교인데 국내에선 아직 낯설다. 어떤 곳인가?
1920년에 설립 된 프랑스 파리 상공회의소산하 요리 전문 교육기관으로 르 코르동 블루처럼 프로페셔널한 요리사를 양성하는 곳이다. 공적으로는 르 코르동 블루보다 더 전문성을 가진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페랑디가 훨씬 더 알려져 있다. 다만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어서 인지도 면에서 약한 것 같다.

재단법인미르와 MOA를 체결해 에콜 페랑디 한국 분교를 세운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분교라기보다는 파트너십에 가깝다. 현재 도쿄에 비슷한 형태의 에콜 페랑디 파트너십 요리 학교가 있는데 학생들이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 프랑스 현지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는 인턴십 기회가 주어진다. 미르와 파트너십 요리 학교의 경우 3년 교육 과정 내 한식 정규 커리큘럼이 속해 있다. 정규 및 단기 과정으로 입학할 수 있고 역시 졸업생은 프랑스 유수의 레스토랑과 연계된 인턴십을 받게 된다.

열여덟 살에 처음 요리를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요리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지나서 타이유방Taillevent이라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다. 요리사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식당이지만 육체적 노동도 고되고 또 모든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모든 부분에 늘 완벽해야 해서 부담이 많았고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그러다가 페랑디와 인연이 되어 교육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다양한 학생들을 경험한 교수로서 셰프 지망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비 유어 셀프 Be Your Self, 엔조이 유어 모먼트 Enjoy Your Moment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요리가 워낙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셰프는 자의가 아닌 강제성만으로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어렵지만 요리를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면 반드시 보람찬 순간이 찾아온다.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미슐랭 별 따는데만 관심이 있는데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고급을 추구하는 파인다이닝의 세계도 있지만 이면에는 각자가 가장 빛날 수 있는 나름대로의 파트가 있기 때문이다.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맛과 플레이팅의 조화다. 맛있으면서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식재료, 비주얼, 맛 등 모든 것이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 좋은 요리가 탄생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시각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냄새나 질감 등 오감을 두루 자극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모든 것은 맛과 직결되어 있다.

45년간 한 업종에 종사했다는 것은 확고한 철학이 있기에 가능했을 텐데,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
나 자신이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또 그것을 사람들과 나눈다. 남한테 베풀면 파도처럼 다시 나한테 두 배로 밀려와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한다. 셰프로서 가장 큰 기쁨은 완벽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이 기대에 조금 못 미쳤더라도 그것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은퇴하면 고향으로 내려가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음식을 나눌 생각이다. 집에서 프라이빗한 요리 강의를 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로 단발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잠깐씩 외국 나갈 일도 있을 것 같다. 요리에 대한 끈은 계속 놓치지 않겠지만 시를 쓰는 등의 취미 생활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edit 이미주 — photograph 양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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