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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과일과 사람들

2016년 7월 20일 — 0

과일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미과 농장 이명재 농부

과일은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요즘 이명재 농부의 농장에서는 하미과 재배가 한창이다.
요즘 이명재 농부의 농장에서는 하미과 재배가 한창이다.

경상북도 성주에 도착하자마자 커다란 참외 모양을 하고 있는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성주는 본래 참외로 유명한 지역이라 대부분의 농가에서 참외를 재배한다. 하지만 이명재 농부는 이곳에서 하미과를 재배하고 있다. 하미과는 참외보다 크기가 크고 녹색을 띠는 과일로 멜론보다 달콤하고 배처럼 아삭거린다. 그가 하미과를 재배하게 된 건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다. “지금 참외를 먹는 연령층은 대부분 50~60대예요. 20~30대는 참외보다는 망고, 오렌지, 체리 같은 수입 과일을 즐겨 먹죠. 이 세대가 결혼하면 아이에게도 본인들에게 익숙한 과일을 먹일 테고요. 그렇게 되면 20년 뒤쯤에는 참외를 먹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맛이 달고 식감이 재미난 하미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명재 농부는 국내에서 재배한 하미과를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지금은 이경근, 고성준 농부와 함께 하미과를 재배하고 있다. 하미과는 열대 고산 기후인 사막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는 과일이라 기후 조건이 국내와 맞지 않는다. 또 이전에 재배해본 적이 없는 과일이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는 데다 물어볼 곳 조차 마땅치 않아 세 농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는 사막 지역에서 재배해 열매가 무르는 경우가 없지만 국내에서는 쉽게 무르더라고요. 이렇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참외나 멜론에 쓰는 방법을 적용해보기도 했지만 하미과에는 맞지 않아서 늘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했죠. 첫 수확에서는 참패했고요(웃음). 하미과를 재배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야 다소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해졌어요.” 국내에서 하미과는 일 년에 두 번 정도 수확이 가능하다. 3월에 밭에 심고 4월 중순에 꽃이 피면 벌을 통해 자연수정 후 열매가 자라기 시작한다. 수확은 6월 중순경으로 껍질의 그물망 무늬가 줄기까지 올라오기 시작하면 당도와 아삭함이 모두 살아있다고.

이명재 농부는 올해부터 이마트에서 진행하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거나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국내 생산자들과 이마트가 함께 진행하는 상생 프로젝트다. “이마트에서 신문, 홈페이지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홍보를 도맡아주니 아직은 생소한 하미과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포장도 이마트에서 디자인해주니 상품성도 더 높아진 것 같고요.” 이명재 농부의 하미과는 6월 중순부터 이마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맛있는 하미과는 모양이 달걀처럼 예쁜 타원형이고 표면의 그물망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요. 중국에서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저장성이 좋은 과일이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는 10°C 정도 되는 선선한 그늘에 보관하세요. 아직 1년까지는 아니라도 한 달 이상은 거뜬히 날 수 있어요.” 하미과에는 비타민 C와 칼륨, 식물성 단백질 등이 풍부해 피부와 심혈관계에 좋고 특히 빈혈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물 대신 하미과를 사 먹을 정도로 더위와 갈증을 없애주어 여름철에 먹기 좋은 과일이기도 하다. 이명재 농부는 하미과의 매력은 뛰어난 당도에 있다고 했다. “당도를 나타내는 브릭스Brix라는 수치가 있어요. 참외가 12브릭스, 멜론이 15브릭스, 수박이 13브릭스 정도 돼요. 대체로 과일은 10~15브릭스 정도인데 포도의 경우 20브릭스가 넘기도 하지만 신맛도 강해서 단맛이 입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아요. 하미과는 평균 16브릭스 이상이라 무척 달콤해요.”

하미과 한 개는 여럿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양이 넉넉하다. 올해는 이마트에서 이곳의 하미과를 맛 볼 수 있다.
하미과 한 개는 여럿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양이 넉넉하다. 올해는 이마트에서 이곳의 하미과를 맛 볼 수 있다.

하미과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이명재 농부는 여전히 연구할 것이 많다. “기후 탓에 봄철 수확이 어려운 것이 고민이에요. 3월경에 수확한 하미과는 20브릭스가 나올 정도로 달아서 시장성이 좋거든요. 또 품질 향상을 위해서 하미과와 호박을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어요. 참외에 호박을 접목하면 뿌리가 단단해져 재배할 때 안정성이 생기거든요.” 그는 사람들의 입맛에도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껍질이 초록색인 청하미과와 향이 더 진하고 식감이 더 부드러운 골드하미과 두 종류 중 사람들의 선호도에 따라 재배 비율을 바꿔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함께 하미과를 재배하는 친구가 골드하미 과를 갖고 지하철을 탔더니 사람들이 전부 쳐다봤대요. 골드하미과는 아삭함은 덜한 대신 향이 진해요. 멜론이 익숙한 수도권에서는 골드하미과가 더 인기 있어요. 반면 참외가 익숙한 이 쪽에서는 청하미과가 더 환영받는 것 같아요.”

중국의 하미과 주요 재배 지역인 신장에는 하미과 품종이 200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그 가격은 품질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최상급 하미과는 경매를 통해 5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그는 매일 새벽 5시반에 일어나 하미과와 스피룰리나, 그라비올라 등을 돌본다. 원산지와 기후가 전혀 다른 국내에서 재배법을 터득하기도 쉽지 않았던 하미과를 농약 없이 직접 만든 친환경 약재로 키우는 일은 수고스럽지만 맛있는 과일을 수확할 때면 큰 보람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명재 농부는 국내에서 재배한 하미과의 경쟁력에 확신을 갖고 있다. “비록 하미과가 중국 과일이지만 나중에는 우리가 수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맛있고 좋은 상품이라면요. 한국에서 나는 중국 과일이라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런 노력과 꿈을 바탕으로 마침내 국내에 뿌리 내린 달콤한 하미과는 그야말로 농부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작물이다. 성주 하미과가 참외의 뒤를 잇는 대표작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하미과샐러드, 하미과꼬치, 하미과환타
하미과샐러드, 하미과꼬치, 하미과환타

파파도터 박희강·박수영 부녀

제대로 만든 가공품은 땀의 결실을 가치 있게 해준다

여름에는 하귤을 수확한다. 박수영 씨는 시간이 나면 아버지의 수확 작업을 돕는다.
여름에는 하귤을 수확한다. 박수영 씨는 시간이 나면 아버지의 수확 작업을 돕는다.

아버지는 제주도에서 귤을 재배하고 딸은 서울에서 귤 가공품을 판매 한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이 파파도터Papadaughter다. 아버지 박희강씨가 수확한 귤을 현지에서 가공까지 마치면 딸 박수영 씨가 서울에서 직접 디자인한 패키지에 담아 온·오프라인에서 판매한다. 박희강 씨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감귤을 비롯해 청귤, 하귤을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다. 과일 모양이 균일하지 않고 제 각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직원 없이 운영하는 초소형 브랜드로 2014년 겨울 정식 론칭한 이후 이제 2년도 채 안 되었지만 많은 단골을 확보하고 있으며 ‘파파도터’ 하면 바로 ‘건강한 간식’을 떠올릴 정도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되었다. 파파도터는 우연한 계기에 탄생했다. 5~6년 전, 박희강 씨가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장모의 귤 농장을 넘겨받아 제주도로 귀농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아빠가 제주도에 머무신 지 1년쯤 지났을 때 휴가 겸 아빠를 뵈러 갔었어요. 처음에 귀농한다고 하셨을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힘들게 농사짓는 모습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빠가 공들여 키운 과일을 제가 제대로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파파도터는 제철엔 감귤과 하귤 같은 생과를 팔고, 철이 지나면 귤 말랭이 같은 건조 과일이나 수제 청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은 가공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직접 농사짓는 과일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므로 과육뿐만 아니라 껍질도 안심하고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하귤은 5~6월, 청귤은 8~9월, 감귤은 11~12월 중에 수확과 판매가 이루어진다. 가공품 역시 수확철에 만들어지며 연희동 명조장 같은 오프라인 매장과 29cm, 텐바이텐, 헬로네이처 등의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

과일 가공품을 직접 포장하는 박수영 씨. 평범한 과일 가공품이 박수영 씨의 손을 거쳐 감각적인 브랜드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과일 가공품을 직접 포장하는 박수영 씨. 평범한 과일 가공품이 박수영 씨의 손을 거쳐 감각적인 브랜드로 탄생하는 과정이다.

하귤은 여름에 나는 귤로 자몽처럼 속껍질을 벗기면 탱글탱글한 과육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껍질이 두껍고 신맛이 강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과거 제주에서는 관상용이나 과일청 용도로 활용되었으나 최근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생과로도 판매되고 있다. 박희강 씨는 “하귤 풍년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냉해로 열매도 거의 떨어지고 그나마 달려있는 하귤도 알맹이가 실하지 않아 적은 양만 판매했다”고 말했다. 청귤은 쉽게 말해 덜 익은 감귤을 말한다. 귤의 영양소가 최대치가 될 때는 노랗게 익은 것이 아닌 초록색일 때다. 생과로 먹기 힘들 정도로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수제 청 재료로 주로 활용된다.

박수영 씨가 귤 가공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시중에 믿고 먹을 만한 제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스 패키지에 과일 100%라고 쓰여 있어도 당류 등의 첨가물이 들어간 것이 대부분이잖아요. 힘들게 농사지은 과일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가공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귤을 더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아버지가 이런 것이 있다며 귤 말랭이와 청 제품을 보여주셨죠. 이거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조금 느리지만 정직하게 귤을 말리고 하귤과 청귤로 수제 청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정은 별 다를 게 없다. 박희강 씨가 정성 들여 가꾼 과일을 깨끗이 씻은 다음 원하는 모양으로 쪼개거나 썰어 건조기에 말린다. 말리기를 제외하곤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는데 최근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과일 자르는 기계를 구입했다. 수제 청 역시 가정에서 청을 담그는 것처럼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가공 작업까지 끝나면 나머지는 서울에 있는 박수영 씨의 몫이다. 제품 포장 및 배송, 마케팅, 홍보 등 판매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담당한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박수영 씨는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브랜드 네이밍과 패키지 디자인을 완성했다. 브랜드 론칭 직전에 MD로 이직한 것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고. “디자이너로 일한 덕분에 패키지 디자인이나 제품 사진 촬영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문제는 법이었는데 식품 관련 법이 까다롭기도 하고 지역마다 달라서 그것을 알아내는 데만 한 달쯤 걸렸어요.“ 6개월 정도 브랜드 준비 과정을 마치고 처음 파파도터 제품을 선보인 곳은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매달 열리는 도시형 장터 마르쉐였다. “마르쉐에 셀러로 참여하려면 품목이 겹치지 않아야 되는데 제가 처음 참여했을 때만 해도 과일 말랭이를 선보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경쟁이 엄청 치열한데 그땐 운이 좋았죠.” 박수영 씨는 마르쉐뿐만 아니라 마이알레와 호텔에서 기획한 바자회, 과자전 등에 부지런히 참여하며 브랜드 알리기에 힘썼다.

최근에는 제품 라인을 확장해 디톡스 라인을 출시했고, 과일군을 늘려 직접 농사지은 귤뿐만 아니라 직접 구입한 사과, 레몬, 자몽 등으로 만든 건조 과일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파파도터의 아버지와 딸은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처음 브랜드를 기획한 이유와 가치를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시판 중인 과일 가공품이 못 미더워서 저희가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인데 아무리 제품군이 늘더라도 그 가치만큼은 꼭 지켜가야죠. 그래서 몸은 힘들지만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모든 작업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버지 박희강 씨는 제주도에서 땀 흘려 농장을 일구고 딸 박수영 씨는 서울에서 제품을 포장하고 판매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귤파운드케이크, 청귤에이드, 귤피차
하귤파운드케이크, 청귤에이드, 귤피차

올프레쉬 조향란 대표

세심한 유통 과정이 과일 맛을 좌우한다

조향란 대표는 요즘 수박주스를 즐겨 마신다. 과일이 맛있으면 다른 재료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조향란 대표는 요즘 수박주스를 즐겨 마신다. 과일이 맛있으면 다른 재료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예전에는 제철 식재료가 궁금하면 시장으로 갔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어떤 식재료든 제철에는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농가와 유통 업체들은 제철보다 좀 더 빠른 시기에 과일을 수확해 시장에 내놓고는 제철 과일이라며 판매한다. 시세 때문이다. 결국 요즘 시장이나 마트에서 보이는 제철 식재료들은 자연의 순리보다 앞서 나간 것들이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진짜 제철을 추구하는 사람이있다. 과일 CEO라 불리는 올프레쉬의 조향란 대표다. “예전에는 제철이란 단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았어요. 한 5년 전부터 제철 과일, 제철 채소 같은 말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죠. 시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고 시기를 앞당겼어요. 그렇게 수확된 과일은 맛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그걸 맛본 소비자들은 국내산보다 수입 과일이 더 맛있다고 인식하는 거죠. 그래서 제철의 의미를 다시 찾고자 문을 연 게 올프레쉬입니다.”

조향란 대표가 과일 유통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이다. 일본으로 의류를 수출했던 그녀는 당시 일본이 유기농, 친환경 과일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130년 전통의 일본 과일 전문 기업인 타카노에서 과일 클래스를 수료했다. 그녀는 일본으로 국내산 복숭아를 처음 수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본과 국내 과일 업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본은 좋은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요. 값이 더 나가더라도 제대로 길러진 과일이라면 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이고 구입하죠. 농가들은 노력하면 대우를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품질 경쟁이 아닌 가격 경쟁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곤 있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봐요.”

한남동에 자리한 올프레쉬 매장. 이곳에서는 과일 구입은 물론, 과일로 만든 다양한 음료를 맛 볼 수 있다.
한남동에 자리한 올프레쉬 매장. 이곳에서는 과일 구입은 물론, 과일로 만든 다양한 음료를 맛 볼 수 있다.

무농약, 친환경으로 기른 과일들은 대부분 모양새가 볼품없다. 일부 무농약 농가들은 예쁜 과일은 농약을 치고 길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올프레쉬의 과일들은 하나같이 올차고 색이 고우며 예쁘다. 조향란 대표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친환경으로 기른 과일이 예쁘지 않다? 그건 농가의 변명이에요. 농가에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과수의 간격을 좁혀 심으면 뻗어 나온 가지들 때문에 과일이 상처를 입기도 하고 햇빛을 충분히 못 받아 색이 고르지 않기도 해요. 사실 과일은 물을 덜 줘야 맛있고 가지치기도 꾸준히 해줘야 돼요. 그리고 자생력과 땅심을 키운다면 나무가 병충해를 잘 안 입어요. 무농약은 얘기가 좀 달라요. 요즘 해충과 병균은 농약에 내성이 생겨서 100% 농약 없이 기를 경우, 병충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니 모양도 예쁘지 않죠.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무농약 농법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인증 절차를 받지 않은 약재를 쓰는 곳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오히려 깐깐하게 인증받은 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저농약 농법, 즉 친환경 농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향란 대표는 ‘과일 소믈리에’라는 단어를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이다. 그녀는 일본에서 귀국 후 과일 공부를 이어갔지만 과일을 다루는 전문적인 교육 기관이 없다는 데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과일의 영양, 선별, 활용 등을 기본으로 과일을 올바르게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과일 소믈리에 교육 기관을 설립했고 지금은 시작 단계에 있다.

산지 직송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며 농가를 직접 찾아 과일을 고른다는 과일 MD들이 있다지만, 그 시작은 그녀였다. 국내 과일 소믈리에 1호인 조향란 대표에게 좋은 과일 고르는 법을 물었다. “과일은 유통 과정이 농가 환경만큼 중요해요. 아무리 맛 좋은 과일이라도 배송 중온 도와 습도 등이 세세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 도착 했을 때는 이미 품질이 떨어져 있죠. 여름에는 장마철이 있어 과일 상태를 더 유심히 봐야 해요. 특히 포도는 장마철 영향을 많이 받는 과일이에요. 포도는 알이 큰 게 좋아요. 살짝 흔들었을 때, 묵직하고 튼실한 느낌이 나며 송이의 알이 촘촘한 것보다는 조금 듬성한 게 맛있어요. 기본적으로 과일은 크기가 클수록 저장 기간이 짧기 때문에 중간 크기를 고르는 걸 추천해요.” 좋은 과일을 골랐다면, 제대로 먹어야 한다. 과일에도 궁합이 있어 함께 먹었을 때 더 빛을 발하기도 한다. 운동 후 또는 피곤한 날에는 사과, 자몽, 포도를 섞어 먹으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피로의 원인인 젖산 생성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 소화에는 파인애플과 복숭아를, 숙취 해소 에는 오렌지와 토마토를 함께 먹으면 좋다.

조향란 대표의 아침은 과일로 시작된다. 사과와 함께 제철 과일을 즐기는데, 요즘은 블루베리와 참외를 먹는다. 매장으로 출근하면 입고된 과일 맛을 보고 오후 3시쯤 수박을 갈아 주스로 마신다. 과일을 활용한 요리도 언제나 식탁에 오른다. 지용성 비타민이 함유된 토마토는 올리브유에 볶아 달걀 프라이에 곁들이며, 샐러드드레싱은 과일로 맛을 낸다. 과일을 섭취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과일은 식전에 먹는 게 좋아요. 과일은 체내에 흡수되는 데 약 30분이 걸리지만, 음식은 2시간 정도 걸리죠. 그래서 식사 후 먹으면 체내에 쌓여 산화될 수 있거든요.” 좋은 과일 뒤에는 반드시 좋은 농가가 있다. 따라서 좋은 농가를 선별하고, 그 농가와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조향란 대표가 추구하는 건 단순히 제철 과일을 즐기는 것이 아닌,과일이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개발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과일만 보며 걸어온 18년의 길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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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이미주, 권민지, 김주혜 — photograph 양성모, 김재욱 — cooperate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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